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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on <Baby> 리뷰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5.09.17 00:07조회 수 667추천수 16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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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등장을 함께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비틀즈가 전 세계에 널리 그 이름을 알리고, 마이클 잭슨이 어디를 가나 환호를 받던 시절의 대중들의 심정은 또 어떻고. 마빈 게이, 마이클 잭슨, 비틀즈, 너바나, 로린 힐, 프린스, 조니 미쉘 등의 이름들이 어느덧 칸예 웨스트, 프랭크 오션,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수푸얀 스티븐스로 옮겨 갈 때의 모습은. 그리고 마주한 20년대는, 우리가 보는 20년대는 어떠한가. 그 사이, 윗세대의 음악을 저마다 해석하고 흡수한 아이들이 다시 고유의 음악을 만드는 순간의 마법은 언젠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겠거니와 했다. 게다가 이런 두루뭉술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을 최근 들어 꽤나 자주 맞이하게 되는데, 이번 작품 디종(Dijon)의 <Baby>를 감상할 당시에도 딱 그러한 감상이랄까.

디종의 작품 속 음악들은 여러 장르를 뒤죽박죽 섞어둔 일명 ‘홈 메이드’ 음악이라 여겨도 될 법하다. 물론 실상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여러 장치들이 적용된 음악들이지만. 그럼에도 디종의 여러 사고에서 뻗어 나온 가사들이 담긴 음악, 절친한 친구들(Mk. gee, Sarlo, BJ Burton …)의 합세는 과연 눈 여겨볼 만한 사항들이 아닌가. 오하려 ‘홈 메이드’ 식의 음악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남들과 타협하지 않는 고집이다. 하지만 장인 정신에 고집이 드세다고 느낄 부분보다도, 그는 그냥 하고픈 음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게 전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본인이 즐겨 듣던 음악들, 이전에 해왔던 생각,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들과 애틋한 가족 관계까지를 전부 섞어둔 그런 혼돈과도 같은 상황이 이윽고 디종의 작품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런 혼돈 사이에서 최우선 되는 것은 무엇으로 추측할 수 있을까. 제 나름의 해답으로는 바로 그게 디종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디종의 감정, 기분, 사고들을 엮어 놓은 공간이 바로 그의 작품 세계관이라고 해보자. 그즈음이면 추상화되고 파편화된 몇 가사들과 잘게 쪼개지고 설키며 과도하게 편집된 음악 요소들도 이해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의 디스코그래피 자체에 어떠한 의도보다도 제시되는 아리송한 갈증에 물음표를 달아주고 싶다. 여러 추측을 제시하다 보면 어느덧 정답지에 가까워질 수는 있겠으나, 결국 100%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해답은 오로지 디종의 몫이며, 우리에게 제시되는 것은 음악이 전부니까. 그 음악 사이사이 이음새의 파고도, 긴장감의 틈도 오로지 해석의 공책으로 비어있을 뿐이다. 게다가 잠시 해석의 공책을 엿보면, 그가 남긴 앨범 전체에 흩뿌려진 음악적 레퍼런스와 그 깊이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수없이 맴도는 프린스 풍의 팔세토 창법을 비롯하여 여타 기분에 따라 과도하게 편집된 목소리들로. 그곳에는 사이키델릭의 향이 맴돌며 고-저음질을 오가는 사운드와 군데군데 맴도는 90년대 네오 소울까지 이 모든 것이 한 작품에 녹아있다는 게 놀랍다. 얼핏 보면 얼렁뚱땅 만들어놓은 모래성 같지만, 완성된 모습은 제법 봐줄 만한 모양새인 것도 재밌다. 더군다나 커다란 모래성의 모래알들은 그가 지나온 기억들과 이룩한 노력들이다.

다만 전작의 창의성이 번뜩였던 <Absolutely>와도, 한참 예전인 브록햄튼의 "Summer"의 보컬에 참여한 시절과도 달라진 것은 디종의 가족, 인간관계를 포함한 주변 환경이다.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게 되고, 다양한 매체에 나서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사건은 디종과 디종의 아내 사이에 사랑의 결실을 맺고 아이를 품에 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극적인 변화는 곧 <Baby>가 고스란히 품고 가게 되었으며, 전작과의 차별점도 여기서 기인한다. 결국 <Baby> 전체를 둘러싼 것은 비정형적인 이야기이자 현재 디종의 모습이다. 어쩌면 <Baby>는 그 자체로 디종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만의 세계관으로 청취자를 살포시 초대할 뿐이다.

급진적인 창의력이 잉태하는 과정과 “Baby”가 아기의 울음소리로 시작하는 장면이 포개어지듯이, 수많은 음악적 영감이 부모로서의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절묘하게 포개어진다. 물론 작품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 역시 재밌다. 서서히 몰입되어가는 순간 디종의 음악은 더욱 많은 변형과 리버브와 갑작스러운 진행을 지속한다. 어느 순간은 "Fire"라는 곡 제목처럼 불타오르기도, "Higher"라는 곡 제목처럼 서서히 끓는 점에 도달하기도 하며, "Automatic"처럼 예측을 불허하는 진행을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불규칙한 구성은 "Baby"의 진행을 쉬이 예상할 수 없게끔 만든다. 인간의 본초적인 쾌감을 건들며, 예상을 계속하여 빗나가는 구성으로서, 인간 디종 두에나스의 내-외면을 입체적 각인으로 이끌어낸다. 이 방면에서 디종의 목소리이자 기분이 앨범을 총괄 지휘한다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그즈음에 짧고 폭발적인 간주곡들 "(Freak It)", 80년대 향수의 사이키델릭 팝 "(Referee)" 역시도 이해될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좀체 정신없는 구성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폭발하는 창의성과 끊임없는 사랑은 앨범 내에 키워드로서 잔재하며 앨범의 중심을 잡아준다.

근래에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들은 대개 여러 장르를 마구 뒤흔들거나, 새로이 해석하고, 조합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디종 역시도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집약하고서는, 독특한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80년대 풍의 네오 소울 "Yamaha"과 네오 사이키델릭의 "Rewind"가 합쳐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 있지 않나. 예측 불가능의 곡 진행과 서로 다른 감정의 갈등은 불안정함과 복잡함을 이해할 수 있는 장치로서 작용된다. 공기를 맴도는 프린스의 애절함, 과도하게 왜곡된 보이스의 오션, 그리고 디종의 빛나는 아이디어들. 우연히 들어간 듯한 오류조차 아름답게 보이는 저편에는 분명 무언가 다른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여러 작법을 계승하고 자신의 뜻대로 조율하여 표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모방이라 치기에도 애매하다. 오히려 디종은 그 너머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너머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반짝임보다도 익숙한 무언가보다도 지속적으로 떠올릴 동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힙스터들의 주류 픽으로 뽑히는 아티스트들의 면모에는 시류에 무심한 태도나 음악을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보는 모습, 사명 같은 것에 무관심한 태도 등을 주로 관찰하곤 한다. 내 생각에는 디종의 면모에도 그런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렇기에 <Baby>에는 어떤 수식어조차도 붙이기 민망해진다. "Baby"에서 "Kindalove"로 끝나는 과정에서 다시금 외마디 들려오는 'Baby'라는 단어는 본인의 아이에 대한 사랑인지, 작품에 대한 사랑인지, 혹은 둘 다 인지도 구분조차 가지 않는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이 같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모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일까. 결국 여러 오류의 늪에 빠지다 보면 우리는 작품의 정체를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류의 늪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장면을 재생하고 목도하게 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Baby>의 중요한 단서 중 하나가 아닐까.


20년대의 프랭크 오션이라는 말보다 현재의 디종이 더욱 마음에 든달까요.

아무쪼록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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