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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né, <13 Months of Sunshine> 리뷰

title: Vince Staplesuma馬2025.06.14 14:06조회 수 841추천수 9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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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né - 13 Months of Sunshine

2025.05.16—CLBN—Pop Rap

https://www.youtube.com/watch?v=fgWM__UuQFc

*풀버전은 w/HOM Vol. 23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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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Months of Sunshine>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아미네(Aminé)라는 아티스트가 어떠한 아티스트인지를 생각해 보자. 유쾌하고 창의적인 뮤직비디오, 위트 있는 가사, 아프리칸 디아스포라로서의 정체성을 가볍고도 개성 있게 풀어내던 그는 메이저 힙합 씬에서 나름의 독보적인 입지를 갖추게 되었다. 이후 그의 창작력이 정점을 찍은 2020년의 <Limbo>에서 그는 음악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깊이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어린 시절의 고난, 불안정한 커리어에 대한 고민, 그 사이에서 두각을 보이는 재치 있는 가사들과 카리스마가 절묘한 삼박자를 이루며 자신이 얼마나 개성 있는 인물인지를 증명해낸 것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Limbo>이후 아미네는 지속적으로 본인의 가장 큰 장점에서 조금씩 멀어지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TWOPOINTFIVE>은 믹스테입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가벼운 익스페리멘탈 사운드의 덩어리와도 같았고—2023년 발표된 KAYTRANADA와의 합작 앨범 <KAYTRAMINÉ>는 댄서블한 무드에 집중한 또 다른 가벼운 결과물이었다. 어쩌면, 아미네라는 하나의 아티스트와 그 정체성은 <KAYTRAMINÉ>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을 노래하기보단, 그저 한 파티의 일부로 기능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13 Months of Sunshine>은 그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겉보기엔 솔로 앨범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KAYTRAMINÉ> 에라의 느긋하고 무드 중심의 접근은 여전히 앨범을 지배하는 듯 보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아미네 특유의 감정적인 표현들이 표면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오프너 "New Flower!"부터 시작해, 아미네는 사랑과 상실, 나아가 자기 성찰의 조각들을 던져놓는다. 하지만 그 감정들은 한 곡 한 곡을 관통하는 중심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곧바로 가벼운 무드 위주의 트랙들로 덮여버린다. "History"나 "Be Easier on Yourself" 같은 트랙은 그나마 진심 어린 이야기를 하지만, 이내 "Familiar"나 "Rebuke" 같은 텅 빈 트랙들이 등장해 어떤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본작의 문제점이 오직 그러한 트랙 간의 밸런스가 붕괴되었기 때문일까. 그것은 아니다. <13 Months of Sunshine>은 애초에 아미네 본인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떤 모습의 아미네를 보여주고 싶은지에 대한 내적 확신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아프리카 이주민 2세로서의 정체성, 흑인 청년으로서의 위치, 또 음악인으로서의 불안정함—그 모든 주제들이 이전에는 구체적인 서사와 이미지로 녹아들었지만, 이번에는 사운드의 일부 요소로서만 배치된다. 감정은 존재하는데, 정체성이 흐릿해진 탓에 이가 크게 퇴색되어버린 것이다.

    <13 Months of Sunshine>에서 특별히 좋지 않은 곡이나 끔찍한 순간을 찾기는 어렵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순간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감정적인 연출이나 분위기 좋은 트랙들의 밸런스가 철저히 산재되어 배치된 탓에—그 어떠한 트랙들도 기억에 남지 못한다는 것이 본작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본작을 전부 청취하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몇 줄의 쓸쓸한 가사, 어여쁜 사운드 이펙트, 그리고 또 한 번 공백으로 남은 아미네라는 한 인물일 뿐이다. 본작은 마치 웃고 있으나 내내 딴생각을 하고 있는 인물을 음악으로 승화시켜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웃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아미네가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는 지금, 우리는 그의 음악을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5.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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