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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lim Shady LP》 감상문

이명준14시간 전조회 수 252추천수 10댓글 1

 

 

[이 글은 온전히 힙알못의 관점에서 쓴 앨범 감상문임을 알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에 '힙합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라고 대답하는 나에게, 에미넴이라는 사람은 그저 유명한 미국 백인 래퍼이다. 그의 노래 "Lose Yourself", "Till I Collapse", "Without Me", "Rap God", "Godzilla" 같은 히트곡들의 경우에는 나도 자주 즐겨듣기 때문에, 에미넴이 랩을 엄청 잘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에미넴이 역대 최고라는 수식을 심심찮게 가져가는지에 대해서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다른 장르의 가수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래퍼에게만큼은 자신이 만든 앨범이 곧 자신의 커리어이자 정체성 그 자체라고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에미넴도 이러한 평가를 받는 것에 있어서 당연히 그의 앨범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하고 의심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에미넴의 앨범을 제대로 들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앨범을 듣고 감상문을 쓰기로 한 후, 운이 좋게도 그의 2집이자 메이저 데뷔 앨범인 《The Slim Shady LP》를 듣게 되었다. 

 

 앨범의 전체적인 감상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많이 낯설었다. 어떤 점이 낯설었는고 하면, 그건 바로 가사의 수위다.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가사의 수위가 낮지 않다. 듣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낮지 않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가사의 수위가 아주 높았다. 

 


 

 I smacked him in his face with an eraser, chased him with a stapler

난 걔 얼굴을 지우개로 치고, 스테플러를 들고 뒤쫓아갔지

And stapled his nuts to a stack of papers

그리고 걔 불알을 종이 무더기랑 같이 박아버렸어 

 

- Eminem in "My Name Is" 

 

 

She beat me over the head with the remote control

엄마는 리모컨으로 내 머리를 내리쳤어

Opened a hole, and my whole brain fell out of my skull

구멍을 냈고, 내 뇌가 해골 밖으로 쏟아져 나와버렸지

I picked it up and screamed, "Look bitch, what have you done?!?"

난 집어 들고는 소리쳤어, "야 이 썅년아, 무슨 짓을 한거야?!?" 

 

- Eminem in "Brain Damage" 

 

 

If you responded back with a battle rap you wrote for Canibus

너가 Canibus 한테 써줬던 배틀랩 가사로 나에게 되받아친다면

I strangle you to death then I choke you again

널 목메달아 죽이고 다시 목을 조를거야

And break your fuckin' legs 'til your bones poke through your skin

그런 다음 뼈가 피부 밖으로 튀어 나올때 까지 씨발놈의 다리를 부러뜨릴거야 

 

- Eminem in "Role Model" 

 

 

I shouted "Now bitch, lets see who gets the best!"

내가 소리쳤어 "이제 씨발년아, 누가 최고인지 보자!"

Stuffed that shit in crooked and fucked that fat slut to death

씨발것을 비틀어서 쑤셔넣고는 그 뚱뚱한 창녀를 죽을 때 까지 *었어

Come here bitch, come here, take this motherfuckin dick bitch, come here

이리와봐, 씨발년아, 와봐, 이 **** *이나 쳐먹어, 이리오라고 

 

- Eminem in "As the World Turns" 

 

 

I walked into a gunfight with a knife to kill you

난 총싸움판에 칼을 들고 들어갔어. 널 죽이려고.

And cut you so fast when your blood spilled it was still blue

그리고는 너를 너무 빨리 베어서 니 피가 쏟아질땐 여전히 푸른색이야

I'll hang you til you dangle and chain you with both ankles

난 널 묶어서 메달고, 두 발목에 체인을 감을거야.

And pull you apart from both angles

그리고는 양쪽에서 잡아 당겨서 반쪽을 낼거야.

I wanna crush your skull til your brains leaks out of your veins

너의 뇌가 정맥 밖으로 새어 나올 때 까지 너의 해골을 박살내고 싶어.

And bust open like broken water mains

그리고는 파열시켜. 마치 부러진 수도관처럼 

 

- Eminem in "Still Don't Give A Fuck"

 


 

 이외에도 이런 가사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7번 트랙 ''Bonnie & Clyde'에서는 자신의 딸을 데리고 부인을 죽이는, 정상인으로서는 생각도 하기 힘든 내용의 트랙도 있다. 아마 에미넴이라는 사람에 대해 내가 잘 몰랐더라면 이러한 가사들을 보고 '이 사람은 그냥 관종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마냥 자극적인 가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그런 사람, 거기에 랩을 좀 많이 잘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 이유인즉슨, 이게 가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힙합에 반한 이유는 이 음악만의 '솔직함'이다. 물론 안다. 모든 힙합이 '솔직함'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는 걸.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멋지다고 생각해왔던 힙합 음악들은 대개 솔직했다. 자신의 진짜 이야기들을 멋진 랩으로 풀었다.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은 또 다른 느낌으로 충격적이었다.

 

 앨범의 제목에도 나와있는 슬림 셰이디는 에미넴이 이 앨범에서 앞세운 자신의 또 다른 자아라고 한다. 자신의 불우한 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아로서, 나는 에미넴이 이 페르소나의 뒤에서 당시 미국 사회와 그에 따른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And by the way, when you see my dad?
그리고 말이야, 우리 아빠를 보잖아?
Tell him that I slit his throat in this dream I had
꿈 속에서 그 인간 목을 그었었다고 말을 좀 전해줘

 

- Eminem in "My Name Is"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I just found out my mom does more dope than I do
우리 엄마가 나 보다 약을 더 하는걸 방금 알았네
I told her I'd grow up to be a famous rapper
엄마한테 커서 유명한 랩돌이가 되겠다고 말했지
Make a record about doing drugs and name it after her
약을 하는 노래를 만들고 엄마를 따라 이름 붙일거야
 

 

- Eminem in "My Name Is"

 


어머니는 약물중독에


 

Wore spectacles with taped frames and a freckled nose
테에 테이프를 붙인 안경을 끼고, 코에는 주근깨가 있었지
A corny lookin white boy, scrawny and always ornery
이상하게 생긴 백인 아이, 앙상하고 항상 성질을 부렸어
Cause I was always sick of brawny bullies pickin on me
왜냐면 항상 덩치있는 양아치들이 날 괴롭혀 댔으니까

 

- Eminem in "Brain Damage"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을 당하고


 

I'm tired of being white trash, broke and always poor
항상 가난하고 빈털터리인 백인 쓰레기도 질렸어

 

- Eminem in "If I Had"

 


돈은 돈대로 없었던

에미넴의 과거를 알고 앨범을 들었기에, 그가 공격적이고 뒤가 없는 가사를 쓰고 뱉어도 전혀 가볍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이만큼 진심이기까지 얼마나 독하게 살았을까'하고 감탄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어둡고 고립된 곳에서 아득바득 살아남아 자신의 날이 선 목소리를 퍼뜨리는 점에 있어서 악마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만 들으면 이 앨범이 마냥 어둡고 폭력적으로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 앨범에는 재밌는 구석도 많았다. 비트만 들어도 재밌는 'My Name Is', 그냥 들어도 재밌지만 뮤직비디오랑 같이 보면 훨씬 재밌는 'Guilty Conscience', 상황은 심각한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는 'My Fault', 그리고 몇몇 센스있고 재밌는 스킷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앨범의 내용에 따라 이 앨범이 주는 에너지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여러번 듣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끔 이 앨범이 생각이 났다. 이유를 생각해봤더니, 일단 기본적으로 에미넴이 랩을 너무 잘한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랩을 잘하는 다른 래퍼들은 비트라는 파도를 타는 느낌이라면, 에미넴은 그냥 그 파도 속에 있는 느낌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 앨범의 일탈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트랙의 제목처럼, 다른 것들은 좆도 신경 안 쓰는 태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몇번 앨범을 돌리고 나서 다른 노래들을 듣다가도 가끔 생각이 났던 것 같다. 엄청나게 맛있는 불량식품이랄까. 

 

 이렇게 이번에 에미넴의 《The Slim Shady LP》를 들어봤다. 왜 사람들이 에미넴에게 열광하는지, 왜 이 앨범을 추천하는지, 왜 에미넴이 역대 최고라는 소리를 듣는지 단편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되니 에미넴의 다음 정규앨범이자 최고작이라고 평가받는 《The Marshall Mathers LP》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에미넴의 본명을 달고 있는 《The Marshall Mathers LP》에서는 슬림 셰이디가 아닌 진짜 자신, 마셜 매더스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다. 따지자면 《The Slim Shady LP》는 결과의 앨범이고, 《The Marshall Mathers LP》는 원인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The Marshall Mathers LP》도 꼭 들어보고 싶다.

 

 

 오랜만에 앨범 듣고 글 쓰니까 어렵네요 ㅋㅋㅋ

그치만 앨범 듣는 것도, 글 쓰는 것도 다 즐거웠습니다.

이번에는 외힙을 들었으니 다음에는 국힙을 듣고 싶네요.

이번에도 좋은 앨범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또 일주일동안 듣고 감상문 써볼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에는 같이 본 자료들입니다)

 

<에미넴/위키피디아>

https://ko.m.wikipedia.org/wiki/에미넴

<에미넴/나무위키>

 https://namu.wiki/w/에미넴

<에미네메 관한 이야기/달빛부부/유튜브>

https://m.youtube.com/watch?v=u7Z11YNGjVU&t=736s&pp

<The Slim Shady LP/나무위키>

https://namu.wiki/w/The%20Slim%20Shady%20LP

<The Slim Shady LP/Genius>

https://genius.com/albums/Eminem/The-slim-shady-lp

<Guilty Conscience 뮤직비디오/유튜브>

https://m.youtube.com/watch?v=Xbw_BxDwdjk&pp=ygURZ3VpbHR5IGNvbnNjaWVuY2U%3D

<The Slim Shady LP 전곡해석/힙합엘이>

https://hiphople.com/album/12200707?_filter=search&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the+slim+shady+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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