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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 DOOM] MM..FOOD 리뷰

팟드18시간 전조회 수 408추천수 10댓글 5

 

2004년은 힙합 씬이 거대화되고 상업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였다. Jay-Z가 'The Black Album'을 통해 은퇴를 선언한 직후였고, Kanye West는 데뷔 앨범 The College Dropout으로 프로듀서에서 아티스트로 완전히 전환하며 메인 스트림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동시에 50 Cent, Eminem, G-Unit, Lil Jon과 같은 이름들이 대중적 성공을 거두며, 힙합은 더 이상 언더그라운드의 전유물이 아닌,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흐름 속에서 MF DOOM의 MM..FOOD는 그런 주류 트렌드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DOOM은 늘 그래왔듯, 상업성과는 거리를 둔 채 자기만의 방식으로 힙합을 재구성했다. 그의 방식은 화려한 프로모션도, 피처링으로 가득한 트랙리스트도 아닌, 자신이 만든 비트 위에 오직 자신의 언어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컨셉은 명확하다. 제목부터가 ‘MF DOOM’을 재배열한 것이며, 동시에 앨범 전체의 핵심 주제인 ‘음식(food)’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앨범의 수록곡은 하나같이 음식과 관련된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곡의 도입부나 샘플링에는 실제 요리 방송, 고전 만화, 광고, 뉴스 클립 등을 다채롭게 활용한다. 이를 통해 DOOM은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힙합, 자본주의, 인간관계, 사회적 불평등 등 다양한 주제를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이 앨범은 전곡을 DOOM 자신이 프로듀싱했으며, 이는 곧 그의 미학이 완전히 구현된 결과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도발적인 스네어, 의도적으로 불균형한 믹싱, 그리고 반복적이지만 중독성 있는 루프들 속에 DOOM은 정형화된 힙합 프로덕션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을 담는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조잡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DOOM의 미학이다. 그는 완벽한 소리를 추구하는 대신, 세계를 반영하는 불완전한 구조를 음악 안에 담는다.

 

가사 측면에서도 DOOM은 여전히 탁월하다. 그는 단순한 라임 스킴이나 펀치라인을 넘어, 유희와 풍자, 패러디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Beef Rapp”는 힙합씬의 허세와 디스 경쟁을 고기 요리에 비유하며 조롱하고, “Deep Fried Frenz”는 친구와의 관계에서 오는 환멸을 튀김 음식으로 은유한다. “Rapp Snitch Knishes”는 검열 없는 자백성 가사와 무지한 허세에 대한 날선 풍자이자, 블랙코미디다. 이처럼 DOOM은 일상의 소재를 비틀아 새로운 철학을 제시한다.

 

또한 이 앨범은 MF DOOM의 커리어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Operation: Doomsday에서 DOOM은 자신의 페르소나를 구축했고, Madvillainy에서는 Madlib과 함께 실험적 정점에 도달했다. 언더그라운드 최고의 앨범을 냈던 그해 그는, MM..FOOD에서 거의 모든 비트를 직접 프로듀싱하며 ‘DOOM만의 소리’를 확립해낸다. 그는 붐뱁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만화, 쿠킹쇼, 광고, B급 영화 등 예측 불가능한 샘플을 가져와 믹스하고, 이를 통해 청자에게 단순한 청각적 쾌감이 아닌 ‘요리되는 과정’ 자체를 체험하게 한다. 결국 MM..FOOD는 단순한 컨셉 앨범이 아니다. 이 앨범은 MF DOOM이라는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며,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한 아티스트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독립성과 창의성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Villain still wins, no matter what the odds is
그리고 그는 이 앨범에서, 정말로 모든 것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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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두서없이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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