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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도미닉 (Simon Dominic)

title: [회원구입불가]snobbi2019.09.04 21:07추천수 7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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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의 오랜 고뇌는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긴 공백기 동안, 그는 앨범을 만들며 거울 앞의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DARKROOM]은 그렇게 커리어 사상 가장 자전적인 앨범이 되었다. 그러나 약 1년가량의 또 다른 공백기를 지낸 지금은 다르다. 신보 [화기엄금]에는 사이먼 도미닉이 자신을 돌아볼 동안 제쳐둔 자신감, 그리고 팬들이 원했던 ‘진짜 사이먼 도미닉’의 모습이 담겨 있다. 무엇이 그를 다시 일어서게 했을까? 그는 두 번의 공백기 동안 과연 어떤 고난을 거쳐왔을까? 힙합엘이가 사이먼 도미닉과 함께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을 살펴보고 왔다. (사이먼 도미닉 인터뷰는 영상과 서면으로 둘 다 확인할 수 있다.)








LE: 우선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사이먼 도미닉입니다. 제가 힙합엘이와 함께하는 첫 인터뷰죠? 처음 뵙겠습니다. 





LE: 싱글 “왈”을 발표한 이후로, 약 1년간 음악적인 활동은 활발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DARKROOM]과 “왈”이 나오고 나서는, 그냥 공연 일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공연부터 해서 투어도 다녔고, 피쳐링 참여도 좀 했고… “왈”이 나오고 나서부터 뭔가 (커리어의) 새로운 시작을 한 것 같아요. 구스범스(GooseBumps)가 ‘다크룸(DARKROOM)’에 들어왔거든요. 사실 준비하고 있었던 싱글, 앨범이 따로 있었는데, 구스범스가 들어오고 나서 (계획의) 방향을 틀게 됐어요. 





LE: 언급이 된 김에 여쭤보자면, 저희가 ‘다크룸’을 어떤 단체로 알고 있으면 될까요? '같은 작업실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사실 말고는 알려진 게 없는 것 같아요.

크루 개념은 아니고, 말씀하신 대로 같이 작업실을 쓰는 ‘룸메이트’의 개념이에요. 저, 구스범스, 정영목. 이렇게 셋이 같이 다니고… 그들이랑 있으면 편하고 재밌어요. 같이 음악도 만들고, 옷 제작도 하고. 저희끼리 재밌게 살아보자는 거죠. 아직은 공식적인 단체가 아니에요. 공식적인 단체가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아직 그런 느낌은 아니에요.





LE: 공식적인 크루는 아니지만, ‘다크룸'으로서 활동을 시작한 후로 뭔가 창작욕도 느신 것 같아요. 덕분에 ‘정해라 일기석’이 ‘정어라 쉬기석(?)’이라는 새로운 밈으로 발전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밈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사람들은 뭔가 결과물이 나와야지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근데 저는 엄청나게 많이 고민했고, 매일 가사 쓰고 녹음했어요. 결과물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SOJU Remix” 가사에서도 “난 쉰 적 없어, 쉼 없이 고민하는 것도 내 직업의 일부야” 이런 가사를 썼잖아요? 처음엔 짜증 났지만, 사람들은 결과물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해는 해요). 그리고 오히려 그런 밈이 점점 자극제가 됐어요. 





LE: 계속해서 늦춰진 작업물 발매는 '완벽주의자'다운 성향 때문이었을까요?

이상하게 [DARKROOM] 앨범이 나오기 전 공백기에, 저만 느끼는 완벽주의가 생겼어요. 저랑 같이 작업실 쓰는 친구들은 그 당시의 제 상황을 잘 알 거예요. 한 마디 가지고 이백 번, 삼백 번 녹음하고 그랬거든요. 목만 쉬고 달라지는 게 없는데도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LE: [DARKROOM]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는 상황이 좀 나아졌나요?

네. 내고 나니까 압박감과 부담감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더라고요. 




LE: “Me No Jay Park” 같은 곡도 부담감을 벗어던지려는 의지가 보인 곡이잖아요. 가사에도 “2018년의 목표는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고요. 현시점에서 2018년을 되돌아봤을 때, 목표만큼 자존심을 회복한 것 같으신가요?

그런 것 같아요. [DARKROOM]을 내기 전까지는 제 마음속의 자신감, 자존감이 다 떨어져 있는 상태였거든요. 저 자신에 대해 확신도 없었고,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심지어 작업하면서도 계속 의심을 했어요. 너는 끝났다고. 제가 자신의 엄격한 선생님이었던 거죠.

(앨범을 작업하면서) 저를 한 번도 스스로 칭찬하지 않았고, 가사를 써도 속으로 계속 ‘이건 구려’, ‘이거론 절대 안 돼’, 이런 생각을 되뇌었어요. 결국 “Me No Jay Park”으로 끝까지 가게 된 거죠. 저 자신을 밑바닥으로 내리꽂는 느낌. 제가 저 스스로를 디스하는 트랙이잖아요. 저를 재범이와 비교하면서. 





LE: 곡을 내신 후, 사장님에서 한 명의 솔로 아티스트로 되돌아왔잖아요.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셨을 것 같아요.

“Me No Jay Park”을 내고 나서, 사람들의 피드백을 보면서 힘을 냈어요. 아까 자존심을 회복한 것 같냐고 물어보셨는데, 저는 공연하러 무대에 올라가면 자신감을 엄청나게 얻거든요. 그래서 곡들을 내고, 신곡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순간 모든 자존심이 다 회복됐죠. 그전까지 계속 스스로 의심을 했거든요. '너는 이제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너 같은 게으름뱅이 새X는 다 싫어할 거야'. 그런데 막상 오르니까 관객분들도 다 좋아해 주시고, 본격적으로 교감을 시작하면서 ‘아, 이게 나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어요. 





LE: 현재 돌아봤을 때, [DARKROOM]이라는 프로젝트 자체를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도 궁금해요.

그 앨범은 애증의 앨범이에요. 한 곡 한 곡을 녹음했을 때가 다 떠오르거든요. “roommates only” 같은 경우에는 이틀 반나절을 녹음했었단 말이에요. 잠도 안 자고. 녹음하다가 울고, 소리 지르고. 옆에 있는 작업실 동료들도 다 듣고. 그때는 제가 혹여나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사람들이 집에도 안 갔어요.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는 앨범이라 좀 싫기도 한데, 그 앨범을 내고 나서 제가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된 거죠. 





LE: 사실 [DARKROOM] 이전에도 [SNL LEAGUE BEGINS]를 발표하셨던 바 있잖아요. 두 앨범을 만들면서 마음가짐이 확연히 달랐을 것 같아요.

[SNL LEAGUE BEGINS]는 제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던 앨범이에요. 아마 3개월 만에 만든 앨범이었을 거예요. 예능을 한창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아, 내가 뭐 하는 짓이지? 예능 한답시고 내 음악을 왜 못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하던 예능을 전부 접어버리고, 앨범을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랍티미스트(Loptimist)한테 곡 좀 달라고 해서 3개월 만에 만들었어요. 젊기도 했고, 그 당시에는 그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예능이나 한다고 욕먹고 있던 시기였거든요. 





LE: [SNL LEAGUE BEGINS]를 발표했을 당시의 느낌도 기억나시나요?

사실 요즘에서야 음원 사이트나, 힙합 커뮤니티 피드백을 보는 편이고요. 그 당시에는 이 노래가 차트에서 몇 위를 했는지 등의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LE: [DARKROOM]을 발표하고 나서는 피드백을 좀 확인하셨나요?

[DARKROOM]은 발표하고 나서는 못 봤어요. 앨범을 냈다는 거로 만족을 하고, 발표 후에 긴장이 전부 풀려버렸거든요. 





LE: 또, 수록곡 “정진철”도 적잖은 화제가 됐잖아요. 삼촌과의 일화를 아직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삼촌과 재회했다는 스토리 이후에는 크게 알려진 게 없어서요.

특별한 건 없어요. 명절 때 뵙고, 가끔 안부 연락 드리고… 근데 서로 또 바쁘니까. 찾아뵙고 할 틈이 없죠. 사실 삼촌도 바쁘시거든요. 





LE: 사실 “정진철”의 내용을 살펴보면, 순수하게 삼촌을 찾고 싶은 감정만 담겨 있는 트랙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앨범 만든다고 슬럼프도 오고, 우울증도 오고 했는데, 디크로(Dihcro)가 비트를 들려주자마자 어린 시절의 우울한 기억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 그래서 제 날것의 감정이 다 담길 수밖에 없던 것 같아요. 





LE: 앨범 발표 이후에는 그래도 우울감이 많이 없어졌을 것 같은데요.

이번 앨범 [화기엄금]을 만들 때는 사실 그렇게 큰 우울감이 없었지만, 창작 활동이 잘 안 될 때는 잠깐씩 그런 감정이 다시 오는 것 같기도 해요. 확실히 나이가 들면서, 컨디션이 금방 안 좋아지고 그러는 것 같거든요? 갑자기 코가 심하게 막히면서 비염 같은 것도 생겼던 적 있는데, 그럴 때는 녹음이 힘드니까 마음도 너무 힘들었어요. 





LE: 육체적인 피곤함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셨다니 슬프네요…

네. 육체적인 피곤함이 생겨서… 제가 이제 서른여섯이잖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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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제 본격적으로 새 앨범 [화기엄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전 트랙을 구스범스 씨가 프로듀싱한 앨범인데, 구스범스 씨와는 어떤 계기로 만났고, 또 친해지게 되었나요?

철민이(구스범스)랑은 원래 간간히 교류해왔어요. 그러다가 그 친구가 언제 한 번 AOMG 회사에 놀러 왔더라고요. 그때 소주 안주 중에 어떤 게 제일 좋냐, 이런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는데… 그때 저는 대구의 오드레기를 골랐어요. (웃음) 아무튼 그런 얘기를 하다가, 구스범스가 자기랑도 한 번 술을 같이 먹자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다음에 AOMG DJ들이 바쁠 때, DJ 자격으로 행사를 하러 같이 가자고 했죠. 

그때쯤 그 친구가 굉장히 소주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저는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랑 금방 친해지거든요. 같이 제집에서 술 먹고 자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되게 친해졌어요. 이 친구가 생긴 건 되게 무서운데, 밝고 귀여운 면이 있단 말이에요. 저도 덩달아 같이 있으면서 밝아지는 느낌이 든 거죠. 그래서 작업실(다크룸)에 방 하나 남으니까, 들어오라고 했어요. 





LE: 아예 1MC 1프로듀서 형식으로 작정하고 작업에 임한 건가요? 아니면 자연스럽게 곡들을 만들다 보니 구스범스 씨가 전곡 프로듀싱을 하게 됐을 수도 있고요.

자연스럽게 곡을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제가 “왈”을 내고 나서, 그런 가벼운 느낌의 곡들을 모아 앨범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그 와중에 구스범스를 만난 거죠. 얘가 작업량도 엄청나거든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도 20~30곡 정도를 만들었어요. 

제가 또 비트를 고르는 게 까다로워요. 구스범스도 많이 힘들었을 건데, 되게 흡수력이 빠른 친구라서 제 피드백도 바로 반영해주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둘이서 앨범을 하나 해 보게 된 거죠. ‘다크룸’의 새로운 출발 신호탄 느낌으로. 





LE: [화기엄금]이라는 타이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아주 가볍게 정한 앨범 제목이에요. 저희 룸메이트들이랑,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다 같이 전주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예약한 펜션 옆 철조망에 ‘화기엄금’이라고 적혀있더라고요. 그래서 영목이한테, 이거 앨범 제목으로 괜찮지 않냐고. 되게 멋있고, 영어로 바꿔도 ‘No open flames’고 막. 불 심볼이랑 같이 있는 그런 느낌이 되게 멋있더라고요.





LE: 사운드에서도 사이렌 소리 같은 효과음이 묻어있는 것 같더라고요. ‘화기엄금’이라는 콘셉트를 잡은 후 사운드 적으로도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콘셉트를 아예 잡은 건 아니고, 작업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이렌 소리가 들어간 것 같아요. 구스범스가 자주 쓰는 이펙트이기도 하고요. 





LE: 사실 [DARKROOM]은 공연용 앨범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 [화기엄금] 같은 경우에는 일부러 신나는 트랙들로 채운 걸까 싶기도 했어요.

그렇죠. 오랜만에 [DARKROOM]이라는 앨범을 들고나왔는데, 막상 공연에서 하려니까 우울하더라고요. 공연용 앨범이 아니죠. 그래서 [화기엄금]을 만들 때, 구스범스에게 모든 곡을 공연용으로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며칠 전에 태국에 솔로 콘서트를 갔다 왔는데, 신곡들이 정말 다 터지더라고요. “DAx4”랑 “make her dance”를 했는데, 그게 반응이 제일 좋아요. “사이먼 도미닉”보다도 좋았던 것 같아요. (LE: 의도대로 먹혀들었으니 만족스러우셨겠네요) 네. 깜짝 놀랐죠. 나온 지도 얼마 안 됐고, 외국 팬들이고… 그런데도 반응이 엄청나더라고요.




LE: “DAx4”는 앨범의 첫 싱글로 공개됐잖아요. “DAx4”를 첫 싱글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DAx4”를 처음 녹음해서 주위 사람들한테 들려줬을 때, “오, 옛날 형으로 돌아왔네?"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곡을 첫 신호탄으로 쓰면 괜찮겠다 싶었죠. 





LE: ‘옛날 사이먼 도미닉’이라 함은, 아무래도 빡센 랩을 하는 사이먼 도미닉을 칭하는 걸까요?

거만하고, 허세로 가득 찬 느낌? 저는 사실 아직 ‘옛날 쌈디’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랩 스타일, 톤 등이 예전과 비슷해서 다들 “옛날 쌈디가 돌아왔다”라고 했던 것 같아요. 





LE: 그렇다면 “옛날 쌈디가 돌아왔다”는 말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저는 똑같거든요. 기분은 좋았어요. 젊게 느껴진다는 거잖아요. 06, 07, 08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은, 그런 젊은 느낌이 들렸다는 거니까. 





LE: 곡의 가사에서는 옛 크루인 ‘IK'를 언급하셨어요. 아무래도 가장 애착이 강한 크루였다 보니 언급하신 걸까요? IK는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IK 시절이 제일 재밌었고, 좋은 추억도 제일 많아요. 근데 저는 리더로서 훌륭하지 않았거든요. 리더로서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지금 IK는 사실상 저 혼자만 남은 거죠. 좀 아쉬워요. 제가 리더로서, 형으로서 더 잘 챙겼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근데 저는 되게 이기적이었고, 제 삶을 챙기기 바빴죠. 그 와중에 (크루의) 덩치는 또 키우고 싶어 했고요. 그 과정에서 하나둘씩 나가게 된 거죠. 





LE: 그렇다면 앞으로 IK로서의 어떤 활동, 작업물은 기대할 수 없는 걸까요?

최근에 제이통(JTONG)이랑 얘기를 했던 적은 있어요. 그때가 너무 재밌었고, 언젠가는 형들이랑 다 뭉쳐서 얘기라도 나누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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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제는 리더의 자리를 맡을 용기가 없으신 건가요?

네. 제가 저 자신을 잘 챙겨야 할 것 같아요. 누구를 챙기는 척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냥 스스로나 잘 챙기자. 요즘엔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래서 AOMG 사장도 때려치운 거고요. 





LE: “DAx4”의 전체적인 내용이 “나 vs 전부”잖아요. [DARKROOM]의 가사와 비교해보면 정말로 상반된 내용인 것 같아요.

[DARKROOM]은 “나도 고통을 느끼며 사는 인간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앨범이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절대 보여줄 수 없었죠. 안 어울리잖아요. 사실 “왈”도 그래서 (수록 예정이었다가) 싱글로 따로 뺀 거예요. 자신감이 다시 올라온 건 공연도 하고, 피쳐링도 참여하면서였죠. ‘그래, 내가 원래 이런 새X인데… 어떻게 그렇게 우울했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구스범스가 비트를 잘 만든 게, 제가 비트를 듣자마자 이걸로 짱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벌스를 쓰지도 않았는데. (웃음) 옛날 생각이 나면서 그림이 그려지는 거죠. 그래서 그런 자신감이 “DAx4”에 담긴 것 같아요. 





LE: 곡을 들어보니까, 여러 래퍼가 참여하는 리믹스 트랙으로 재탄생해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 생각을 했었어요. 이 노래 리믹스하면 재밌겠다고. 자기가 제일 랩 잘한다고 생각하는 애들을 모아서 리믹스 트랙을 만들어볼까 싶었죠. 그래서 처음에 생각했던 인물이 수퍼비(SUPERBEE)였어요. 되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래서 피쳐링으로 부를까 하다가, 뭔가 이 곡은 혼자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혼자 했어요.





LE: “DAx4”의 가사처럼, 현재는 본인의 실력이 다시 최정상급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가 항상 짱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저는 (실력이) 떨어진 적 없어요. 





LE: 또, 요즘 힙합 씬은 랩 실력만큼 개성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랩-싱잉의 비중도 이전보다 훨씬 늘었고요. 힙합 씬의 새로워진 트렌드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어요. 

재밌어요, 요즘 힙합 씬. 다양해졌죠. 저도 요즘 나오는 힙합곡들 다 들어요. 외국 힙합이든, 한국의 신인들이든. 귀가 항상 열려있죠. 저도 완전히 요즘 느낌일 수는 없겠지만, 이번 앨범에선 요즘 사운드를 담으면서 내 색깔을 녹여내려고 노력했어요. 구스범스가 그래서 되게 힘들었을 거고요.





LE: 요즘 힙합 씬에서는 가사 안에서도 기믹을 이용하는 등, 캐릭터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잖아요. 이런 추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처음에는, ‘실제로 얘네가 총을 들고 있고, 마약을 하나?’ 그런 의심을 많이 했죠.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많이 품었고요. 그런데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통해) 이목을 끌잖아요. 제가 그 음악을 듣게 만들고요. 그것도 능력인 거거든요. 그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것도 능력이고, 그게 요즘 힙합 씬에서 성공하는 방법 같아요. 




LE: 두 번째 싱글 “make her dance” 얘기도 해볼게요. 루피(Loopy) 씨와 크러쉬(Crush) 씨가 피쳐링으로 참여했는데, 두 아티스트를 섭외한 의도나 계기 같은 것도 궁금했어요.

그 노래의 비트를 들으면서, 구스범스랑 누가 이 곡에 잘 어울릴까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그때 나온 게 루피, 크러쉬였던 거죠. 다행히도 둘 다 흔쾌히 수락해줘서, 제가 기대했던 색깔의 곡이 그대로 나왔어요. 





LE: “make her dance”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요?

일반적인 클럽 튠, 일반적인 파티 음악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뮤직비디오도 그냥 일반적인 파티 느낌을 찍고 싶었고요. 되게 전형적으로. 사람들은 제가 그런 노래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루피도 저한테 물어봤어요. “형은 평소에 이런 삶을 사시는 건가요…?" 이러면서. 근데 저는 이런 스타일 음악을 생각보다 안 했어요. 기껏해야 “몸매”에 리믹스로 참여한 것 정도. 제 커리어에는 이런 음악이 없단 거죠. 그래서 오히려 일반적인 파티 음악을 만든 거예요. 





LE: 어쨌든 이번 앨범에선 전반적으로 일반 리스너만을 생각한 것 같진 않더라고요. 조금 더 힙합 리스너들이 좋아할 음악이 많은 앨범 같아요.

저는 사실 굳이 대중적인 것을 고려 안 해도 돼요. 사람이 대중적이니까요. 이미 다 알잖아요. 제가 누군지도 알고.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기 위해 일부러 대중적인 노래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 거죠.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거,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합니다. 





LE: 다른 분들과 인터뷰할 때도 많이 느끼는 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피드백 온도 차이가 클 때가 많잖아요.

저는 온라인의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 안 해요. 온라인에서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오프라인 나가서 그 실제 반응을 느껴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게 제 음악을 만드는 에너지고요. 온라인에서 아무리 이게 명반이네, 앨범이 구리네 해도, (오프라인으로) 나가잖아요? 나가서 공연해보면 장난 아니에요. 다 좋아하고. 





LE: 이번 앨범 수록곡으로는 아직 외국에서만 공연을 선보였는데, 한국에서도 에너지를 많이 받으시겠죠? 꼭 그 두 곡이 아니더라도요.

제가 공연용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노래들이기 때문에 좋을 거예요. 근데 갑자기 안 좋은 거 아냐? (웃음) 근데 태국에서는 다 떼창해주시고 그랬어요.





LE: 앨범 전반에 대한 얘기를 더 해보고 싶어요. 사실 총 일곱 트랙이 담긴 EP인데, 거의 모든 곡에 피쳐링이 있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는 좀 콜라보를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원래 웬만하면 피쳐링을 안 쓰는 편이거든요. 괜히 누구한테 부탁했다가, 파트가 왔는데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이거 다시 써주세요" 이러기도 되게 미안하고. 그래서 [DARKROOM] 앨범 같은 경우에도 피쳐링이 많이 없죠. 제가 피쳐링에 대한 잣대가 되게 까다로워서 그래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다 좋은 벌스를 주셔서,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수월했어요.





LE: 가장 마음에 드는 콜라보는 어떤 곡인가요? 신예분들도 있고, 염따 씨처럼 친구도 있잖아요. 다 마음에 들겠지만, 원 픽을 꼽자면 누구일지 궁금해요.

염따. 염따한테는 사실 그런 걸 기대했어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런 비트가 있고 이런 주제입니다. 자유롭게 써주세요” 부탁을 했는데, 염따한테는 단 한 가지 부탁을 했죠. 지금 네가 느끼는 성공의 온도에 관해 얘기를 해달라고. 그랬더니 한 시간 반 만에 피쳐링을 해서 보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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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한 시간 반 만에 온 가사라면 정말 리얼한 가사겠네요.

완전 리얼한, “루이비통 물맛은 개꿀띠”부터 해가지고. 그냥 자기가 최근에 겪은 성공을 갖고 저한테 한 시간 반 만에 써서 보내줬다니까요. 마음에 들 수밖에 없죠. 





LE: 피쳐링 부탁은 최근에 하신 건가요? 염따 씨의 인기가 점점 하늘을 뚫고 있잖아요.

이제 염따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할 때 부탁했어요. 한 두 달 정도 됐네요. 염따 말고도 피쳐링해주신 분들 다 너무 좋았어요. 문(MOON) 씨 같은 경우에도, 이 비트에 왠지 여자분의 목소리가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냥 슬쩍 말씀드렸던 거거든요. 제가 여성분이랑 작업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느낌을 알고 싶어서요. 마침 또 구스범스랑 친하다고 해서 간단하게 부탁했는데, 갑자기 그분도 한 3~40분 만에 보낸 거죠. 느낌만 들어보고 싶던 건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아예 참여하게 된 경우에요. 




LE: 제이올데이(Jay Allday)나 시모(SIMO) 씨가 참여한 트랙 “ya ain’t gang”도 재밌었어요. 시모가 우리가 아는 그 시모가 맞나? 할 정도로요. (웃음) 제이올데이 님도 사실 활동을 활발하게 안 하시니까, 이 라인업은 뭐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올데이 형 같은 경우에는 제가 되게 좋아하는 형이고, 또 술친구에요. 가끔 소주 먹을 때 이런저런 사람들 다 불러서 먹는데, 올데이 형이 항상 끼는 멤버죠. 또 제가 올데이 형의 랩 스타일을 좋아해요. 제가 하지 못하는, 그런 뭔가 되게 여유롭고 느릿느릿한 스타일을 좋아해서요. 가사도 되게 직설적이고, 뭐 꼬고 이런 게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 앨범에 진짜 잘 어울리는 피쳐링인 거죠. 

단순무식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냥 가사를 안 봐도 되고. 가사를 안 들어도 되고, 그냥 뭐 운동할 때, 놀 때 틀어놓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단순무식한 컨셉에 제일 잘 맞는 형인 거죠. 그래서 그냥 부탁한 건데, 되게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도 녹음을 하러 와서 나 이번에 진짜 빡세게 썼다고, 자기 인생에서 제일 빠른 랩을 했다고... (웃음)





LE: 그게 제일 빠른 랩… (웃음)

네. (웃음) 올데이 형이랑은 그렇게 작업했고, 시모 형 같은 경우에는 올데이 형을 먼저 생각하고, 또 누가 잘 어울릴까 한 번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구스범스의 옛날 앨범에 “멍청이”라는 노래가 있거든요. 거기에서 시모 형이랑 올데이 형이 같이 했어요. 그래서 ‘어, 이 조합 한 번 더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모 형한테 부탁드렸죠.





LE: ‘단순무식'을 얘기하셔서 생각난 건데, 염따 씨 같은 경우에는 최근 1~2년간 가사를 써 놓은 적이 없다, 전부 프리스타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이먼 도미닉 씨는 이번 앨범을 어떤 텐션으로 작업하셨는지 궁금해요. 가사도 즉흥적으로 쓴 건지, 아니면 의외로 치밀한 준비를 하셨는지.

즉흥적으로 한 부분이 많아요. "POSE!"도 [화기엄금]이라는 앨범 제목을 정하고, 전주에서 서울 올라가자마자 바로 작업한 곡이거든요. 물론 녹음은 두 번 정도 새로 했지만, 가사 같은 것도 처음 버전에서 가능한 한 안 바꿨어요. 이번 앨범은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그냥 처음에 쓴 거로 가버리자 마음을 먹었거든요. (많은 수정을 했던) [DARKROOM] 때 X나 힘들었기 때문에. (웃음) 그때 힘들었던 게 너무 생각나서, 이번 앨범은 조금만 내가 이 안에 있는 ‘선생님'을 꺼내지 말고, 그냥 그 옛날에 옥탑방에서 살 때 만들던 번개송처럼 작업을 해보자. 





LE: 그래도, 라임을 맞추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바꾼 가사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라임은 절대 버릴 수 없죠. 라임에서 주는 재미가 있잖아요. 라임을 잘 쓰면 플로우도 되게 유연하기 때문에, 라임은 절대 포기 안 하고 여전히 신경을 좀 많이 썼어요. 꼰대죠 꼰대. 여전히 꼰대죠. (웃음) 





LE: “Baddest Nice Guys”에서도 그런 비슷한 가사가 있었던 거 같은데요.

“나는 힙한 건 X도 몰라, 아는 건 걍 힙합” 이런 가사가 있었죠. 실제로 힙하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우리 회사에 힙한 사람 한 명 있잖아요. 우원재. 옆에서 보고 있으면 '이게 힙한 거구나 음~’ 싶긴 한데, 저는 그냥 힙합밖에 몰라요. (웃음) 





LE: "ya ain't gang”의 내용을 보면, 어떤 ‘갱’, ‘집단' 같은 무리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것 같거든요. 어떤 의도가 담긴 곡인가요?

그 노래는 진짜 한국 힙합 역사상 제일 꼰대 트랙이 아닐까 싶어요. 근데 사실 재미로 시작했던 곡이거든요. 갱, 갱 거리는 게 되게 귀엽고 웃겨서 시작한 거였는데, 사실 제 가사는 좀 더 딥한 걸 담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안의 인스타 갱들이 있잖아요. 





LE: 인터넷상에서는, 특정 집단을 따라하는 사람들을 보고 ‘OOO충’이라고 하기도 하더라고요.

네. 실력은 없으면서 센 척만 하는 그런 사람들. 그런데 실제로 만나면 되게 공손하고. 전 그런 게 싫어요. 처음엔 훅에서 “개나 소나 갱갱갱, 막상 앞에서는 깽깽깽”. 이렇게 재밌게 시작하는데, 제 벌스에서는 랩을 좀 격앙되게 랩을 하거든요. 막 소리 지르고. 그런 감정이 담겨있는 트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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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번 앨범에서 전반적으로 조금 격앙된 스타일의 랩을 구사하신 것 같아요.

아직도 제 톤에 대한 피드백들이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이번 앨범 곡들에서도 막 “07 쌈디, 08 쌈디의 톤이다” 이러시고. 그런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는 곡에 맞게 톤을 잡는 사람이에요. 톤, 실력의 기복이 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에요. 저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거일 뿐이에요. 다양한 톤을 갖고 있잖아요. 낮은 톤도 있고, 중간 톤도 있고, 하이 톤도 낼 수 있고.

되게 카멜레온 같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 말이에요. 근데 예상외의 반응도 있더라고요. "쟤 톤이 바뀌었네, 저 얌생이같은 톤을 왜 내지? 옛날 08, 07 쌈디의 굵직한 톤이 좋은데” 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전 바뀐 적이 없거든요. 그냥 저는 제가 곡에 맞게 때마다 톤을 설정할 뿐이에요.





LE: 다른 수록곡 얘기도 해볼게요. "room type"은 다른 곡들에 비해 좀 가라앉은 느낌인데요.

비유하자면, 어두운 방 안에서 한 줄기 빛이 떨어지는 걸 기다리고 있었어요. 뭔가 어떤 곡을 듣게 됐을 때 번뜩 감이 오는 게 있길 바랬다는 거에요. 근데 구스범스가 그 노래의 비트를 주자마자 그런 느낌이 왔어요. 가사에 그런 게 나오거든요. 이 일을 관두려면 죽어야 한다고, 이 일을 확실히 관둘 거면 죽는 수밖에 없다고. [DARKROOM] 앨범 만들 때의 감정이 또 갑자기 살아난 거죠.

내가 왜 이렇게 창작의 고통을 받으면서 음악을 해야 되지? 그만두면 되잖아요? 근데 그만둘 수가 없는 거죠. 제가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그만둘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럼, 그만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죽어야 하겠지. [DARKROOM]을 만들면서 그런 안 좋은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아,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그런 생각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이제 '일반인 정기석'으로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반대로 24시간을 '사이먼 도미닉'으로 살아갈 수도 없거든요. 





LE: [DARKROOM]을 작업할 당시에는 정말로 힘드셨다는 게 다시 한번 느껴지네요.

네. 다 질리고, 지치고. ‘이제 음악을 끝내야겠다. 내 능력은 이거밖에 안 된다. 아니, 애초에 능력이 없던 걸 수도 있어.’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거울 보면서 스스로한테 얘기했어요. 진짜 실제로 거울 보면서 얘기했어요. 맨날 작업실 나가기 전에, 작업실 갔다 와서 밤새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넌 애초에 병X이고, 실력 없는 새X고, 넌 운으로 여기까지 온 거다’. 그 정도 수준까지 갔었어요. 그 앨범 작업했을 때. 





LE: 상상 이상으로 아픔을 겪으셨네요.

네. 그래서, '죽어 이럴 바엔. 그냥 뒤지는 게 나아. X신아. 네가 무슨 앨범을 내고, 네가 AOMG 사장을 왜 하고 있는 거야, 뭔 자격이 된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냈어요. 그래서 그 “Me No Jay Park”이라는 노래도 나온 거고요. 슬프네요, 갑자기. 그때 생각이 또 나서. 





LE: 또 궁금했던 게, 인트로 트랙을 따로 만드셨더라고요. 가사도 없는 곡으로요. 요즘에 인트로 트랙을 만드는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화기엄금]이라는 앨범 자체가 그래요. 진짜 일반적인 힙합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요즘에 잘 없잖아요. 그냥 “Intro"라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웃음) 인트로가, 사실 랩이 없는 트랙들이 되게 많잖아요. 거기 보면 “Don’t die, don’t die, real rappers don’t die" 이게 계속 반복되거든요. 제가 앨범에서 말하고 싶었던 주제가 딱 그거에요. 진짜 래퍼는 죽지 않아. 난 아직 죽지 않았고, 계속 오래 하는 이유는 내가 진짜 래퍼기 때문이야.

그냥 그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 트랙이죠. 사실 원래 그 곡에도 가사를 썼었어요. 원래 구스범스 앨범에 쓰려고, 제가 솔로곡으로 가사를 다 써놨는데, [화기엄금]이라는 이 앨범이랑 되게 잘 어울려서 인트로로 탈바꿈한 거예요.





LE: 요즘에 누가 이렇게 인트로라는 제목으로, 가사 없는 노래를 내나 싶기도 했어요. 완전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웃음)

근데 사람들은 또 뭐라고 하겠죠. 날로 먹었네 어쩌고. (웃음) 아무튼 제가 좋아하는 힙합 사운드 중 하나인 멤피스(Memphis) 느낌,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Six Mafia) 같은 느낌이 담겨 있어서 전 좋아요.





LE: 말씀하신 쓰리 식스 마피아처럼, 요즘도 예전 음악을 많이 들으시나요?

예전 음악들도 많이 듣죠. 사실 요즘에 옛날 음악들 들으면 되게 신선하거든요. 요즘 힙합을 듣다가 다시 옛날 걸 들으면, 진짜 신선한 게 많아요. 예를 들면, 뭐 <쇼미더머니> 이번에 나왔던 친구, 안병웅? 그 친구가 뭔가 되게 붐뱁키드 느낌으로 하던데요. 사실 그때의 시절 겪지 못했을 나이인데, 뭔가 그 느낌을 내는 게 되게 신선하단 말이에요. 지금 올드스쿨을 하면 그게 뉴스쿨이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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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예전에는 트랩을 하면 신선하다고 얘기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붐뱁을 하면 신선한 시대가 됐잖아요.

그렇죠. 계속 돌고 도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아까 "room type" 얘기하다가 말았는데, "room type"이 <사인히어> 뮤직비디오 버전이 따로 있거든요. 그 버전에서는 까마귀 소리가 나면서 (어둡게) 끝나는데, 이번 앨범 버전에는 릴러말즈(Leellamarz)가 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 줬거든요. 그것도 의도한 거예요. 어둡지만, 이제 어느 정도 밝아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간접적으로. 





LE: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인히어> 방송에는 어떻게 임하고 계신가요?

방송에는 다 안 나가겠지만, 촬영하면서 우리끼리 얘기하는 것들이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또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나와서 신선한 거 같아요. 노래 부르는 분들부터 해서 크루들도 나오고. 재밌어요. 잘 됐으면 좋겠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첫방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LE: 실제로 재미있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사실 <사인히어>는 자극적인 게 하나도 없잖아요. 예를 들어 '악마의 편집' 이런 게 있잖아요. 근데 우리는 '천사의 편집'이다, 이런 말들이 있거든요. 부담 없이 어르신들도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 거 같아요. 





LE: 인터뷰가 거의 끝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 힙합 씬에서 어엿한 선배 포지션이 되셨는데요. 당시 촉망받던 루키 시절, 베테랑이라 불리는 현재 중 언제가 더 좋으신가요?

루키 시절이 더 좋있죠. 더 재미있었어요. 그때는 계산적인 생각을 안 했어요. 돈도 없고, 인기도 없었고요. 다만 패기가 있었죠. 부산에 있을 때, 서울에 있는 래퍼들을 보면서 '내가 쟤보다 훨씬 잘할 거 같은데? 조금만 기다려. 니네 돈이랑 인기 내가 다 뺏어갈게'. 그런 생각을 했던 패기. 실제로 뺏기도 했고요. '내가 빨리 (서울) 올라가서 다 죽여버려야 하는데’, 그런 마음가짐이 있을 때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LE: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한데요.

그냥 뭐 저는 계속 무언가를 만들 거예요. 제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거를 앞으로 계속 보여드릴게요. 





LE: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더욱 자주 작업물을 내시겠죠?

네. 제가 이번 앨범만으로도, 뮤직비디오를 인트로 빼고 다 찍었거든요. 한 열흘 동안 뮤비 4개를 찍었어요. 저는 일을 하면 확실하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그걸 하기 전까지의 고민 같은 게 오래 걸릴 뿐이지. 저는 지금 제 일에 대한 재미가 붙었어요.





LE: 여담이지만, 뮤비를 그렇게 많이 찍으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수록곡들을 들려주면서 회사랑 회의를 한 번 했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도 되게 좋아하면서, 그러면 이번엔 전곡의 뮤비를 한번 다 찍어보자고 하더라고요. 또, 사실 작년에 냈던 앨범은 뮤직비디오가 없잖아요. 찍기도 애매했고. 반대로 이번 앨범 곡들은 사실 뮤비를 찍을 수밖에 없는 노래들이란 말이죠. 물론 팬분들을 위해서 좀 더 열심히 신경 쓴 것도 있습니다. 





LE: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으실 것 같아요. 오래 앨범을 기다린 분들도 있을 거고, 공연에 가서 새로운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을 거 같은데요. 팬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그렇게 기다리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 (웃음) 어쨌든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자주 보여드릴 거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LE: 헤이터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시죠.

그냥 뭐… 그렇게 악플 달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계속해. 내 인생은 그런 걸 신경 쓸 틈이 없어. 저는 그 온라인의 반응을 볼 틈이 없어요. 왜냐하면 난 오프라인에서 너무 재미있거든, 내 삶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너희들도) 오프라인에서도 좀 행복하게 지내고, 쓸데없는 거로 열 올리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LE: 앞으로 더욱 자주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CREDIT

Editor

Beasel, snobbi

신고
댓글 17
  • 1 9.4 21:24

    LE: “DAx4”의 가사처럼, 현재는 본인의 실력이 다시 최정상급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가 항상 짱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저는 (실력이) 떨어진 적 없어요. "


     


    크 ㅈ간지...

  • 9.4 21:58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만큼 해주십쇼 형님

  • 9.4 22:07

    형 진짜 개멋있어

  • 9.4 22:20

    19쌈디가 짱이다!

  • 9.4 22:37

    갓디

  • 9.4 22:40

    건강 챙기면서 오래 음악 했으면

  • 9.4 22:49

    아니근데 이번앨범내고 헤이팅하는 애들 싹다 버로우했는데 왜 악플을 찾는거지..

  • 9.5 00:26
    @다빈쓰

    디씨트라이브에 리플 오십여 개 짜리 쌈디 글이 있어서 보는데 호평이 많긴 하지만 dababy 플로우 교묘히 녹인거라며 치켜세우지 말라는 헤이팅이 열렬히 진행 중이었어요..

  • 9.5 00:27
    @DanceD

    앗 다른커뮤니티는 상황이 다르군요 몰랐네요그건ㅠ

  • 1 9.5 00:27

    도데체 이사람은 왜 안늙음? ㅋㅋ

  • 9.5 00:42

    형은 항상 최고야 알지?

  • 9.5 07:06

    심적으로 힘들때나 아닐때나 한결같이 멋있네

  • 1 9.5 11:29

    제 자신감을 끌어올리려던 중인 오늘 오전...

    인터뷰를보고 정말 소름이 많이 돋았네요

    항상 제 자신이 짱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지나고

    많이 가라앉아있었는데 뭔가 힘이 나네요

    우울할까봐 다크룸은 사실 안들어봤는데요

    이번 앨범은 너무 기대 했던만큼 미치도록 신나게 들을 수 있겠네요

    22채널이 발매 되자마자 사서 제일 많이 들었던 트라이엄프 때처럼

    존나게 흔들며 듣겠습니다^^

  • 9.7 20:33

    기석이형 하고싶은거 다해

  • 9.14 03:23

    기석찡

  • 10.4 21:00

    처음부터 끝까지 진솔된 이야기네요 기석씨 멋짐

  • 9.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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