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이 안먹을것 같은 앨범 이것저것 미슐랭

볼빨간사춘기 - RED PLANET

볼빨간사춘기의 정규 1집 앨범입니다. 수록곡은 많이들 들어보셨어도 앨범으로 돌리신 분들은 많이 없지 않을까 싶었어요.

안지영님의 유일무이한 보컬이 다른 어떤 밴드도 흉내낼 수 없는 수줍고 설레는 사춘기 소녀같은 분위기를 앨범 전체에 불어넣습니다. 하지만 그런 보컬이 빛을 볼 정도로 트랙 구성이 알차지는 않았어요. 그냥 평범한 팝/발라드 형식의 트랙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우주를 줄게>라던가 <You(=I)>같은 트랙들은 너무 좋았어요. 특히 사랑에 빠진 소녀가 동경하는 애인에게 건네는 듯한 <You(=I)>의 마지막 구절은 두고두고 곱씹을만 한 것 같아요.

"그대를 닮아서 마음이 더 큰 사람이 되면,

그대를 내 품 안에 꼭 안아 줄래요"

그래도 볼빨간사춘기의 팬이라거나, 아니면 봄 내음 물씬 나는 청순한 팝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릴만한 앨범인 것 같아요. 안지영님의 보컬 하나만으로도 한번쯤 들어볼 가치는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Best: You(=I), 우주를 줄게

✨ 4/10

Ken Carson - A Great Chaos

이건 다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 풀앨범 이제서야 처음 돌린김에 리뷰해봐요. [Whole Lotta Red]가 레이지라는 장르를 불러일으키고 시간이 지나며 펑크, 메탈, 고딕같은 장르/에스테틱 등을 흡수한, '악마 레이지'의 대표격이 되는 작품으로 [A Great Chaos]가 자리잡은 듯합니다. 물론 비트메이킹에서도 '카오스'라는 컨셉을 충실하게 지키려다 너무 난잡하게 되거나 켄 카슨의 랩이 아쉬웠던 곡들도 몇몇 있지만, 이 앨범이 레이지의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일으킬 만큼 센세이셔널하고 완성도도 상당히 갖췄음을 부정할 수는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제가 앨범을 들을 때 디럭스는 원래 눈길도 안 주는데, 보통 적당한 플레이타임에서 끝내는 게 항상 바람직하고, 본 앨범 수록곡보다 특별히 좋은 곡들도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 앨범은 여태껏 제가 들어본 디럭스 앨범 중 디럭스를 포함함으로써 점수가 올라갈 듯한 유일한 앨범이지 않을까 싶어요. <ss> 프로듀싱은 진짜 미친 것 같아요.

Best: Fighting My Demons, ss, Paranoid

✨ 6/10

攬佬SKAI ISYOURGOD - 八方来财

네? 이게 뭐냐구요? 님들 그 인스타에서 외계인같이 생긴 고양이 나와서 뭔 중국어로 랩하는 그거 봄? 네 그겁니다. 이걸 진지하게 앨범 단위로 들어보신 분들이 얼마나 있으실까 싶은데, 그 중 하나가 저예요. 이 앨범의 첫 트랙이자 앨범명을 따온 트랙인 八方来财(팔방래재)는 가수 인순이의 70년대 발매곡(...)을 샘플링해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장난 아닙니다. 다들 한번 속는 셈 치고 들어보시길. 그 트랙이 마음에 드셨다면 앨범 통째로도 듣는 것도 추천드리는데, 21 새비지의 플로우를 연상시키는 중국어/광둥어 혼용 랩을 자유자재로 선보입니다. 멤피스 랩 스타일의 트랩 앨범이지만, 본토의 그것과 다르게 비트의 대부분이 5-60년대 Mandopop이나, 전통 민요 등등의 시대를 초월한 각양각색의 중국 음악으로부터 샘플링한 것들로 제작되었습니다. 중국 대부호들이 한가득 모인 호화 중식당에서 식사하는 느낌이랄까요... 50분이 넘는 고봉밥 분량이지만 페기가 문득 생각나는 창의적인 샘플링에 로우톤으로 툭툭 뱉는 攬佬(람라오)의 랩에 쉴 틈이 없습니다.

Best: 팔방래재, 염자암, 인과

✨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