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힙합의 왕좌에 오른 젊은 왕, Dave의 세 번째 앨범은 그가 짊어진 거대한 왕관의 무게에 대한 고백과도 같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에너지와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송곳니를 기대했다면, 이 앨범은 조금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가 승전보 대신 꺼내든 것은 화려한 트랩 비트가 아닌, 섬세하고 고독한 하프 한 대이기 때문이다.
앨범의 제목은 악령에 시달리는 사울 왕을 위해 하프를 연주했던 소년 다윗의 이야기에서 가져왔다. 자신의 이름(David)을 딴 이 성경적 은유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열쇠다. Dave는 이 앨범에서 우리 시대의 사울, 즉 불안과 죄책감, 성공의 그늘에 시달리는 모든 영혼들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하프를 연주한다.
앨범의 사운드는 지독할 정도로 미니멀하다. 데이브가 직접 프로듀싱한 트랙들은 화려함을 걷어내고 뼈대만 남은 비트 위에, 차가운 새벽 공기 같은 피아노 선율이 대화를 이끌어간다. 특히 James Blake가 참여한 곡들은 앨범의 절제된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텅 빈 방에 홀로 앉아 읊조리는 듯한 내밀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곳은 파티장이 아니라, 그의 상담실이자 기도실이다.
그 고요한 공간 속에서 데이브는 자신의 가장 깊은 곳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알코올 중독을 극복한 경험, 성공이 가져다준 공허함, 신을 향한 의심과 믿음 사이의 갈등까지. 그의 랩은 더 이상 분노의 외침이 아니라, 상담사의 소파에 누워 털어놓는 나지막한 독백에 가깝다. 특히 UK 랩의 전설 Kano와 함께한 <Chapter 16>은 이 앨범의 백미다. 두 세대의 거장이 마치 오랜 친구처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듯 랩을 주고받는 이 트랙은, 성공이라는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에 대해 논하는 한 편의 짧은 연극과도 같다.
Dave의 이번 앨범은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연주 기록이다. 그는 하프를 연주하며 자신의 내면에 깃든 악령을 잠재우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삶에서 당신을 괴롭히는 '사울'은 무엇이며, 당신의 '하프'는 무엇이냐고.
『The Boy Who Played the Harp』는 쉽게 휘발되는 쾌감을 주는 앨범이 아니다. 오히려 몇 번이고 다시 들으며 그의 고백에 귀 기울이고, 나의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무겁고 진지한 작품이다. 가장 사적인 고백이 가장 보편적인 위로가 되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면, 이 젊은 거장의 연주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앨범을 넘어선, 한 인간의 솔직한 치유 기록이자 현대판 다윗의 고백록이다.
추천곡: History, Chapter 16, The Boy Who Played the Harp
전곡해석: https://hiphople.com/album/3270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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