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Divino & Estee Nack - VEDA
Tracklist
1. ADONAI&ARJUNA
2. BRITANNICA
3. FOREIGNAUTOPARTS
4. HUMANHAIRBALL
5. PRANAPIRANHA
6. LIONSPAW
7. BHAGAVADGITA
베다. 산스크리트어로 지혜와 지식을 의미하는 힌두교의 절대적인 성전이다. 내용은 일방적인 찬송가나 기도문으로 되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암송만이 절대신을 일깨운다고 한다. 신을 바라보며 외우는 기도문이 곧 진리다. 신앙이 보이는 가장 순수한 형태다.
앨범 커버는 칼리 신과 그 아래에 밟힌 시바 신이 담겨 있다. 유명한 회화 양식이다. 정의를 위해 광적으로 날뛰며 악마들을 처단하는 칼리 신, 그리고 칼리 신의 광란을 잠재우기 위해 몸소 발 아래 깔리며 그녀를 진정시키는 시바 신이다. 칼리 신의 전지전능함을 받드는 수행자들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후술할 Al.Divino와 Estee Nack의 시너지와도 닮아있다.
종교를 빗대어 표현한 Al.Divino의 신화적 조성은 <MONUMENTALITY>에서 이룬 결과물이 있다. <VEDA>는 그 성취보다 압축된 규모 내에서 진면모를 선보인다. 모든 트랙에 종교 의식 현장을 담는 기도문과 신도들의 울부짖음을 삽입하며 기괴한 분위기를 이끈다. 이국에서 온 고풍스러운 타악기와 목관악기들은 익숙치 않게 혼을 씌우는 듯 전설적인 정취를 퍼뜨린다.
전지전능함에 고개를 내리꺾은 Al.Divino와 Estee Nack는 분노와 경직이 담긴 구절들을 엮으며 기량을 주고받는다. 운치를 뒤집어쓴 채 몸집을 부풀리며 읊어대는 허풍과 공치사들이 박물관 전시회창 유리창 너머에 담긴다. 심판의 날을 앞두고 내일이 없는 듯 썩어가는 혼을 불태우며 내바친다.
Al.Divino는 <VEDA>의 프로듀싱 전권을 쥐어잡고 폭발적인 하드코어 랩 퍼포먼스를 뽐내며 전면에 주인공으로 군림한다. <VEDA>라는 이름의 진리 아래 그는 <VEDA>를 추종하지만 추종당하기도 하는 듯 행세한다. 힌두가 기도하고 열망하는 전지전능함이 제 몫이라도 되는 듯하다.
Estee Nack의 역할은 다소 대조적이다. 그 역시 Al.Divino 못지 않게 분노에 휩싸여있지만, 이야기는 <VEDA>를 이루는 힌두 세계에 머물지 않는다. 아서 왕의 카멜롯, 라그나로크, 치천사 세라핌 등 힌두 바깥 세계의 창조와 신화를 끄집어 낸다. <VEDA>의 세계선을 뒤틀며 Al.Divino의 통치를
거스르는 듯 행동한다.
베다는 힌두의 언어를 산스크리트어로 기술한 진실의 세상이고, <VEDA>는 Al.Divino와 Estee Nack의 영혼을 랩으로 창조해낸 둘만의 세계다. <VEDA>의 청사진은 베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Al.Divino는 힌두의 정신과 공양의 마음가짐을 칼날과 칼자루처럼 사용하며 작품과 컨셉을 채워나가면, 그 안엔 신실함과 동시에 의심을 품는 Estee Nack이 바깥 세상의 존재를 일깨운다.
예로부터 힌두의 위대한 시바 신은 파괴를 관장하지만, 이 파괴는 단순한 소멸이 아닌 재생의 전조를 의미한다. 낙엽이 지고 다시 차오르는 나무, 어미가 죽고 태어나는 자식, 생이 저물고 찾아오는 생애의 윤회가 예시다. 커버에 담긴 그가 몸소 칼리 신의 아래에 누워 밟히는 모습도 같은 이유다.
광기 어린 분노와 복수심은 모든 생을 제압하는 듯하지만, 모든 업보와 악을 처단하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다할 뿐이다. 시바가 몸을 뉘인 건 칼리가 맡은 일을 하다 무분별하게 난무하지 않도록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함이다. 칼리와 시바는 같은 이유로 세상의 이치를 위해 서로를 거스르며 날뛰거나 진정시킨다.
Al.Divino와 Estee Nack은 닮아있다. 언젠가 저주받을 운명을 내다보는 듯하기도, 삶을 어그러뜨리는 불가항력에 숨을 멈추기도 하며, 신이 되려는 몸부림이 사슬을 단단히 옥죄어 숨통을 쥐어짜는 상황에 놓인다.
자신감은 꺾이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주저한다. 긴장과 숨떨림으로 가득한 뒤틀림의 악곡 속에서 불균형한 걸음걸이는 위태롭다. 진리는 베다에 존재하지만 결코 제단에 놓인 관에 함부로 들어설 용기를 내지는 못한다. 전지전능함을 넘보려 하지만 결코 가로챌 수 없었다. 그들은 불경한 믿음으로 신을 도구로서 활용하려는 척하며, 머저리 천치들을 겨냥하여 저격한다.
<VEDA>는 단순한 종교 테마의 랩 앨범처럼 보이지만 메시지는 아니다. 힌두와 베다의 문법 그리고 언어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꿰뚫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그것이 <VEDA>가 지향하는 바다.
힌두교힙합은 처음보네요 신기
컨셉 앨범입니다 힌두교 신자나 인도인은 아니에요 😋
확실히 맛있다
머가요
ㅈ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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