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견이 섞여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부분의 큰 싸움들이 다 그렇듯, 이 대결 또한 제 3자에 의해 촉발되었다. 2014년, 일리네어 레코즈의 컴필레이션 앨범, <11:11>의 수록곡 '연결고리'에서 빈지노가 다음과 같은 가사를 쓴 것이 발단이었다.
이름있는 아이돌의 후렴에다 랩 하는 아이디언 대체 누구 껀데
- 연결고리 中
특정 인물이 직접 거론되진 않았으나, 짐작이 전혀 안가는 것은 또 아니었다. 자연스레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그 당사자 중 한 명이 손수 떡밥을 물었다. 어느샌가 가요 랩의 대표주자 격이 된 과거의 랩 천재, 산이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쇼미더머니3 출연 도중 발표한 '쇼유더머니'란 곡에 이런 가사를 썼다.
- 쇼유더머니 中
빈지노의 가사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고 있었다면, 이번 산이의 가사는 명백히 빈지노 한 사람만을 겨냥하고 있었다. 일종의 선전포고로 비추어질 여지도 다분했다.
하지만 산이는 빈지노를 디스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빈지노도 달리 대꾸하지 않으면서 이는 단순한 해프닝, 혹은 산이의 노이즈 마케팅 정도로 마무리 되는 듯했다. 하지만,
뜬금없이 하이라이트 레코즈 소속의 비프리가 링 위에 올라 산이에게 강력한 잽을 날렸다. 하이라이트 식구들이 대부분 참여한 'My Team'이란 곡에서였다.
남의 욕 하곤 또 아니라지 랩 병신 찌질이 산이같이
- My Team 中
이 'My Team'은 하이라이트 레코즈 소속 래퍼들의 한국힙합씬 그리고 미디어을 향한 비판의식과, 본인들을 향한 자부심이 노골적으로 묻어있는 곡이다. 후일 언행불일치의 대표격으로 비웃음을 사게되는 레디의 '쇼미더머니 치트키 안 써도 한국대표'란 가사와, 허클베리피의 날이 잔뜩 선 'Fuck Radio Fuck TV'란 가사도 바로 이 곡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고깝게 보는, 미디어에 편승한 '변절한' 래퍼의 중심에 바로 산이가 있었다. 비프리는 이런 그를 강제로 링 위에 끌어 올렸다. 그가 산이에게 선사한 '랩 병신 찌질이'란 별명은 이센스가 최자에게 건넸던 것 못지않은 위력이 있었다.
가만히 있을 산이는 또 아니었다. 본인의 정규 1집 선공개곡, '모두가 내 발 아래'에 비프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응수했다.
비프리, 야 상탄 거 축하해
혹시 핫 써머란 곡 아세요? 아 그럼요, 핫 써머 핫 핫 써머 써머 에프엑스!!
- 모두가 내 발 아래 中
비프리는 2014년, 'Hot Summer'란 곡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힙합노래상을 수상했다. 산이는 아이돌 그룹 f(x)가 발표했던 동명의 곡을 인용해 비프리의 인지도 부족을 비꼬았다.
뮤지션이 음악성이 아닌 대중적 인지도만을 기준삼아 다른 뮤지션의 예술적 성취를 깎아내린 셈이었다. 이에 다수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SNS를 통해 산이를 조소하며 직간접적인 비판의 메시지를 전했다. 더군다나 산이는 2010년, 'Rap Genius'란 곡으로 비프리가 수상한 바로 그 상을 수상했다. 제리케이는 이를 두고 산이의 비프리 디스는 과거의 본인을 향한 디스나 다름없다는 감상을 남겼다.
허나 집단 구타를 연상케하는 그들의 SNS 비난 행렬이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하여 곱게 비춰질 리 만무했다. 씨잼은 이후 'Watch'란 곡에서 이같은 행태를 꼬집고 나섰다.
언더 래퍼들도 하는 거 봤지 내발아래 다음 날 SNS 산이 왕따 놀이 Pussy Game
- Watch 中
비프리의 대응도, 산이의 두 번째 공격도 없었기에 이들의 디스전은 그대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비프리를 감싼 일부 래퍼들의 행태가 꼴불견인 것은 맞으나, 산이의 또한 자충수를 뒀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후 이 대결은 쇼미더머니4에서 산이와 팔로알토의 동반출연이 확정되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팔로알토는 공연 도중 'My Team'을 선곡하며 산이를 자극했고, 결승무대에 피처링으로 비프리를 세우는 강수를 뒀다. 허나 비프리가 공연 도중 가사를 절고, 같은 날 산이가 환상적인 라이브 실력을 뽐내며 이들을 향한 평가도 묘하게 갈렸다.
이 대결은 사실상 완전히 끝이 났다. 이 둘은 쇼미더머니4 출연을 계기로 직접 만나 팔로알토의 중재 하에, 서로 간의 앙금을 풀었다고 한다.
애초에 꼴랑 한 줄씩만이 오고간 디스전이다. 승자와 패자를 논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허나 이 대결이 그 규모에 비해 상당한 파급력을 자랑한 것은, 이것이 각각 비프리와 산이로 대변되는, 예술성과 상업성의 충돌이라는 가요계의 오랜 논쟁 주제를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벌써 2년 전이네요
발라드랩이고 뭐고 하든 말든 상관없는데 장비가 아마추어지 랩이 아마추어가 아니라던 그 인간이 변질해버린 모습은 보기 안좋았음
저는 그거 듣고 그냥 산이 감이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딴엔 그게 재치있는 디스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태도 문제까지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느꼈습니다
이와 별개로 본문 처럼 비프리랑 산이랑 라이브 실력은 차이가 나서 너무 비교됬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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