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t-hkvaZlQH0
열심히 들어보는 한국 힙합 곡 중 이 곡은 임팩트가 세진 않은데
잔잔하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랩은 편안한데 밴드 사운드가 너무 생생해서 좋고,
이 곡은 대체로 잔잔한 앨범 분위기 중에 제일 펑키한 곡이라 특히 몸 흔들면서 듣기 좋더군요
많이들 모르실 곡/앨범이라 생각하고 한 번 추천해봅니다.
앨범에 대한 상세 설명은 인스타에 올린 감상 후기 글로 대체!
채군 - 어둠과 사람과 숨과 (2020.1.19)
만약에 Wassup Crew나 늘픔패거리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채군의 이름이 낯익을 것입니다 - 최근 얘기했던 Vegaflow처럼요. Demonicc이란 이름으로 활동한 기간이 더 길긴 했지만, 최근 늘픔패거리 동료들과 "Uncommon Ave."라는 집단을 만들면서는 채군으로 돌아온 거 같습니다.
이번에도 결론부터 말해볼게요. "어둠과 사람과 숨과"의 주인공은 랩이 아닙니다. 랩 앨범 얘기하는데 모욕 같이 느껴질지도 모르는 말이나 저의 결론은 그렇습니다. 채군의 총괄 프로듀싱 아래 만들어지고 담긴 이 앨범의 연주를 앨범 소개글은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정말 그렇습니다. 킹스턴 루디스카, 3호선 버터플라이 등 여러 배경의 짱짱한 멤버가 모여 선사하는 하모니는 생생함을 넘어 밴드 잼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사이에서 랩의 자리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원래 채군은 파워풀한 랩을 뱉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힘을 빼고 편하게 가는 스타일과 오밀조밀한 라임이 그의 개성이었죠.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스킬은 있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훨씬 더 담백합니다. 전곡에 걸쳐 거의 한 가지 톤을 사용하기 때문에 랩을 논하자면 솔직히 지루합니다. 그런데 이 앨범은 말했다시피 밴드가 주인공입니다. 사운드에서부터, 랩보다 악기들의 소리가 전면에 나와있으며, 단조로운 랩은 튀지 않고 하나로 섞입니다. 군데군데 랩을 쉬고 연주에 집중되는 파트가 많다든지, 아예 드럼이나 기타의 템포에 맞추어 랩을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하여, 랩을 듣고자 했던 사람들은 실망할 공산이 커보입니다.
'시한부 환자의 마지막 글'이란 컨셉을 갖고 있다지만 곡들이 가지고 있는 바이브는 비교적 밝습니다. 이중 가장 펑키한 곡인 "일흔한번째 편지"는 밴드 연주의 매력이 제일 크게 살아나는 곡으로 베스트 트랙으로 꼽기 부족함이 없습니다. 채군의 가사는 사람에 따라 억지스러워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담담한 어조와 적절한 은유가 잘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 역시나 밴드에 맞추어 너무 복잡하게 가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같고요. 사소한 것 하나, 곡이 갑자기 툭 끊기는 부분들이 중간중간 있는데 이건 의미를 잘 모르겠더군요 - 모르는 부분이라 그런지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ㅎ
아무튼, 찾던 것은 못 찾았지만 의외의 것을 선물 받은, 신선한 반전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공연을 한대도 찾아갈 여건이 안 되어 아쉽지만, 한번쯤 라이브 잼으로 보고 싶은 앨범이네요.
으따 펑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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