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별로였습니다...
첫 트랙 I4P.KR은 괜찮았어요. 자기가 적는 거 판타지라고 선언하고 시작하는 건데, 자기 기본적인 음악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또 [공상과학음악]이라고 제목부터 대놓고 SF인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거로 상당히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한 2~4트랙은, 괜찮긴 한데, 워낙 평소에 하던 거라, 트랙 리스트도 짧은데 뭐 하나 싶고...
아 물론 그 가운데에도 군데군데 실험성이 있긴 했어요. 딩고 스포일러 영상 보긴 봐가지고, "키보드"의 가사적 장치도 그렇고, "hook송"의 장치도 알긴 알았는데,
"키보드"에서 시프트 갖고 노는 건 진짜 아이디어 잘 짰다고 생각하는데, 딱 거기서 멈추는 것 같고,
"hook송"도 훅보다는 벌스가 훨씬 인상적이었네요... 훅의 위아래 EXID 드립은 너무 별로. 오히려 벌스에서 길이 보이는 기리보이 드립이 맥락이 있어서 훨씬 나았고요.
"Skyblue"는 그냥 콰 사부가 웃겼고 ㅋㅋㅋㅋㅋ (비와이 형 앨범 내주세요 ㅠㅠ)
그 선공개했던 "acrnm"? (뭐라고 읽지...) 그거 나왔을 때 막 비트 실험적이다 신기하다 하고 되게 반응 좋던데, 저는 그때도 약간 회의적이었던 게, 그냥 808 베이스 트랩 비트에다가 해금인지 뭔지 샘플만 얹어 놓은 느낌 밖에 안 들어서요... 잘 안 녹아들은 것 같았고, 그마저도 너무 귀가 아파서 듣기가 힘들었어요... 근데 고어텍스는 다시 봤네요. 엄청 잘하네...
그리고 "vr"은 가사 체크하려고 몇 번씩 돌려들었는데(결과적으로 크게 체크는 못 함...), 제가 Virtual Reality에 대해서 아는 것은 전무합니다만, 그 주제로 가사 쓰는 기리보이 역시 이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연구를 하고 썼으면 좋지 않았나 싶네요... 결국 그냥 자기 꿈을 현실로 이루겠다는 클리셰적 서사를 'VR'이라는 장치를 가지고 쓴 건데, 서사의 표현 용도로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VR'이라는 주제를 놓고 볼 때는 너무 아쉬웠네요. 아 근데 1층에는 뭐 2층에는 뭐 하는 가사는 되게 좋았어요.
"vr"에 기리보이 저스디스 스윙스가 참여했는데, 가장 동떨어진 가사를 쓴 저스디스가 또 의외로 가장 주제에 어울려보이는 아이러니... 애초에 Virtual Reality라는 게 물리적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거지, 어엿한 현실이잖아요. ('가상현실'이라는 번역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은 걸로 압니다. Not fake, just not physics.) 실제 Virtual Reality인 SNS를 사용해 이어지는 감정과 기억들을 연결해 가사로 쓴 저스디스가 가장 "vr"이라는 제목에 가까운 가사를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험성을 기대했지만 너무 단편적이라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 이번 앨범은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돌아와요 노창ㅠ
물론 기리보이 계속 응원합니다.
저도 1번곡이 제일 좋았고, 앨범 듣다가 저스디스 듣고 싶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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