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기간에 100선을 목표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혼자서는 불가능한 작업인게 다양한 의견의 조합이나 토론이 없다보니 객관성이 떨어져서 30선 이후로는 순위체계가 의미가 없어지더군요. 결국 50선으로 일단 마무리했고 순위는 10곡 단위로 발매일기준입니다.
한 앨범, 한 아티스트의 음악들이 도배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1. 한 앨범에 비슷한 음악적 가치를 가진 곡들은 대표곡 한곡만 선정.
2. 한 아티스트당 최대 3곡까지만 선정.
글의 목적은 순위보단 곡들의 재조명이니 재밌게 봐주세요.
01. 듀스 - Go,Go,Go (1993)
힙합의 어법과 H2O의 록사운드를 결합시키는 실험적인 음악적 성취를 배제하더라도 서태지가 앞서 발표한 "환상속의 그대" 이후 더이상 피상적인 산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어랩의 성취를 진일보 시켰다는 사실만으로 이 곡은 클래식의 면모를 갖추고있다. 뉴잭스윙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댄스그룹이였음에도 듀스의 이름을 한국힙합 계보 첫번째 줄에 새길수 있었던건 힙합음악의 본질적 스윙감이나 랩이 가지는 운문성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로 한국어랩과 힙합사운드의 기틀을 새롭게 정립했기 때문이였다. 뉴잭스윙이라는 장르의 형식이나 인접성과 상관없이 미디음악 장비가 좋지않았던 시절 한국에서 존재할수 없었던 댐핑감을 듀스 특유의 정형화된 테크닉으로 스윙감 넘치는 사운드를 구현한 점이나 한국어 랩방법론에 미친 최초의 영향력이 힙합씬에서 듀스의 위치를 격상시켜 놨다는 것이다. 런디엠씨가 백인들의 고출력사운드를 접목시키는 시도로 랩뮤직을 제도권음악으로 끌어올리고 뉴스쿨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듯 듀스 역시 힙합이라는 장르로 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음악적 카테고리안에서 재즈,훵크,마이애미,테크노등을 접목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가요시장안에서 흑인음악의 의미를 확장시킨 파이오니어였다는 것이다. 힙합이라는 단어가 심의에 걸려 '무제'라는 제목으로 발매될수 밖에 없었던 당시 힙합불모지에서 형체조차 없었던 한국어라임의 형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을 처음으로 결과물로 도출시켰다는 점이나 랩의 근간을 흑인들의 언어적 습관인 시그니파잉에서 찾고 한국의 말장난 개그인 덩달이시리즈등을 예로 들면서 당시 대중들에게 랩의 언어유희(라임)적인 측면에 대한 중요성을 꾸준히 설파한 유일무이한 아티스트였다는 점. 현시점에서 랩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문화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다는걸 생각해 보면 이 곡이 남긴 문화적 유산이 후대 가요사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쳤는지 쉽게 짐작해볼수 있다.
02. 드렁큰타이거 -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1999)
1995년 발매된 타이거JK의 솔로음반이 실패한 후 DJ샤인과 의기투합해 4년만에 발표한 드렁큰타이거의 데뷔앨범은 한국에서 생각했던 힙합의 형태나 관념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당시 한국 대중가요에서 생각하는 힙합은 큰바지를 입고 춤을 추는 뉴잭스윙 기반의 댄스그룹을 일컷는 단어였다. 흑인음악을 구사하던 듀스나 업타운 역시 그랬고 H.O.T같은 아이돌그룹를 비롯한 수많은 댄스그룹도 미디어에선 힙합그룹으로 소개가 됐었다. 그러한 시절에 미국에서 날아온 두청년이 던진 질문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한국에선 힙합이 대유행이였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국가요계는 힙합이란것에 대해 전혀 몰랐다. 힙합음악이 온리 랩이 주가 되는 뮤직이였다는 것도 브레이크댄스, 그래피티, 디제잉등 다른 요소들이 섞여 만들어진 문화적인 현상이라는 것도 더 나아가 삶을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 혹은 태도가 될수도 있다는 것도 말이다. 단순히 통큰바지입고 춤만 추면 힙합인줄 알던 시절에 드렁큰타이거의 일갈은 한국에서 힙합의 정의가 새롭게 재정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난널원해'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샵과 힙합라이벌로 미디어에서 소개되었으니 한국힙합이 바라본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는 언제라도 한번은 마주해야 할 숙명과도 같은 곡이였던 것이다. 한국힙합의 시작은 어떤 의미에선 이때부터 였다고 볼수도 있다. 힙합이라는 키워드 아래 단순히 형식적 카테고리로 인식되던 것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서 모든 삶에 힙합적인 태도를 반영하는 라이프스타일 혹은 그런 힙한 삶의 태도를 음악과 춤과 패션에 녹여내는 진짜 힙합의 본질은 이때부터 시작이였다는 것이다. 이곡이 수록된 데뷔앨범부터 힙합에 대한 편견과 마약사건등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시킨 3집까지의 행보는 그야말로 전설적인 행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축배를 터트린 굿라이프도 하나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지만 필자가 굿라이프가 아닌 이곡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그 척박한 시장에서 한국대중들의 무지와 편견에 맞섰던 그 첫걸음이 더욱 위대해 보였기 때문이다.
03. 가리온 - 옛이야기 (2000)
단순히 한국의 전통악기를 차용한다고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낼수 있는건 아니다. 가야금의 농현(弄絃)을 응용한 5음계 기타 주법과 하드록 사운드를 결합해 한국적인 록음악을 만들었던 신중현의 "미인"만 봐도 알수 있다. 물론 한국 전통음악의 양식을 차용한다면 한국적이라는 것에 대한 접근이 용이할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지향했던 거의 모든 결과물들이 '한국적'이라는 수식에 일정 부분 담겨 있던 자조적인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것이 사실이고 한국적 수용이라는 본질을 망각하고 크로스오버풍의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되기 일쑤였다. 최소한 이곡은 한국 전통악기와의 크로스오버들을 통한 뻔한 시도를 답습하지 않고 있다. 한국적이라는 것을 지향했던 수많은 음악들이 범했던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독특한 점은 이 곡은 미국인이 들으면 정통적인 붐뱁힙합이지만 한국인이 들으면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 한국적인 힙합이 된다는 것이다. 사운드의 교배보다 정서적인 부분에 지향점을 맞추고 힙합의 한국적 수용을 오히려 장르적 정공법을 통해 돌파해 버렸기 때문에 리스너의 정서적 함양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는 것이다. 일종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국악기의 직접적인 사용이 아닌 민족성이나 예술성을 내포한 시(詩)문학 가곡을 샘플링한 것이 주효 했으며 한국의 대표적 시인인 윤동주시인의 가사에 최병철님이 멜로디를 붙힌 굴뚝에서 컷팅한 보이스샘플와 정제된 피아노 루프, 로우한 비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감각적인 프로덕션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서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 한국적인 마이너한 스케일이나 일종의 컨셉성을 바탕으로 절제된 정서의 랩을 지향하고 있는 것 역시 가리온의 의도된 감각이였으며 자칫 구식으로 치부될수도 있는 올드스쿨랩의 바이브를 완전히 "한국적"이라는 하나의 색깔로 체화시켜 버렸다는 것. 이런걸 보고 바로 "미학(美學) "이라고 하는 것이다.
04. 4WD - 노자(2000)
2000년 여름 나우누리 힙합 동호회인 Show N Prove 소속 신예랩퍼 4WD와 버벌진트가 발표한 디스곡 '노자'는 씬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디스의 표면적인 대상은 당시 메인스트림 최고의 스타였던 조PD와 그의 스타덤 일원들이였지만 사실상 디스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조PD를 위시한 스타덤만이 아니였고 구시대 모든 기득권층의 퇴출요구였다. 이 당돌한 신예의 도발은 힙합신을 정확히 둘로 갈라놓았다. 혁신적인 라이밍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리스너들과 디티, 조피디, JP, 마스터플랜등 기존 기득권 랩퍼들의 지분을 방어하기 위한 팬들이 둘로 나뉘어 격렬한 대립과 논쟁을 만들어 냈다. 이 한곡으로 씬 주도권에 대한 중심이 흔들렸으니 이 곡이 기존 MC들에게 전해준 충격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두명의 MC는 씬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놓았지만 이들을 반대하는 리스너들은 방법론에 대한 논점을 회피하고 조악한 사운드에 대한 비판으로 대응하기 일쑤였다. 사실상 발성이 아마추어라느니 음질이 조잡하다느니 논점을 벗어난 비판말곤 할수 있는게 없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곡이 발표된 이후 대세의 흐름을 바로 보지 못한 이들은 자연스레 하나 둘씩 사라져 갔고 4WD와 버벌진트는 기술에 대한 증명을 위한 순수한 디스곡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으면서 최고의 자리에 까지 올라갔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의 핵폭탄급 디스이였지만 사적 감정보다 기술적 증명을 위한 순수한 의도로 세대교체까지 이룬 것은 국내 힙합씬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이였으며 온갖 비지니스와 사적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얽힌 현 힙합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성과였다. 디스문화 역사상 가장 큰 파급력을 남긴 곡이지만 2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이곡을 반추해보면 감회가 남다를수 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이 곡은 기술적 증명이라는 그 시대의 낭만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05. DJ 소울스케이프 - Candy Funk (2000)
힙합음악이 꼭 랩음악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힙합을 구성하는 요소중 DJ는 MC만큼 자의식이 강한 포지션 중 하나이며 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DJ솔스케잎은 확고한 음악관을 통해 DJ의 가치를 명확하게 설파한다. 이건 음악성을 떠나 태도의 문제와 직결된다. 샘플링은 태도다. 원곡에 대한 경외감, 디깅에 바탕이 되는 역사적인 이해, 건축적작법에 대한 예술적 자부심. 과연 샘플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힙합아티스트 가운데 이러한 태도를 지키며 음악을 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적 정체성의 모티브가 존재하는 이상 그 모티브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서 부터 샘플링이라는 작법은 생명력을 얻는다는건 당연한 이치다. 그 경외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건축가가 되어야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 나갈수 있다는 말이다. 어떠한 파형에서의 일부를 추출하여 그 추출된 표본을 응용, 접목하여 이루어지는 건축적 작법과 철저히 시간적 질서에 의거하는 배치적 리듬은 아주 객관적인 성질의 퍼포먼스이고 이러한 작법에서 원곡에 대한 이해나 존경 없이 샘플소스를 추출하기 위한 도구따위로서 샘플링이 활용된다면 더 이상 샘플링의 창조적 가치에 대해 논할수 없을 것이다. 국내 힙합씬 최초의 DJ/Producer 음반, 100% 오리지널 프레싱 레코드에서의 샘플링등 잡다한 미사여구를 빼고 이 곡이 담긴 '180g Beats'는 힙합의 본질인 샘플링작법을 대하는 태도와 DJ가 가져야 하는 철학적인 부분에서 그냥 교과서같은 음반이다. 이 음반이 있었기에 나같은 리스너도 제대로된 샘플링 가치관이 생겨났고 훵크,재즈,소울같은 선대음악 이상으로 힙합음악에 대한 경외감을 가질수 있었다. '180g Beats'라는 음반과 그 음반을 대표하는 Candy Funk가 국내힙합 최대작이라는 나의 의견에 이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06. 피타입 - 돈키호테 (2004)
한국힙합팬들은 2004년을 한국힙합사에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꼽곤한다. 그건 아마도 랩에 있어 이론적인 혁신을 이루고 그 혁신의 완성단계를 결과물로 도출시킨게 바로 이 시기였기 때문일것이다. 피타입의 돈키호테는 이러한 혁신적인 이론의 방점을 찍은 곡이라 할수있다. 언어적인 문장구조와 음악적인 리듬분절을 완전히 독립시킨 방법론으로 래퍼들이 리듬진행에서부터 자유로울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언어구조를 완전히 해체후 리듬분절에 맞게 재조립한 시도는 언어자체의 리듬에서 해방될수 있는 결정적인 역활을 하게된다. 언어가 가지는 관습적인 체계로 인해 진행할수있는 리듬도식의 제약이 심했지만 이 방법론이 정립되면서 다양한 스케일이 유입될수 있었고 무궁무진한 리듬진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라임방법론에서 리듬체계만큼 가장 큰 논쟁이었던 문학성에서도 이 곡은 오점을 남기지 않았다. 은유적이면서 시적인 가사는 라임방법론에 관한 일말의 이의제기도 할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예술성을 보여줬다. 이곡을 계기로 라임논쟁이 빠르게 종결됐던건 방법론의 뛰어난 리듬체계 때문만은 아니였다. 이 뛰어난 리듬체계 안에서도 문학성을 지킬수 있다는걸 증명했기 때문이였다. 돈키호테는 ‘랩은 타악화된 보컬’이라는 기조 아래 라임의 배치가 거의 수학적이라 말할 정도로 빈틈 없이 완벽에 가까운 랩구조를 보여줬다. 방법론적으로 같은 뿌리에서 파생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버벌진트의 'Do What I Do'가 라임의 간결함과 현학화된 플로우로 요즘 랩에서 더 추구하는 스타일을 보여줬지만 리듬학적으로는 돈키호테가 더욱 다양한 리듬의 지표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곡은 한국힙합사에서 피타입이 남긴 저서이자 문헌이자 교과서이다. 그렇기에 현시대에 랩퍼들은 일정부분 피타입에게 빚을 지고 있을수 밖에 없다. 현재 트랜디하다고 말하는 랩의 리듬적 속성조차 이곡에서 보여준 방법론에 기초하고 파생됐다는걸 사실상 부정할수 없기 때문이다.
07. 버벌진트 - 1219 Epiphany (2008)
누명은 한국힙합 역사에서 빠질수 없는 명반이다. 하지만 누명의 음악적 명성과는 별개로 수록된 개개의 곡들이 힙합의 패러다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건 아니다. 어쩌면 누명이라는 앨범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모던라임즈나 무명등 이전의 앨범들은 한국힙합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그가 발표했던 노자나 Do What I Do등의 곡들 역시 한국 힙합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누명은 방법론적으로 뭔가 새로운걸 제시한 앨범은 아니라는 말이다. 기술적 증명이 아니라 폭발하던 예술적 영감을 표출하는데 집중한 결과이다. 수록된 곡들의 성향도 그렇다. 그럼에도 이 리스트에 누명의 수록곡 1219 Epiphany를 포함시킨 이유는 단 하나. 음악적 완성도 때문이다. 거창한 미사여구 없이 그냥 음악적으로 너무 완벽했다. 신의 존재가 현세에 드러난다는 의미의 Epiphany와 자신의 생일인 12월19일을 합성한 자전적 메세지의 1219 Epiphany는 주제의식, 서사, 문체를 아우르는 문학적 구성이 힙합적 어법안에서 얼마나 생동감있게 주조될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MJ의 문워커, 드래곤볼, 뉴키즈언더블럭,스트리트파이터2 등 시대를 대표적으로 연상케 하는 강렬한 묘사적 필치를 바탕으로 때론 시대적 변화를 알파치노, 설경구, 펄잼과 푸지스를 대입해 자신의 유년기에서 한국힙합의 선구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은유적이고 속도감있게 전개시키는 서사적 구성은 기법 차원에서 이전의 상투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있는 높은 수준의 힙합어법을 보여줬다. 이 곡은 특유의 라이밍이나 군더더기 없는 플로우 그리고 미디작곡으로 찍은 클래식한 비트와 훅없이 실험적인 브레이크라인으로 이어지는 구성까지 하나의 완성된 곡자체가 주는 흡입력이 너무나 완벽했다. 일상적이면서도 한국힙합의 역사를 관통하는 시대적 단상을 담아내고 있는 "1219 Epiphany"는 13년이라는 세월의 격차를 넘어 아직까지 한국힙합의 뉴스쿨을 상징하는 가장 완성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08. 산이 - 산선생님 (2008)
개인블로그와 힙플자녹게등에 작업물을 올리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아마추어랩퍼 산이의 랩은 그 자체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구사하는 실험적인 플로우와 독특한 문체는 이전의 정형화된 랩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여줬다. "학교종이 땡~땡/welcome to ma class~es/ 잘들어봐 내 래~앱/은 졸면은 맴~매/ 출석 체~엑/ 1분단부터 2분단 3분단 4분단까지 자 부른다 네/네/네/네" 서사를 풀어 가는 문체와 어법 자체가 이미 기존의 한국랩의 어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의성,의태어같은 비언어학적인 단어선택이 주는 신선한 표현기법과 문장흐름도 기막힐정도로 섬세하지만 이 라인에서 진짜 주목해야할 지점은 마지막 "네네네네"에 응집되는 펀치감에 있다. 힙합은 곧 전복적 기능의 언어유희다. 흑인비평가 게이츠는 문학적 비평용어의 의미로서 해석한 시그니파잉의 문화를 음악화한 것이 힙합이라고 했다. "네네네네" 4글자에 펀치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네러티브구조. 즉 서사의 인과적 질서 따라 전개되는 라이밍의 음향적인 펀치감이 전복적인 기능의 언어유희며 다른 장르와 차별화되는 힙합의 개성적인 어법이라는 것이다. 텍스트상의 펀치라인이 아니라 텍스트와 맞물리며 터지는 음향의 펀치라인. 이것이 힙합만이 줄수 있는 개성적 어법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루페 피아스코의 Switch를 커버한 '산선생님'은 한국어랩의 혁신성이란 측면에서 산이의 바이오그래피 상. 아니 한국힙합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곡이였다. 피타입과 버벌진트가 리듬학적으로 방법론안에서 철저하게 계산되고 정제된 학구적인 랩을 보여줬다면 그 다음 세대인 산이는 라임의 리듬학적인 부분을 넘어 시그니파잉. 즉 언어유희의 대상으로서 라임을 소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발한 워드플레이로 이끌어 나가는 서사성. 트랩음악을 하는 요즘 랩퍼들이 의성,의태어,추임새 등을 활용한 독특한 플로우를 자주 보여주지만 아직까지도 라임에 의한 펀치감. 이 유희를 정확히 이해하고 랩을 하는 랩퍼는 국내에 거의 없다. 그래서 당시 산이의 재능과 이곡이 가지는 의의는 특별한 것이다.
09. 키스에이프 - It G Ma (2015)
국내힙합 최대의 히트곡을 뽑으라면 어떤곡들이 언급될까? 드렁큰타이거의 'Good Life' 일리네어의 '연결고리' 비와이의 'day day'등 여러 곡이 언급될수 있다. 모두 맞는말이다. 하지만 히트의 범주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확장된다면 얘기는 많이 달라진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마찬가지로 현지화 작업없이 유튜브의 비디오만으로 역수출된 사례로 기록된 '잊지마'는 이미 7000만뷰를 넘어선 반론의 여지가 없는 아시아힙합 최대의 히트곡이다. 이 곡과 비디오가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를 했지만 중요한건 싸이나 BTS등의 성공사례와 다르게 아시아의 유머코드나 K-POP 열풍이 결합된 결과물은 아니였다. 키스에이프의 '잊지마'는 철저히 코홀트라는 힙합을 중심으로 창조되는 종합적인 예술활동의 산물이다. 사운드의 패턴이나 샤우팅하는 랩스타일에서 'U Guessed It'을 레퍼런스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정제되지 않은듯한 로파이한 비트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중간중간 기관총 난사소리와 함께 멈블링과 샤우팅을 오가는 랩들은 언어와 인종의 장벽을 넘어 확실히 플로어를 달굴 만한 흥분을 머금고 있었다. 또한 획일적인 무드를 벗어나 소위 감각으로 정신을 폭행하는 듯한 환각적인 무드와 그로테스크한 음향들 .성난듯한 강렬한 음조와 교차되는 릴렉스한 플로우가 주는 일종의 불편함의 미학은 한국힙합에서 일찍이 경험한 바 없는 강렬한 지각을 전해주었고 이는 곧 한국힙합 패러다임의 확장을 불러왔다. 힙합은 항상 메세지를 바탕으로 존재의 의미가 있어야 했고 그것이 매니악한 장르로서 생명력을 지탱해주던 힘이였지만 현재 힙합이 전세계를 지배할수 있었던건 스스로 존재자체의 의미를 없애면서 부터였다. 유희성, 해방성, 퇴폐적 허무주의 등이 힙합의 미적 특성으로 부각되면서 쉽게 말해 아무 생각없이 흘려들을수 있는 음악으로 정체성이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를 관통하고 있는 "잊지마"는 한국힙합에서 세대를 가르는 일종의 지표가 되었고 더 나아가 에이시안이 만든 힙합컨텐츠임에도 아시아만의 특별한 문화컨텐츠의 차별화 없이도 음악 그 자체가 가진 힘만으로도 미국현지에서 성공을 거둘수 있다는걸 보여주었다. 한국힙합에 의미있는 성과였다.
10. 씨잼 - 포커페이스 (2019)
타악화된 보컬양식인 랩을 음악적 근간으로 삼았던 힙합이라는 장르는 소위 싱잉랩이라고 부르는 선율이 첨가된 보컬스타일로 까지 세계관이 확장됨에 따라 힙합이라고 구분지을수 있었던 장르의 정체성이 급격하게 허물어져 버렸다. 랩에 선율을 도입하면서 이미 랩이 가지는 정체성 안에서 선을 한번 넘어버린 싱잉랩은 이후 어떠한 장르적 제어장치 없이 리듬의 영역에서 선율의 영역으로 빠르게 중심이 넘어가 버렸다. 최소한 박자를 충실히 라이딩했던 싱잉랩조차 지속적으로 싱잉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지금은 사실상 고전적인 의미의 랩 형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음악들이 힙합의 카테고리안에서 소비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보컬 양식이 바뀜에 따라 비트 역시 선율적 보컬스타일에 맞는 사운드로 변모되는건 당연한 수순이였고 결국 록이나 팝의 영역에 있던 편곡기법들까지 동시에 힙합으로 유입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보컬에 랩이라는 리듬학적 특징은 사라지고 사운드에선 팝이나 록의 편곡기법들이 주를 이루게 되었는데 장르의 이론적 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힙합의 특징이 사라진 이러한 음악들을 과연 힙합이라고 볼수 있을 것인가? 전세계적으로 힙합의 가장 큰 논쟁거리로 떠오른 장르적 정체성 문제를 국내힙합씬에서 가장 정면으로 화두를 던진게 바로 씨잼의 킁이였다. 특히 수록곡 포커페이스는 공간계 리드기타 사운드와 선 굵은 파워코드 중심의 백킹 기타사운드로 록의 전형적인 편곡기법을 따르고 있으며 씨잼의 보컬은 리듬보다 선율의 지분이 훨씬 크게 자리하고 있다. 과연 이곡을 힙합이라고 할수 있을까? 분명히 말하지만 이곡은 장르적 관점에서 힙합이 될수없다. 하지만 이곡은 이미 힙합의 영역에 들어와 있는게 현실이고 좋든 싫든 힙합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결국 현대의 힙합음악은 아티스트의 태도와 철학이 가장 중요하고 그 안에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가사안에 깔린 리듬체계만으로 구분되어질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결국 선율적 동기가 어디에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해질수 밖에 없다. 힙합으로서의 최소한의 기준은 선율을 사용함에 있어서 화성학적 관점에서 선율에 접근할것이냐 펄스와 리듬분절을 해석하는 방식의 리듬학적 관점에서 선율에 접근할것이냐의 차이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씨잼의 포커페이스가 힙합인가? 이제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곡이 힙합이든 아니든 20년대 국내힙합 사조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만 중요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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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J 소울스케이프 - Story (2000)
혹자가 말하길 디제이(DJ)는 개개인들이 평생 다다를 수 없는 음악의 망망대해에 기꺼이 뛰어들어 구석구석까지 살피는 음악계의 탐험가이자 묻혀있던 음악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 주는 전달자라고 했다. 하지만 현 시대 DJ는 전달자를 넘어 턴테이블을 만지는 연주자 혹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키는 창조자로 까지 발전해 왔다. DJ소울스케이프는 한국에서 이 분야의 선구자였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출처도 알기 어려운 샘플파편들을 섬세한 공정을 통해 하나의 유기적인 힙합심포니를 만들어 내기도 했으며 다양한 MC들을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현해 내기도 했다. 리오케이코아가 MC로 참여한 'Story'는 박자 싱크도 맞지 않을 듯한 피아노 글리산도 룹을 차핑해 비트와 절묘하게 매칭 시켜 버리는 소울스케이프의 천재성을 엿볼수 있는 곡이다. 샘플의 효과적인 배치만으로도 시대를 초월한듯한 음악을 들려주는건 대단한 감각이며 샘플을 만지는 이 말도 안되는 감각을 보면 바이닐레코드에서 소스를 차핑해 MPC로 주조하는 기법에서 만큼은 본토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드럼소스도 너무 로우하거나 다이나믹한 밀도를 강조하기보단 올드스쿨 특유의 클래식하고 피트한 질감을 통해 80년대 브레이크비트의 바이브를 구현하면서 바이닐샘플링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점이나 벌스에서 훅으로 넘어가기전 DJ의 아이덴티티를 느낄수 있는 4마디 디제잉을 배치한 변칙적 구성도 곡의 특별함을 더해 주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구사하던 단음절라임 특유의 정형화된 플로우가 단조롭게 들릴수는 있으나 이 문제는 리오케이코아의 개인적 문제라기 보단 시대적으로 형성되어 있던 방법론의 한계일 뿐이다. 인트로부터 시작되는 영어 슬램과 후반부 토스팅을 통해 리듬을 가지고 노는 리오의 미친 그루브함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상 이러한 특징도 그 시대를 반영하는 한국힙합 역사의 한부분이기에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올드스쿨 특유의 질감부터 실험적인 루프사운드까지 DJ 소울스케이프의 "Story"는 고전과 혁신의 아우르는 한국힙합 최고의 명곡 중 하나이다.
12. DJ DOC - L.I.E. (2000)
디오씨는 룰라, 쿨과 함께 90년대 가장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댄스그룹이였다. 그런 디오씨가 4집 '삐걱삐걱'에서부터 이상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5집에서 대형사고를 치고야 만다. 머피의법칙, 겨울이야기를 부르던 아이돌그룹이 가요계 악동이 되어 L.I.E, 포조리, 부익부빈익빈등 사회비판적인 메세지를 내뱉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인 가사는 이전에도 헤아릴수 없이 많았지만 이전의 사회비판적 가사와는 다르게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가사는 소위 필터링를 통한 여과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거친 언어로 사회비판을 내뱉는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였다. 사회비판적 가사 또한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예술가의 품위를 잃지 않았던 이전의 아티스트 모습과는 다르게 이들은 스스로 양아치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후렴을 아예 비속어로 꾹꾹 눌러담은 이곡은 당시 억압돼있던 청소년들의 표현욕구의 분출이였으며 사회적 억압으로 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욕구를 그들만의 언어로 대변해주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이나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켰다. 힙합은 주류 미디어에서 항상 안좋은 이미지로 왜곡되어 왔으며 청소년 탈선이라는 사회문제의 중심에 항상 힙합의 외적인 모습이 오버랩되어 비춰졌다. 기성세대에게 힙합은 곧 탈선이였던 것이다. 그러한 세대간의 갈등안에 DOC는 사회기득권에게 저항한 투사쯤으로 묘사되기도 일각에선 DOC가 이 음반을 내놓은건 저항이 아니라 저항의 상품화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사실이야 어떻든 이 앨범으로 인해 언더그라운드 후배들의 지지를 얻으며 입성한 마스터플랜 공연부터 자연스럽게 언더씬의 조류에 올라타고 당시 힙합아티스트로서 대부로의 위치까지 격상되었던 것은 이 앨범이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힙합씬 내에서도 결코 적지 않은 파급력을 남겼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청년정신과 저항의 코드로 힙합이 부각되고 있던 시점에서 대중가요로 탑에 서있던 가수가 스스로 마이너의 음악세계로 걸어 들어와 관객이 20명 남짓한 지하공연장의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들과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교류했던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TV에선 런투유를 불렀지만 타이틀곡 뒤에 숨겨났던 수록곡들의 파격성만큼 무대 뒤에서 새로운 무브먼트를 만드려한 시도는 분명 재평가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13. 유엠씨 - 슈비두비둡둡 (2001)
힙합이 한국에 토착화 되는 일련의 과정속에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화두를 던지면서 씬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에도 그가 남긴 문화유산이 현재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하나의 증명을 위해 다양성을 배척해야했던 당시 씬의 분위기는 분명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있다. 일종의 편가르기식으로 라임논쟁이 빠르게 종결된 후 다른 한편으론 플레이어들이 문학성에 관한 고민을 덜할수 있는 풍조가 만들어 지고 현재 랩에서 문학성이 일정부분 거세되는 결과로 나타난건 흑백으로 나눠 극렬하게 대립했던 라임논쟁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2000년 초반 밀림을 통해 발표한 이곡은 일그러진 힙합씬의 단면을 특유의 익살 넘치는 문체와 힙합에 대한 다양한 풍자적 요소를 통해 담아내며 씬에 많은 담론을 양산해 냈다. 동음반복, . 음절수의 규칙적 반복, 동일한 유성음의 사용, 3/3/4조의 형식등 리듬체계는 언어의 특수성에 따라 달라질수 있지만 작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문장의 특수한 구성이나 작가라면 반드시 염두에 두었을 문체, 고유한 서사나 개성적인 어휘의 사용 등 우리가 흔히 ‘문학성’이라 부르는 요소들이야 말로 작가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할 핵심이라는 것을 유엠씨는 말하고 있다. 비록 라이밍을 최소화해 다이내믹한 리듬에 손실은 있지만 그와 다르게 언어 자체의 고유의 리듬을 극대화하면서 당대 가장 유니크한 리듬을 만들어낸 것이나 가사내용과 서사를 통해 작가의 사상을 드러내는 것과 또 다른 접근 방식으로 문체 그자체가 "인격과 품위의 가장 솔직한 구현물"로서 승화될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것은 하나의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비록 라임방법론이 대세를 이루고 다양한 세대에 걸쳐 계승,발전한 것에 비해 유엠씨의 방법론은 명맥이 끊겨 더 이상의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단순히 각운을 위해 어법이 뒤틀리고 문장 구조가 어색해지는 것을 시적허용이라 자위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유엠씨의 문제제기는 20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14. 버벌진트- Do What I Do (2004)
한국힙합에서 사실상 게임체인저로 인정될 아티스트는 단 두명. 덧붙혀 기존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정도로 혁신적인 무언가를 제시해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꾼 사건을 포함하면 한국힙합의 판도는 대략 세번정도의 변화를 겪었다고 본다. 바로 90년대 초반 한국대중가요시장에서 힙합의 형태를 처음 빚어낸 듀스와 2000년 초반 새로운 랩패러다임을 제시해 사실상 뉴스쿨의 전기를 마련한 버벌진트. 그리고 힙합시장의 산업구조를 바꾼 쇼미더머니가 그 주인공들이다. 흐름을 더욱 디테일하게 세분화해 JK, 스윙스, 일리네어등 여러 힙합아티스트들을 게임체인저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유행을 선도해 음악적 흐름을 이끈것을 넘어 조금 더 큰 틀에서 소위 천재성을 발휘해 탈시대적인 음악적 성과를 거둔것은 이 두 아티스트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듀스는 90년대 이후 대중음악 시장에서 통용될 다양한 리듬소스와 미디작법등으로 완성형 레코딩사운드를 정립했고 2000년 초반까지 주를 이루던 랩작법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면서 사실상 한국 흑인음악 장르를 통틀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Force Deux"를 남겼다. 버벌진트는 노자와 모던라임즈를 통한 고차원적인 랩방법론으로 듀스가 정립했던 작법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던 씬의 수준을 처음으로 전복시키고 한국힙합의 판을 새로 짜버렸다. 이후 오버클래스라는 작가주의집단을 통해 힙합음악에 대한 저변을 넓혔으며 지진아 사냥을 통해 창작자이자 심판자로서 리스너와 평단의 수준까지 제단했다. 미디어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인디적 감성으로 상업적 성공까지 이뤄냈으니 버벌진트가 한국힙합에서 보여준 일련의 성과는 한국힙합의 발전과정과 정확히 그 궤를 같이한다. 한마디로 10년동안 국힙을 멱살잡고 끌고 온 것이다. 2004년 발표한 "Do What I Do"는 그의 업적중 가장 핵심이라 할수있는 랩작법에 대한 혁신을 마무리 짓는 성격의 곡이다. 같은 해에 발표된 피타입의 '돈키호테'와 더불어 한국어랩의 완성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으며 극도로 타악화된 돈키호테와 대조를 이루는 현악적 플로우로 현대랩의 표본과 같은 모델을 제시했다. 2001년 모던라임즈로 시작된 랩방법론의 혁신은 2004년 'Do What I Do'를 통해 마무리되었고 그렇게 한국힙합은 또 한번 상향평준화를 이루게 되었다.
15. 데드피 - Undisputed (2004)
한국힙합의 성지 마스터플랜이 생명력을 다한 후 다양한 2세대 레이블이 등장하며 씬이 재편되던 시절 어느 신예랩퍼가 발표한 단 한장의 앨범은 빅딜레코즈라는 신생레이블을 순식간에 언더그라운드의 간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국의 일매틱이라 불릴정도로 힙합의 로우한 정수를 담아낸 이 앨범은 한국힙합의 골든에라라 불리는 2004년에 발표된 앨범중에서도 압도적인 무게감을 보여주며 붐뱁 최고의 앨범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데드피의 데뷔앨범이였던 'Undisputed'는 그만큼 센세이셔널한 음반이였다. 사실 이 앨범이 발표된 2004년은 동부스타일의 하드코어붐뱁이 전성기 였던 시절이였다. 재유가 프로듀싱한 가리온의 앨범, 킵루츠와 합작한 피타입의 헤비베이스등이 세상에 나왔지만 'Undisputed'는 기존 한국힙합에서 보여주던 붐뱁과는 사운드의 결이 조금 달랐다. 정적인 비트가 대세를 이루던 시기에 비트감이 훨씬 역동적이고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는데 그 중심에는 랍티미스트라는 신예 비트메이커가 있었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다이나믹한 샘플컷팅 감각을 비롯해 보이스샘플을 활용한 스크래치등을 활용해 빡세게 리듬을 배열하는 능력은 투박하지만 역동적인 드럼사운드와 더해져 엄청난 청각적 임팩트를 전해 줬다. 그 위에 완전히 날것의 느낌을 주는 데드피의 톤과 날카로운 랩스킬은 랍티미스트의 사운드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며 한국에서 보여줄수 있는 하드코어힙합의 극점을 보여주었다.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철학과 자부심을 토대로 앨범의 서사를 완성해간 가사 역시 데드피와 랍티미스트가 추구하는 음악적 철학과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언더그라운드의 경계가 모호해졌지만 언더그라운드의 제왕이라는 스웩가사를 배틀이라는 가상의 스토리를 통해 몰입감있게 풀어내는 이곡의 가사는 힙합음악의 마초성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제 한국 힙합씬에는 프로와 아마추어만 있을뿐 언더와 오버의 개념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데드피의 "Undisputed"는 앞으로 한국 언더그라운드힙합을 설명할수 있는 교과서 같은 음반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16. 버벌진트 - 투올더힙합키즈 투 (2007)
90년대 후반 PC통신을 기점으로 언더그라운드가 태동하고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힙합이 생각하는 명반의 척도는 단 한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공장삘 묵직한 비트와 프리모식 컷앤페이스트 작법. 그리고 무의식에 관한 진지한 가사까지 이 고전적인 레퍼토리는 국내힙합씬에서 자칭 수많은 명반을 만들어 냈고 그런 관습적인 음악태도로 무장했던 뮤지션들은 언더씬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음악적 영역은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할수 없는 성역과도 같았다. 비슷한 프로듀서진에 비슷한 피쳐링진으로 정작 앨범의 주체는 지워지고 일관된 스타일만 남는 획일화된 음악관. 90년대 골든에라에 갇혀 언더의 실험성과 전위성을 잃어 버린 음악적 태도는 정통성이란 단어 하나로 아무렇지 않게 정당화 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원할꺼 같았던 그 성역은 의외로 오래가지 못했다. 2007년 11월 27일 버벌진트의 첫 정규앨범 "무명"이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무명 발매를 기준으로 음악에 대한 리스너들의 사고(思考)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명이라는 앨범이 명반이니 아니니 하는 어떤 소모적인 논쟁을 떠나서 한국힙합씬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 다시말해 힙합의 한 조류로서 앱스트랙 사운드를 활용해 한국힙합의 스펙트럼을 확장 시켰다는 것과 그 스타일을 한국힙합씬의 새로운 화두로 던져놓았다는 것이 무명이 가지는 가장 큰 성과였다는 것이다. 투올더힙합키즈 투는 기존 한국 힙합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공간감과 사운드를 제공했고 버벌진트는 지진아사냥이라는 앨범컨셉을 통해 그것을 리스너들에게 강제 주입 시켰다. 이 시기부터 빅딜로 대표되던 하드코어한 힙합뮤지션들은 하락세를 걷기 시작하고 오버클래스나 살롱처럼 실험적이고 작가주의적인 아티스트가 씬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새로운 씬의 흐름이 이 곡의 영향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7. 오케이션 - 소문내(2012)
바야흐로 트랩의 시대다. 느린 bpm과 대비해 매우 빠르게 리듬을 쪼개는 하이햇, 어택이 빠르고 짧은 킥과 초저음의 서브베이스의 조합으로 흔히 말하는 808베이스가 주가 되는 이 음악은 2000년 이후 빠르게 진화하던 남부힙합의 최신 트랜드를 반영하는 사운드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크렁크나 더리사우스등 하드했던 신스의 사용이나 리듬의 밀도는 줄어들고 미니멀한 공간감이나 릴렉스한 리듬으로 추세가 돌아서며 더욱 다양한 스타일의 트랩뮤직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도끼나 크라운제이가 서던랩을 하던 시기부터 맥을 이어오던 사우스음악은 트랩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한 후 주류를 휩쓸고 있는건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일리네어의 연결고리와 쇼미더머니의 광풍으로 트랩은 메인차트에서도 성공할수 있는 트랜디한 장르가 되었다. 하지만 트랩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대표할수 있을만한 국내앨범은 이미 그 이전에 나와 있었다. 2012년 쇼미더머니가 처음 런칭되고 큰 반향없이 방송이 끝난 후 발매된 오케이션의 탑승수속은 시대성,유니크함,완성도등 트랩명반의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 앨범중에서도 최고의 백미는 '소문내'이다. 트랩 프로덕션위에 올려진 애론네빌의 소울샘플링이 주는 무드는 완벽함 그 자체였다. 유니크한 톤으로 심지어 타이트하게 내뱉는 오케이션 랩과 빈티지한 트랩비트의 조화 역시 완벽했다. 트랩에서 흔히들 쓰는 투터운 신스음이나 벨,스트링사운드를 배제하고 절묘하게 커팅된 샘플소스로 이를 대체한 시도가 주효했고 돕한 랩스타일을 추구하는 오케이션의 이러한 시도가 장르의 범람안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획득할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탑승수속부터 이후 코홀트와 하이라이트으로 이어지는 오케이션의 디스코그래피를 보면 "지금 국힙래퍼 80%는 오케이션 아들"이라는 이센스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걸 알수있다. 그만큼 수많은 트랩키즈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랩하는 방식이나 음악스타일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트랜드를 모방하는것을 넘어 자신만의 무드를 이끌어 나가는것. 발표된지 7년이 됐고 그 사이 수많은 트랩음악이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이곡만큼 유니크한 곡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18. 비프리 - 불타(On Fire) (2014)
하와이 출신의 랩퍼 비프리는 언제나 한국힙합의 트러블메이커였지만 수많은 논란을 잠재우고도 남을만큼 뛰어난 음악적 재능 또한 동시에 선보여왔다. 비프리는 사실 랩퍼로서 뛰어난 랩테크니션도 깊은 리릭시스트도 아니였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에 공감을 하고 일정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해주는건 프로듀서로의 뛰어난 음악적 균형감각과 힙합아티스트로서 타협이 없는 음악적 곤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그러한 부분이 그를 논란의 중심으로 몰곤 하지만 어찌됐건 그러한 성향이 그의 랩커리어를 지탱해주는 뿌리라는건 부정하기 힘들다. 2014년 발표된 정규앨범 'Korean Dream'은 비프리라는 아티스트의 자아를 찾아가는 투쟁의 이야기이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명의 청년으로서 보편적인 성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앨범의 대표트랙이라 할수 있는 '불타(On Fire)'는 이러한 서사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곡이며 비프리의 악마적 재능이 콕재즈라는 세션에 능한 프로듀서를 만났을때 일어나는 폭발적인 화학작용을 가장 잘 보여준 결과물이였다. 드럼과 기타솔로 부분을 제외하고는 12비트로 반복되는 A.기타 스트로크가 전체적인 곡의 리듬을 주도하고 있는데 반복되는 루프로 힙합 특유의 그루브를 만들어 내는 보편적인 구성을 벗어나 밴드스케일에 가까운 드럼비트와 하드록을 연상케 하는 일렉기타 솔로파트로 굉장히 능숙하게 곡의 감정선을 절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 위를 수놓은 비프리의 랩은 비록 테크니컬하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교포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레이백한 리듬감각과 칠하게 깔리는 보이스톤만으로 특유의 청각적 쾌감을 전달한다. 또한 악기간 상호마스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날로그 질감의 악기 음색 및 주파수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음향분배로 비약적인 음장감을 표현해 내고 있는 음향 프로세싱도 눈여겨 볼만하다. 밴드스케일을 밀도있게 표현하기 위해 개별적인 모노사운드를 스테레오로 믹싱하는 과정에서 채널간의 음지연이나 세기를 조절하면서 소리의 질감 뿐만 아니라 방향감, 공간감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쓴 레코딩사운드는 이 곡이 2010년대 대중음악을 통틀어 조형적으로 가장 높은 음악적 수준에 도달한 곡 중 하나였다는걸 증명하고 있다.
18. 차붐 - 안산 느와르 (2014)
힙합은 타 장르음악에 비해 지역적 색채가 강하게 적용된다. 애초에 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장르였으니 이른바 스트릿과 게토는 힙합의 문화적 서사를 완성시켜주는 원천이나 다름 없었다. 국내힙합에서도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을 사랑하고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표출한 경우는 간간히 있어 왔다. 하지만 차붐은 그것을 넘어 자신의 음악서사에 안산이라는 지역적 정체성을 완전히 일치화 시키면서 일종의 내러티브의 모티브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탄생한 안산느와르는 작게는 차붐이 걸어온 하류인생을 크게는 사회소수자 혹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거대한 담론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내가 좃만했을때"로 시작해 "내가 좃같았을때" 그리고 "내가 좃됐을때"로 마무리되는 일련의 과정은 비단 안산양아치의 인생에만 국한된다고 말할수 없다. 어쩌면 차붐은 성공이라는 꿈을 동등하게 가지고 태어난 한명의 인간으로서 결국 올라갈수 없는 사회적 계층을 안산느와르라는 한편의 드라마를 통해 마이너리티한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유사한 감정을 전달해주고 싶은 것이 였을지도 모른다. 주류사회로 올라가지 못한 자신은 결국 짱꼴라,짱깨,조선족,사할린,고려인등 우리가 흔히 비주류 혹은 소수자로 나눠났던 부류와 다르지 않으며 그것이 자신의 이름 안산이라고 말하며 곡을 마무리하는 부분은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차붐은 안산양아치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캐릭터를 투영시켜 다양한 주제를 건드리기도 때론 몰입감있는 스토리를 생산해내면서 마약과 폭력 그리고 범죄로 부터 벗어날수 없는 빈민가의 현실등 어쩌면 문화적 차이로 우리가 접근하지 못했던 힙합의 가장 솔직한 속성을 한국정서에 맞는 한국식 갱스터랩으로 완성해 냈다. 차붐은 현 힙합씬에서 가장 뛰어난 리릭시스트 중 한명이며 지역특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만큼 짜임새있는 서사적 구조와 리얼리티한 문체를 보여줬다는건 리릭시스트로서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다는걸 뜻한다. 내는 작품마다 평단의 호평을 받을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작가적 정체성의 확립에 있었다는 것이다.
20. 씨잼 - 신기루 (2015)
2015년에 발표된 '신기루'는 래퍼를 꿈꾸던 시절에 가지고 있던 힙합씬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환상이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굴절되는지 내부자로서 마주했던 현실과의 괴리감을 적나라한 가사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자신이 동경했던 래퍼들의 이중적인 태도부터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힌 씬에 대한 실망감. 쇼미더머니가 흥행함에 따라 나눠진 힙합씬안 계층의 양극화. 혹은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한국힙합씬에 팽배해졌던 권위주의와 스스로가 기득권이 되고 관료화가 되려는 예술의 정치화등 씬에 내제되어 있던 인맥힙합, 아이돌화, 집단주의 같이 씨잼이 래퍼로서 느끼기에 멋있지 않다고 생각한 한국힙합 일련의 사건을 실명을 거론하며 다루고 있다. 동경하던 래퍼의 곡에 피처링을 해도 더이상 자랑하지 않을 위치에 올라왔고 조던신발도 사치라 생각했던 자신이 에르메스도 크게 감흥이 없을 만큼 성공을 거뒀지만 자신이 애초에 동경했던 힙합씬의 멋과 낭만은 신기루처럼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이곡을 통해 자조하고 있는 것이다. '신기루'는 무료로 다운받은 작자미상의 비트를 사용했을 정도로 곡의 제작과정에서 부터 즉흥성을 띄고 있다. 그러한 곡의 성향상 음악적 완성도보단 씨잼이 가슴속에 담아뒀던 생각과 그것을 분출하는 랩퍼포먼스에 곡의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즉흥성이나 가십성 가사를 소비 하는걸 넘어 현재 이곡은 씨잼을 대표하는 인생곡이 되었고 대중들에게 한국힙합 명곡중 하나로 평가받는건 결국 이 곡자체가 가진 음악적 힘이 있었다는걸 반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플로우와 스킬을 구사하던 씨잼의 랩퍼포먼스는 시종일관 뛰어난 몰입도를 선사하고 있으며 단순한 루틴을 반복하면서 청자에게 강한 각인효과를 주는 피아노루프는 씨잼의 랩을 더욱 극적으로 포장해주었다. 이제 신기루는 "시파# 시파# 시솔시솔"로 시작되는 첫 피아노 루프만으로도 청중을 열광 시킬수 있는 한국힙합의 대표 킬링트랙이 되었다. 그의 가사는 다양한 상황에 인용, 재생산되면서 여전히 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퇴폐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는 이미 2000만뷰를 넘어섰다. 최근 발표한 "킁"이 명반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신기루"는 여전히 씨잼의 대표곡 중 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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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듀스 - 떠나버려 (1994)
이 곡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이다. 커뮤니티를 보면 가끔씩 힙합입문곡에 대한 글들을 보곤 하는데 나에게 이 질문을 해본다면 내 인생의 힙합 입문곡은 바로 듀스의 '떠나버려'였다. 이전부터 흑인음악을 좋아했던 사촌형의 영향으로 바비브라운이나 가이, 국내의 현진영, 서태지, 듀스에 이르기까지 흑인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그러던 중 언젠가 친구집에 놀러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친구가 죽이는 노래 있다며 카세트로 이곡을 틀어 줬던 그 순간.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순간이 바로 본격적으로 힙합에 빠지게 된 순간이였다. 음악이 나오고 옆에서 친구가 그 랩을 끝까지 따라 부르는데 친구의 랩은 내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음악이 플레이 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너무 큰 음악적 충격에 그냥 머릿속이 하얘졌기 때문이다. 130bpm에 육박하는 엄청난 속도감에 신선함 그자체였던 테크노사운드를 결합한 힙합비트. 그위에 얹어진 말도 안되는 한국어랩까지 이전에 내가 알고 듣던 국내 랩음악과는 차원이 다른 쾌감을 전해 주었다. 필자가 느끼기에 리듬체계가 제대로 짜여진 최초의 한국어랩이였던 것이다. 90년 후반까지는 사실상 흑인음악씬이 존재하지 않았고 힙합엘이같은 매니아들이 공유할 커뮤니티가 없었기 때문에 핫한 음악에 대한 공론화가 불가능했다. 그냥 개인적인 감상에서 더이상 공론화되지 못하고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하지만 당시 힙합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곡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꺼라 장담한다. "친구들을 불러 놓고/ 앞에 앉혀 놓고/ 묻기도/ 했어/ 울기도/ 했어/ 또 남앞에선 태연한척 웃기도/ 했어/ 저리)비켜/ 저리)치워/ 집어/치워/ 나는 지워/ 버릴)거야 너의 기억/을" 1세대 라임의 선구자였던 김진표조차 듀스 음악을 들으면서 한국어 라임을 인지했을 정도니 이러한 가사는 당대 충격적인 라인이였다. 다만 당시엔 이 라인을 인지할수 있던 식견조차 한국에는 없었기에 듀스가 해체한 후 라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부터 듀스음악이 재해석 그리고 재평가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진중한 고찰속에도 대중적인 코드 또한 놓치지 않았으니 확실히 천부적인 감각이라는 말외에는 다른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22. 드렁큰타이거 - Good Life (2001)
드렁큰타이거는 한국힙합에서 이룬 업적에 대한 찬사와 별개로 리스너들과 평단에선 항상 음악적 평가가 엇갈렸었다. 드렁큰타이거가 보여주는 랩퍼포먼스는 언제나 탑클래스였지만 한국어가 서툴러 김진표나 씨비메스가 대필을 해준다던가 샘플을 다루고 사운드를 운용하는 감각이나 앨범에서 보여주는 주제의식과 스타일링이 수준이하 일때도 있었던 것이다. 필자 역시 당시에는 드렁큰타이거에 항상 비판적이였고 그들의 명성에 비해 음악적 수준은 처참하다고 리뷰를 할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작가정신이 깃들기 시작한 6집을 지나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적 완결성을 볼수있는 명작 7집에서야 비로소 그의 음악적 진면목을 볼수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리스트를 작성하며 선정된 곡은 결국 음악적으로 정제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1집과 3집에 수록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와 "Good Life"였다. 음악은 결코 수학이 아니며 그 이상의 시대정신을 담고있는 예술이라는걸 드렁큰타이거를 되새기며 깨닫게 된다. 그런점에서 "Good Life"가 담보하는 시대정신은 명확하다. 90년대 초반 현진영, 서태지, 듀스가 랩과 힙합사운드, 브레이크댄스를 도입해 가요에 접목하고 전례없던 메가히트를 거두며 가요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렸지만 어쩌면 그러한 폭발적인 대중적 성과가 오히려 힙합을 근 20년 가까이 마이너한 음악으로 가두고 있었던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향후 한국힙합의 20년은 90년대 초반 그들이 만들어놓은 뉴잭스윙이라는 형태에 익숙한 대중들의 인식과 오해를 바꿔야하는 고행의 시간이였다. 물론 음악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그 성과들이 후대 힙합을 비롯한 가요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지만 대중적인 혹은 상업적인 부분에서 오리지널리티한 힙합이 주류로 올라가는데 일정부분 걸림돌이 된것도 사실이였다. 그런 점에서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드렁큰타이거는 또 한명의 선구자였다. 만약 드렁큰타이거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로 힙합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았다면 만약 'Good Life'라는 힙합곡으로 메이저차트을 석권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힙합에서의 고난의 시기는 10년. 아니 그 이상 늘어 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3. DJ SON - Dky (2005)
턴테이블의 스크래칭사운드부터 Needle Drop 기술을 창시한 "그랜드위저드 테오도르(Grandwizard Theodore)"와 믹서의 효용성을 극대화시킨 "그랜드마스터 플래시(Grandmaster Flash)"로 부터 시작된 턴테이블리즘은 후대 DJ들에 의해 계승 발전되면서 독자적인 루틴과 다양한 테크닉을 통해 턴테이블리즘의 영역을 확대해왔다. 이렇게 발전하던 턴테이블리즘의 새로운 음악사조는 90년대 초부터 나타난 매시브어택을 위시한 브리스톨 사운드나 DJ쉐도우를 중심으로 한 모웩스 음악을 하나의 조류로 분류하면서 평론가들은 이러한 부류를 앱스트랙트 힙합(Abstract HipHop) 또는 앰비언트 힙합(Ambient HipHop) 이후엔 트립합(Trip-Hop)이란 명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디제이손은 DMC, ITF, 스크리블 잼 호주 배틀 챔피언등 다양한 수상업적을 쌓은 한국 최고의 배틀DJ이자 앱스트랙트를 지향하는 힙합프로듀서로서 국내 턴테이블리즘 혹은 트립합장르에서 작가의식을 가지고 독자적인 음악 어법을 체계화한 대표적인 아티스트였다. 그의 대표곡 'DKY'는 일관되게 채색된 차가운 톤의 색감을 바탕으로 심장을 자극하는 공격적인 드럼비트에 입혀진 lp의 노이즈와 금속성 강한 사운드가 더해지며 앱스트랙트 힙합의 묘미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는 한국에서 상당부분 고착화 되었던 힙합계열 사운드에 테크노적인 기계요소가 첨가된것 이기에 더욱 더 의미심장한 작업결과라 할수 있다. 다양한 드럼 비트를 인더스트리얼 계통의 특징에 따라 금속성강한 사운드와 샘플링으로 버무리면서 2000년대 중반 가장 실험적인 사운드를 표방했다. 이 곡은 DJ SON의 프로덕션만큼 피쳐링한 MC메타의 랩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음산하면서 몽환적인 비트위에 완벽히 톤을 정제시키고 기괴하면서도 서스펜스가 잘 배합된 랩플로우를 보여준 MC메타의 랩은 DJ SON의 빈틈없는 음악작법의 구조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됐다. 무의식에 관한 난해한 가사와 호러한 분위기의 랩톤은 당시로선 상당히 충격적인 랩의 형태였으며 이후 우주선, XXX로 이어지는 익스페리멘탈 음악의 효시로서 실험적인 프로덕션과 랩이 하이브리드되는 음악계열에서 상당히 선구적인 선례를 남겼다.
24. 이그니토 - Extermination (2007)
이그니토의 데뷔앨범은 탄탄하고 견고한 예술적 조형미를 바탕으로 힙합 리리시즘의 새로운 미적 가치를 보여줬다. 그는 가사를 통해 중세적인 이미지와 초현실주의적 가사를 통해 폭력과 파괴의 판타지를 그려내고 일종의 대서사시를 완성해 나갔다. 영화의 한장면을 보듯 시각적 심상을 자극하는 그의 가사는 형식적으로 치밀하게 쌓아올린 고딕적인 단어의 향연이다. 또한 관념적이고 도덕적인 파괴를 통해 욕망과 결핍의 시선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를 사냥하고 소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저음이지만 명료도가 뛰어난 발성과 톤을 바탕으로 음고의 변화없이 일정한 세기로 랩을 내뱉지만 완벽한 정박의 라임체계와 혀를 두드리며 발음하는 모음이나 강렬한 파열음을 보이는 무성음을 통해 마치 텅스위팅이 느껴지는 탄력적인 랩을 보여 주면서 저음래퍼가 통상적으로 보여주던 사운드의 루즈함을 완전히 탈피한 것도 이그니토의 작가주의적 음악에 집중할수 있게 만들었던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고딕적인 단어들을 소재로 하나 하나 쌓아올리는 건축적인 작사방법도 센세이셔널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충격적으로 다가온건 일말의 흐트러짐도 없는 이그니토만의 독보적인 랩플로우 였다는 것이다. 마치 기계처럼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리듬체계에서 나오는 청각적 쾌감은 이전 한국어랩에서 느껴보지 못한 쾌감이였다. 그와 더불어 음악적 감각이 절정에 달해있던 랍티미스트의 음향적 연출은 이그니토의 음악스타일을 완성 시키는데 큰 역활을 했다. 여전히 타이트한 스크래치 리듬과 투박하지만 뚝심이 느껴지는 드럼사운드는 데드피의 "Undisputed"의 연장선상에 있는듯 하지만 전쟁을 선포하듯 웅장한 브라스와 칠하게 깔리는 금속적인 사운드로 아포칼립스한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체화시키면서 "Undisputed" 때와는 또 다른 서스펜스한 힙합스타일을 보여 주었다. 컨셉적인 앨범의 서사나 사운드 그리고 하드코어힙합의 명맥을 잇는 음악적 가치까지 이그니토의 "Extermination"는 한국힙합이 낳은 작가적 탐구심과 독창성의 표출이였다.
25. 스윙스 - Punch Line 놀이 (2008)
드렁큰타이거가 등장한 이후로 한국에서 힙합이 음악의 카테고리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서 소비가 될때 스윙스는 힙합이라는 문화의 근본적인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한 뮤지션이였다. 가사의 메세지보다 흑인들의 유희적 언어습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언어를 가지고 노는 행위자체가 목적이 되는 가사를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공식화 시키기도 했으며 King이라는 단어를 통해 힙합의 핵심코드인 스웩을 가사에 적극적으로 담아내면서 래퍼 스윙스로써의 가치를 꾸준히 설파했다. 경쟁을 두려워 하지않고 쇼미더머니2에 참가자로 지원해 한국힙합의 산업구조를 바꾸는데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으며 한국 특유의 유교문화의 굴레를 벗어나 누구와도 수평적 관계에서 디스와 리스펙트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힙합을 소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줬다. 특히 커리어 초기 스윙스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던 Upgrade EP 앨범과 그 앨범에 수록된 'Punch Line 놀이'는 한국힙합씬에 스윙스가 추구하던 음악적 방향을 가장 축약적으로 보여준 작업물들이였다. 사실 스윙스 이전에도 펀치라인이라는 말은 많이 썼지만 대부분 은유적인 혹은 시적인 표현으로 그 의미가 상당히 축소되어 있었다. 하지만 스윙스는 랩에서 펀치라인은 단순히 딥한 의미가 내포된 구절을 뜻하는게 아니라 언어로 만들어내는 워드플레이 그 자체를 의미하는 일종의 개념의 전환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punch보다 pun에 초점이 맞춰져 동음이의어, 다의어를 이용한 중의적 표현이나 처럼, like등의 수사를 이용한 직유법등 때론 영어식 표현을 위해 과감하게 문장을 도치시키며 다양한 언어적 유희를 만들어 냈으니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향후 한국어 랩작법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는건 부정하기 힘들다. 한국힙합에 기여한 영향력에 비해 음악적으로 완결된 작품을 내지 못한 것에 아쉽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 명반이란 음악적 완결성 보다 시대성과 후대에 미칠 장르사적 영향력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이 앨범은 한국힙합 명반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26. 산이 - Rap Genius (2009)
한국힙합 역사상 이만큼 충격적인 재능이 있었던가? 산이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때 머리속에 든 생각은 그냥 "미친새끼"였다. 처음 들어보는 플로우, 처음 보는 라이밍, 처음 보는 펀치라인구조, 처음 보는 문체. 정말 "미친 재능이 나왔구나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가사에 상투적인 표현은 찾아볼수 없었고 사운드적으로 다양하고 기발한 시도를 꾸준히 보여주면서 인맥 하나없이 언더그라운드 최고의 크루였던 오버클래스와 메이저 3대기획사중 하나인 JYP에 동반입단하는 센세이셔널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1년뒤 프로뮤지션으로서 첫 솔로곡이였던 "Rap Genius"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힙합곡에 선정되기까지 했으니 이때까지의 행보는 루키로써 한국힙합 역사상 전무후무한 발자취였다. "Rap Genius"의 음악적 성공은 데뷔때부터 긴밀한 음악적 교류를 하던 제피의 실험적인 프로덕션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 서던힙합비트에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잘 버무린 제피의 프로덕션은 신디사이저의 음색으로 이루어진 리드라인의 강조와 다양한 음향편집이 주가 되어 일렉트로닉 음악의 반복패턴을 힙합비트안에서 다양화 시켰다. 선율이나 화성보다는 인더스트리얼 소스로 만들어 내는 사운드콜라쥬의 향연이라고 할수 있으며 제피가 깔아놓은 일렉트로닉한 비트위에 뛰어 노는 산이의 랩은 당시 가장 독창적인 힙합음악을 대변했다. 이후 메이저에서 발표된 정규앨범을 시작으로 완전히 상업적인 노선을 걸으면서 사실상 데뷔곡이였던 이 곡이 산이의 실험정신이 살아있던 마지막 곡이 되어 버렸다는건 참 웃픈 현실이다. 간간히 "인터뷰"나 "Real Talk"같은 곡에서 클래스를 보여주기도 했고 "맛좋은 산"때만 해도 평단의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로덕션을 제외하곤 산이 특유의 괴짜 플로우와 가사센스가 잘 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얘기" 역시 나름 잘 짜여진 대중적인 훅과 산이만의 화법이 살아있었다고 느꼈지만 여기까지였다. "한여름밤의 꿀"을 기점으로 되돌아 올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고 더이상 산이의 음악에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한국힙합 역사상 이만큼 충격적인 재능이 있었던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산이는 분명 역대 최고의 재능이였다.
27. 화지 - 못된 년 (2014)
리드머에서 발표한 "2010년대 한국힙합 앨범 베스트 10"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화지의 'EAT'는 리드머와 인플래닛의 유착의혹이 제기되며 이 앨범이 가지는 의미가 일정부분 퇴색되어 버렸다. 하지만 랩의 리듬체계와 가사의 완성도의 합에서 어쩌면 한국힙합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되어지는 'EAT'는 그러한 논란따위로 쉬이 넘길 앨범은 분명 아니였다. 개인적으로 화지의 첫정규앨범 'EAT'는 2010년대 가장 완벽한 힙합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시대는 트랩과 이모. 글리치한 힙합음악이 대세였고 작가주의라는 것이 이 시대가 원하는 가치는 분명 아니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트랩의 범람속에서 가장 빛난건 모던 아프리칸의 삶을 얘기한 켄드릭라마였으며 상업적인 성공과 별개로 그가 이룬 음악적 성취는 눈부실 정도였다. 주류로 부상한 힙합은 이미 자본과 성공만을 찬양하는 신자유주의의 찬가로 변했고 그것이 트랜드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며 쿨함을 유지하는 비결쯤으로 인식되고 있었지만 한국과 미국에선 소위 꼰대라 치부될수 있는 리릭시스트가 오히려 힙합의 예술적 가치를 잡아내며 2010년대 가장 위대한 음반을 만들어 냈다는건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지점이다. 앨범의 가사는 자신의 가치상실에 따른 소외부터 크게는 부적응을 유발하는 현대사회로 부터의 소외까지 그의 염세관에 따른 사고는 작품에 있어 하나의 영감으로 하나의 소재로 새롭게 탄생되고 있다. 그안에서 쾌락을 탐닉하는 히피의 정서는 앨범 전반에 진하게 투영되어 자본주의사회가 강요하는 고리타분한 정의마저 초월해버린다. '집에서 따라하지마'로 시작해 '젊은데'를 거쳐 'Bobby James Bomb'으로 마무리 될때까지 이러한 정서는 꾸준히 유지되며 하나의 앨범으로 서사의 맥락을 갖게 된다. 사실상 이 앨범에서 베스트트랙을 선정하는건 불가능하다. 그루브와 바운스를 완벽히 이해한 리듬체계와 그에 따른 정밀하게 가공된 텍스트와의 조화. 그리고 유니크한 훅메이킹이 거의 모든곡에서 꾸준히 유지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EAT가 음악적 측면에서 2010년대 가장 높은 수준의 결과물이라는것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아쉬운건 지금 현재까지도 이 앨범은 과소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28. 저스디스 - 씹새끼(Motherfucker Pt.2) (2016)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유년기에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성이 오히려 ‘잘나가는’ 혹은 ‘멋있는’등의 수사로 포장되어 지곤 한다. 이곡은 폭력을 통해 느끼는 상대적 우월감을 철저하게 가해자적 관점에서 풀어내면서 한동안 많은 논란이 되었다. 앨범구성 상 앞뒤에 배치된 두개의 홈스킷은 논리적 패턴을 통해 작품 속에서 질서를 갖추게 되는 플롯역할을 하게 되는데 최면치료를 통해 가장 어두운 과거로 돌아가는 구성은 자신의 과거를 한치의 거짓없이 적나라하게 고발할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다.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일종의 자기검열은 사회구성원이라면 의식적으로 할수 밖에 없다. 저스디스는 그러한 사회적 자기검열을 최면이라는 무의식의 세계를 통해 완전히 타파해버렸다. 비로서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저스디스는 믿을수 없을만큼 리얼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고 직관적인 문체와 원초적인 랩을 통해 청자에게 자신의 과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여기서 부터는 이 곡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톤이 주는 섬세한 표정 변화를 통해 자신이 느끼는 긴장감과 분노 그리고 트라우마속으로 청자들을 함께 데려간다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다. 마치 연기파배우의 메쏘드연기를 보듯 뛰어난 몰입감을 주는건 다양한 음향적 장치안에서 구현되는 묵직한 비주얼라이징의 힘이다. 인트로에서 들리는 천둥번개가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속성이라고 한다면 악마가 두려움을 다 가져간 이후 아웃트로의 오토바이 배기음은 폭주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 폭력적 인격은 결국 대형사고라는 컨셉아래 죽음으로 귀결되지만 이곡 어디에도 폭력에 대한 반성이나 교훈적 메세지를 찾아볼수 없는건 이곡은 애초에 현재의 저스디스가 회고하는 어린시절이 아닌 철저하게 씹새끼라고 표현되는 당시 인격에 입각해서 풀어낸 서사적 기록이기 때문이다. 씹새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곡이 말하려는 메세지는 이미 앨범전체로 확장되어 더이상 이곡 자체에 완결된 메세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곡은 결국 씹새끼라는 자학적 표현만 남아있을 뿐이다. 현대예술은 세간의 통념과는 달리 '아름다움'을 구현하는데만 몰두하지 않는다. 이상향을 보여주는 것이 예술가의 의무는 아니며 모든 예술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주장은 아티스트에게 불필요한 족쇄를 씌우는 것과 같다. 저스디스는 단지 예술을 했을뿐이다. 비윤리적인 소재로 논란이 됐지만 씹새끼라는 자학적 표현이 곧 그의 예술적 가치를 대변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29. XXX - 승무원(2016)
퓨처소울, 칠웨이브, 드럼스텝등 유사 EDM사운드가 득세하는 현대음악에선 음향적 질감의 변화나 공간감을 통해 작품성의 기본 원리가 구현되는 경우가 많다. 김심야와 프랭크가 결성한 힙합그룹 XXX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음악은 일반적인 리듬패턴에 위반되는 탈규칙적인 전자악기 배열로 기괴한 느낌을 만들어 내거나 때론 두가지 샘플선율이 두가지의 코드에 맞물리며 주화음에서 많이 벗어난 패턴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끊임없는 변주와 불협으로 규칙과 탈규칙의 경계를 넘나 들어야 하기 때문에 보컬은 때론 그러한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설득력을 얻는데 있어 방해가 되는 존재로 전락 하기도 한다. 목적성이 불분명한 추상적이고 복잡한 사운드텍스처도 그렇지만 드럼부터 샘플소스까지 거의 모든 사운드를 극단적으로 가공하는 프랭크의 성향상 라임의 강세 없이 타이트한 심야의 랩과 음향적으로 부딪히는건 그리 놀랄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교미'에 수록된 승무원은 그러한 상충작용에서 조금은 자유로워 보인다. 빠른 어택의 하이햇보다 풍부한 양감의 킥드럼과 베이스의 조합, 서브 스트로크의 롤링을 통해 박자를 다변화 시키면서 정글, 드럼앤베이스만큼의 현란한 드럼시퀀스를 보여주는데 김심야의 랩파트와 이원화 시키는 방식으로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이상적인 음향의 분배를 이뤄내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랭귀지에 비해 훨씬 대중적인 소스를 기반으로 주조해 내지만 다층적인 사운드를 통해 여전히 실험적인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그레고리오성가의 종교적 색채를 빌려온 인트로부터 기괴한 느낌을 유지하되 부족한 멜로디의 포인트를 보강해주는 칩멍크사운드, 어떠한 음의 층위건 혹은 상이한 악기건 간에 철저히 리듬으로 동화된 음조나 악구로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 낸 프랭크의 퓨처한 비트는 대중성과 실험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짜릿함을 전해준다. 사실 실질적인 교미의 서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승무원을 비롯한 교미의 모든곡은 사실상 시장안에서 그들이 겪을 열등감의 표출이다. 창작 중에도 상업성과 동떨어진 음악을 만들고 있는 스스로를 혐오하고 있으며 반대로 자기비하를 통해 예술가로서의 가치를 위대한 행보로 합리화시키고 스스로 위로받는 행위 역시 앨범내에서 꾸준히 반복된다. 같은 집 같은 시차에서 일하러 가고 싶다는 이 평범한 외침은 곧 현대사회 안에서 불안정한 삶을 사는 힙합아티스트. 그중에서도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비주류 중에 비주류인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교미가 단순히 '실험주의를 위한 실험'이 아닌 나름 서사의 완결성이 있는 실험주의 음악이라고 할수 있는건 이러한 서사의 중심에 김심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프랭크가 심야의 랩을 하나의 악기로 사용한다고 말한다. 맞는말이다. 하지만 김심야 역시 프랭크의 비트를 자신의 서사를 위한 도구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IDM사운드에 기반을 둔 '힙합음악'으로서 XXX의 가치는 거기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30. 씨잼 - 약빨 (2019)
씨잼은 "킁"이란 앨범 그 자체를 마약으로 규정했다. 앨범타이틀부터 이미 마약흡입을 연상케 하는 의성어 "킁"이란 단어를 통해 이 앨범을 듣는 행위자체를 마약을 받아들이는 행위로 동기화 시켜버렸다. 마약을 테마로 설정했듯이 씨잼이 구사하는 모든 리듬과 멜로디는 비선형적패턴을 보여줌으로서 싸이키델릭한 세계를 섬세하게 구현해낸다. 이성적인 멜로디라인이나 상투적인 코드진행에 의존하지 않고 해방된 감각을 통해 직관적인 멜로디를 그려냈다는 말이다. 이 음반에서 가사의 딜리버리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음절단위의 언어인 한국어의 특성을 죽이고 강세언어인 영어의 음성학적 특징을 전면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딜리버리가 떨어질수 밖에 없다. 영어에서 나타나는 초분절음의 음향적 성격을 한국어에 대입하면서 모든 음절을 발화해야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한국어의 의미전달을 포기하는 대신 강세음절과 비강세음절을 반복하면서 한국어에서 느끼기 힘든 운율적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씨잼은 그렇게 얻은 운율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몽환적이고 도취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것에만 집중해 버린다. 중요한점은 이러한 심리적 황홀상태를 단순히 향락이나 쾌락의 추구로만 소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씨잼은 돕한 무드를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자조하는데 사용했고 담담하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내는 씨잼의 가사는 몽환적 사운드에 더해져 청자를 사이키델릭한 상태로 더 깊이 끌어들이고 집중할수 있게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무드에 고취된 청자에게 일차원적인 음성적 딜리버리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는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프로덕션도 선이 명확한 소스보다 리버브나 딜레이를 강하게 걸어 일렉트릭계열의 공간감을 극대화한 감성적이면서 몽환적인 사운드로 이모적인 감각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분명 모던하게 진행되는 기타사운드나 코드진행으로 인해 앨범 전체에서 진하게 풍기는 브리티쉬한 팝의 감성이 퇴폐적 분위기를 일정부분 상쇄시키기는 있지만 반문화의 함정이나 상업성의 유혹을 교묘하게 피해나간 이러한 음악적 성향이 오히려 이 앨범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과잉되지 않은 조형적 실험을 통해 적절한 예술적 성취를 가져가면서도 소위 가요에서 말하는 보편성이란 논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약빨은 이러한 앨범의 정서를 관통하는 가장 대표적인 곡이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서정적인 기타톤에 다양하게 변주되는 리듬프로그레밍을 결합해 사운드적으로 트랜디하지만 결코 가볍진 않게 곡을 풀어내고 있다. 서사는 진중하지만 어법은 권위적이지 않으며 멈블랩의 불친절한 딕션이나 질서를 갖추지 못한 문법파괴조차도 앨범의 컨셉과 서사가 맞물리며 합리적 설득력을 얻어낸다. 서사적 완결성을 트랩이나 붐뱁에서 기대하던 기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풀어내면서도 한국랩씬이 지향하던 시대적 가치를 일정부분 담보하고 있으니 이곡은 향후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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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조PD - Break Free (1998)
통신이라는 은밀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부터 시작된 조PD의 신드롬은 한국 대중문화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연예기획사라는 시장의 집단성과 상업적 네크워크를 건너 뛰고 PC통신에 MP3라는 새로운 형식의 음악파일을 올리며 리스너들과의 직거래를 통해 인지도를 쌓고 데뷔앨범까지 발매한 사례는 한국 가요사를 통틀어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매체와 함께 성장한 첫 세대. 바로 N세대의 등장과 그 흐름을 같이한다. 아날로그 매체인 책이나 신문보다는 디지털 매체인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문화를 수용하기 시작한 N세대는 음악 역시 PC통신을 통해 접하고 음악을 교류하는 매니아층 역시 PC통신을 중심으로 형성하기 시작했다. 조PD가 98년 PC통신 나우누리를 통해 발표한 "Break Free"는 TV같은 대중매체에서는 결코 접할수 없었던 직설적인 가사에 욕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보태어 N세대만의 은밀한 공간인 PC통신에서 부터 신드롬이 일어난 것이였다. 96년 서태지의 '시대유감'으로 사전심의제도가 30년만에 폐지가 되었지만 공진협과 지상파 방송국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검열의 칼날은 여전한 시대였고 조pd는 "Break Free"을 통해 이러한 문화 규제 및 검열 문제에 목소리를 내게 된다. 하지만 그 결과는 혹독했다. 조PD의 데뷔앨범은 공진협으로 부터 '청소년 유해물’ 판정과 함께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지고 모든 방송사에선 방송불가판정이 내려졌다. 문화계 안팎의 집중적인 포화를 맞고 백기를 들었던 검열제도는 이렇게 3년만에 부활을 예고하는 듯 했지만 이 사건이 매스컴에 도배되면서 조pd의 저항정신은 젊은층을 기점으로 지지를 받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슈들로 인해 오히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소울, 재즈같은 고전샘플링 보다 일렉트로닉 계열의 인위적인 샘플의 비중이 높은 사운드나 독특한 멜로디와 랩플로우를 무기로 기존 붐뱁으로 불리는 힙합의 전형적인 음악과는 결이 다른 힙합사운드를 들려줬다는 점에서 확실히 음악적으로도 범상치 않은 면모를 보여 주었다.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된 형태의 유통방식을 제시한 것부터 독특한 음악성과 사회적인 메세지로 젊은층에서 부터 일어난 파급력까지 인터넷의 서태지라 불리며 사전검열이 실질적으로 사장되기까지 최전선에서 이슈를 뿌려됐으니 요즘말로 등장부터 진짜 힙합이였다.
32. DJ 소울스케이프 - Sign(숨과 꿈) (2000)
앞서 소울스케이프의 곡이 2곡이나 랭크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180g Beats'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MC성천이 참여한 Sign(숨과 꿈)이다. 최근 힙합의 추세는 가사의 문학적 요소나 MC가 전달하는 메세지를 캐치하는것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행위에 대중을 비롯해 장르 리스너들조차 피곤을 느끼는게 현실이며 음악에 담긴 메세지보다 사운드의 여흥 그 자체를 즐기거나 기믹에서 나오는 유머나 개그코드를 소비하는 것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현재 한국힙합의 추세이다. 그런 면에서 이 곡은 라이트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요즘 추세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있는 음악이다. 이곡의 가사는 마치 고전시가를 접할때 느끼는 문장의 난해함과 독해가 힘들 정도의 어려운 성어들이 나열되어 있다. 언뜻 이곡은 철학적이고 교시적이라고 느낄수 있어 접근하기 굉장히 힘든 곡이라 생각할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이곡을 감상하는 방법은 완전히 반대다. 아이러니하게도 곡에 담긴 어려운 메세지나 문학적 요소를 배제한채 철저하게 사운드의 여흥과 독특한 어감에서 나오는 특유의 음감만을 즐긴다면 이 곡은 현 시대에도 가장 유니크한 곡으로 재해석 될수 있다. 곡의 본질은 분명 사운드에 중점을 두는 감상추세에 완전히 역행하는 곡이지만 고도의 난해함이 오히려 극도의 단순함으로 굴절 되어 돌아오는 이러한 미학적인 감상법이 이곡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MC성천의 랩만큼이나 솔스케이프의 비트 역시 유니크한 테크닉이 가득차 있다. 4비트로 연주되는 베이스기타를 필두로 1,3마디에 4분음표1개로 시작해 4마디안에 16분음표 10개, 8분음표10개의 스트로크로 리듬을 타이트하게 쪼개는 베이스드럼과 1.3마디는 공간감있게 연주하되 16분음표를 마디끝에 넣어줌으로서 싱코페이션의 효과를 극적으로 주고 2,4마디는 버즈스트록 고스트같은 테크닉으로 박자를 다변화 시키고 있는 스네어드럼 연주로 힙합음악에서는 본적이 없는 훵키한 리얼드럼킷을 보여 주고있다. 그 위에 얹어지는 몽환적인 E.Piano사운드와 핑거스타일의 일렉기타사운드까지 DJ소울스케이프가 제공한 프로덕션과 한국적인 딕션에서 나오는 동양적인 랩의 조합은 전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색깔의 힙합을 보여주었다.
33. 에픽하이 - Lesson 2 (Sunset) (2004)
2000년대 초반 언더그라운드씬에 혜성같이 등장해 호전적이고 폴리티컬한 랩을 내뱉던 젊은 날의 에픽하이가 남긴 명작 "Lesson 2 (Sunset)"는 단순히 정치,사회적 불의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에 대한 거대담론을 담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구조적 원인으로서 민주주의 체제의 치명적 결함에 대해 말하고 인간공동체를 억누르는 공고한 지배 이데올로기 앞에서의 절망을 얘기해버린다. 심지어 하위계급은 자본주의 체제에 의하여 우둔화되고 체제에 순응되도록 유혹을 받고 있으니 물질문명이나 국가·사회제도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혁명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단연 에픽하이 커리어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가사라 할수 있다. 사실 사회를 비판하고 정치를 풍자하는 이런 컨셔스한 랩은 난이도 측면에서 굉장히 어려운 랩이다. 기본적으로 정치, 사회에 대한 기본적 소양이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것을 유치하게 않게 풀어 낼수 있는 글빨이 갖춰 줘야만 랩의 설득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딜런의 가사가 자유와 저항을 넘나들며 20세기 가장 훌륭한 문학작품이라고 평단의 인정을 받았듯이 Lesson 시리즈부터 타블로의 솔로트랙인 출처에 이르기 까지 에픽하이가 남긴 가사는 사회적 메세지를 떠나 하나의 문학작품으로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때로는 통렬한 비판도 놓치지 않는 에픽하이의 가사는 단 한순간도 문학적 기품을 놓친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분명 2010년대로 들어오면서 힙합의 시대정신은 사회적 메세지를 내는것에서 개인의 서사를 들려주는 것으로 초점이 이동한건 사실이다. 이미 힙합은 커머셜한 상품으로서의 기능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정치적 메세지를 내는것에 래퍼들은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전의 컨셔스랩들의 의미가 퇴색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것이다. 저항의 음표와 메세지를 통해 강력한 시대저항적 메세지를 내는 것은 힙합을 대표하는 기능 중 하나였으며 힙합의 시대적 요구는 유행처럼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니깐 말이다
34. 이센스 - 꽐라(2007)
이센스의 랩은 라이밍에 의존해 박자를 정형화 시키기 보다 조금 더 직관적이고 음절 전반에 걸친 싱코페이션이나 디테일한 엇박을 통해 외줄타듯 아슬아슬하게 박자를 가지고 노는것이 특징이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엇박은 자칫 뒤에서 박자가 틀어져 버리는 경우가 생기던지 마디마다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아 랩이 진행될수록 리듬이 분산되고 컨트롤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센스는 불규칙한 변화안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는 발군의 리듬감각으로 엇박에서 얻을수 있는 리듬의 긴장감만 취한채 그루브의 유실은 철저히 막아 버린다. 사실 이런 균형감각이야 말로 이센스 랩을 대표하는 전매특허라 할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꽐라가 나올 당시 이센스가 구사했던 랩은 일정 부분 선구적인 랩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버벌진트나 피타입등에 비해 한국어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름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이센스가 보여준 이러한 스킬이 범용기술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일례로 양동근이 극단적인 레이백과 딜레이로 연음이 힘든 한국어랩에서 구현하기 힘든 양감의 그루브를 보여준 것도 비슷한 경우다. 라임방법론은 한국어의 운율적 특성을 객관화 시켜 가사를 쓰는 체계를 정립시킨 범용기술이었고 이센스나 양동근이 구사했던 랩스타일은 특출한 리듬감각이 수반된 전용모델에게만 적용되고 구현될수 있는 전용기술이였다는 말이다. 양동근의 유니크한 플로우를 적절하게 소비한 '음주Rapping(취중푸념)'과 마찬가지로 Xclusive에 수록된 '꽐라' 역시 이러한 엇박랩의 특성을 절묘하게 컨셉화 시킨 곡이다. 멜랑꼴리한 신디사이징이 돋보이는 클럽튠비트에 술에 취한것 처럼 비틀거리듯 내뱉는 이센스의 랩의 조합은 데뷔 당시 이센스가 추구하던 랩사운드의 미학을 가장 이상적으로 보여준 결과물이였다. 비록 '독'이라는 곡 이후 스토리텔러로서 리릭에 집중하고 리드미컬한 테크닉보단 산문화된 가사안에서 언어고유의 리듬과 억양을 극대화하는 랩을 지향하게 되었지만 이센스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은 여전히 '독'이 아닌 '꽐라'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리릭시스트쪽으로 무게중심이 더 넘어 가겠지만 이센스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는 결국 원초적인 리듬감에 기인하는건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35. 빈지노 - If I Die Tomorrow (2012)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힙합 아티스트로서 솔로 데뷔음반에 대한 강박이 있음에도 빈지노는 무리하게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소위 명반의 강박에 사로잡히다 보면 그에 상응하는 특정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게 되면서 예술의 본질을 망각한 교시적인 음악이 나오기 마련인데 빈지노의 데뷔앨범은 오히려 불필요한 힘을 빼고 20대 중반의 청년이 느끼는 진솔한 가사와 여유를 담아내면서 힙합을 향유하는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래퍼 빈지노의 매력은 바로 여기서부터 나온다. ' If I Die Tomorrow'는 죽음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내는 꽤나 철학적인 메세지를 담아내고 있는데 사실 2030 세대에서 한때 유행했던 영정사진찍기의 의미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삶이라는 권태의 굴레를 깨기 위하여 ‘내가 내일 죽는다면?’이라는 가장 흔한 공상을 덧대보면서 그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는 행위를 빈지노는 영정사진이 아닌 'If I Die Tomorrow'란 곡을 통해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곡은 시종일관 딜레이나 리버브를 통한 심미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Em9- F#m-G Em7-F#m7-G 코드로 시작되는 피아노연주의 빌드업으로 곡의 극적인 감동을 배가시키고 있다. 특히 이 곡에서도 보여주듯 스킬풀한 랩플로우안에서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낼수 있는 빈지노의 능력은 다시 한번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재지팩트에서 일리네어. 그리고 빈지노로 이어지는 일련의 음악스타일들만 봐도 알수 있지만 빈지노는 어떤 장르의 음악소스든 자신만의 음악적 카테고리안에서 이질감없이 체화시키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 커리어 초기부터 보면 재즈/얼반 사운드에서 강력한 베이스롤링을 기반으로 하는 트랩 계열의 음악을 지나 어쿠스틱한 팝사운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 말이다. 이러한 음악적 스펙트럼은 어떠한 장르의 음악소스든 무리없이 대중가요라는 틀안에서 수용해낼수 있다는걸 의미하기도 한다. 바로 이점이 그가 한국의 랩슈퍼스타가 될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
36. 오케이션 - Lalala (2012)
오케이션은 확실히 2010년대 한국힙합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뮤지션이다. 개인적으로 오케이션의 음악을 한단어로 정의하면 "스타일리시"로 정의하고 싶다. 이 "스타일"이라는 정의는 2010년대 한국힙합을 관통하는 핵심가치였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가 "보여주고 증명하라"라는 가치안에 "실력의 증명"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면 2010년대는 소위 "멋"이라는 스타일적 요소가 결합되어 완성된 음악적 이미지가 시대를 대표하는 힙합의 핵심가치였다는 것이다. 오케이션은 이러한 시대적 가치에 가장 잘 부합하는 더 나아가 이 분야에서 가장 선구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아티스트였다. 사실 2010년대는 힙합역사에 가장 큰 격변의 시기였다. 근 30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쌓아온 힙합의 이미지가 트랩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힙합사운드로 대체되는 시대였으며 그에 따라 진중한 메세지를 던지던 래퍼들은 씬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턴업, 스웩, 플렉스 같은 힙합의 새로운 정서와 코드화된 랩플로우 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트랩기반의 래퍼들이 씬의 중심을 매우기 시작했다. 오케이션을 비롯한 코홀트는 이러한 시류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시대의 랩스타들이였다. 트랜드와 스타일이 중심이된 음악과 패션등 힙합문화 전반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이들의 랩커리어는 지금까지도 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케이션의 <Lalala>는 수많은 한국힙합음악을 들으면서도 가장 스타일리시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곡이다. 일단 트랜디함과 클래식함이 공존된 트랩사운드는 멋스러움 그 자체였다. 트랜디한 사운드 안에서 빈티지스러움이 묻어나고 전제적인 곡구성이 너무 깔끔하고 세련됐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의미로 한국힙합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랩을 보여주던 오케이션과 빈지노의 콜라보까지 곡자체가 주는 무드는 당시 한국에서 본적이 없던 음악스타일이였다. 클라우드랩에 기반한 오케이션의 랩과 스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던 빈지노의 랩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주며 한국힙합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음악을 탄생시켰다. 이후 발표되는 결과물이 극히 적어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그렇다고 오케이션의 음악적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말할순 없다. 그만큼 이 시기 오케이션과 코홀트의 작업물들이 강력했다는걸 반증하는 것이다.
37. Hi-Lite Records -My City (2013)
2010년대 초중반까지 한국힙합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언더레이블은 단연 Hi-Lite Records 였다. 일정부분 코홀트의 DNA를 공유하던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당시 한국 트랩음악의 선두주자로서 일리네어와 함께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하는 음악레이블로 인정받고 있었고 소속 아티스트들이 내놓은 뛰어난 작품들을 비롯해 2013년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Hi-Life'는 하이라이트레코즈가 한국의 대표힙합레이블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하게되었다. 이 앨범은 팔로알토,오케이션,허클베리피,비프리등으로 이어지는 국내 최정상급 래퍼들의 랩을 듣는 재미뿐만 아니라 그와 별개로 사운드적으로도 들을거리가 많은 앨범이였다. 특히 일렉트로팝의 여제 엘리굴딩의 'In My City'를 샘플링한 수록곡 'My City' 는 트랩 프로덕션의 성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매력적인 주선율에 피치업된 보컬어레인지를 더해 트랩에서 느끼기 힘든 찬가적인 무드를 표현하고 있다. Millie Jackson의 'Child of god'을 샘플링 했던 가리온의 영순위처럼 원곡의 하이라이트부분을 원형에 가깝게 차핑해 일종의 리메이크처럼 원곡의 무드를 그대로 가져가는 형식의 샘플링기법을 차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법의 장점 혹은 프로듀서가 원하는 목적은 명확하다. 마이크로샘플링과는 다르게 곡의 화성적인 역활을 하는 악기와 보컬사운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원곡의 테마가 가지는 음악적 에너지를 그대로 차용하겠다는 것이다. 소울, 재즈, 훵크등에서 파생됐던 붐뱁힙합은 이런 샘플링기법이 당연시 되어 왔지만 일렉트로닉의 영향을 받은 트랩힙합에선 화성적인 샘플링이 그리 많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화성적으로 풍부한 사운드위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 내고 있는 My City는 어쩌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젊음의 찬가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2, 30대를 대변하는 '청춘의 찬가'로 경쟁과 희망이 공존하는 서울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와 감정을 음악적으로 충실히 표현해 냈으니 키치한 감성으로 점철되는 트랩장르 안에서 특별하게 다가올수 밖에 없다.
38. 딥플로우 - 작두 (2015)
한국문화유산인 국악은 항상 시대마다 존재하는 현대음악의 보편적 특징들과 융화되어 계승되어 왔다. 하지만 국악기의 직접적인 크로스오버는 현대음악의 보편적 특징과의 융합이 쉽지 않아 작위적인 느낌을 줄때가 많았고 이런 문제는 힙합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리온이 정서적인 무드에서 한국적인 힙합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원썬의 어부사나 스나이퍼의 한국인, 다크루의 파수꾼등 국악기의 직접적인 차용사례는 한국적 수용 이라는 형식적 의의만 남기는 것에 만족해야 했을 뿐 이렇다할 음악적 성공사례는 전무했다. 2015년에 발표된 딥플로우의 "작두"는 확실히 이 분야의 상징적 의미를 선점했다. 작두는 리듬의 변화를 생명으로 하는 국악타악기를 철저하게 루프라는 힙합의 어법안에서 규격화 시켰다. 국악타악기의 퍼포먼스의 개념을 제거하고 드럼사운드를 보강하는 하나의 소스로서 활용하면서 단순히 아쟁이나 태평소등의 악기로 멜로디를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더욱 입체적인 사운드조화를 보여주었다. 국악에서 리듬을 주도하는 꽹과리는 진동수가 비슷한 심벌의 사운드를 보강하는 제한적인 역활을 하고 그위에 신디사이저의 하이음주파수와 비슷한 태평소를 이용해 한국적인 느낌을 보강했다. 판소리의 조흥사를 보이스샘플로 활용해 강세를 주는 것이나 장구의 채편은 스네어드럼, 궁편은 베이스드럼, 징은 베이스의 주파수와 비슷한 점을 이용해 최대한 절제된 컨트롤을 보여줌으로서 힙합의 어법안에서 악기간의 유사성을 이용해 앙상블의 밸런스를 잡아낸 것 이다. 또한 작두를 무대로 설정해 그 위에서 빙의된 무당처럼 몰입하는 3명의 랩퍼포먼스는 굿판이라는 컨셉을 통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면서 곡의 몰입도를 배가 시켜주었다. 이 곡은 대중성과 거리가 먼듯 보이지만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딥플로우와 넉살의 높아진 인지도와 비례해 대중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한국적인 악기편성과 독특한 곡의 컨셉, 폭발적인 랩퍼포먼스에 상업적 성공까지 작두는 공연장에서 가장 뜨거운 에너지를 분출하는 한국힙합의 대표 라이브트랙이 되었다. 한국힙합을 논할때 빠질수 없는 곡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9. 이센스 - The Anecdote (2015)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되면서 옥중에서 발표된 이센스의 첫 정규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대중과 평단에서 일관된 찬사를 받으며 한국힙합 최고의 앨범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에넥도트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조금 다르다. 애초에 붐뱁의 정의와 완성이 그 시대를 관통하는 한국힙합의 가치나 어젠다는 아니였다는 것이다. GARION, Heavy Bass, Undisputed까지 2004년에 발표된 세장의 붐뱁명반과 비교해 시대적 이점을 제외하곤 이 3장의 앨범을 넘을 만한 음악적 의의가 잘 보이지 않았다. 붐뱁의 현대적 재해석이라 하기에도 선구적인 방법론에 입각한 사운드나 실험적인 소스보단 미니멀한 사운드를 통해 붐뱁의 올드한 이미지를 삭제하는데 주력한 느낌이 강했으며 이 앨범이 결점 없는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준건 맞지만 그만큼 혁신적인 소재보단 소위 안전빵’이라 할 수 있는 비교적 원론적인 구성과 프로덕션을 추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사적인 부분에서도 지나치게 현학적이라거나 형이상학적인 언어는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될수 있지만 스토리를 서술하는 방식에 있어서 사실적 언어만을 추구 하는것 역시 서사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로 몰입도를 떨어트릴수 있다. 때로는 다양한 시적 어휘를 통해 가사의 입체감을 부여하고 일반적인 묘사로는 도달할수 없는 수준까지 깊이있게 전달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에넥도트는 가독성과 무관하게 빽뺵하게 나열된 구어적 언어와 텍스트의 양으로 인해 서사의 맥락이 산만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앨범을 명반의 카테고리에 넣을수 있었던건 음악적인 완성도보다 오히려 리리시즘의 확장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존 클래식이 대부분 MC로서의 태도나 철학등 주제범위가 힙합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The Anecdote'는 강민호라는 한 인간의 드라마에 초점을 맟추면서 장르의 경계를 넘어 조금 더 범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명의 타이틀곡 'The Anecdote'는 이러한 성향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곡이다. 이센스가 살아온 어린시절 삶과 가족에 대한 소회를 담아 내고 있는 이곡은 거의 산문화된 가사안에서 몰입도 있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다. 확장된 리리시즘으로 음악 장르 사이에 ‘상징적 경계’를 허물고 한국대중음악의 하나로서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 냈다는 것은 분명 한국힙합의 큰 성과였다는 것이다.
40. 창모 - 마에스트로 (2016)
음악적으로 확실히 동시대 특별한 재능이다. 자신만의 뚜렷한 음악적 색깔을 가지고 있는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스타일을 확장시켜 메이저차트까지 석권했으니 말이다. 창모는 사실 16년도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모두 담아낸 마에스트로를 발표할때 부터 이미 될성부른 떡잎이였다. 슬라이드되는 808베이스가 주가 되는 트랩비트에 성악 콰이어나 다양한 현악기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위치시켜 사운드의 부피 자체를 확장시키고 있는 이 곡은 심포닉한 웅장함에 현대적인 비트속도감이 더해져 굉장히 스케일있는 사운드를 보여줬다. 창모의 곡들이 클래식한 요소를 차용했음에도 힙합음악으로서 트랜디한 감각 역시 놓치지 않았던 이유는 바이올린이나 첼로, 베이스가 되는 콘트라같은 악기들이 세션의 질감보다 프로그래밍에 의해 샘플소스로 규격화된 느낌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곡은 단조 특유의 스산한 느낌을 주는 Ebm Abm7 B Bb7 코드의 피아노룹만으로 리듬을 이끌어 가다 구간별로 16마디씩 터지는 트랩비트의 구성과 하이햇이 비트를 라이딩하는 역활을 벗어나서 매우 빠른 어택을 통해 드릴사운드를 연상시키는 일종의 효과음으로 사용되고 있는 변칙적인 사운드 운용도 유니크한 느낌을 전해준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오케스트레이션을 도입하고 심포닉한 사운드를 전면부에 내세우는 창모 특유의 사운드포징과 딴딴한 댐핑감 혹은 강한 어택으로 사운드의 명료도를 강하게 잡아내는 사운드메이킹은 이제 창모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되었다. 칸예웨스트와 음악적 색깔이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필자가 느끼기에 충분히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생각하며 뮤지션 이전의 래퍼로서의 경쟁력과 대중적 감각을 포함해 창모라는 아티스트는 한국에서 실현가능한 대중락스타의 표본을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매니아들에 의해 움직이는 어떤 특화된 장르의 소스를 변형해 가요에 접목시키고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대중가요로서 새롭게 규격화 시킬수 있다는것. 혹자는 정통성을 운운하며 이 탁월한 능력을 폄하하기도 하지만 음악을 대중적으로 풀어낼수 있는 능력은 대중음악 아티스트로서 어쩌면 최고의 미덕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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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이현도 - 흑열가 (2000)
이현도의 정규 세번째 앨범 "완전(完全)HIPHOP"은 훵크(Message), 재즈(反芻), 레게(Nothing But A Party), 알앤비(In The Mood), 록(적의)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힙합과 함께 녹여내면서 독보적인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던 이현도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이 힙합에 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작품이다. 듀스시절부터 시작된 힙합에 관한 다양한 음악적 탐구는 솔로활동 이후에도 "Player`s Anthem(1996)", "불의춤(1998)", "The Accorade Of Hiphop(1998)" 등으로 이어지는데 그 원류를 찾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98년 기타리스트 한상원과 프로젝트앨범 "D.O FUNK"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이 작품을 끝으로 이현도의 음악기류는 원점으로 되돌아 오게 된다. 힙합으로 눈을 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 있던 이현도의 음악적 행보는 자신의 음악인생 최초의 힙합앨범 "완전(完全)HIPHOP"으로 원을 한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현도의 세번째 정규작이자 정규앨범 마지막 궤적으로 남아있는 이 앨범은 언더와 오버, 국내파와 해외파를 망라해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모만으로도 그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데 당시의 대립적인 정서상 쉽게 상상하기 힘든 라인업을 꾸려내면서 한국힙합씬 대부로서의 영향력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중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한 "흑열가"는 동양풍의 무게감있는 비트위에 Levas, DJ렉스, 조PD, DM, 드렁큰타이거, 사이드비, 윤미래, 마스타우, 갱거스, 다크루까지 당시 국내힙합을 대표하던 무브먼트, 스타덤, 마스터플랜의 대표아티스트들을 모두 참여시키며 한국힙합의 화합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곡으로 평가를 받게된다. 흑열가가 수록된 완전힙합 앨범은 정교한 음질과 비트의 설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포인트로 인식되는 악기사운드의 균형에서 한국힙합씬에서 쉽게 상상하기 힘든 스케일을 보여 주었고 전체적인 레코딩사운드는 한국힙합씬에서 노출되었던 아마추어리즘과는 차원이 다른 '한국에서 기대 가능한' 최상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이현도라는 인물을 한국힙합씬에서 어떤 위치에 올려놓아야 할지 아직도 의견은 분분하나 90년대 힙합에 관한 가장 많은 컨텐츠를 쏟아낸 인물이라는건 분명하다. 수많은 1세대 힙합키즈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에 대한 리스펙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곡이 바로 흑열가인 것이다. 한국힙합 역사를 논할때 "흑열가"를 빼놓고 말할수 없는 이유다.
42. 지누션 - Holding Down (2001)
지누션의 3집이 발표된 후 한국 힙합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였다. 본토힙합과 도저히 접점을 찾을수 없을만큼 열등하다 생각했던 한국힙합앨범에 무려 맙딥의 프로디지, 사이프레스힐의 비리얼를 비롯해 치노엑셀까지 미국힙합의 전설이라 할수있는 래퍼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당시 언더그라운드 정신에 입각한 힙합매니아들에게 상업적인 음악을 하던 YG패밀리는 거의 조롱의 대상에 가까웠다. 소속 아티스트였던 지누션과 원타임은 댄스가수 혹은 가짜힙합이라는 미명하에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랬던 지누션 앨범에 자신들의 영웅이였던 미국힙합의 전설들이 참여했으니 힙합팬들의 반응은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폭발적일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앨범의 진짜 주인공은 프로디지도 비리얼도 치노엑셀도 심지어 지누션도 아니였다. 이 앨범이 2000년대 힙합명반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일등공신은 YG의 메인 프로듀서였던 페리였다. 시종일관 시니컬하게 흘러가는 곡의 분위기와 무거운 신시사이져리듬 패턴을 절묘하게 쪼개며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페리의 믹싱은 당시 한국힙합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였다. 특히나 샘플링작법을 기반으로 하는 여타 힙합프로듀서들과 다르게 페리는 모든 샘플룹을 미디로 직접 찍었기 때문에 샘플링작법에서 나오는 특유의 빈티지함이나 아날로그한 질감은 느끼기 힘든 반면 페리의 전매특허라 할수있는 완전히 디지털적이고 당시 씬의 수준과는 현격한 격차를 느낄만큼 때깔이 좋은 사운드를 들려줬다. 이후 YG가 완전히 대중적인 노선을 걸으면서 팝적인 요소나 대중친화적인 멜로디를 잘 소화하던 테디가 간판이 되었지만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던 초기 YG의 뼈대를 세운건 페리의 공이 절대적이였다. 그것을 증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곡이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된 "Holding Down"이다. 이 곡에 한정해 페리의 랩은 프로디지에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였으며 비트는 미국의 힙합사운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사실상 페리는 YG의 메인프로듀서로서 "메이저" 힙합레이블로서 보여줄수 있는 최상의 프로덕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압도적인 퀄리티는 당시 YG에 대한 비판에서 유일하게 페리만 자유로울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43. 소울컴퍼니 - 아에이오우 어!? (2004)
2004년 신생레이블 빅딜을 언더그라운드의 간판으로 만들었던 데드피의 "언디스퓨티드"앨범과 함께 한국힙합 2세대의 출범을 알린 소울컴퍼니의 더 뱅어즈앨범은 한국힙합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로 평가되는 음반이다. 피타입과 버벌진트등 무에서 유를 만들었던 1세대들이 랩방법론을 어느정도 정립시킨 시기와 맞물려 탄생한 소울컴퍼니는 정돈된 랩방법론 안에서 탄생한 첫 세대인 만큼 한국말라임을 좀 더 익숙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단어를 조립하듯 한국어라임을 어디까지 맞춰 낼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실험하고 텍스트적으로 완성된 라이밍을 어떻게 소리로 발화할수 있는지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통해 한국힙합씬에 성과를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2세대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 곡이 바로 소울컴퍼니의 단체곡이였던 "아에이오우 어!?" 였다. 한국힙합에서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목적성을 보여주듯 'ㅏ,ㅔ,ㅣ,ㅗ,ㅜ,ㅓ' 모음 라이밍을 이용해 각 멤버들이 하나씩의 모음을 맡아 벌스를 구성하고 있는 독특한 컨셉의 곡을 보여준다. 라이밍을 일종의 놀이로 가지고 노는 듯한 컨셉과 문맥이 자연스럽진 않았지만 신기록 경쟁을 하듯 음절 전체를 라이밍으로 구성한 랩메이킹 방식등은 당시의 한국어랩의 핵심적인 화두가 어디에 있었는지 이 곡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 라틴재즈곡 "evil ways"의 피아노 프레이즈를 샘플링한 재기발랄한 사운드는 확실히 빅딜의 그것과 상반된 무드로 언더그라운드를 양분하고 경쟁하는데 재밌는 그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프레이즈샘플링을 즐겨쓰던 더콰이엇의 곡답게 과도한 소스를 남용하지 않은 미니멀한 사운드가 특징이며 작법의 방향을 떠나 로파이한 사운드의 범람속에 드럼의 질감이든 소스의 가공이든 전체적인 사운드 맥락에서 더콰이엇은 꽤나 선명한 그만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분명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운드의 무게가 미드나 하이쪽으로 살짝 떠있는듯 하지만 적당한 드럼의 댐핑감으로 균형을 맞추는 특유의 청량감있는 사운드 말이다. 소울컴퍼니의 정신적 지주였던 메타의 참여부터 스타일에 조금 더 치중했던 빅딜에 비해 한국어랩의 조형적 실험에 더욱 목적의식을 가졌던 음악적 정체성까지 2세대가 가지는 음악적 담론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곡이였다.
44. 타블로 - Airbag (2011)
국내에서 가장 랩을 잘하는 래퍼가 누구일까? 랩을 잘한다라는 기준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기에 의견이 분분할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질문을 조금 비틀어 국내에서 가장 가사를 잘쓰는 래퍼가 누구일까? 라고 묻는다면 어쩌면 하나의 아티스트로 의견으로 모아질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최고의 래퍼 중 한명인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리릭시스트로서 특별한 존재다. 독을 품고 날을 바짝 세운 듯한 가사는 매섭기 그지없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 가사는 서사에 빈틈이 없다. 섬세한 문학적 표현은 가슴에 울림을 주고 기발한 펀치라인은 청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2011년 발표된 타블로의 솔로앨범 <열꽃>은 리릭시스트로서 타블로의 재능을 확인할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수 있다. 타진요가 일으킨 학력위조 논란사건은 아티스트로서 타블로의 감성을 폭발시킨 기폭제가 되었고 결국 개인으로서 그가 겪었던 상처는 예술이라는 양식을 통해 리리시즘을 극대화시키는 힘으로 발현됐다. 특히 내면적인 심상을 철저하게 시각적 가사로 풀어낸 "Airbag"은 힙합을 넘어 한국대중음악사에서 가사문학의 새로운 미학적 공간을 열었다고 생각될 만큼 높은 수준의 서사적 연출을 보여줬다. 시각적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섬세한 감정의 결은 현장의 무거운 공기의 질감까지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으며 음악에 담긴 깊은 비애와 절망은 다양한 은유적 표현을 통해 화자가 느낀 무의식의 세계에 청자를 교감시켜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 힘으로 작용했다. 다차원적이고 다각적인 주제와 구성 그리고 입체적인 문체를 통해 복합적인 내면을 심층적으로 그려내며 하나의 문학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가사를 보여주었다. 비트는 기본에 충실한 8비트 드럼사운드에 기타를 비롯한 몇가지 간단한 소스를 얹어 사운드 자체가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고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집중할수 있도록 잔잔히 받혀주는 역활만 충실히 이행 하고 있다. 그만큼 이 곡은 타블로가 써내려 간 서사의 힘만으로 곡의 몰입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국내에서 가장 가사를 잘 쓰는 래퍼가 누구일까? 라는 물음을 해보자. 필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에픽하이의 "타블로"다.
45. 스윙스 - 황정민(King Swings Part 2) (2013)
2010년대 힙합에 관한 가장 많은 컨텐츠를 쏟아낸 인물은 단연 스윙스였다. 유교적 사고방식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한국사회에서 스윙스는 힙합문화를 향유하려는 우리가 힙합을 어떻게 이해하고 즐겨야 하는지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 아티스트였다. 황정민(King Swings Part 2)라는 곡도 그러한 행보의 일환이였다. 2013년 최고의 키워드는 단연 '컨트롤대란'이였다. 켄트릭라마로 촉발된 이 공개경쟁은 힙합의 가장 근본적인 속성이였던 배틀문화와 경쟁을 수면위로 다시 끌어올렸고 이 불씨가 스윙스를 통해 한국힙합에도 옮겨 붙게 된 것이였다. 컨트롤대란은 단지 힙합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힙합씬을 넘어 대중문화 한가운데서 엄청난 이슈를 쏟아냈다. 이전의 힙합 디스사건처럼 찻잔속 태풍이 아니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개코, 이센스, 사이먼도미닉등 메이저 랩퍼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판이 커진 덕분이였다. 사실 스윙스가 애초에 의도한것은 리스팩트가 기저에 깔린 공개배틀이였다. 스스로에게 왕이란 칭호를 주고 그것을 뺏어보라고 도발하며 스타트를 끊었지만 예상과 다르게 서로의 치부를 폭로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멘탈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리고 나온 스윙스의 두번째곡 '황정민'은 한국힙합 역사에서 가장 로우한 날것의 디스곡이였다. 영화 신세계의 느와르적 요소와 주위 인물들에게 배신당하고 처절한 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정청이라는 캐릭터를 빌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풀어 나간다. 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도 숨한번 쉬기 힘들만큼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준건 가사의 센스나 언어유희를 이용해 상대방을 조롱하고 놀리는 형식의 잔펀치보단 마치 헤비급 인파이터가 돌진하듯 그냥 감정을 소비하고 에너지를 쏟아붓는 방식이 완전히 리얼했기 때문이다. 스윙스는 청자들이 랩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무대로 끌고왔고 청자들은 이 세계에 완전히 몰입해 버렸다. 스윙스는 데뷔때부터 이러한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를 활용하는것에 능했다. 여러 이슈들로 힙합씬의 주목을 항상 받아왔고 컨트롤대란은 스윙스가 만들어 냈던 랩엔터테이먼트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그 화제성이 정점에 달했다는 점에서 커버곡임에도 이 리스트에 랭크되기 모자람이 없었다. 말그대로 역대 최고의 배틀랩이였다.
46. 일리네어레코즈 - 연결고리 (2014)
일리네어의 연결고리는 한국힙합에서 음악적, 상업적 성취 이상의 어떠한 상징성을 머금고 있다. 그 상징성의 의미는 국내힙합씬에 국한된 좁은 의미의 상징성이 아니라 힙합이라는 장르자체가 겪게 되는 시대적 대변혁과 그 맥이 닿아있는 것들이다. 힙합이 태동한 이래 다양한 서브장르들이 나왔지만 결국 힙합의 본질이였던 이스트코스트 힙합의 영향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난 음악은 없었다. 그 이유는 붐뱁이라고 불리는 음악장르 그 자체가 힙합의 본질이자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흑인사회 전반에 투영 되어있는 공동체적인 서사와 정서. 붐뱁 특유의 백비트와 스트레이트한 음표들. 그리고 샘플링을 활용한 루프의 개념등. 힙합음악의 본질은 명확했다. 하지만 2010년대 트랩이 본격적으로 시장을 점령하면서 힙합이 태동한 이래 힙합의 근원이라 생각했던 음악적 원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원자들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트랩은 힙합이란 장르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주입하면서 힙합이라는 음악장르의 본질을 처음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연결고리가 가지고 있는 시대적 상징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힙합의 장르사적 의의가 바뀌었다는 것을 연결고리를 통해 한국힙합씬에 공식적으로 선포하고 힙합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중독성 강한 코드화된 플로우와 극도로 쪼개지는 트랜디한 트랩사운드. 셀프메이드 서사안에서 활용되는 머니스웩, 플렉스등 자기과시적 가사까지 이곡이 나온 이후 한국힙합씬의 흐름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정서는 힙합씬을 넘어 대한민국 청년문화 중심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일리네어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역사상 유례없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었다. 이렇듯 일리네어가 보여준 무브먼트는 유교적 문화권 안에 있는 한국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겨내고 이루어낸 업적이기에 더욱 값질수 밖에 없다. 가난했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성공이 곧 한국힙합에 한줄기 빛이 된것이다.
47. 재키와이 - Anarchy (2017)
재키와이는 윤미래와 리미에 이어 한국 여성래퍼의 패러다임을 바꾼 선구적인 여성아티스트 중 한명이다. 힙합은 언제나 남성의 전유물이였고 여성아티스트들이 그들을 뚫고 자신만의 바운더리를 만들어 내기란 쉽지않았다. 어쩌면 한국여성랩퍼의 기형적인 기준이 되었던 윤미래라는 존재는 여성힙합씬이 진화하고 발전하는데 가장 큰 제약이였을지도 모른다. 여성래퍼를 평가하는데 첫번째 소양이 남성에 맞먹는 파워로 고착화 된 것에는 윤미래의 등장이 절대적이였기 때문이다. 남성래퍼의 평가기준은 단순히 발성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진보된 랩작법에 기반해 다양한 랩스킬과 워드플레이, 언어유희, 문학적 요소까지 광범위하게 발전했지만 유독 여성힙합에 대한 대중들의 편협한 시선은 리미가 등장한 이후로도 윤미래라는 그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드웨어적 기준을 처음으로 넘어서 짜임새있는 한국어랩과 자신만의 문체를 확립해 남성래퍼들과 씬의 중심에서 동등하게 경쟁했던 리미조차도 커리어 내내 윤미래라는 이름이 따라 다녔으니 말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난후 등장한 재키와이는 윤미래라는 이름으로 결코 가릴수가 없는 새로운 여성래퍼의 기준을 제시했다. 여성만이 낼수있는 하이톤에 오토튠까지 걸어 청각적으로 불편하게 느낄수 있는 음역대 그 자체를 독립적인 하나의 완성된 톤으로 정립시켜 버렸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이야기하는 가사 또한 여성힙합씬의 패러다임 갱신에 대한 정당성을 얻어 냈다. 재키와이의 이름을 알린 이 곡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는 성서안에서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으며 새로운 이브라는 앨범 타이틀에서 보여지듯 그녀가 이 앨범에서 표현하는 성서적 상징들에 대한 해석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페미니즘으로 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재키와이는 남성의 갈비뼈에서 탄생한 이브이기를 거부하고 가부장적인 신과 아담에 종속되지 않은 릴리트가 되는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일상성 뒤에 숨은 가부장적인 지배이념과 그 지배이념에서부터 시작되는 종교의 모순을 이야기하고 기존 상식과 가치를 전복시켜 버리는데 서사의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아나키라는 급진적이고 호전적인 곡 주제는 사실상 "지배로 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고 볼수있다. 그리고 재키와이는 이곡을 기점으로 남성이 지배하던 힙합씬에서 여성아티스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부터 자유를 얻어내게 되었다.
48. 제이클레프 - 지구 멸망 한 시간 전 (2018)
제이클레프의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은 근래 가장 유니크한 느낌을 받은 곡중 하나였다. 제이클레프가 들려주는 알앤비창법의 랩싱잉부터 코아화이트의 미니멀한 비트와의 조화는 범람하는 힙합곡들 속에서도 독보적인 유니크함을 전해주었다. 코아화이트가 제공한 프로덕션은 현학적인 코드의 조화로운 앙상블을 추구하기 보단 소위 아웃싱크라는 기법을 활용해서 음과 리듬을 분리시켜 적은 개수의 음으로 최대한 다양한 모습의 리듬프로그래밍이 연출되도록 했다. 미니멀한 비트에 아날로그한 질감의 신디사이저나 효과음을 점으로 찍어 리듬적으로 3~4가지의 단순한 패턴을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반복시키는데 명확하게 구분된 재료의 통일적인 효과가 강조되는듯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루프가 펼쳐지는 듯 느껴지게 하는 것이 코어화이트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의 핵심이라 보여진다. 이를 바탕으로 작품 속에 공간이 주는 미학을 개념화하고 제이클레프는 코아화이트가 남겨준 여백을 독특한 방식의 싱잉으로 채워 넣는다. 랩의 밀도를 가진 텍스트를 싱잉의 호흡으로 발화하는데 사실 소리를 누르지 않고 공명된 울림에 호흡을 길게 섞어 소리를 퍼트리는 발성은 랩의 발성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의 발성법이다. 일반적으로 이 앨범을 힙합이 아닌 알앤비로 분류하려는 의견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힙합의 음악적 범위는 너무나도 넓어져 있고 다수의 이모힙합 역시 보컬에 오토튠을 제거한다면 힙합과 음악적 교차점이 적어질수 밖에 없다. 랩에 음을 붙이는 행위는 이미 힙합음악안에서도 꾸준히 시도 되어 왔던 형태이고 결국 현대의 힙합음악은 아티스트의 철학과 가사를 쓰는 방법론이 장르를 구분하는데 가장 명확한 기준이 될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곡은 명확한 힙합음악이다.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가사안에 깔린 리듬체계 그리고 아티스트의 태도와 철학이 힙합의 그것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은 인간 내면의 본성이 고스란히 보여지는 공간으로서 다양한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인류사회를 제어해왔던 체제가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할때 나오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 예컨데 종교에 의지해 기도하는 사람들부터 카운트다운을 새며 초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까지 인간의 본성을 넓고 깊게 통찰하면서 곡이 끝난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49. 빌스택스 - IDUNGIVAㅗ (2019)
빌스택스는 이센스, 씨잼과 비슷한 시기 대마초 흡연사건으로 입건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대마초사건으로 뉴스에 오르내릴때 일반 대중들은 래퍼의 반사회적 일탈이나 반항정도로 치부했고 마약사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대중매체에서 퇴출시키는 것으로 유명인으로서 죄의 값을 치루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보헤미안으로서 대중사회의 살롱을 떠나는것에 큰 미련이 없었고 마약에 관한 윤리적, 도덕적 판단은 유보한 채 그것을 오히려 예술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소위 힙합에서 말하는 "리얼"이라는 진정성 혹은 무의식적인 담론장에 의해 신비로운 이미지를 획득했다. 씨잼은 마약사건을 자신의 양가적 이면과 삶을 자조하는 서사의 축으로 사용하면서 킁을 명반의 반열에 올렸으며 이센스는 옥중앨범이라는 극적 연출로 에넥도트가 가지는 드라마틱한 서사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빌스택스는 대마초를 주제로 하는 서사적 스토리텔링.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종의 성명서 형식의 <IDUNGIVAㅗ>를 발표함으로서 대마초합법화를 공식적으로 주장하게 된다. 대마초를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보수적인 사회야 말로 근원적인 독이라 주장하며 대마초합법화라는 해독과정을 통해 잘못된 프로파간다에 함몰된 보수적 사회의 계몽을 꿈꾸고 있다는걸 보여주었다. 비단 대마초문제만이 아니라 소수자 인권까지 현대사회에서 논의중인 가장 진보적인 의제까지 가볍게 건들고 있는 이 곡은 대마초사건 이후 빌스택스의 음악적 방향성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트랩의 바운스한 리듬을 멈블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나 장르의 공학적 본질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론에서 한국 트랩의 가장 높은 수준의 퀄리티와 음악적 설득력을 담보해주고 있다. 트랩프로덕션안에서 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사운드는 더욱 돕하게 멈블링을 이용한 플로우는 더욱 그루미하게 표현하면서 결국 문화적 차이로 도저히 닿을수 없다고 생각되던 크리미널한 음악적 영역까지 개척하는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최신 트랜드를 반영하는 트랩장르의 선두주자가 1세대 랩퍼중 한명인 바스코라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영한 사고를 견지하려고 노력하는지 알수 있다. 16년전 "The Genesis" 앨범을 즐겨 들었던 한명의 리스너로서 이 곡과 그의 새앨범 "DETOX"를 들을때면 다시 한번 그의 힙한 음악적 태도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50. 비프리 - 드라큘라 2020 (2020)
2020년 비프리가 발표한 <FREE THE BEAST>는 테네시주의 멤피스에서 성행했던 올드스쿨 호러코어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표방하면서 기존 한국힙합의 주류사운드와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로파이한 멤피스사운드에 천둥소리, 영화대사, 비음소리, 고음의 아리아 선율이나 과장된 신디사이저 효과음의 사용, 폭발적인 전자 파열음의 믹싱등 일상적인 자연물의 무조성 소리와 인위적인 전자합성음의 조화를 통해 시종일관 풍부한 청각적 서스펜스를 유발해 내고 있다. 강렬한 하행음형의 도입(Introduction)을 가진 바흐의 'Toccata and Fugue in D minor'의 오르간사운드를 샘플링한 '드라큘라 2020'는 이러한 특징들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다. 1마디의 하행되는 부분이 2마디에서 한번 더 옥타브 아래에서 반복하고 D음의 페달 포인트로 들어가는 곡의 패턴을 편집해 토카타의 긴장감있는 사운드를 공포영화에서 나올법한 음산한 천둥소리나 웃음소리등의 테마 샘플과 결합시켜 교묘하게 서스펜스한 사운드로 탈바꿈시켜 버렸다. 또한 성대에 스크래치를 걸어 거친 프라이질감을 내는 비프리의 랩톤이나 다양한 사운드적인 편집요소를 통해 호러코어로서 긴장감을 유지해내는 뛰어난 완결성까지 보여주는데 이러한 지점에서 비프리의 음악적 재능을 다시 한번 엿볼수 있다. 그렇다고 이 앨범을 공포물로서의 진지한 목적성을 가지고 만든 앨범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호러적인 사운드는 앨범 스타일상 컨셉일뿐 8~90년대 한국 공포영화에서 따온듯한 대사를 과장된 에코나 딜레이를 걸어 B급 감성을 연출해 내는 것이나 멍청트랩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랩메이킹등 호러코어적 요소 일부로 오히려 뻘하게 웃음을 유발시키게 만드는 특유의 미학적 구성이 비프리식 호러코어 스타일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거칠지만 유아적인 단순함이 동시에 보이는 그의 인간적 성향이 음악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고 볼수있다. 오리지널리티한 사운드의 완결성이나 한국적인 테마샘플을 통해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면 확실히 남다른 음악적 재능이라 할수 밖에 없다. 힙합씬의 트러블메이커지만 그럼에도 그를 배제할수 없는건 비프리의 불완전한 인성이 이러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수 없기 때문이다.
엘이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이유
(1993) 듀스 - Go,Go,Go
(1994) 듀스 - 떠나버려
(1999) 드렁큰타이거 -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2000) 가리온 - 옛이야기
4WD - 노자
DJ 소울스케이프 - Candy Funk
DJ 소울스케이프 - Story
DJ DOC - L.I.E.
DJ 소울스케이프 - Sign(숨과 꿈)
이현도 - 흑열가
(2001) 유엠씨 - 슈비두비둡둡
지누션 - Holding Down
드렁큰타이거 - Good Life
Sean2slow - Moment of Truth
(2002) 리쌍 - Rush
(2004) 피타입 - 돈키호테
버벌진트- Do What I Do
데드피 - Undisputed
에픽하이 - Lesson 2 (Sunset)
(2005) DJ SON - Dky
(2007) 이그니토 - Extermination
버벌진트 - 투올더힙합키즈 투
이센스 - 꽐라
(2008) 스윙스 - Punch Line 놀이
버벌진트 - 1219 Epiphany
산이 - 산선생님
(2009) 산이 - Rap Genius
(2011) 타블로 - Airbag
(2012) 오케이션 - 소문내
오케이션 - Lalala
빈지노 - If I Die Tomorrow
프라이머리 - 독
(2013) Hi-Lite Records -My City
스윙스 - 황정민(King Swings Part 2)
코홀트 - New Seoul
(2014) 화지 - 못된 년
비프리 - 불타(On Fire)
일리네어레코즈 - 연결고리
차붐 - 안산 느와르
(2015) 씨잼 - 신기루
키스에이프 - It G Ma
딥플로우 - 작두
이센스 - The Anecdote
(2016) 저스디스 - 씹새끼(Motherfucker Pt.2)
창모 - 마에스트로
(2017) XXX - 승무원
재키와이 - Anarchy
(2018) 제이클레프 - 지구 멸망 한 시간 전
(2019) 씨잼 - 약빨
(2020) 빌스택스 - IDUNGIVAㅗ
연도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뜬금없지만 킬링벌스 없었다면 이 곡들 중 대부분을 알고 있었을까 싶네요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nmupJxXdQsC1VkFVCBqZ3E6eSKdrxOzf
재생목록은 아직 졸려서 완성을 다 못했습니다...
내일(?) 마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다는 안 읽고 어떤 곡인지 곡명만 봤는데 이대로 플레이리스트 만들어서 쭉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다 보지는 못했는데 저기 리스트에 있는 곡 중 들어본 적이 있는 곡들은 다 봤네요. 좋은 글에 너무 짧은 댓글 남겨서 죄송한데 좋은 글 감사해요 ~
현호님 글 자주 써주세요~ 예전부터 글이나 리뷰 재밌게봤어요 ㅋㅋ 이따 자기전에 한번 봐야겠다
미쳤다 두고두고 자주 들릴 것 같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엘이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이유
현호센세이...
한국힙합 교과서를 읽은 기분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유익한 글 다른 사이트에 공유해도 될까요?
신기루
시파# 시파# 시솔시솔
마에스트로
Ebm Abm7 B Bb7
힙플 전성기 시절보다 이전부터 좋은 글들 많이 읽고 있습니다
10위권까지만 정독하고 나머지는 리스트만 훑어봤는데 밸런스 좋은 리스트네요 ㅎㅎ
제가 2000년대 중반부터 열심히 들어온 편이다보니 그당시 음악들에서 겹치는 픽이 많은거같습니다
나머지 글도 찬찬히 읽어볼께여
정성스러운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 박고 갑니다!
정성추 잘 읽었습니다.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글이다
개추
리뷰를 정말 잘쓰시네요...!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엔 한두곡만 봐야지 하고 시작한 게 끝까지 다 보게 됐네요 엄청납니다...
모르는 곡들도 다 읽어보게되네요
잘봤습니다
워 곡마다 앨범아트 넣으면 작은 잡지 하나 되겠는데요?
전 개인적으로 비프리는 불타도 좋지만 Hot Summer 이나 거짓말 도 좋은곡이라 생각
특히 거짓말은 당시 박근혜 정부랑 국방부 행태 대놓고 비판한 시원한곡
빌스택스 Idun~ 이 곡 2019년에 나왔어요
아는 곡은 다 읽어봤어요ㅎㅎ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추 ㄷㄷ
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뷰와 함께 쭉 들어볼께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이거 가지고 책 만들어도 되겠는데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몇 곡만 꼽아서 읽었습니다 추천꾹!
개미친 정성 .. 북마크에 저장
오 다 읽었는데 많이 알게 됬네요 고맙습니다
추천 박습니다
정독했습니다. 가끔씩이라도 좋으니 이렇게 글 써주시면 정말 잘 보겠습니다. 힙플때부터 항상 감사합니다 ㅠㅠ
글 재밌었습니다! 사족이지만 승무원은 2016년 트랙...이에요 ㅎ
명곡이 많아서 50은 빠져서 아쉬운 곡들이 많네요.
Rain Shower Remix, Hot Summer 등등
진짜 고생하신게 보이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쓴이님께 부담 안될정도로 top51~100도... 기대하겠습니다. 너무 좋은 글인지라 더 나왔으면 하네요.
정성추.
스윙스 비프리 팬인데 자주보여서 좋았네요 ㅎㅎ
(1993) 듀스 - Go,Go,Go
(1994) 듀스 - 떠나버려
(1999) 드렁큰타이거 -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2000) 가리온 - 옛이야기
4WD - 노자
DJ 소울스케이프 - Candy Funk
DJ 소울스케이프 - Story
DJ DOC - L.I.E.
DJ 소울스케이프 - Sign(숨과 꿈)
이현도 - 흑열가
(2001) 유엠씨 - 슈비두비둡둡
지누션 - Holding Down
드렁큰타이거 - Good Life
Sean2slow - Moment of Truth
(2002) 리쌍 - Rush
(2004) 피타입 - 돈키호테
버벌진트- Do What I Do
데드피 - Undisputed
에픽하이 - Lesson 2 (Sunset)
(2005) DJ SON - Dky
(2007) 이그니토 - Extermination
버벌진트 - 투올더힙합키즈 투
이센스 - 꽐라
(2008) 스윙스 - Punch Line 놀이
버벌진트 - 1219 Epiphany
산이 - 산선생님
(2009) 산이 - Rap Genius
(2011) 타블로 - Airbag
(2012) 오케이션 - 소문내
오케이션 - Lalala
빈지노 - If I Die Tomorrow
프라이머리 - 독
(2013) Hi-Lite Records -My City
스윙스 - 황정민(King Swings Part 2)
코홀트 - New Seoul
(2014) 화지 - 못된 년
비프리 - 불타(On Fire)
일리네어레코즈 - 연결고리
차붐 - 안산 느와르
(2015) 씨잼 - 신기루
키스에이프 - It G Ma
딥플로우 - 작두
이센스 - The Anecdote
(2016) 저스디스 - 씹새끼(Motherfucker Pt.2)
창모 - 마에스트로
(2017) XXX - 승무원
재키와이 - Anarchy
(2018) 제이클레프 - 지구 멸망 한 시간 전
(2019) 씨잼 - 약빨
(2020) 빌스택스 - IDUNGIVAㅗ
연도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뜬금없지만 킬링벌스 없었다면 이 곡들 중 대부분을 알고 있었을까 싶네요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nmupJxXdQsC1VkFVCBqZ3E6eSKdrxOzf
재생목록은 아직 졸려서 완성을 다 못했습니다...
내일(?) 마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와 정리 감사합니다.
이런 글 감사합니다
닥추
Lesson 2 랑 airbag 오랫만이네요... 항상 늦은 밤 택시 탔을 때는 airbag 무한재생했었는데
인정...
와 진짜 대단하십니다 쌈디거 없는 게 좀 아쉽지만 양질의 리뷰 감사합니다!
와우...사랑과 정성이 느꼈다 ㅎㅎ
정성추 ㄷ ㄷ
추천박기
이것이 한국힙합 역사교과서인가요? ㄷㄷ 글 완전 좋네요
곡들 다 보니까 한국힙합의 과거와 현재를 골고루 적으셨어요 ㅋㅋ 추천 누릅니다
여기 뽑힌 노래와 뮤지션들에 대해 이견은 없지만,
CBMASS와 다듀, 소울컴퍼니, 팔로알토 등등이 한 곡도 없다는게 굉장히 의외네요...
오케이션 3개 ㄷㄷ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어요ㅎㅎㅎㅎ 90년대 초랑 최근 음악들 빼고는 다 아는 노래들이네요 ㅎㅎ..
진짜 시간 날 때 마다 틈틈히 찾아서 계속 보는 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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