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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재의 2월 1일 보일링포인트 공연 관람 후기

title: D'AngeloDJSam2020.02.03 10:52조회 수 918추천수 9댓글 5

(한곡 한곡 세부적인 건 없고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썼습니다.)

 

2월 1일 토요일 6시에 홍대 클럽 블루프린트에서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현준과 록스펑크맨 앨범을 둘 다 너무 좋게 들었던 터라
아마 게스트가 없었어도 가고싶었을 공연인데,
하물며 넉살, 딥플로우, 더콰이엇, 뱃사공, 부현석, 문선, 얼돼, 호림 등의 참여가
더욱 큰 잔치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되어서
신종코로나를 우려하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챙겨서 갔습니다.

 

공연이 임박한 시간인 5시 50분이었는데도 입장 대기자수는 약 50여명.
이러다가 진짜 코로나 여파로 썰렁한 공연이 되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6시 20분 정도가 되니까 총 200명 정도 들어온 것 같더라구요.
저는 나이도 있고 사람들 사이에 엉키는 게 피곤해서 그냥 맨 뒤에서 보았습니다.
클럽 내부는 기존 시설들을 싹 비워뒀는데 바닥이 이상하게 끈적거려서
마치 바퀴벌레 끈끈이에 붙은 것처럼 발을 떼기가 어려웠어요 ㅎㅎ


공연이 시작되고 첫 게스트로 문선이 나왔는데
음원에서 듣던 소리에 비해 샘플러나 보컬이펙터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불안한 음정이 드러나게 되어 좀 많이 아쉬운 무대였습니다.

이어서 얼돼가 나왔는데, 커뮤니티에서 관심과 칭찬이 자주 나오던 사람이라
주의깊게 지켜봤는데, 제 선호장르가 아니라 그렇지 잘 하는 거 같더라구요.


드디어 이현준이 나와서 본인 곡들을 열심히 보여주었는데
라이브 실력이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현장 사운드가 별로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가사도 잘 들리더라구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상황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과몰입되는 것 같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라이브실력과 토크를 활용한 자연스러운 곡 연결에 감탄할 때쯤
딥플로우와 넉살의 게스트 공연이 있었습니다.
마이크 문제로 조금 흐름이 끊기기도 했지만, 역시 짬바는 무시할 수 없더라구요.
무대를 편하게 즐기면서도 파워와 스킬은 타이트하게 유지하는 능력!
관객들도 아무래도 유명곡들이 나오니까 반응도가 올라가더라구요.

 

여기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생각보다 시큰둥했던 관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무대위의 래퍼들도 뭔가 생각보다 반응이 나오지 않음을 의식하는 듯 보였고,
제가 보기에도 반응이 썩 시원치가 않았습니다.
딥플로우의 말을 빌리자면 가끔 이런 공연이 있는데
이른바 '기빨리는 무대' 라고 하더라구요.
저 역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학생들이 반응 좋은 날은 없던 능력치까지 올라오는데
아이들 반응이 이상하게 없는 날은 스스로 무너지기도 하거든요 ㅎㅎ

 

심지어 이후에 더콰이엇이 나왔을 때도 제가 기대했던 호응도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니 주인공이었던 이현준, 록스펑크맨 때에는
그에 비해서 더 부족했으니 당사자들은 많이 당황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단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관객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마스크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호응을 자제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나봅니다.
게다가 바닥은 끈적끈적해서 발은 붙어있고, 실내가 더워서 다들 힘들어했죠.

 

아무튼 이현준의 추가무대와 함께 더콰이엇의 무대가 있었는데,
주인공 2명을 잘 모르긴 하지만 잘 되면 좋겠다는 코멘트가 재미있었습니다.
유명한 곡들을 이어 부르고 역시나 능숙한 무대매너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검정색 트랙스를 타고 사라졌다는 후문이...ㅎㅎ

 

잠깐의 휴식시간이 있기를 바랬지만, 바로 소개도 없이 록스펑크맨 등장!
따 찢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환상의 비트와 랩이 흘러나오는데
사람들 20% 정도가 밖으로 퇴장했습니다.
이건 록스펑크맨을 무시하거나 더콰이엇만 보러 왔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그쯤에서 잠시 인터미션이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땀은 나고 화장실도 가고싶고 담배피는 분들은 담배도 피고 싶고...
뭐 그런 시간이었던 거죠. 근데 바로 소개도 없이 록펑이 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록펑 무대 초반이 희생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솔직히 땀도 나고 허리 다리도 아파서 밖으로 나왔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밖으로 나와서 좀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시 들어가서 록스펑크맨의 무대들을 지켜봤는데
진짜 미친듯한 파워래핑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붐뱁비트에다가
기가 막히게 구사하시는데도 요즘 스타일의 멜로디라인이나 훅이 없다보니
관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겁지는 않았습니다.
'와 비트와 랩 둘다 진짜 쩐다...' 라고 감탄은 하면서도
기존 히트곡이 아니다보니 관객들은 다소 애매한 호응을 보였죠.

 

그리고 새 앨범에 피쳐링으로 참여했다는 뱃사공이 등장하여
록스펑크맨과 함께 새앨범 수록예정곡을 함께 했는데 좋더라구요.
그리고나서 뱃사공 단독으로 4곡 정도 무대를 했는데
차분한 듯 하면서도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어서 록스펑크맨의 무대가 이어졌는데, 이때가 9시였습니다.
6시에 시작해서 9시까지 서서 공연을 보니까
관람객중 최고령자였을 저는 허리와 다리가 너무 아프고
저녁을 안먹고 갔더니 극도의 허기짐이... ㅠㅠ

애프터파티에서 주인공 2명을 더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연 후반부를 다 못보고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오니까
다들 떠나고 없더군요 ㅎㅎㅎ


록스펑크맨님께 연락해서 몇시에 돌아오시냐고 하니까
11시 30분쯤 오신다고 하시고, 유부남 통금시간은 다가오고...

그래서 주인공 두분과 별도의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DM으로만 공연평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ㅠㅠ

 

이번 공연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이 정도 라인업 공연에도 생각보다 관객수가 많지 않았고,
그들이 보여준 관객 호응도 역시 생각보다는 약했다는 것입니다.
바꿔말하면, 힙합이 대한민국에서 메인스트림이 됐다고는 하나
아직 그들만의 리그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거죠.

아무쪼록 좋은 취지의 보일링포인트 첫 두 주자였던
이현준과 록스펑크맨의 앨범과 공연 모두 저에게는 큰 감흥을 주었고
대한민국 힙합이 앞으로 좀 더 이런 방향에서도 성장하길 바랍니다.

간단하게 쓴다는 게 많이 길어졌네요.
연예인으로서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좋지만,
힙합 음악 자체를 사랑하면서 이 문화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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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 2.3 11:28

    공연은 정말 좋았는데 공연장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예전 오도마 단콘에서도 음향문제가 조금 있었고, 바닥이 끈적이는 것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무대 왼쪽 조명이 없는 것도 조금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저에게 돈 값 이상을 하는 공연이었던 건 확실했습니다!

     

    평소 성격탓에 공연장에서도 큰소리로 호응하지는 못하는데 조금 찔립니다.. 그래도 팔은 열심히 흔들었으니 봐주세요 ㅎㅎ

  • title: D'AngeloDJSam글쓴이
    2.3 12:56
    @핏하입

    맞아요 조명!! ㅎㅎ 무대 왼쪽으로 가면 얼굴이 꺼멓게 보였죠 ㅎㅎ

    2만원이니까 욕심 더 내면 안되겠죠? ㅎㅎ 거기 모든 사람들도 다 마음으로는 소리질렀을 거에요~!! :)

  • title: D'AngeloDJSam글쓴이
    2.4 09:27

    참고로 더콰이엇님 만나서 엘이에 씨디 인증한 거 혹시 보셨냐고 했더니

    무덤덤하게 아 그래요...? 하면서 엄청 쿨 하시더라구요 ㅎㅎㅎ

    그래도 싸인 받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볼뽀뽀는 코로나 관계로 안해주신 걸로...ㅋㅋ

  • 1 2.4 12:45

    저는 이날 혼자 신나서미친사람처럼..코로나바이러스도 잊게할만큼 즐겼어요.다리.허리아픈거모를만큼재밌게봤죠..음향만아쉽지만..재밌고감동적인시간이였어요..게스트보고나간일부민패관객들..니들은참답이없다.그럴거면오지말기를..

  • title: D'AngeloDJSam글쓴이
    2.4 13:43
    @소심한아이

    정말 재밌게 잘 노셨나보네요! 저도 나이 먹고 푸쳐핸접을 너무 많이 했더니 양팔 어깨 근육통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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