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게 빨아제끼는 글이니 주의하십쇼)
이정도로 기대한건 아니었는데 엄청나네요...
저는 가사를 분석하고 이런건 잘 못해가지고 다소 직설적인 가사를 선호하는 편인데 일단 The Movie Star는 메시지 면에서 아주 간단명료해서 좋았습니다. 특히 '본토' 트랙에 이번 앨범에서 비와이가 하려고 했던 말이 요약되어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오리지널 오리지널 노래를 부르지만, 아직도 '외힙급' 같은 단어들이 널리 쓰이는 걸 생각해볼때 특히나 빡 와닿는 점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원해 난 본토' 했으나 이제는 '원해 탈본토' 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게 설득력이 있는건 출중한 랩 실력에 더해, 최고의 프로덕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프로덕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국힙에서 프로덕션 면에서 최고작은 XXX의 랭귀지, 세컨랭귀지라고 봐왔는데(전통적인 힙합비트의 퀄리티를 말하는건 아님. 따라서 Soulscape, JU 등은 제외), The Movie Star는 그것들에 충분히 견줄 수 있는 작품이며, 오히려 더 신선한 프로덕션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일단, IDM에서 영감을 얻은 듯 한 분열적인 비트는 XXX와 비와이의 작품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속성입니다. 물론 The Time Goes On 때부터 비트를 독창적으로 활용하던 비와이였지만 이번 작에서는 드럼 한 노트 찍을 때마다 얼마나 골몰했을지 상상이 가더군요. 이런 면이 가장 잘 드러난 '다음것' 은 듣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베이스 하우스에 분열적인 비트가 이렇게 잘 묻을 수 있구나 싶어서 한번 놀라고, 그 위에 랩이 이렇게 잘 섞일 수 있구나 싶어서 두번 놀랐어요.
근데 비와이의 가장 유니크하게 들리는 부분은 역시 클래식, 오케스트라 사운드 활용입니다. 진짜 이것만큼은 비와이가 전세계에서 가장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작년 쇼미때 슈퍼비와 때부터 정말 이쪽으로는 엄청나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들려주네요. '본토' 에서 심바 파트가 나올때 비트 바뀌어 나오는 템페스트 3악장은 소름이...
전반적으로 (마찬가지로 제가 생각하는 외힙 AOTY) 타일러의 IGOR와 겹쳐보이는 작품입니다. 둘 다 전곡 본인이 프로듀싱했는데 IGOR는 처음 들어도 여러번 들은것 같이 곡들이 꿀떡꿀떡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면, The Movie Star는 그런 느낌은 없지만 랩과 프로덕션의 독창성 면에서는 더 우위가 아닐까 싶어요.
암튼 4번트랙까지 해서 저는 벌써 완전히 압도됐기 때문에, 5번트랙에서 (심지어 버벌진트 앞에서) 본인이 자칭 거장이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는데도 반박할 마음이 안 들더군요.
그래도 단점을 하나 들자면, 베이스에 피치벤딩을 다소 남용하는게 아닌가 싶었어요. '장미는아름답지만가시가있다' 같은 트랙에서 그런데, 좀 정신사납게 들립니다. 그래도 1집의 Gucci Bank 에서 베이스를 과하게 써서 소리밸런스가 무너졌던 것에 비하면 훨씬 좋지만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저는 이 앨범이 근 3년 국힙에서 나온 앨범 중에 최고작이라고 생각합니다. 16년엔 2MH41K가 있어서 그 이전으로는 안되겠군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쇼미더머니 우승자 출신 래퍼가 이런 앨범을 냈다는 건 국힙씬에 있어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 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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