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셜스타의 정규 2집 Maze Garden의 문학적 감상과 분석>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사유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쳐가는 과정 중 하나이다. 그 중 이러한 고민의 정도가 가벼운 측에 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것으로 인해 심히 고통 받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지금부터 살펴볼 크루셜스타의 정규 2집 <Maze Garden> 은 이 앨범의 창작자이자 주인공인 그가 후자에 속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본격적인 감상에 앞서 앨범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5월 2일에 본인의 개인 음악 계정인 soundcloud에 업로드 했던 앨범과 같은 이름의 트랙인 <Maze Garden>에서는 아직까지 큰 수익이나 아웃풋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본인이 가장 애정하는 이야기라고 서술하는 그의 메시지를 들어볼 수 있다. 제목과 커버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 앨범은 본인 혹은 인간의 삶을 일종의 ‘미로’에 빗대어 표현한다. 그러나 단순한 미로가 아닌 ‘정원’이라고 이야기함으로써, 한편으로는 푸르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더해낸다. 그의 앨범 소개에서도, 삶이란 누군가 에겐 미로이지만 누군가 에겐 정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이 그 사이에서 느낀 혼란과 괴리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본격적인 감상에 앞서, 필자는 ‘크루셜스타’라는 아티스트의 오랜 청취자였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힙합이라는 음악의 특징이나 기술에 대해서는 매우 깊은 지식은 없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할 것이고 주관적인 판단과 느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는 바이다.)
음악을 들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다. 그는 이를 총 세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그에 더 나아가서 전개 과정을 발단-전개-절정-결말이라는 문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해 보았다. 우선, 발단의 시작인 <동전 한 닢> 부터 살펴보자. 가사가 없는 현악기 선율이 주를 이루는 트랙으로, 무언가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뒤에 희미하게 깔리는 군중들의 소리와 물소리를 고려한다면 다음 트랙인<Fontana di Trevi>의 트레비 분수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곡, 그리고 앨범 전체의 처음 등장하는 화자인 ‘나’는 바로 이 분수로, 분수의 시점에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표현한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지만 타자들은 본인에게 ‘동전 한 닢’을 던지며 소원을 빌고,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때로는 실망하며 원망을 퍼붓기도 하는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인다고 표현한다. 그런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분수는 계속해서 본인에게 동전을 던져달라는 이야기를 던진다. 2번째 verse에서 이 화자는 곧 크루셜스타 본인으로 치환된다. 그의 이전 작품들인 ‘꿈을 파는 가게’ 나 ‘love yourself’와 같이 끊임없이 꿈을 가지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던 그의 사상이 이번에도 연속선상에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음을 암시하며 한결 같은 트레비 분수를 보며 본인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분수에게 동전을 던지듯, 때로는 부정적인 상황에 처하더라도 계속 본인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동전을 받고 싶다고 시사한다. 다음 트랙인<Direct Message>에는 그가 바란 것처럼 그에게 영향을 받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SNS 메시지로 크루셜스타를 보며 꿈을 키워온 학생이 보낸 메시지를 읽고 영감을 받아 쓴 것이다. 곡의 시작은 음악을 관두고 싶을 때가 있다는 그의 고뇌 그리고 심리적 혼란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서른이 넘은 그에게 이십 대 초반의 에너지와는 다른 염세적인 생각들이 가득하다. 이 때 그와 반대되는 인물이 등장하여 그가 열정 가득했던 어린 시절과 같이, 음악적 성공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힘든 현실에 처한 상황에서 본인을 보며 치유 받는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는 각성한다. 아직 본인에게는 동전을 던져줄 존재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트레비 분수, 그리고 소년의 메시지를 보며 그는 본인의 이야기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그 첫 순서는 4번 트랙 <청담동>으로 자신의 본적으로 돌아가 번 트랙에서 DM을 보낸 소년과 얼추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서울에서 비교적 부유한 동네인 청담동에 거주했지만 상대적으로 조금은 뒤쳐졌던 집안 환경, 남들과는 달랐던 본인의 꿈을 가진 어린 소년. 그러나 평범함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곧 그만큼의 고난을 혼자 겪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현실. 이런 괴리감 속에 그가 보기엔 찬란해 보였던 친구에게서 본인을 자책하며 너뿐만이 진정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는 반전. 그리고 다시 그 친구를 응원하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가치는 돌아보지 못한 채, 타인의 빛나는 부분만 동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것이 그가 받은 DM의 소년 그리고 친구에게 주고픈 희망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그의 회고 과정은 그의 팬, 친구에서 가족으로 확장된다. 5번 트랙인 <할머니>는 하루 종일 TV를 켜놓으시고 자신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음악을 한다는 손자가 언제쯤 대중매체에 등장할 지 손에 꼽으며 기다리는 할머니의 응원. 그리고 본인도 그러한 간절한 꿈이 있었겠지만 시대적, 환경적 배경으로 그것을 포기하고 더욱 고된 삶을 겪어오신 분에게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손자.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안에서 크루셜스타는 본인의 꿈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더욱 간절해지며,그 꿈을 성취하고자 하는 열망은 점점 더 강해지지만, 그럴수록 부담감 또한 더해갔을 것이다. 이 트랙은 특별히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모든 자식들이 공감할만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졌다. 조금씩 가중되어가는 그의 부담은 6번 트랙 <미로 정원 / 두 갈래 길>에서 삶과 꿈에 대한 고뇌로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나는 지금 살기 위해 사는가’ 라는 본인 존재의 이유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심화되는 것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로를 걷는’ 느낌인 삶은 끝없이 복잡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으며 계속 막다른 벽에 부딪히는 절망의 연속이다. 그 안에서 끝없이 헤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괴롭다. 하지만 사실 이 미로는 단순한 미로가 아닌 미로 정원. 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미로’에서 ‘정원’으로 초점을 옮기며 ‘손질하고 물을 준다’ 라고 표현한다. 해답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그의 삶을 아직 완전히 수용하지는 못했으나, 최대한 억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고 그 과정에서 작은 희망들을 향유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해방되지는 못한다. 결국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라는 회의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두 갈래 길>로 이동한다. 이 트랙은 하나로 합쳐져 있지만 사실상 3분 12초 부분을 기점으로 나뉘어져 있다. ‘wicked is good’이라는 가사 이후 <두 갈래 길>이 전개되는데, 말 그대로 선택의 기로에 놓인 그의 상황이 몹시 절망적으로 표현된다. 삶이라는 미로 속에서 그리고 꿈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에서 좌절하고 굴복할 것인지, 괴롭지만 이겨내려고 노력할 것인지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진행된다. ‘모든 일의 의미를 찾다간 요절 해 버리고 말 것이다’ 는 그의 가사에서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그의 모습이 드러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기억’이 아직 남아있으므로 아직 사라져 버릴 수는 없기에 계속 본인을 힘들게 하는 자아들과 싸워야 한다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7번 트랙인 <두 얼굴>에서부터 그의 심리적 고통의 절정이 시작된다. 마치 이상 시인의 <거울>이 생각나게 하는 그의 가사는 자아가 분열되며 마치 ‘천사와 악마’ 가 돌아가며 그를 심문하는 듯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두 가지 버전의 목소리로 돌아가며 직접 선명하게 표현하고 양면성과 모순점에 대해 혐오하는 그. 또한 본인이 혐오했던 다른 것들보다도 더욱더 자신이 싫다며 채찍질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요한 상황에 맞는 가면을 선택해가며 가식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인생과 거울을 보면 마치 벗기고 벗겨도 또 나오는 러시아 인형인 ‘마트료시카’ 와 같은 자신을 느끼며 끝없이 싸워나가는 과정이 나타난다. ‘7가지 변명이 널 만들었다’ 라는 내용에서 두 갈래 길을 개별적인 트랙으로 쳤을 때 앞의 7개의 트랙들을 나타내며 본인을 부정하는 정점을 찍고 있다. 8번 트랙인 <혼자 이 밤을> 에서는 이러한 그의 자기혐오와 분노가 우울의 형태로 최고점을 찍는다. 선 공개 되었을 때에도 앨범 커버가 흰 천장의 형광등이었던 것에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침대에 누워 우울과 불안에 휩싸인 그의 상태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아무리 따뜻하게 해도 한기로 가득한 마음’ 에서 시작해 ‘그대 마음의 출발시간에 지각했다’ 라는 내용은 누군가를 잃어버린 슬픔까지 더해졌음을 나타낸다. 불면증에 고통 받는 그는 천 마리째 양을 세어 보지만 결코 잠에 들지 못하고 ‘악마가 곁에 있는 것 같은’ 밤이라는 시린 시간을 겨우 견뎌낸다. 9번 트랙인 <Pen> 에서는 2번 트랙인 <Fontana di Trevi>와 같이 사물에 자아를 부여한 ‘나’가 다시 등장한다.그러나 이번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이 ‘펜’이 크루셜스타를 직접 비난하고 책망한다. 작업을 하며 예전과는 다르게 변화한 그를 보며 본인의 커리어와 현재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날카로운 말들을 던지며 외면한다. 또한 비슷한 발음인 ‘pen’과 ‘fan’을 접목시켜 ‘나는 너의 pen일 뿐 fan이 아니야’라고 하거나, 팬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중간 이후 이런 말들에 ‘찔린 꿈을 꾼 듯 한’ 크루셜스타가 등장하여 이 파괴적인 메시지들에 잠식당하고 모든 것을 그만둘까 고민하며 가장 마지막에는 실제로 자신이 받은 비난의 메시지를 거칠게 내뱉으며 끝을 맺는다. 더 이상 이겨낼 수 없을 만큼 힘든 고통에 휩싸인 그는 다음 10번 트랙인 <Ghost writer>에서 죽음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그의 상태를 표현한다. ‘하마터면 횡단보도에 치일 뻔 했다’ 라고 시작하며 ‘죽을 뻔한’ 그가 이번엔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었고 성공할 것 같다는 희망찬 마음을 노래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꿈을 성취한다면 모든 상황이 나아지고 본인은 미련 없이 ‘작별 인사’를 건낼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사실 그는 실제로 죽었고 이 메시지들은 그가 ‘유령’이 되어 생각했다는 반전이 등장한다. 계속적으로 ‘요절’ 에 대해 언급한 그가 정말로 죽어버린 상황을 설정해 보았다는 것에서 진심으로 죽음을 만난다면 어떨지 끊임없이 상상했음을 알 수 있고 평소에 바라온 것들이 무엇인지 드러난다.그러나 ‘내가 적은 글자들 속에 내가 있어’ 라는 말로 끝을 맺는 것에서, 그가 죽는다 해도 그의 작품들은 진심으로 사랑할 것이라는 일종의 ‘유언’과 같은 메시지를 볼 수 있다.
11번 트랙인 <singer songwriter>에서 부터는 아주 극한 갈등이 조금씩은 해소되며 점점 결말에 닿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청담동>과 같이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을 회상하지만 이번에는 진정한 꿈을 꾸었던 자신의 희망차고 긍정적인 때를 생각하며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가장 순수한 열정을 불태웠을 때의 아주 긍정적인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어릴 적의 자신’에게 ‘현재의 자신’이 만난다면 과연 어떤 말을 해 주었을까 라며 이제는 더 이상 그때와 같지 않다는 씁쓸함과 함께 다시 한번 꿈을 열망하던 감정을 느껴보길 바란다.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12번 트랙인 <Just a song>은 제목 그대로 ‘그냥 쓴 노래’ 로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 편하다. 물론, 이 가사를 어떤 과정을 거쳐 썼는지 알 수는 없지만 대체적인 내용들은 본인이 느끼는 그때 그때의 감정을 바로 서술했음이 느껴진다. ‘3분 동안은 슬픔과 고통을 잊어달라’고 본인과 청취자들에게 전달하면서 ‘가사는 잊고 그저 멜로디만 들어달라’ 라고 말한다. 대체적으로 무언가 수용적이며 있는 그대로의 것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냥 노래를 쓰는 행위’ 를 함으로써 가장 단순하게 돌아갔고 일종의 ‘해방감’ 이 느껴지는 트랙이라고 생각했다. 13번 트랙인 <언젠가 내 시간이 올거야> 에서는 본격적으로 희망의 분위기가 시작된다. 크루셜스타 보다 선배인 더콰이엇, 그리고 후배인 쿤디판다와 함께 함으로써 각 연령대의 메시지들을 들을 수 있다. ‘내가 내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라며 앞서 부정했던 본인의 모든 것들을 진정으로 극복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다짐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의 동료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그의 모습이 엿보인다. 14번 트랙인 <complex> 에서는 자신의 컴플렉스를 '특별함'으로 전환하며 매우 긍정적인 태도의 변화가 나타난다. 여태까지 그가 가진 약점들을 자책하고 그 때문에 자아가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그가 한층 성장했음이 엿보인다. 아주 어릴 적 사소한 과학실의 해프닝이었지만 그로 인해 현재까지 가지게 된 신체의 결점 및 본인은 크게 느껴졌을 여러 가지 콤플렉스 들을 언급하면서 자신을 나타내고 다음은 이 음악을 듣고 있는 당신들 차례라고 응원한다. 말하니까 편해졌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3단계에 다다랐고, 완벽한 인간은 애초에 없기 때문에 점점 자신을 스스로 치유해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는 15번 트랙인 <세레머니> 인데, 개인적으로 마지막 두 트랙은 일종의 '추신' 같은 트랙들로 느껴졌기 때문에 필자가 분석한 결말의 끝은 이 <세리머니>라고 보았다. 평소에도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오늘 밤 나도 멋지게 세레머니' 를 한다며 축구 선수들만 하란 법이 있냐는 유쾌한 랩을 선보인다. 황금같은 주말에 아주 신나있는 그는 모두에게 세레머니를 해보자며 분위기를 띄우고, 밤새 춤을 추자며 트랙을 마무리한다. 이것은 <Maze Garden>을 잘 완성해낸 그가 올리는 하나의 세레머니로 보아 주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 두 트랙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보너스 트랙으로 보았다. 16번 트랙인 <쉬어도 돼>는 이미 2017년도에 발표한 트랙으로,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라는 것을 아주 쉽게 알 수 있고, 17번 트랙인 <별의 별>은 콘서트에서도 공개한 바 있듯 그의 음악을 변함없이 들어주는 팬들을 향한 메시지이다. 본인의 예명인 크루셜 '스타' 라고 그를 '별' 처럼 바라봐주는 팬들. 그러나 사실 본인이 빛나는 것은 본인의 자생력이 아니라 팬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별들이 본인을 비추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의 팬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으며 앨범을 마무리 짓는다. 17곡이라는 적지는 않은 트랙들. 그의 삶을 표현하기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게 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음악보다도 더 자신을 날카롭게 되돌아본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내용들도 많았지만 결국 앨범은 사람들이 희망을 던지는 트레비 분수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다짐으로 다시 회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는' 그의 음악적 목표가 아직은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것이다. 삶에 대해 진정으로 사유하며 고통 받는 본인의 성향은 퍽 편안하지 많은 않겠으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 (예를 들면 이 글을 적고 있는 나 같은..)에게 진심 어린 위로가 되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며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예술의 따뜻함이 아닐까. 힘든 시간을 거쳐온 그의 1막이 막을 내리고 음악 인생에 있어 2막을 열 앨범이 되었기를 바란다.
총평: 삶에 대한 철학적 고뇌를 본인만의 음악으로 풀어내고 수용한 박세윤씨의 30년 삶의 연표 같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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