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모두 모은 후에 올리고 싶었지만... 쉽지 않을 거 같아서
현재 기준으로 소장중인 녀석들을 올려보고자 한다.
GK Huni' G (요즘은 그냥 Huni' G 라고 하시는 거 같다.)
본명은 지영훈.

(사진 출처 - 후니지 인스타그램)
아날로그 바이닐로 음악을 만드는 DJ / Producer / Beatmaker 이자
백색레코드 http://whiterecords.cafe24.com/ 사장님이기도 하다.
(사장님 이 글 보시면... 포털에 검색하면 나오게 해주세요 ㅎㅎㅎ)
물론 나는 그냥 리스너이자 백색레코드 구매 고객일 수도 있지만,
나름 후니지 님과 작은 인연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모 음반쇼핑몰에서 적었던 글이기도 하다.)
2004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교직 첫해이자 27살이었던 나.
내가 한창 디제잉에 미쳐 바이닐 디깅에 열을 올리던 어느날,
나에겐 너무 소중했던 다음 카페 '투턴테이블' 장터에 올라온
몇장의 소울LP를 사려고 방배동(?)쪽에 있는 한 집을 찾아갔다.
턴테이블과 믹서, MPC, 컴퓨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벽에 가득한
그의 LP들... 그냥 나처럼 취미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려니 했다.
직거래가 끝나고 잠시간의 대화를 나눈 후 집을 나오려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CD한장을 건내며 자신이 집에서 만든건데 한번
들어보라고 했다. 흑인 여자가 그려진 누런 음반이었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후,
며칠이 지나서야 우연히 CD플레이어에 넣고 음악을 들었을 때,
"이거 정말 그 사람이 한 거 맞아?" 라는 의문과 함께 한동안 멍했다.
당시 턴테이블리즘에 빠져있던 나는 국내에서는 그런 걸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국내에서 직접 구현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기대치 못했기 때문이다.
옛날 얘기 죄송하지만, 당시는 스마트폰도 유튜브도 해외직구도 없던 시절.
'한국에도 이런걸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음반 거래할 때 좀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뒤늦게 그에 대한 정보가 각종 사이트에 소개되었을 때,
그 사람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 있는 GK Huni'G라는 걸 알게되었다.
이 앨범이 나오고 5년이 지나서 정식 정규앨범 PRIMITIVEADING 이 나왔다.
정규작이다보니 저작권을 의식한 듯 조금은 샘플링 비중이 좀 적어졌고
Experimental을 표방하며 어떤 철학적 메시지를 담으려다보니
귀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그루브의 턴테이블리즘의 감흥은 다소 줄어들었었다.

그 이후에는 정규 창작물보다는 다양한 브레이크 믹스앨범을 주로 발매했는데
주로 옛날 우리 가요를 중심으로 제3세계의 숨겨진 브레이크 소스들을 활용한
믹스앨범들이 주를 이루었다.

(좌측 상단부터)
1. Repeatin' Music (2004)
2. Primitiveading (2009)
3. Acidless Trip (2009)
4. 당신이 찾는 브레이-크 가요의 모든 것 제1탄 (2008)
5. 당신이 찾는 브레이-크 가요의 모든 것 제2탄 (2014)
6. 사이키델릭 레코드 (2014)
7. 당신이 찾는 소울 가요의 모든 것 (2016)
8. 당신이 찾는 브레이크 소울 가요의 모든 것 (2019)
9. 당신이 찾는 소울 가요의 모든 것 [경음악 편] (2019)
10. 사이키데릭 사운드 제2탄 (2018)
11. 69 [Eroticism and Music] (2019) - 69장 한정판
(사실 몇장이 더 있었는데 중간에 분실을...ㅠㅠ)
지금은 Jamal The Heavylight 를 비롯하여 이런 움직임이 좀 있는 편이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가요의 뿌리를 찾아
브레이크의 흔적을 뽑아내려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믹스앨범들의 커버는 크게 2가지 컨셉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 첫째는 과거의 국내 가요 커버를 활용하여 오마주한다는 점이다.
아래의 앨범들이 그 예시들...

그리고 또 하나의 커버 컨셉은 앨범 준비과정에서
테스트 프레싱 (또는 시험판)으로 엘피를 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형식을 차용한 커버 구성이다.

좌측 상단에 보면 [스테레오 / 시험판] 문구가 인상적이다.

시험판인데 게이트폴드 더블엘피 포맷이라니... ㄷㄷㄷ
그리고 또 재미있는 포인트는
한자 병기가 일반적이었던 7~80년대의 느낌을 잘 살린 것이다.
인사의 말씀에서 '인사(人事)'를 한자로 쓰다니...ㅎㅎㅎ
기획(企劃) - 지영훈(池英勳)
음악(音樂), 태양(太陽), 발굴(發掘), 레코오드사(社) 등등...
이런 부분들처럼 깨알 같은 디테일에 나름 신경을 많이 쓴다.
문제는 이런 음악과 음반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들었으면 좋겠는데
음원으로 공개된 앨범도 한정적이고, 음반도 소량 한정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그가 바라는 것이 다수의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알아볼 줄 아는 소수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건 아닐까...
https://www.instagram.com/yhj_hunig/?hl=ko
그가 작년 (2019) 8월 말에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을 보면
브레이크 가요 / 소울 가요 시리지는 종지부를 찍은 듯 하다.
이제 후니지 본인도 어느덧 40대에 접어들면서
거의 막노동 수준의 디깅과 믹스는 내려 놓고...
그 흐름을 이어받아 노력중인 후배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모습에서는
진정한 장인(匠人) (Not 丈人) 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부디 그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말고
계속 좋은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를...!!
국힙 샘플링의 화신...
화신... 어울리는 칭호네요!
와 어렸을때 처음 듣고 뭐지?? 뭔데 이렇게 가사도 없는데 좋지?? 라는 생각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 뭐하시나 궁금했는데 반갑네요 되게
벌써 시간이 16년 흘렀으니 그렇네요...
음악 접근성이 좀 아쉽지만 찾아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PRIMITIVEADING앨범 너무 잘들어서 이분 정보찾으려고 구글링해도 정보가 거의 안나와서 아쉬워했었는데
정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ㅜㅜ
Primitiveading을 듣고 좋았다면 턴테이블리즘을 충분히 즐기실 준비가 되셨네요! 인스타 팔로우하셔서 작품들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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