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파이 사운드와 재즈 랩이라는 키워드는 힙합의 태초 —그리고 현재까지—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반복되어왔고, 그만큼 빛이 바랜 정서다. 그래서일까. 그것을 진부하지 않게, 깊고 지속적인 울림으로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는 많지 않다. 오클랜드 출신의 래퍼이자 프로듀서 Ovrkast.는 그 드문 예외 중 하나다. 2020년 데뷔 믹스테잎 <Try Again>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 <While the Iron Is Hot>은 그 축적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https://youtu.be/drRhyk027mM?si=cIn7-v2dDQ2gGOtP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한다'는 서양의 경구가 있다. 해야할 일을 적절한 때에 해결하라는 뜻이다. 앨범 제목이 시사하듯, 그는 본작을 통해 자신의 차례, 그 때를 잘 캐치해낸 것 같다. 본작을 듣거든, 그가 물이 한껏 올랐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때를 기다려왔다. <Trt Again>으로 자신의 이름을 씬에 걸어놓은 채, Mavi, Earl Sweetheart 같은 언더그라운드 실력파 래퍼들과 협업하는가하면, Drake와 같은 메이저 래퍼와도 함께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수양해왔다. 수많은 경험을 겪으면서 마침내 자신의 정점에 도달하고, 기다려온 자신의 때에 맞추어 <While The Iron Is Hot>으로 커리어의 방점을 찍은 것이다.
"HOT!"의 박진감 있는 재즈풍 인트로로 시작되는 본작은 그의 커리어가 늘 그랬듯이, 역시나 재즈와 소울, 로파이 힙합이 자유분방하게 섞여있다. 인트로에 이어지는 "truth?"의 드럼리스 프로덕션은 그의 이야기와 래핑에 집중하게 해주는 거름이 되어 작용한다. 이에 더해 Samara Cyn과 함께한 "Small Talk"와 "I'm On" 모두 Ovrkast 특유의 낮은 텐션과 사색적인 어조를 유지한 채 청자를 그의 세계로 안내한다. 역시나 재즈 랩, 풍이 주를 이루며 그의 갈고 닦은 재즈 & 로파이 프로덕션이 탄탄하게 그의 래핑과 가사를 떠받혀준다.
https://youtu.be/08fAhAGuqPw?si=BpqQlvAwzwcn16hL
재즈 랩, 로파이 힙합의 특성상 많이, 오래 들으면 듣는 것이 물리고 지루해지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본작은 이 단점을 인정하고 최대한 무마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곳곳에 산재한 스킷을 통해 앨범의 텁텁하고 낡은 재즈 랩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트랙들의 분량을 적게 잡은 것을 보면 그렇다. 이러한 시도에도 지루한 분위기가 소량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만, 앨범 자체와 트랙들의 완성도가 높고, 많은 피쳐링진들의 참여로 어느정도 희석되었기에 앨범의 감상 자체를 망가뜨릴 정도는 아니다. 먼지묵은 재즈 랩, 로파이 랩의 향취는 때로는 성공적으로 리스너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그 먼지가 리스너들의 재채기를 유발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즉, 올드한 것에서 오는 거북함과 지루함을 제거하고 향수만을 부각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본작은 거의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쾌쾌묵은 먼지를 제거하고 향수만을 가져올 수 있었던 데에는 피쳐링 아티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Mavi는 아예 수록곡 제목을 그의 이름에서 따와 명명하고 ("MAVKAST!"), Mavi를 또 다른 자아처럼 사용했다. 익숙한 얼굴인 Vince Staples는 날카로운 래핑을 불어넣었고, Saba와 Frsh Waters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Ovrkast의 사운드에 깊이를 더했다. 이에 더해 상기 언급한 Samara Cyn 역시 탁월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이들은 각자의 존재감을 유지하면서도,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https://youtu.be/3LSuaA0s1p8?si=_k3k7peSNmYzB-87
후반부에는 늦게까지 깨어있는 자신에 대한 "6AM", 자신의 생을 되돌아보는 "NEW ERA" 등등의 웰 메이드 곡들이 포진해있다. 곡들은 비슷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작은 차이를 통해 감정의 파장을 달리한다. 때로는 우울하고, 때로는 평범하기도, 어떤 곡에서는 한줄기 희망이 비치기도 한다. 앨범의 곡들은 대대적이거나 대서사적인 주제를 다루지는 않지만, 무엇 때문인지 우리에게는 크고,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곡에서 일상의 작은 순간이나 자신의 삶의 어느 부분들을 다루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이는 단지, 그가 가사로 다루는 사소한 것들이 그의 거시적인 프로덕션에 힘 입어 우리에게 커다랗게 다가올 뿐인 것이다.
그 커다랗게 다가온 가사가 필자는 마음에 들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 성장과 정체 사이에서의 불안, 사회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직관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데도 감정의 진실된 형상은 인상적으로 전달된다. 이게 상당한 강점이다. 본작은 Abstract Hip Hop으로 구분됨에도 Earl Sweetheart, Mavi, billy woods 같은 같은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가사에 비하면 어느정도 유연하게 이해 가능한 가사를 담고 있다. 상기 언급한 그들의 가사가 별로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가사는 단연 산문을 방불케하며, 단지 음악으로서 소비할 때에는 조금 거북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의 유연하고 좋은 가사가 재즈풍 프로덕션에 얹어져 무시 못 할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https://youtu.be/GNhlzDQg-XI?si=JTi_ea1CKqhfTwaL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은 결과적으로 끝내줬다.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던 전작들에 비해 더 역동감 있는 프로덕션을 보여주었고, 피쳐링진, 가사, 래핑, 뭐 하나 제쳐둘 게 없으니 말이다. 자신의 적절한 최고의 때를 맞추어 보여준 본작의 불꽃이 느리게 타오르던, 빠르게 타오르던 상관 없으니, 자신의 역량을 모두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4/5
https://rateyourmusic.com/~kmming_real
개추
확실히 전작에 비해선 덜 지루하고 계속발전하는거같아요
전작 all praise급 곡은 없지만 전체적으론 훨씬 좋은느낌
커하라고 봐도 될 듯
Outkast라고 잘못보고들어왔네..
Ovrkast도 조음
리뷰글은 추천
고맙습니다
앨범이 담백하니 맛있네요 리뷰 없었으면 놓칠뻔 했슴다 추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