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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해체 분석기 : 뱃사공 『777』

zeenus2020.12.20 14:28조회 수 2527추천수 16댓글 6

 ※본론에 앞서 이 글은 제 X대로 쓴 리뷰이니, 성의 없는 댓글과 이유 없는 태클은 환영입니다.

 한 줄 평부터 말하자면, 뱃사공의 『777』은 가장 순수한 뱃사공의 앨범입니다. 깨끗하고 투명한 순수함이 아니라, 생각 없이 제 맘대로 하고 싶은 음악을 한 앨범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창작자가 결과물을 내놓는 과정에 있어 어떠한 의도가 숨어있기 마련입니다. 씬으로 향한 출항에 대한 포부를 외치거나, 창작자 본인이 누군지 알려주거나, 위로를 주고 싶거나 등등…, 이러한 의도를 내비침에 있어 결과물엔 좋은 때가 묻는데, 『777』이 앨범은 그런 때가 1도 없습니다. 어떠한 의도가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서 가장 순수한 앨범이라는 말입니다.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하는 고민 없이, 그냥 자기가 쓰고 싶은 가사 쓰며 대충 만든 앨범 같습니다.

 왜 그는 가사를 고민 없이 휘갈겨 쓰게 됐을까요?
 왜 하고픈 말이 없어졌을까요?

 

 래퍼가 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 과정 속에서 반복되는 고민들이 뱃사공을 피곤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럼 래퍼가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면, 의도 담긴 메시지가 없다면, 무언가를 보여줄 욕심이 없다면…, 창작에 엔진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흥미죠. 힙합에 대한 순수한 재미, 중∙고등학교 때 처음 힙합을 접하고 느낀 그 재미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앨범을 듣는 내내 고등학교 때가 떠오릅니다. 보통 힙합을 좋아하게 되고 처음으로 래퍼의 꿈을 꾸며 가사를 쓸 땐, 래퍼로서의 성공을 외치지도, 자신이 누군지 구구절절 나열하지도 않잖아요. 그냥 재미로, 순간적인 가사들을 쓰지 않습니까? 그런 때의 순수한 재미가 느껴집니다.

 이렇게 진지한 고민 없이 재미로 대충 만든 앨범이라는 겁니다. 『777』은.

 

 

777.jpeg

 아트웍을 보세요. 딱! 제 말에 힘을 실어주지 않습니까?

 그럼 이제 몇몇 트랙들을 해체해보겠습니다.

777
‘치카치카 가그으을 퉤’
인트로부터 열받게 양치질 소리가 들립니다. 양치질은 언제 하죠? 밥을 먹고 나서 혹은 입이 텁텁할 때 등 입속에 남아서 날 귀찮게 만드는 기분 나쁜 것을 털어내기 위해서 하잖아요. 즉, 생각하기 귀찮은 고민들을 깨끗이 닦아내고 상쾌하게 시작하겠다는 뜻이지요. 또한, 밥을 먹을 대로 먹었으니 이제 닦을 때가 됐다는 말 같기도 합니다.

RHYME ON MY MIND
‘이번엔 단물 빠진 낭만이란 택을 뗐지. 10년 전을 기억하듯 다시 랩 어택’
MONEY ON MY MIND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머니라는 게 중요해진 힙합 씬인데, 뱃사공은 돈 때문에 랩을 시작한 게 아니란 걸 알죠. 그래서 외칩니다. RHYME ON MY MIND!
그리고 신에 등장했을 당시 충격적이었던 제이통의 텅트위스팅은 어쩌면 힙합에 대한 첫 느낌을 회기 시켜줄 수도..?

GET HIGH & LOW
‘음 현대인의 고도의 스트레스 Zero 될 때까지 no more schedule’
술은 마실 당시엔 텐션을 올려주지만, 마시고 난 후 다음날은 아주 처참하게 심기를 죽여버리죠. 근데 뱃사공은 LOW의 상태를 피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바빠진 스케줄 덕에 올라가는 텐션은 좋지만 정신적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 하는 악순환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한번 인생 2 live
‘한번 인생 2 live’
이전 트랙에서 보이지 않았던 LOW의 모습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트랙은 유일하게 한 트랙 내에 두 개의 비트가 살아있습니다. 가사도 두 가지 버전입니다. 첫 번째는 지친 뱃사공의 플로우, 두 번째는 날 지치게 만든 스케줄을 자랑스러워하는 뱃사공의 태도입니다. 무엇이 진짜일까 택하지 않습니다. 둘 다 뱃사공입니다. 2 LIVE.

LET IT FLOW
‘Let it flow 계속 다시 또 나는 let it flow’
서문에서 진지한 고민 없이 재미로 대충 만든 앨범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이 트랙으로 그 말을 좋게 말해보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는 말입니다. 흘러가는 대로, 흥얼거리는 대로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들어 버리는 거죠.

 

HOCKEYSTICK CHOP
인생 얘길 듣고 싶음 탕아를 다시 play 위로 받고 싶음 기린 다시 circle’
할 말은 다 했다. 하키 스틱 들고 전투적인 태세로 x대로 하겠다.

대충 살아
걍 흘려버려 오에오에, 걍 흘려버려 오에오에’

각자 스타일로 살며 남의 말을 흘려버리고 무시하라 말하지만, 자신도 3자 입장에서 보면 가사로 상대방에게 이러쿵저러쿵 참견하고 있는 모순에 빠져버린…, 결국 차라리 포기해버리는 모습.

GRIND
‘내 열정은 빛이 나. 그만두지 않지 힙합.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지만 아마 grind. 아름답던 나의 grind’
마지막 곡답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정리합니다. 다만, 톤이 다르죠. 나 이런 인생 살았다!!! 라기보다는 혼잣말로 이런 인생을 살아왔구나 회상하는 모습입니다.


『777』 흘러가는 대로 대충 살다 보니 운대가 잘 맞았을 뿐이다. 너만의 재미를 찾아라.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잭팟을 맞을 수도..? 하지만 이 이야기를 귀담아듣든 말든 상관없다. 흘려버려도 된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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