A.Train의 정규앨범 “PAINGREEN”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통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포괄적인 주제는 죽음이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부정적인 주제여도 단지 우울감으로 빠져버리게 하는 앨범이 아니라 그 속에서 희망도 찾을 수 있어 유기적이다. 생명의 탄생은 자의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 순수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죽음은 때론 자의적이다. 자연사, 사고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힘든 일에 지쳐 하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앨범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기전, 조금은 특별하게 리뷰를 하려고 한다. 마치 독후감을 쓰듯, 한 편의 영화같은 앨범을 듣고나니 내가 그 앨범속 화자가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내가 느낀 것을 그대로 쓸 것이다. 그러니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있으므로 주의하시길 바란다. 또한 이 앨범안의 화자는 숲(=부정)과 바다(=긍정 또는 새로운 부정)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알아두길 바란다.
1: NAKED ODYSEE / 화자는 숲 속에 살고 있다. 앨범 커버랑 제목부터 느껴지는 풀 잎 냄새가 숲을 연상시킨다. 또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서 마치 고요하기도 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비교하자면 “Bon Iver - Bon Iver”앨범의 첫 트랙인 “Perth”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특별한 점은 시작을 화자의 방황으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고통에 대해 언급을 하니 숲은 어떤 공간일지 궁금해지게 하는 트랙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iIluBvQ77Bk
2: CROSS THE RIVER / 앞에서 말했듯이 이 앨범의 주제는 죽음이다. 숲속엔 강이 있을때가 있다. ‘강을 건넌다’라는 표현은 과연 밝은 의미일까? 아마 죽음을 뜻할 것이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저승을 가는 길에 있는 강을 건너면 영영 못돌아오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그럼 화자는 실제로 죽음을 택했을까? 아직은 아니다. 바로 다음 트랙에서 강을 건너려는 이유를 설명한다.
3: HURT /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고통”은 결코 화자에게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 고통은 범위도 다양할 뿐더러, 끝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새로운 고통과 상처를 포용할 마음의 여유는 더 이상 없기도 한다. 꼭 사랑만이 상처일까? 내면의 상처들을 들여다보는 화자는 엄청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을 떠나지 말라는 말의 반복과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며 울부짖고 있다. 이 트랙은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는 곡이자 아마 초록빛 고통들에게 보내는 공감의 메세지일 것 이다.
4: 또 왜 그래 / 앞에서 화자가 말했듯이 숲속에는 많은 고통들이 숨어있다. 하지만 자신이 믿던, 의지하던 존재가 고통으로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해도 끔찍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하던 존재에게 상처를 받은 화자는 화를 내긴 커녕 많은 고통에 지쳐서 체념하듯이 자신을 등돌려버린 그 존재에게 이유를 묻고있다. 상처주지말라는 말은 더 이상 할 수 없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가해자에게 범행동기 이유묻듯 고통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는 화자이다. 이미 화자는 더욱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고 있었기에..
5: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는 / 매우 짧으며 처음 제목만 봤을때는 의아함이 생기는 곡일 것이다. 숲에서 바다로 연결되는 그림이 상상이 안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역시 아티스트가 의도한 것 이였다. 바다는 화자의 꿈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우리의 꿈은 커다란 장벽에 막혀 실패로 돌아가곤 한다. 마치 화자가 숲에서 바다로 가는 것이 오래 걸리듯이 말이다. 바다는 화자에게 꿈이자 행복의 희망일 것이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라는 화자의 목소리를 보아 바다에 대한 희망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6: 우리가 불 속에 놓고 온 것들 / 이번 트랙은 뮤직비디오의 배경을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항상 숲속이였던 화자는 갑자기 바다에 와있다. 무언가를 잃은 상태로, 스쳐 지나간 모든 것을 기억하며 꿈을 이루어 기쁜마음보단 암울해 하고 있다. 지금의 바다는 꿈이라고 생각한 해수욕장같은 해안가가 아니다. 화자는 어두운 곳에 있는 바다에 있다. 이를 보아 화자는 숲에서 무언가에 쫒기듯이 도망쳐나온 것으로 생각이 든다. 혹은 하염없이 숲을 돌다가 여기까지 온 것일까. 모든 것이 자신만의 욕심인 것을 깨닳고 고요히 끝이난다.
7: CARRIER / 자신이 꿈꿔왔던 바다와 그녀에게 노래를 하는 화자가 쓸쓸해보이는 부분이다. 지금은 화자의 곁에 의지할만한 어떠한 존재가 있지만 그 존재의 기억속에 화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에 가고 싶은 이유중 하나가 그 존재가, (그녀가) 물고기 자리이기 때문이다. 작은 어항 속에서 꿈을 비춰주는 빛이 희미해서 가지말길 바라며 바다를 갈망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존재는 자신의 고통을 모르며, 무심코 스쳐지나갈 뿐이지만 화자에게는 큰 고통이다. 그녀가 좋은 곳으로 가기위한 바람이 그를 바다로 데려가려고 했을까. 아니면 이제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바다로 가려고 했을까.
8: 추모 / 자신의 존재였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이름만 있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은 들을 수 없다. 그 존재가 없어진게 좋은 일일까, 아니면 슬프고 비극적인 일이기만 할까. 화자에게는 여러 감정이 오고가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혼자가 되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때론 버텨가기가 두려워진 화자는 애써 이름을 부르기만 하지만, 이윽고 입을 닫고 그 존재를 삼켰다. “그래 너는 이제야 없다.” 고통일까 아니면 희망일까. 마지막까지 헷갈리는 화자의 마음이다.
9: PLEASE SOMEONE /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던 화자는 처음으로 구조요청을 한다. 추모 이후 더 이상,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일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황만 하며 산산조각이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을 호소하는 화자는 새로운 고통이 생긴 것 일까. 혹은 그 존재가 아직도 상처일 것 일까. 그렇다고해서 소리를 지르는 방법등 외치지 않고 체념하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러한 목소리와 긴장감을 높여주는 소리는 화자의 간절함과 좌절감을 보여준다. 결국 속삭이는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고, 무언가를 쇠로 치는 소리만을 남기고 끝이난다.
10: SWEET SIDE / 이 제목을 들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분명 주제와는 다른 “달콤한 방향?”이다. 아마 언어유희를 이용한 “SUICIDE”일 것이다. 전 트랙에서 쇠로 무언가를 치는 소리로 끝났지만 그 소리가 이 트랙에서 이어졌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쇠로 무언가를 치는 것은 자신의 자살을 위한 준비과정이였을까. 하지만 왜 이런 결정을 해야할까? 그게 뭐길래? 그 고통은 추모이후 생긴 또 다른 자신의 상처때문이였을 것이다. 더 이상의 상처를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화자에게 또 다른 상처는 치명적이였을 것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의문감만 남긴채 끝이 난다.
11: 집에 가자 / 집에 가자고 빨리 재촉하는 화자의 모습이다. 늦기전에 그리운 집으로 가기로 한다. 하지만 화자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다시 고통뿐인 숲일까 아니면 자신의 꿈인 바다일까. 혹은 강을 건너면 도착하는 곳일까. 과연 화자는 어떻게 될까. 더욱 더 의문감이 생기는 장면이였다. 하지만 주제에 맞춰서 생각해보면 나는 저승이라고 생각한다. 저승이 편안한 이유가 죽음이 고통을 끝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는 이상한 귀신소리로 끝난다.
12: AS MUCH AS YOU CAN BEAR /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따뜻해진다. 이 장면은 해석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너무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화자 본인은 괜찮고, 이 노래의 주인공에게 위로와 응원을 해주고 있다. 다 괜찮을 것이라고, 자신은 너를 이해한다고. 그 중 “견딜만큼만 아파한다고”라는 제목이자 구절은 이미 강을 건넌 자신의 뒤를 이을 다른 존재에게 부른 노래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수고많았다고. 괜찮을거라고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메세지를 담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화자를 놓아줄 때가 됐나보다. 화자가 “추모”했던 것처럼 말이다.
13: CORK / art nouveau / “잠깐, 내 얘기 좀 들어봐” 완전한 이별을 마주하기 전에 누군가를 불러 더욱 더 따뜻한 말을 건네준다. 그를 코르크에 비유해 결코 넓은 바다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처음부터 자신의 나침판은 망가졌다고 계속해서 반복했었지만 ‘너’의 나침판은 아직 고장나지 않았다고 말해준다. 나침판으로 북극성을 찾아 떠나라고 권유한다. 바다에서 북극성을 보는 것이 화자의 꿈이자 희망이였을까. 화자는 이 말을 끝으로 터벅터벅 다시 길을 가고 있다. 이를 전주로 표현했다.
14. 그래 그렇게 / 이제 온전히 화자 자신만이 남겨졌다. 영원한 이별만이 남은 상황속에서 마지막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꼭 “너”가 행복하길 기도한다. 배부르고, 웃음이 가득찬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화자는 영원히 우리의 곁을 떠났다. 아 참, 그리워 하지 말라고 뛰어가라는 것도 신신당부했었다. 고통의 세습을 이제 끝내려는 것일까. 아름답지만 슬픈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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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진짜 해석하기도, 감상평을 쓰기도 어려웠네요..ㅎㅎ 진짜 한국의 Bon Iver, Sufjan Stevens같네요. 추상적이고 비교적 공허한 주제. 또한 긴장감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소리 모두 하나하나 의미가 있어보였네요. 비록 진실은 에이트레인님만 알겠지만 제가 이 앨범을 들으며 느낀 감정들과 생각들 시나리오 쓰듯 나열해 봤네요. 이 앨범을 벌써 5번째 돌리며 생각을 해봤는데, 최종적으로 이런 결말이 나오더라구요 ㅎㅎ 따뜻하면서도 어둡고, 어두우면서도 희망을 주는 신비로운 앨범이였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해서 공감과 위로도 많이 받았네요.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화자가 의지하던 존재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다. 모든 것을 추측해야했으며,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도 섞여서 호불호가 갈릴 듯한 부분이였다. 그래도 저는 진짜 즐겼으며 평점은 9.5/10 을 주고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하겠습니다. [부족한 필력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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