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ick Keeling - A Slow Dance With Someone Who Is Leaving You (3 / 5)
일단 엠비언트 앨범인데, 막 신디사이저로 만든 소리로다가 웅장하게 분위기를 형성하는 그런 앨범은 아니고, 약간 일상의 백색소음 위에서 한가한 듯이 피아노 쳐대는 앨범입니다. 1곡에 30분 동안 피아노를 치는데, 처음은 막 분위기도 느껴지고 딱 일상의 편안한 느낌이라 좋았는데 가면 갈수록 지가 재즈 피아노라도 되는 줄 아는지 즉흥 연주 비슷한 걸 칩니다. 그래서 분위기도 깨지고 딱히 좋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중간 중간에 필드 레코딩인 걸 티라도 내려 하는건지 마이크도 툭 툭 치는데 이것도 별롭니다. 그래도 피아노 앨범을 좋아하는지라 3점 주겠습니다.
2. 전산시스템오류 - 비정규 앨범 (3.5 / 5)
전자틱한데 약간 오묘한 분위기를 내는 국힙 언더 앨범입니다. 뭔가 idm이나 엠비언트나 여러 전자음장르 짬뽕한 느낌의 비트 위에서 랩과 노래가 올라가는데, 래퍼 쪽 쿠세가 갠적으론 약간 거슬렸던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굳이 한국어를 영어 발음하듯 풀고 굴리려는? 그런 느낌. 그거 빼고는 딱 국힙 평균 정도의 랩실력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갠적으론 싱어? 암튼 노래 역할하는 사람이 더 좋았습니다. 딱 깔끔하게 해내는 느낌이예요. 특히 "fuckthespaceopera"에서 피치 높여서 부르는 게 있는데 약간 프랭크 오션 self control 도입부 같고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가사도 읽어봤는데, 사랑 얘기인 것 같은데 뭔가 문해력을 상당히 요구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문장마다 뜻을 속속이 넣어놓은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좋았으니 3.5점입니다.
3. 오도마 - 밭 (5 / 5)
제 인생명반입니다. 다들 이해가 안갈 수도 있는데, 갠적으로는 래퍼의 톤이나, 가사나, 비트나 어느하나 빠질 것 없이 너무 좋더라구요. 오도마 특유의 로우톤이 재즈 힙합 비트를 편안히 통과하는 흐름이 밋밋하고 노잼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저에겐 그것이 담백하고 가사가 차분히 들려서 개좋아합니다. 그리고 가사는 저에겐 거대한 실존 문학같이 느껴지더라구요. 장미밭을 보며 기대에 부풀어 오른채 들어간 그 밭은 장미꽃 아래의 가시를 숨긴 가시밭이었다는 부조리요. 그리고 그 부조리에서 오도마느 야스퍼스의 유신론적 실존주의에 입각한 답을 내놓고, 우리에게 너는 이 부조리를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학적 흐름을 저는 조온나 좋아합니다.
4.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4 / 5)
쿨재즈 앨범인데, 이 앨범만의 특징이 있다면 좀 근본있는? 쿨 재즈 라는 점입니다. 다른 쿨재즈를 떠올려보면 쿨 재즈 아티스트는 각자의 특징을 가진채, 각자의 실험을 이어갑니다. 허나 이 앨범은 오히려 옛날의 스윙, 비밥 시절의 회귀를 통해 그 시절의 특징을 가져옴으로서 자기만의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고 해야할까요. 암튼 그렇습니다. 그래서인지, 선율은 쿨 재즈 특유의 서정성을 지니고 있지만, 선율을 제외하고는 그 시절의 맛있던 재즈 리듬으로 쿨 재즈의 선율을 태우고 가는데 아주 편안한게 듣기 좋습니다.
5. The Thelonious Monk Quartet - Monk's Dream (4 / 5)
하드 밥 앨범인데, 이 앨범에서 가장 튀는 것은 아마 피아노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일부러 불협화음으로 연주를 하는데 처음 들으면 상당히 듣기 거슬립니다. 또 피아노가 지가 드럼이라도 되는 줄 아는지 꽝 꽝 내려치는데 상당히 재밌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다른 악기들도 저 피아노를 따라서 찔끔 찔끔 어긋나는데 다같이 어긋나서 그런지 들으면 들을수록 그냥 그렇게 듣게 되더라구요. 불편하긴 한데 그 불편함을 잘 매력으로 환산시킨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도 뭔가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가니 그 느낌이 뭔가 찹드 앤 스크류드 같은 그런 느낌이 나서 그것도 뭔가 매력적입니다. 불편한게 매력인게 참 요상한데 일단 좋습니다.
6. John Coltrane - My Favorite Things (4 / 5)
모달 재즈 앨범입니다. 이 앨범은 특이한게 모달 재즈의 서정적 멜로디와 포스트 밥의 속도감 있는 재즈가 공존합니다. 그래서 약간 상호보완되는 느낌이 있어요. 모달 재즈의 서정적 멜로디는 감상에 빠지기 너무 좋지만 한편으론 약간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포스트 밥은 신나지만 재즈의 멜로디적인 면은 잘 못살리기도 하죠. 근데 이 둘을 합치니 감상적이면서도 시원하게 나가는, 약간 재즈와 어울리진 않지만 여름의 느낌이 났습니다. 그 시원한 감촉을 재현하는 느낌이랄까요. 존나 좋습니다.
7. Kudasaibeats - White Noise (3.5 / 5)
다운템포 로파이 힙합 앨범입니다. 이 앨범은 그리 설명할 게 많지는 않아요. 일단 로파이 힙합 자체가 그닥 많은 요소를 갖고 있지도 않고, 다운템포도 템포가 낮은 것 뿐이니까요. 허나 다운템포 로파이 힙합은 상당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생각해요. 낮게 깔려서는 마음의 동굴을 탐험하며 소리를 울리는데, 이게 참 가슴이 먹먹해지고 무의식에 침전되어있던 우울을 꺼내오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이 앨범이 막 대놓고 우울한 사운드를 내는 건 아닌데, 서먹한 인간적인 우울함과는 딱 주파수가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8. Neutral Milk Hotel -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 (3 / 5)
인디 포크 인디 락 앨범입니다. 이거 평가가 디게 좋던데, 별로였어요. 일단 본인이 포크를 찾는 이유는 특유의 감성적인 기타 리프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감정을 꺼내놓는 노래란 말입니다. 근데 이 앨범은 인디 락과 섞여 가지고 감성이고 뭐고 없는 앨범이 되었어요. 그래서 상당히 실망입니다. 그리고 왜 굳이 인디 락과 섞었는지 이해도 안됐어요. 침착한 포크랑 엮으니 침착하지도 않고, 신나지도 않고 그냥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보컬도 마음에 안들었어요. 가성도 아니고, 진성으로 제 귀에다 푹하고 펴바르는데 이게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음 별롭니다.
9. Denzel Curry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4 / 5)
컨셔스 힙합 앨범이긴 한데, 가사를 안읽었으니 재즈 랩 앨범이라 하겠습니다. 이 앨범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그냥 덴젤 커리가 랩을 존나 잘해요. 평소에 트랩 비트 위에다 랩 하는 걸로 아는데, 붐뱁도 쫀득하게 존나 잘하더군요. 라임도 탁 탁 리드미컬하게 나와주고 단순한 듯 하면서도 수준 높은 플로우가 그냥 개잘한다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비트도 원래 재즈 랩 비트라면은 붐뱁 프로덕션을 기반으로 가는데 반해 앨범은 여기다가 트랩도 섞어놨어요. 근데 이걸 아주 ㅈ되게 잘 섞어놨습니다. 딱 어울리게 재즈와 트랩을 잘 융합 시켜가지고 재즈의 서정성을 오히려 그루브로 바꾼? 그런 신기한 느낌이 납니다. 아무튼 존나 좋습니다.
멍크
뉴밀호만큼 까이는 앨범도 없는 듯 ㅋㅋ
좀 어렵긴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막 수준 높아보이는 사운드도 아니고
내가 뭘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음
가사가 좋다던데
밭 진짜 미쳤죠..
We Get Requests 관련해서 덧붙이자면 아마 근본이 느껴졌던 게 자주 플레이되던 스탠다드 넘버 위주로 수록해서일 겁니당
앨범 제목처럼 공연에서 자주 요청받은 곡들을 베스트 모음집처럼 만들었기 때문이죵
재즈 입문 앨범으로도 이만한 게 없지 않나 싶습니당 호호
오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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