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Nickelus F & Shawn Kemp - TRICK DICE

Lil Ugly Mane (릴 어글리 메인)은 메이저 힙합 씬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 인물이긴하지만, 그는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만큼은 누구도 견줄 수 없는 독특한 위치를 사수하고 있는 인물이다. 본명 Travis Miller라는 이름을 비롯하여 수많은 얼터 이고를 지니고 있는 그는 수많은 이명들로 자신의 감정과 우울을 음악으로 형용해왔다.

<Oblivin Access> 이후에 에필로그와도 같은 역할로서 발매된 <Third Side Of Tape>는 2015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압도적으로 치명적인 작품이었다. 바로 그 직후에 발표된, 동료 아티스트 Nickelus F와의 협업 앨범 <TRICK DICE>는 그가 2015년 청양의 해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하게 만들어준 귀한 작품이 되었다.

물론 오늘 다룰 <TRICK DICE>의 진정한 주인공은 Nickelus F (니켈러스 F)다. 언더그라운드 씬을 즐겨 듣는 이들이 아니라면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일 정도로 그는 지엽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물론 그는 2006년, 드레이크의 데뷔 믹스테이프 <Room For Improvements>와 클립스의 리믹스 앨범 <We Got the Remix>에 참여한 전적이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힙합 씬에서 독특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던 두 인물의 만남은 꽤나 새롭다. 릴 어글리 메인은 몇몇 트랙을 제외하고는 모두 프로듀싱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니켈러스 F는 릴 어글리 메인이 보컬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시원하게, 또 충분히 지워줄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어떤 면에서는 에이셉 라키 같은 래핑을 선보이기도 한다.) 다소 아마추어스러운 느낌이 들기는 하나, 2015년 발매에 산발적으로 작업한 곡들을 앨범으로 묶어 발매한 것이라는 릴 어글리 메인의 발언을 인지한 상태로 들어본다면 이 부분은 충분히 무마해놓고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앨범은 사이드 A와 사이드 B로 나뉘어있다. 우선적으로 사이드 A는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Oedipus Rex"는 붐뱁 드럼 위로 니켈러스 F의 거친 래핑을 내세워졌고, "Protein"과 "Moonlight" 같은 곡에서도 비슷한 에너지가 이어지며, "Da Reaper"에서는 전쟁과도 같은 MC로서의 삶을 열렬하게 열거한다. 

사이드 B는 사이드 A에 비해 조금 더 색다른 색채를 띤다. 유연한 베이스와 리드미컬한 드럼으로 좀 더 전통적인 힙합의 쾌감을 주는 "Gold Figaro"부터 재즈향이 물씬 풍기는 신스와 DJ 스크래치가 얹히며 클래식한 느낌을 강조하는 "D.S.L.S.",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은 "Cloud 9,999 (Phone Mix)"로, 클라우드 랩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가 돋보인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Bathory Motives"에서 니켈러스 F는 성숙한 플로우를 선보이다가 후반부에는 광기에 가까운 장단의 벌스로 치닫는다.

이 모든 곡들은 철저하게 릴 어글리 메인의 쾨쾨하고 음울한 사운드에서 침침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다. <Mista Thig Isolation>과 <Third Side Of Tape>가 적절하게 섞이고, 여기에 더 진화한 듯한 인상을 주는 그의 사운드는 그 자체로 전설적이다. 

아무튼 본작은 당시 릴 어글리 메인의 물오른 음악적 역량과 니켈러스 F의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가 합쳐진, 나름대로 매력적인 작품이다. 당해에 발매된 릴 어글리 메인의 <Oblivin Access>와 <Third Side Of Tape>의 완성도와 상응할 정도의 결과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