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적어 보는 EP 걸작선입니다.
짧고 굵은 EP의 매력!
EP라는 포맷은 기준이 매우 애매합니다. 오래 전에는 10트랙 안팎에 30여 분 정도의 러닝타임이어도 EP로 잡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발매하면 무조건 정규 앨범 취급이죠. 2010년대 중반쯤부터 그렇게 흐름이 바뀌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1990~2000년대와 2010년대~현재를 나누어 선정해 보았습니다.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개인적 취향에 바탕을 두었는지라 당신의 취향과 매우 다릅니다.
2. 러닝타임이 40분에 가까워도 앨범 타이틀에 EP라 명시돼 있으면 EP로 간주합니다.
3. EP로 발매됐지만 나중에 트랙 추가되어 정규 앨범으로 재발매된 경우는 제외합니다. (이를테면 Jurassic 5의 데뷔 EP)
4. 2010년대 이후 앨범의 경우 러닝타임 30분 이상은 제외합니다. (이를테면 루페의 Samurai)
5. 랩이 전혀 없는 비트 테입은 제외합니다.

Big Noyd - Episodes of a Hustla (1996)
EP나 정리해 볼까? 하는 마음을 먹게 만든 앨범. Mobb Deep 앨범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90년대 퀸즈 사운드. 요즘이라면 정규작 대접을 받을 만큼 긴 러닝타임(39분)이지만 이 앨범은 명실상부 90년대를 대표하는 힙합 EP 중 하나입니다.

Jigmastas - Grass Roots "Lyrical Fluctuation" (2000)
2000년대 초반에는 언더그라운드 대폭발의 영향이었는지 좋은 EP가 참 많이 나왔더랬죠. 이 앨범은 그중 첫손에 꼽을 만합니다. Jigmastas는 개인적으로 J Dilla와 맞먹는다고 생각하는 프로듀서 DJ Spinna와 엠씨 Kriminul 듀오 체제이고 이 데뷔 EP는 정말 명작입니다.

J Dilla – Ruff Draft EP (2003)
힙합 역사상 최고의 EP를 고르라면 저는 무조건 이 앨범입니다. Donut이 샘플링을 다루는 천상의 솜씨를 보여주는 앨범이었다면 이 EP는 딜라 특유의 창의성이 최고조로 발휘된, 어찌 보면 딜라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보너스 트랙 추가된 디럭스 버전이 나오기도 합니다.

7L & Esoteric - Speaking Real Words (1999)
현재는 Czarface에서 잘나가는 중인 7L과 Esoteric의 출발점은 바로 이 EP였습니다. 2000년대의 힙합팬들은 일단 이 앨범부터 구하는 것으로 컬렉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죠. 무겁고 비장한 요즘 붐뱁과는 달리 에너지 넘치는 강력한 붐뱁 EP입니다.

Eazy-E - It's On (Dr. Dre) 187um Killa (1993)
Eazy-E의 모든 앨범들은 갱스터랩의 교본입니다. 사운드, 랩, 가사라는 측면에서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양아치 깡패의 전형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EP는 웨스트 갱스터 사운드의 절정이라 하겠습니다. 드레의 크로닉보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대중성뿐입니다.

Brotha Lynch Hung - 24 Deep (1993)
Brotha Lynch Hung은 호러코어 힙합을 즐겨 듣는다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죠. 특유의 어둡고 묵직한 갱스터 사운드는 많은 후배 랩퍼들에게 영향을 준 바 있습니다. 정규 1집과 함께 무조건 들어봐야 하는 힙합 앨범 중 하나입니다.

Akrobatik - The EP (2000)
날고 기는 달인들이 많았던 2000년대 초반에서조차 커다란 임팩트 그 자체였던 앨범입니다. 언더그라운드의 날것의 에너지가 이만큼 잘 농축되어 담긴 힙합 앨범도 찾기 힘들 겁니다. 이후의 정규 앨범들에서는 안타깝게도 이 정도의 에너지를 다시는 재현해 내지 못했습니다.

The Beatnuts - Intoxicated Demons The EP (1993)
골든에라 힙합 음악을 오랫동안 꾸준히 들어온 매니아들의 공통점은 바로 Beatnuts를 좋아하고 아주 높게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직선적이고 명쾌한 프로듀싱은 80년대 올드스쿨 힙합의 에너지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그러나 사운드는 빈 곳 하나 없이 정교하며 랩은 물 흐르는 듯 거침이 없습니다. 리얼 힙합 뮤직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Bone Thugs-n-Harmony - Creepin on ah Come Up (1994)
싱잉랩의 조상님이라 할 수 있지만, 발성이고 뭐고 없이 느낌 있게 뱉는 데만 열중하는 요즘 랩퍼들과는 접점이 별로 없기도 한 레전드 그룹의 명작 EP입니다. Eazy-E가 키운 그룹이라 이때만 해도 하드한 갱스터 사운드가 넘실거렸지만 이듬해 대중성을 가미하여 나온 정규 2집에서는 빌보드 1위곡을 배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J-Live - Always Has Been (2003)
2000년대의 일매틱이라 할 수 있는 The Best Part의 주인공 J-Live의 EP입니다. 2003년 발매작이지만 90년대 중후반에 녹음한 곡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DJ Premier의 픽이었던 Braggin Writes 한 곡 만으로도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지만 트랙들이 하나같이 순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The Masterminds - Live From Area 51: The Extraterrestrial Project (1999)
저도 무척 좋아하며, 당시 언더그라운드 힙합 팬들의 표적이 되었던 명작입니다. 2000년대 S급 프로듀서 중 하나였던 Mr. Khaliyl(of Da Bush Babees)의 단단한 비트를 필두로 다른 프로듀서들도 쏠쏠한 비트를 제공했고 두 명의 엠씨는 그 위를 날아다닙니다.

C-Funk - Three Dimensional Ear Pleasure (1995)
G-Funk 팬이라면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EP입니다. 매끄러우면서도 훵키한 전형적인 지펑크 사운드지만 유려한 랩과 깔끔한 프로듀싱의 밸런스가 매우 좋습니다.

Example – Impulses (1997)
90년대 재즈랩을 언급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EP입니다. ATCQ를 떠올리게 하는 차분한 재즈랩이지만 날것의 느낌이 훨씬 강합니다. 오히려 2000년대 이후의 재즈랩 앨범들과 닮아 있는, 시대를 앞선 앨범이 아닐까 싶습니다.

Brother Ali – Champion EP (2004)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백인 엠씨는 에미넴도 El-P도 Slug도 아닌 브라더 알리입니다. 그냥 랩을 끝장나게 잘합니다. 이 EP는 가장 과소평가받는 프로듀서 상위권에 위치할 Ant와의 궁합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절의 훌륭한 결과물입니다.

The Nonce - The Sight of Things (1998)
아는 사람만 아는 힙합 클래식 World Ultimate의 The Nonce가 발표한 EP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절정의 재즈랩입니다. RYM의 재즈랩 차트는 집어치우고 일단 이 앨범과 World Ultimate부터 각잡고 감상해야 합니다.

Talib Kweli & Madlib – Liberation (2007)
설명이 필요없는 레전드들의 합작입니다. 다만 매드립 앨범 중에선 청취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합니다. 기상천외한 샘플링 사이를 비집고 쏟아내는 탈립 콸리의 마술과도 같은 랩핑이 감상 포인트입니다.

The Demigodz – The Godz Must Be Crazy (2002)
The Demigodz는 꽤나 많은 엠씨와 프로듀서들의 집단이지만 이 EP는 사실상 Apathy와 Celph Titled의 합작입니다. 둘 다 랩빨 끝내주는 엠씨들이라 그런지 무난한 비트로 채워진 앨범 하나를 오직 랩으로 캐리합니다. 참고로 Ill Boogie Records에서 earplug series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EP가 총 4장 있는데 이 EP는 그중 하나고 나머지도 들을 만합니다.

Planet Asia - Planet Asia EP (1998)
절친 Rasco와 함께 1998년을 씹어 먹은 무시무시한 엠씨 Planet Asia의 데뷔 EP입니다. 심플한 비트와 랩뿐인 앨범이지만 도저히 귀를 뗄 수가 없습니다. 랩 잘하는 엠씨는 많고 많지만 이렇게 랩 하나만을 전면에 내세워 청자를 설득해 내는 앨범은 사실 찾기 힘듭니다.

Mac & A.K. - Westbound (For Riders Only) The EP (1996)
G-Funk 팬들에게는 유명한 EP로, 도기스타일이나 크로닉 같은 조미료 잔뜩 들어간 지펑크가 아닌 깔끔 담백한 지펑크입니다. 저도 처음 들을 때는 너무 슴슴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들을수록 진국입니다.

Siah and Yeshua Dapo ED – S/T (1996)
여기까지 읽은 분들에게 전하는 선물입니다. 이 앨범은 90년대 한정 최고의 힙합 EP입니다. 아마 반박은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반박 안 받는다고 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1996년에 오직 LP로만 발매된 후 수많은 매니아들의 애만 태우다 12년 뒤에 보너스 트랙 추가되어 CD로 재발매된 바 있는, 전설의 앨범입니다. 간단히 말해 안 듣는 사람만 손해인 앨범이라는 거죠.
(2010년대~현재 편으로 계속됩니다.)




크으 지리네요
2편이 기다려지네요 감사합니다
와우 이런 작품들은 어떻게 찾아들으시는건지ㄷㄷ
오호 이런글 아주 좋슴다
얼른 들어봐야지
speaking real words는 ep중의 명반
팬심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에미넴의 Slim Shady Ep도 추천할 수 있는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슬림 셰이디 자아를 가장 잘 보여준 앨번이라 생각하거든요.
개추
얻어갈게 많네요
요즘 날씨도 선선한데
앱뮤에 없는게 왤케 많죠..ㅜㅜ
크 모르는 아티스트들 많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SWAG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