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ler의 아홉 번째 정규 앨범은 경쾌하고 단호하며, 클럽 댄스플로어에 초점을 맞춘 재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전자음악, 신스 펑크, 디스코, 마이애미 베이스를 넘나들며 사운드를 재창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푹 빠져들기 위해 움직인다.
모두를 춤추게 만드는 앨범
“Number one, body movement / No sitting still.”
— Tyler가 이번 앨범의 첫 구절에서 명령하듯 말하듯이, 이 앨범은 벽에 붙어 있는 사람들(=춤추지 않는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이 재밌는 이유는, 그의 음악이 종종 모션과 슬램, 크라우드 서핑을 유발한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Tyler의 음악 세계에서 깊은 그루브와 과잉된 리듬은 아름다운 코드 진행만큼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춤, 섹스처럼 독특하고 특별한 몸짓을 요구하는 행위이고, 이번 앨범 《DON’T TAP THE GLASS》에서 Tyler는 기존의 사운드를 다시 엮어내며, 음악에 반응하는 것과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것의 차이를 탐색한다.
의외의 절제미
《DON’T TAP THE GLASS》는 Tyler처럼 다채롭고 거대한 사운드를 즐기는 아티스트에게 있어 드문 “절제의 연습”이다. 러닝타임은 단 28분. 절반 이상의 곡들이 3분도 채 안 되고, 가장 긴 곡조차 사실상 두 곡을 붙여놓은 구조다. 또 Tyler 앨범답지 않게 뚜렷한 콘셉트조차 없다.
물론 앨범 커버에선 마치 80년대 래퍼처럼 등장하긴 한다. 상의는 벗고, 굵은 체인 목걸이와 큼직한 반지, 빨간 가죽 바지를 입은 모습은 Big Daddy Kane, LL Cool J, 2 Live Crew와 같은 당시 스타들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힙합 스타들의 ‘허세’보다는, 그들이 가진 장난기 많고 성적으로 들뜬 기분에 집중한다. 그는 80년대의 전자음악, 신스 펑크, 디스코, 마이애미 베이스를 능숙하게 넘나들되, 자신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단순히 그 속에 빠져들려 한다.
정서적 무게감보단 텐션과 그루브
결과적으로, 이 앨범의 곡들이 Tyler의 최고 작품들만큼 강한 정서적 인상을 주진 못하지만, 다양한 댄스 사운드를 DJ처럼 자연스럽게 믹스해낸다. Tyler는 댄스플로어 출신이 아니지만, 그 신발을 신은 듯 딱 맞는다. 그의 음악은 원래 넓은 공간에 어울린다—스케이트 파크, 자전거 도로, 페스티벌 무대, 창문 내린 스포츠카. 초기 Odd Future 시절의 염세적인 음악조차도 꿈속 같은 무한한 개방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선 정반대다. 모든 것이 압축적이고, 빠르게 변하고, 리듬과 멜로디가 꽉 들어찬 상태다.
곡별로 살펴보기
- “Big Poe”: Tyler가 존경하는 Pharrell의 디스코그래피를 떠올리게 한다.
In My Mind 시절의 Pharrell과 Tyler의 스웨그 랩, N.E.R.D의 드럼, 쨍한 신스, Neptunes가 만든 Busta Rhymes의 “Pass the Courvoisier, Part II” 샘플까지 들어 있다.
이 곡을 시작으로 앨범 전반은 증기로 가득 찬 압력솥 같은 밀도와 열기로 구성된다.
지금까지 Tyler 곡을 클럽에서 들어본 적은 없지만,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
감정 대신 쾌락과 유희
작년 앨범 Chromakopia에서 Tyler는 30대의 삶, 양육, 관계, 불안 같은 주제를 깊이 파고들며 음악적 콜라주를 만들어냈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 모든 걸 쉼표로 두고, 섹스, 허세, 장난에 집중한다. 앨범 전반에 걸쳐 앨범 제목을 반복하며,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음악만 즐겨, 나한텐 신경 끄고.”
변신은 계속된다
- “Sugar on My Tongue”: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펑키한 트랙.
“숨 쉴 필요 없어, 거기서 죽을 때까지 있어줄게” 같은 가사는 거의 연극처럼 과장된다. - “Ring Ring Ring”: 놓친 사랑을 다룬 노래.
Tyler는 IGOR에서 보여줬던 하이톤으로 노래하며, 디스코 스트링과 전자 키보드 멜로디가 60~70년대 모타운 감성을 자아낸다. - “Sucka Free”: 기존의 loosie 싱글 “That Guy”의 연장선.
토크박스 보컬, 신스, 드럼으로 구성된 쾌활한 드라이빙 곡.
“이건 이스트사이드 호손에서 엘 세군도~PCH까지 달리는 그 바이브야.”
지역성과 분위기를 정확히 짚는다.
Tyler, 여전히 캘리포니아의 아들
올해 열린 West Coast 중심 이벤트 The Pop Out에서 Tyler는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그 여운이 앨범에도 남아 있다.
- Zapp이나 Parliament, G-funk의 상징인 토크박스는 “Sucka Free”에서 등장하고,
- “DON’T TAP THE GLASS”에서는 Too $hort를 연상케 하는 “BEEATCH” 같은 애드립이 들린다.
- “Tweakin’”에서는 “Crypto에서 여섯 밤 뛰었지 / 씨X, SoFi로 갈 걸 그랬다”라며, LA의 스타디움들을 언급한다.
결론
《DON’T TAP THE GLASS》는 대중적이지만 틀림없이 Tyler다운 앨범이다.
- 복고풍이지만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 유쾌하지만 감정은 살아 있으며,
- 덜컹거리지만 세련됐다.
“그녀랑, 그녀 친구, 그녀 친구 남친, 그리고 그 사람 여친까지 다 했다”는 식의 가사에서 그는 혼란의 중심에서 즐겁게 웃고 있다. Tyler는 마스터마인드이면서 동시에 그림자 속 존재이기도 하다. 그가 찾은 무대는 춤추는 사람들 속이다. 어쩌면 군중 속이야말로 숨기 가장 좋은 장소니까.
호평이네요
호옹
나이스
확실히 타일러스러운 건 맞음
번역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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