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정상 글은 잘 안 쓰지만 워낙에 에픽하이 빠이다보니(..)
한 번 정주행하고 바로 쓴 글이라 이 소감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상실'이라는 키워드가 전체적인 무드를 조성합니다.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에서 이야기하는 인간관계의 두려움부터 시작해 "BLEED"에서 이야기하는 목표의식에 대한 상실감까지.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과는 반대급부의 '잃은 것'에 집중하는 내러티브라 어쩌면 타이틀과는 전혀 다른 무드를 형성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스킷 "TAPE 2002 / 07 / 28"을 기점으로 점차 바뀌기 시작합니다. 후반부 "어른 즈음에"에서부터 마지막 트랙 "문배동 단골집" 까지의 부분은 여전히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에 대해서 나름의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체념인지 극복인지는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마지막 트랙의 마지막 가사를 보면 아직 둘 사이의 어딘가에서 서성이는 느낌이지만 어느정도의 결론은 나온 것 같아요. 타이틀인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은 '에픽하이가 이뤄온 것'을 자랑스러이 보여줌과 동시에 '이를 이루기 위해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을 이야기하는 작품 아닐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노떙큐"는 분명 저를 비롯한 많은 장르팬들의 귀를 사로잡는 킬링트랙임은 분명하지만 앨범의 흐름에 있어서는 초반의 흐름을 살짝 끊어버리는 계륵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마치 넉살 1집의 "악당출현"과 같은 포지션의 곡입니다. 다행인 점은 비교적 초반부에서 트랙이 소화되는지라 이후 트랙들로 다시금 감정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일까요.
갑작스런 분위기의 반전으로 뜨악했던 7집, 복귀만으로 반가웠고 퀄리티도 나름 준수했던 8집을 넘어 9집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은 조금 더 그들의 색깔을 공고히 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들어봐야겠습니다. 시간이 되면 이 글을 다듬어서 좀 더 길게 써보고 싶습니다.
이제 주문한 음반만 오면 되겠네요 :)
100장 한정반으로 와스면 좋겠다...
PS. 개인적으로 음악 들을 때 스킬적으로 개쩌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역시 "노떙큐"에서 보여준 더콰의 훅 퍼포먼스와 쌈디의 벌스에서 웃어버렸습니다. 진짜 해당 곡의 주제에 너무 잘어울리게 그간 여론을 정면으로 조까라는 애티튜드가 겁나 통쾌했습니다. 크...
PS2. 에픽하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벌스를 영어로 소화한 미쓰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크레딧을 보니 역시 타블로의 작사이긴 하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분투한 미쓰라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아니 미쓰라는 원래 괜찮았어요 제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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