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ings7777/221458631762
애플 뮤직에 이제서야 올라와서 방금 전에 막 듣게 되었습니다. 오밤중에 지능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음악을 듣다 보니 머리 속도 텅 비고 (언제는 잘 썼다고...) 글도 제대로 안 나오므로, 간단하게 당장 느낀 것들만 나열해보기로 합니다. 언에듀의 기믹에 대한 재정의는 굳이 또 언급하기 귀찮으므로 생략하고 이야기합시다.
언에듀의 포텐은 보통 라인 한 줄 한 줄에서 터집니다. 그래서 최대한 불필요한 부수적인 부분을 쳐내고 곡 단위로는 짧은 러닝타임 내에서 승부를 보는 편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앨범 단위로 묶었을 때 중언부언이 되어 효과가 있을까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데요. 전작 《Uneducated World》는 (기믹 이상의 성취를 가졌냐는 둘째 치고) 그런 면에서 생각보다 응집이 잘 되었고, 언에듀를 향한 기대가 더 확실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앨범도 이 '응집력' 면에서는 정말 강력합니다. 믹스테입 사이트 DatPiff에 올라오는 미국 지방 언더 래퍼들의 싸구려 믹스테입을 패러디한 앨범 커버로 공개 전 화제가 되었는데, 그 감성을 실제 수록된 노래에서도 온전히 이어갑니다. 트랩 부흥 초기 스타일을 차용해, 베이스와 보컬을 매우 과장되게 믹스하는 의도적인 센스 자체가 골 때리고요. 보통 과장된 랩싱잉으로 가사와 멜로디의 부조화 면에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번 앨범에서 '싱잉'은 뒤로 빠지고, 빠꾸 없는 사우스 갱스터 shit(?)을 표방한 듯합니다.
이미 캐릭터는 견고해진 상태에서, 이제 이를 활용해 기존 힙합의 이미지를 얼마나 엿먹이냐가 관건인데요. 절반의 성공이라고 느꼈습니다. 매너리즘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한 초창기 사우스 트랩을 전면으로 내세운 점은 강력하게 먹혔다고 보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괴력이 나오는 '가사'를 얼마나 청자 의식에 박을 수 있냐 했을 때, 아무래도 기시감이 드는 것도 있고, 랩싱잉보다 전달력이 살짝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첫 트랙 <실미도>부터 영화 대사로 추정되는 (안 봤음...) 가사를 자신의 상황에 차용한 것 이상의 효과가 없었고요. (기관총 소리가 현금계수기 소리로 바뀌는 부분은 감탄했지만요...) 7트랙 밖에 안 되는 와중에 <Business Man>은 <Uneducated Freestyle> 플로우의 박제일 뿐이고, 가사의 파괴력은 또 그 곡에 한참 못 미치고, 수퍼비마저 무난하다 못해 필요한가 싶은 벌스를 남기면서, 필러 이상의 역할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트를 할라면은 돈이 많이 드네? 그러면은 연애 절대 하면 안 되겠네" 라인이 화제가 되었지만, 그 한 줄을 위해 낭비한 4분 가까이의 러닝 타임이 많이 아깝습니다...) <폼생폼사>도 거의 크렁크의 리바이벌이라고 생각되는 프로덕션은 맘에 들었지만 주제가 확 와닿진 않았고요.
수퍼비 얘기가 나온 김에 피처링 이야기를 하자면, 《Uneducated World》에서 <Amazing> 정도를 제외하면 존재감이 밀리는 일은 없었는데, 이번엔 그 문제가 드러나고야 맙니다. 이 역시 캐릭터가 어느 정도 매너리즘화된 상태라 발발한 문제라고 보는데요. 《HOODSTAR》에서도 사실 '밀린다'기보다는, 비등비등하다는 정도겠지만, 그 미친 존재감 자체가 무기였던 언에듀에게 이는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트랙에 참여한 폴 블랑코의 경우 역시 위험하고 생소한 단어를 직설적으로 뱉어버리는 '언에듀과(?)'인데요, 폴의 퍼포먼스가 훨씬 과장되기 때문에, 인트로에서 소리 지르며 각인시킨 <Money Holic>의 하이라이트를 후반부 폴 블랑코에게 완전히 뺏기게 됩니다. <Make U Dance>의 경우는 훅에서 폴 블랑코에게, 벌스에서는 박재범에게 존재감을 빼앗기는데요, 이건 오히려 박재범 앞에서 꿀리지 않는 언에듀의 존재감을 칭찬해야 되는 걸까요.
사실 이 '존재감' 문제를 꼭 단점으로만 보기에도 무리는 있는 게, 오케이션에게서 후광이 비치는 곡 <지금>은 오히려 언에듀의 존재감을 어느 정도 지운 덕분에 밸런스가 완벽한 곡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매너리즘을 탈출하기 위해 언더그라운드 사우스 힙합을 차용한 시도 자체는 엄청나게 성공적이라고 보는데요. 파괴력 강한 라인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중간중간에 빨리감기로 휙 넘긴게 많았음
케이션에게 먹힐 정도로 너무 독보적이였음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