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에 얼굴을 묻은 채 웅얼거리는 목소리. 그것은 단순히 래퍼의 인트로가 아니라, Redman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혼돈의 캐릭터가 무대 위로 기어올라오는 장면이다. 그는 광대 같기도, 정신과 환자 같기도 하며, 동시에 P-Funk의 후계자처럼 보인다. <Dare Iz a Darkside>는 이 괴상한 인물이 직접 지휘하는 악몽 같은 연극으로, 빛 대신 어둠을, 서사 대신 뒤틀림을, 균형 대신 불안정성을 끌어안는다.
이 앨범에서 비트는 예측 가능한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Erick Sermon이 마련한 펑키한 루프는 여백이 넓고, 그 사이를 Redman은 불규칙하게 채운다. 플로우는 네 마디마다 정직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고, 중간에 멈칫하거나, 갑자기 단어를 몰아붙이기도 한다. 때로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가, 곧바로 고함을 치며 박자를 뚫고 나온다. “Noorotic”의 불규칙한 호흡, “Can’t Wait”에서 일부러 박자에 늦게 들어와 긴장을 조성하는 방식은 그의 랩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지 잘 보여준다. 이 불안정한 호흡은 단점이라기보다, 앨범의 캐릭터가 가진 광기 자체를 드러내는 장치다.
그의 언어는 더욱 괴상하다. “Rockafella”에서 자신을 George Clinton의 ‘long lost stepson’이라 칭하고, “Can’t Wait”에서는 ‘I’m so high, I can piss on the moon’ 같은 과장을 던진다. 더러운 매트리스 위의 세균처럼 전염되는 라임, 닌자 거북이를 연상시키는 팀워크 비유, 고장 난 워크맨을 뇌에 빗댄 이미지. 이 기괴한 비유들은 코믹하면서도 불쾌하고, 그 이질감이 오히려 앨범의 세계관을 단단하게 만든다. 펀치라인의 재미가 단순한 농담에 머물지 않고, 광기와 유머가 결합된 캐릭터의 말투처럼 들리는 이유다.
<Whut? Thee Album>의 Redman이 신인의 기세와 유머를 무기로 삼았다면, 이 앨범의 주인공은 훨씬 더 어둡고 불안정한 화신이다. 스킷이 난무하며 흐름을 끊고, 펑크 샘플은 몽롱하게 왜곡된다. “Green Island”와 “Cosmic Slop” 같은 트랙은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허물며, 지하 세계에서 길어 올린 환영 같은 질감을 남긴다. 이는 <Muddy Waters>에서 보여줄 완성도 있는 균형감과는 정반대의 선택이다. Redman은 중심을 잃은 상태로, 일부러라도 추락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그 추락을 자신의 미학으로 변모시킨다.
이 모든 혼란을 가능하게 만든 건 Erick Sermon의 프로덕션이었다. 그는 펑키하면서도 공간이 넓은 비트를 제공해, Redman이 제멋대로 날뛰는 무대를 만들었다. 그루비하면서도 느슨한 리듬은 코믹한 농담부터 자기 파괴적 고백까지, 어떤 톤도 소화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Sermon이 뿌리를 잡아준 덕분에, Redman의 광기는 끝내 붕괴하지 않고 음악적 궤도 안에서 회전한다.
<Dare Iz a Darkside>의 Redman은 결국 래퍼가 아니라 혼돈이라는 가면으로 기억된다. 그는 땅속에 묻혔다가 다시 올라오는 캐릭터, 광대와 광인의 경계에서 떠드는 목소리, 펑크의 유산을 뒤틀어 발화하는 불안정한 존재다. 이 앨범을 듣는 순간, 질서의 언어는 사라지고, 혼돈의 캐릭터만이 남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중얼거리고 있다.
레드맨은 들어야대!
미친 사람이긴 해요 강추강추
좀 어둡고 1,3집 사이에 껴서 저평가된 앨범
이러고 보니 디스코그래피 미쳤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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