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사회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는 순간은 여태까지 적지 않았습니다. billy woods와 Kendrick Lamar는 미국의 인종 문제와 사회 문제에 대한 고찰과 성찰을 가해왔고, Jimi Hendrix는 국가를 일렉트로닉 기타로 기괴하게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당시 베트남 전쟁이라는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미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지요. 대부분의 컨셔스한 긍지를 담고 있는 예술은 체제를 비판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소비자의 취향으로 변형시켜버립니다. 그렇기에 오늘 소개할 <Wood Teeth> 같은 작품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본작은 단순히 우익을 풍자하거나 조롱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증오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데 주저함이 없거든요.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할 앨범 <Wood Teeth>는 좌익의 눈으로 보는 미국의 보수주의에 대한 근심어린 혐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작품이에요. doseone의 격앙된 보컬과 Height Keech의 미쳐날뛰는 프로덕션은 단 12분 남짓한 러닝타임 안에 극도의 긴박함과 피로, 조롱, 회의감, 그리고 그 너머에 깔린 행동에 대한 촉구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일단 정치적인 요소들은 뒤로 밀어놓고, 본작이 가진 강점들을 살펴봅시다.
우선 이 두 인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넘어가볼게요. 우선, 수십 년간 독특한 목소리로 잘 알려진 래퍼 doseone입니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 중 하나로 자리해온 인물으로서, cLOUDDEAD, Themselves, 1200 Hobos, 13 & God 등 다양한 혁신적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아마 cLOUDDEAD로 그를 알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네요. 가장 최근에는 2025년 1월 10일에 발매한 <All Portrait, No Chorus>로 billy woods와 Open Mike Eagle을 등에 업은 채, 오랜만에 언더그라운드 씬의 최전선으로 복귀했었구요.
그 다음은 Height Keech, 본명 Dan Keech입니다. 그는 2000년대부터 볼티모어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활약해온 래퍼이자 프로듀서로, 수많은 앨범들을 발매해왔었지요.
그리고 이 둘의 활동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 둘의 협업 EP, <Wood Teeth>인 것이죠. 기타와 노이즈, 허탈한 리듬 위로 doseone의 거센 랩이 휘몰아치며, 이들은 다시 한번 언더그라운드 씬의 가장 불편하면서도 예리한 지점을 찌르고 있습니다.
첫 트랙 "Unto Others"부터 doseone이 분출하는 분노는 정말 상당합니다. 해학적인 비트와 기괴한 doseone의 보컬과 래핑이 맞물려 기이한 매료를 이끌어냅니다. 더해서 아웃트로에서의 과격한 모습과 보수주의 미국에 대한 울분을 표하며 표효하는 으르렁거리는 그의 보컬은, 그의 속에 담겨있은 깊이 있는 분노를 있는 그대로 이끌어내는 듯해요.
그런가하면 "Just Problem"에서는 더욱 직접적으로 경찰과 국가 권력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드러냅니다. "Under tire in a trailer park lies, sucks to be damn"이나 They're raising man-children bracing. Bout becoming ICE agents" 같은 가사들을 보건대 말이지요.
Height Keech의 프로덕션은 전형적인 힙합 비트의 질감과는 거리가 매우 멉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명확한 그루브나 리듬감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아주 불편한 방식으로 변형시켜버리지요. 예를 들어 "Unto Others"에서는 단순한 패턴 위에 기괴하게 윙윙거리는 기타 샘플이 얹혀집니다. 그러다 샘플링을 덧붙이고, 드럼이 들어고고, 이내 Doseone의 목소리가 또다시 파고듭니다. 이같은 구성은 트랙 전반에 걸쳐 반복되지요. Height Keech의 이 요상한 프로덕션 덕에 Doseone의 격앙된 보컬이 돋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총평하자면, <Wood Teeth>는 불쾌하고 끈적이며,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작품인 것 같습니다. Doseone은 오늘 날을 살아가는 좌파의 분노를 유희화하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Height Keech는 그런 감정을 감싸는 어두운 아우라를 만들어냅니다. 좋은 사운드에 나쁘지 않은 래핑, 그리고 흥미를 끄는 서사와 주제까지. EP 대신 합작 앨범으로 추진했다면 더 흥미진진하고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데, EP로 발매되어 고작 여섯 곡밖에 즐길 수 없다는 것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3.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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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철저히 제 개인적인 감상평일 뿐입니다. 물론 마음에 드셨다면 추천과 댓글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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