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앨범은 주체할 수 없는 창작욕에서 비록된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특정한 서사나 장치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그저 음악 자체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이전의 [Cherry Bomb]이나 [Call Me If You Get Lost]와 유사한 색감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Big Poe"에서는 앨범에서 지켜져야 할 3가지 규칙과 함께 [Cherry Bomb]때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드림 비트 위에서 자유롭게 랩을 뱉는다. 이 부분에서 3집 특유의 지저분함이 더욱 정제된 상태로 보여진다. 타일러의 음악적 소양이 더욱 커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Sugar On My Tongue"도 흥미럽다. 특징적인 드럼 샘플과 빌드업을 쌓고 코러스에서 신스와 함께 터트리는 전형적인 곡 구성을 보여준다. 'Stop Playing With Me"에서는 3집과 6집의 향기가 짙게 느껴진다. 이처럼 앨범 전반부에는 뱅어트랙 위주로 배치하고, 상당히 자유롭게 플로우와 가사를 구성한 것으로 초반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Ring Ring Ring"부터의 후반부는 네오 소울 계열을 트랙들을 통하여 랩 뿐만아니라 자신이 깊은 이해가 있는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특히 "Ring Ring Ring", "Don't You Worry Baby", "I'll Take Care of You"는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타일러 특유의 부드러움과 [Igor]때부터 인정받아온 프로덕션이 잘 보이는 트랙들이다.
"Ring Ring Ring" 같은 경우에는 Ray Paker Jr의 "All in the Way You Get Down"를 샘플링하며 디스코, 소울, 펑크의 느낌을 타일러 자신의 색깔로 표현하였다. "I'll Take Care of You"에서는 3집의 타이틀곡의 드럼을 샘플하였는데, 다소 흩뿌려져있던 프로덕션이 착실히 레이어를 이루며 더욱 유기적으로 어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Don't You Worry Baby"같은 경우 거의 Madison McFerrin의 곡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보컬이 트랙 전반을 끌어간다. 이때 상당히 박자감이 도드라지며 여러 악기들이 단단하게 층을 이루며 곡이 풍부하게 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명확하다. 이번 앨범은 타일러가 과거의 클래식한 힙합과 알앤비를 자신의 스타일로 리믹스해 보여주지만, 리스너에게는 전작들 열화판처럼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자전적이고 무게감 있던 [CHROMAKOPIA] 이후 곧바로 발표된 이번 신작은 반가우면서도, 이 전작에서 들어본 듯한 기시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이 실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가벼움은 [CHROMAKOPIA]라는 무거운 앨범을 마무리한 후, 다시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는 과정에서 나타난 가벼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는 또 다른 타일러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일 수 있다.
결국, 이번 앨범은 타일러가 작정하고 만든 일종의 이지 리스닝 프로젝트로, 성공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 창의력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보가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청자들에게 납득 가능한 퀄리티로 선보이는 그의 자세는 진정한 크리에이터의 자세로 보인다.
+) 이전에 가볍게 리뷰한 적 있는 앨범입니다. 이번 리뷰는 이전 리뷰의 리메이크라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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