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온전히 음알못의 관점에서 쓴 앨범 감상문임을 알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군가의 우울이 당신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위로란,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달래 주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우울이 당신의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달래 준다면, 그 이유는 그 사람의 우울이 따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겐 여기, 맥 밀러의 《Circles》가 그런 따뜻함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본작에서 따뜻함을 느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앨범의 사운드일 것이다. 처음 본작을 들을 때, 가사를 모른 채로 들었음에도 마음이 따스해진 것을 보면, 앨범의 사운드 자체만으로 따뜻함을 느꼈던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본작은 전체적으로 로파이(Lo-Fi, 거칠고 따뜻한 감성 자체를 의도적으로 살린 음악 스타일)한 비트들이 배경이 된다. 내가 음알못이기에 확신은 못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감성을 느꼈다. 트랙마다 여러 가지 사운드를 마구 채우기보다는 여백을 남기고, 그 여백에 묻은 작은 소리들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앨범 재생 버튼을 눌러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첫 트랙 "Circles"의 시작은 둔중하지면서도 멜로디컬한 베이스로 시작한다. 이외에 들리는 소리는 아주 약하게 들리는 심벌즈 뿐이다. 그렇게 몇 초 후, 그 위에 차례로 벨 신스와 기타가 덧입혀지고 또 몇 초 후, 맥 밀러의 보컬이 들어온다. 나는 이 40초 가량의 도입부 동안 앨범에 완전히 몰입되었다. 나는 본작의 이런 특징이 앨범 내내 계속되다보니 오히려 더욱더 사운드와 맥 밀러의 감성적인 보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사운드적으로 기억에 남는 점은 본작의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기타 사운드들이다. 앞서 말한 "Circles"의 둔중한 베이스부터 "Good News"의 담백한 기타 사운드, "Hand Me Downs"의 포근한 일렉기타 리프, "That's On Me"의 일렁이는 기타 사운드, 그리고 "Surf"의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까지, 앨범 곳곳에서 깔리는 기타 소리들 덕에 질리지 않고 앨범을 들을 수 있었다.
사운드에 관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기타 사운드들과 함께 앨범의 또 다른 배경이 되는 신디사이저들이다. "Circles", "Hand Me Downs", "Hands"의 벨 사운드와 "Complicated", "I Can See", "Woods"의 패드 사운드, "Blue World"의 샘플된 비트 뒤의 펑키한 신스와 "Surf"의 베이스 신스까지, 기타와 함께 앨범의 비트를 꾸미는 다양한 신스들 덕분에 앨범의 몽환적이고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운드 이외에 본작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던 또 다른 이유는 역시 본작의 가사이다. 맥 밀러의 경험에서 피어난 그의 사려 깊은 가사들은 허무주의를 한껏 머금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듣는 우리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나는 그 이유로, 아마 저마다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그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그와 공유하는 외로움과 상실감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맥 밀러는
Well, this is what it look like, right before you fall
음, 이런 기분이구나, 추락하기 직전이란 거
Stumblin' around, you been guessing your direction
이리저리 치이며,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Next step, you can't see at all
다음 발걸음, 전혀 알 수가 없어
And I don't have a name, I don't have a name, no
그 어떤 사람도, 어떤 사람도 떠오르지 않는데도
Who am I to blame? Who am I to blame? No
내가 누굴 탓해? 내가 누굴 탓하겠어?
- Mac Miller in "Circles"
That's on me, that's on me, I know
내 탓이지, 내 탓이지, 알고 있어
That's on me, that's on me, it's all my fault
내 탓이지, 내 탓이지, 전부 내 잘못인걸
- Mac Miller in "That's On Me"
자책하고,
Does it always gotta, does it always gotta
삶이란 게 항상, 삶이란 게 항상
Gotta be so complicated? (Ooh, ooh, ooh, ooh)
그렇게 꼭 복잡해야 해?
- Mac Miller in "Complicated"
Good news, good news, good news
좋은 소식, 좋은 소식, 좋은 소식만
That's all they wanna hear
다들 듣고 싶어 해
No, they don't like it when I'm down
내가 가라앉은 모습은 싫다나
But when I'm flying, oh
그런데도, 내가 날아가기 시작하면
It make 'em so uncomfortable
그건 또 불편하다더군
So different, what's the difference?
어떻게 해야 해, 그럼 차이가 뭔데?
- Mac Miller in "Good News"
Everybody keep rushin'
모두가 서두르기만 하지
Why aren’t we taking our time?
한숨 돌리며 할 순 없는 걸까?
- Mac Miller in "Once A Day"
푸념하고,
And I cannot be changed, I cannot be changed, no
변할 수가 없는 나인데, 그런 나인데, 뭐
Trust me, I've tried
그래도, 노력했던 나야
I just end up right at the start of the line
끝을 향해 왔더니, 다시 출발점일 뿐이야
drawin' circles
원을 그리며
- Mac Miller in "Circles"
Everybody's gotta live
누구나 다, 그렇게 살지
And everybody's gonna die
누구나 다, 그렇게 죽잖아
Everybody's gotta live
누구나 다, 그렇게 살지
- Mac Miller in "Everybody"
Once a day, I rise
하루에 한 번, 일어나
Once a day, I fall asleep with you
하루에 한 번, 너와 함께 잠에 들고
Once a day, I try but I can’t find a single word
하루에 한 번, 노력하지만, 한마디 할 말을 못 찾는걸
- Mac Miller in "Once A Day"
허무함에 빠진다.
And I can keep you safe, I can keep you safe, mmm
나라도 널 지킬게, 나라도 널 지킬게, 음
Do not be afraid, do not be afraid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않아도 돼
You're feeling sorry, I'm feeling fine
넌 미안함을 느낀대, 난 괜찮은데 말야
- Mac Miller in "Circles"
괜찮은 척도 해보지만
There's a whole lot more for me waiting on the other side
왠지 저 건너편엔, 많은 게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I'm always wondering if it feel like summer
그곳은 여름날일지, 항상 궁금하더라고
I know maybe I'm too late, I could make it there some other time
늦었을 수 있긴 한데, 그래도 언젠간 그곳에 도착한 다음
I'll finally discover
마침내 알게 될걸
That there's a whole lot more for me waiting
날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훨씬 많단 사실
That it ain't that bad, ain't so bad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When it ain't that bad, mm
그래,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음
At least it don't gotta be no more
적어도, 이젠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걸
- Mac Miller in "Good News"
Yeah, things like this ain't built to last
그래, 결국엔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들인데
I might just fade like those before me
나도 천천히 사라질까 해, 스쳐 간 사람들같이
When will you forget my past?
넌 언제쯤 되면, 내 과거를 잊을래?
Got questions, ask, you know the stories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도 돼, 대충은 다 알잖아, 이미
And you need to let me know
그래도, 이건 꼭 알려줘
When you're leaving, where you go
언제 떠날 건지, 어디로 향하는지도
Can I come?
내가 낄 자린 있어?
- Mac Miller in "Woods"
결국 떠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And all I know
나, 오직 아는 건
If life is but a dream, then so are we
삶이 한순간 꿈이라면, 우리의 존재도 그렇다는 거지
Show me something, show me something, something I can see
그러니 보여주길, 보여주길, 내 눈앞에 직접 보여주길
- Mac Miller in "I Can See"
Yeah, why don't you wake up from your bad dreams?
그래, 너도 나쁜 꿈에선 이제 깨어나는 게 어때?
When's the last time you took a little time for yourself?
마지막으로 널 위한 시간을 보낸 게 언젠데?
There's no reason to be so down
그렇게 우울하게 있을 필요는 없잖아
Rather fly around like there's no ground
차라리 날아다녀 봐, 하늘 위라는 듯 말야
- Mac Miller in "Hands"
I know we try
알아, 우리 노력하잖아
And the days, they go by
그리고 시간은, 흘러가
Until we get old
우리 완전히 늙기 전
There's water in the flowers, let's grow
꽃에 물이 주어졌으니, 키워내자고
People, they lie
사람들의 거짓말
But hey, so do I
근데 뭐, 난 안 하나
Until it gets old
우리, 완전히 마르기 전
There's water in the flowers, let's grow
꽃에 물이 주어졌으니, 키워내자고
- Mac Miller in "Surf"
다시 되돌아가려고 노력하고,
Saw a blind man standin' on the corner, baby, yeah
길모퉁이에 서있는 장님을 보게 된 적이 있는데, 그래
And he couldn't hardly tie his shoes, yeah
신발 끈 하나 제대로 못 묶으셨으면서, 그래
Harmonica and guitar strapped around his neck
하모니카와 기타를, 목에다가 맨 채
But he sure could, he sure could play the blues
연주하시던 블루스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군
~
Feel like I've seen a million sunsets, yeah
해 지는 장면도, 백만 번은 본 듯하지만, 그래
If you're with me I'll never go away
네가 곁에 있다면, 내 마음은 지지 않을 듯해
That's when I stopped and I took a look at my baby
그렇게 잠시 멈춰, 나의 짝을 문득 바라보았는데
She said, "If you're with me, I won't go away"
그녀는 말했네, "곁에만 있어 준다면, 나 떠나지 않을게"
- Mac Miller in "Everybody"
You remind me
네 덕에, 난 생각하지
Shit, I need to stay in line
'젠장, 정신 좀 차려야겠다'
You damn well are a great design
넌 정말이지, 완벽한 사람이니까
You, despite being an only child
또 넌, 외동이었는데도, 자꾸만
Say you need more of a family 'round
가족은 많을수록 좋다고 말하잖아
Let's turn these jeans into hand me downs
이 유전자는, 꼭 물려줘야 한다고 하잖아
Down, down
하잖아, 하잖아
Down, down, down
하잖아, 하잖아, 하잖아
- Baro Sura in "Hand Me Downs"
주위에서 사랑을 찾으며
Okay, cool as fall weather, fuck your bullshit
좋아, 쿨하게, 가을 날씨처럼, 헛소리 다 제친 뒤
I'm here to make it all better with a little music for you
내가 다 고쳐주러 왔어, 널 위해 준비한 음악으로
I don't do enough for you
충분하진 않을지 몰라도
Without you, it's the color blue, ooh, don't trip
너 없는 세상은, 우울한 파란색인걸, 듣고 있니
- Mac Miller in "Blue World"
Don’t keep it all in your head
머릿속에 전부 담아두면 안 돼
The only place that you know nobody ever can see
다른 누구도 볼 수 없는, 너만의 머릿속에
You’re running low on regret
후회가 사라지고 있나 보네
No tears, that's keeping you wet
울지도 않았는데, 넌 자꾸만 잠기네
I think you gettin' it now
이젠, 너도 이해하는 거 같아
- Mac Miller in "Once A Day"
남아있는 이들을 위로한다.
만약 맥 밀러의 다시 되돌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사랑을 찾는 모습,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가 본작에 담기지 않았더라도, 나는 동질감 때문에 그에게서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맥 밀러를 생각하며 아파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작에는 앞서 말한 것들까지 모두 담겨있다. 그렇기에 나는 본작이 더 깊은 위로를 담고 있음과 동시에 더 아프게 느껴지지만, 찬란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내가 본작에서 따뜻함을 느낀 마지막 이유를 말해야겠다. 글에 쓰인 가사들은 내가 만든 문장에 맞춰 순서대로 쓰여있지만, 실제 가사들의 순서는 위와 같지 않다. 다시 말해, 맥 밀러는 앨범 곳곳에서 우울함과 관련된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순서없이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앨범의 구성이 맥 밀러의 우울한 내면을 더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울한 사람에게서 논리적으로 정돈된 감정들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은가. 즉, 나는 이런 구성 덕분에 조금 더 맥 밀러에게 다가가고, 그에 따라 맥 밀러가 남긴 따뜻함을 더 오래 간직하고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기 이전에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까지도 맥 밀러에 대해 잘 모른다. 그의 생전의 작품들을 들어본 적도 없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잘 모른다. 내가 맥 밀러에 대해 아는 것은 본작, 《Circles》뿐이다. 하지만 이 앨범만으로도 왜 그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지 알 것 같다. 자신의 우울함을 태워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그의 그런 불씨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간직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겠다.
Rest In Peace, Mac Miller.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ircles》 가사해석
Part 1: https://m.youtube.com/watch?v=XWnn2aUNREU&pp=ygUR7Iqk64W467mEIGNpcmNsZXM%3D
Part 2: https://m.youtube.com/watch?v=CQi6jOsqUd0&pp=ygUR7Iqk64W467mEIGNpcmNsZXM%3D
Part 3: https://m.youtube.com/watch?v=RBPfoB0nq2s&pp=ygUR7Iqk64W467mEIGNpcmNsZXM%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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