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가 그리 힙합 흉년이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이렇게 모아보니 작년보다 아쉬운 점이 좀 보이네요. 특히 메인스트림 래퍼들이 유독 힘을 못 쓴게 좀 크지 않나 싶습니다.
드레이크는 하루만에 삼연병을 저지르는 기행을 저질렀고 아마 우지 빼곤 트랩쪽은 거의 전멸이 아니였나 싶은 아쉬운 퀄리티의 연속이였죠. 늦은 세대교체의 여파가 아닌가 싶어 불안하긴 하지만 내년엔 메인스트림서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길 기원합니다.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좋은 앨범도 나름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오래 기다렸던 베이비킴, 라키, 제이콜 셋 다 꽤 재밌게 나와서 자주 듣고 있습니다. 특히 베이비킴이 여기서 평이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에겐 아쉬운 점도 많지만 웨싸 의 날것 느낌이 매력적이였네요. 앤더슨 팩과 콜데 합작 앨범도 비교적 최근 나왔지만 쫀득하니 거의 매일 듣게 되네요. 안 들으신 분들 꼭 한번 들어보시길!
언더 베테랑들은 언제나처럼 훌룡한 작업물들을 발매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크게 눈에 띈 아티스트는 랩소디랑 블루 앤 엑자일이였습니다. 랩소디는 흑인 음악의 정수를 뽑은 것처럼 네오소울, 재즈 등 다양한 사운드를 오가며 커리어 최고의 랩을 선보였고 블루는 평소 하던 재지한 빈티지 붐뱁 안에서 전설이 왜 전설인지를 보여주는 깊은 연륜의 퍼포먼스가 독보적이였네요.
전반적으로 아쉬웠던 올해 중에서도 앱스트랙 힙합 쪽은 진짜 풍년 수준이였다 생각합니다. 마이크랑 얼이란 두 대스타의 합작을 시작으로 달렉과 락 마르시아노 등 OG들부터 네이비 블루나 오픈 마이크 이글 등 앱스트랙 힙합의 수문장들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연달아서 수작을 뽑아냈습니다. 바이 스톰은 그 수많은 수작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훌룡한 작품을 내기도 했고요.
특히 DOOMED!은 진짜 들으면 들을수록 취향저격인 앨범인데 며칠 전에 뒤늦게 들어서 12월쯤엔 올해 탑 10 안엔 안정적으로 들지 않을까 싶네요. 건조하면서도 냉소가 곳곳에 깃든 오픈 마이크 이글의 블랙 코미디 랩이 케니 시걸의 차가운 비트 위에 너무 잘 달라붙으니 한적할 때 듣기 참 좋아요.
이외에도 레이지에도 굵직한 앨범들이 많았던거 같은데 그쪽은 아직 견문이 좁아서 말하기가 어렵네요. 루시 베드록, Bleood, 티져스, 다이아몬드 등 레이지 쪽에서 뭔가 많은 앨범이 나온거 같던데 들을 시각이 없어서 아직도 슬레이어랑 멧 프록시만 들어봤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작년보단 레이지에 대한 견문을 넓힌 것 같아서 기분은 좋네요. 작년엔 레이지가 대부분 걍 시끄럽기만 한 음악이라고 느껴졌는데 올해부터 디지코어를 제대로 듣기 시작했더니 레이지의 재미도 조금씩 이해가 가요. 연말에 못 들은 것들은 몰아서 들어야지 싶습니다.
종합하자면 올해가 비교적 흉년은 맞는것 같아요. 메인스트림은 거의 전멸 수준에 가까웠고 오래 기다렸던 앨범들도 호불호가 극심했으니까요. 다만 그 안에서도 언더는 아직 건재했던 것 같습니다. OG들은 훌룡한 작업물들을 발매했고 레이지와 앱스트랙씬은 꽤 큰 호황을 겪었죠. 결국 올해도 충분히 나쁘지 않은 해였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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