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 by Playboi Carti
장르 : 트랩, 하드코어 힙합, 레이지
지난 3월 14일, 플레이보이 카티가 5년이라는 공백기를 지나 그의 정규 3집 MUSIC을 발매했다. 뮤직이라는 작품에 도달하기까지 릴 우지 버트와의 합작 16*29, 키스 에이프와의 알려지지 않은 합작, 본래 정규 3집으로 예정되어 있던 나르시스트까지, 수많은 앨범들이 발표와 무산의 과정을 겪었고, 작품의 발매 이전까지 수많은 스니펫들과 티저가 거쳐갔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나르시스트 프로젝트의 무산 이후 비공식적인 루머만으로 언급되던 뮤직은, 2023년 12월 첫번째 선공개 싱글 '2024'의 공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롤아웃을 시작하였다. 곡에서 '2024, Music' 이라는 가사를 통해 많은 팬들은 신보의 발매를 2024년 중으로 예상하였으나, 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1년 내내 2024 Music이라는 슬로건만을 끊임없이 내세우던 카티는 무수한 공식-비공식 스니펫들과 그의 핏 사진들(…)만을 업로드하며 2024년을 그대로 보내게 되었다. 이로인해 수많은 팬들은 카티의 이해할수 없는 행보에 분노하게 되었고, 이를 오피움 사단 측에서도 인지하게 된 것인지 뮤직은 2025년 3월 14일 공식적으로 발매되게 된다.
30곡이라는 실로 어마무시한 분량으로 발매된 MUSIC은 공개된 즉시 많은 팬들 및 리스너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필자또한 이러한 이들 중 한명이었다. 첫감상은 기습발매의 영향 때문인지 마냥 좋게만 들렸지만, 5년이라는 시간동안 카티가 보인 행보들을 용서하기엔 뮤직은 크게 대단한 작품이 아니었다.
뮤직의 발매 이전까지 카티와 오피움 측 사단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한 단어가 있는데, 바로 ' Burnt Music ' 이라는 말이다. 선공개 싱글 2024, EVILJ0RDAN, H00DBHAIR, COCAINE NOSE 등을 거치며 뮤직의 주 테마가 될 예정이었던 번트 뮤직은 말그대로 불에 탄듯한 떫고 어두운 질감을 보이는 사운드를 명명한 어구이다. 카티 본인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번트 뮤직은 뮤직의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 처럼 보였고, 많은 이들이 선공개 싱글들의 독특한 사운드에 매료되어 뮤직의 발매에 큰 기대를 걸었다. 다만, 공식발매된 뮤직에는 이러한 번트 뮤직의 색채가 상당히 옅어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소수의 선공개 싱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록곡들이 레이지 또는 평범한 애틀란타 트랩의 모습을 비추었고, 번트뮤직의 색채를 희미하게나마 유지하던 선공개 싱글들 또한 앨범의 전체적인 수정 과정에서 유기성 유지라는 명목으로 대폭 수정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믹스테이프 느낌을 살린다는 이유로 EVILJ0RDAN에 추가된 건사운드 이펙트, 본래 스산하면서 웅장한 사운드를 보였던 HBA에 추가된 경박한 스네어롤. 이러한 변경점들은 기존 번트뮤직의 색채를 기대한 이들에게 다소 난해하면서 맘에 들지않는 방해요소로 작용했고, 필자또한 이러한 변경점들에 큰 아쉬움을 느꼈다.
이것 뿐일까? 피처링진의 불필요한 활용또한 뮤직의 단점으로서 다가왔다. 트래비스 스캇이 참여한 트랙들 대부분은 웅장함과 블록버스터를 선보이거나 지극히 평범한 사운드를 선보이는 전형적인 '스캇식 트랩'의 모습을 보였고, 이는 뮤직 내에서 다소 동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 외 릴 우지 버트, 퓨처와 같은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트랙들에서는 카티의 색채가 비교적 옅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곡에 잘 묻어나지 않는 스켑타의 피처링 벌스 또한 아쉬움을 자아냈다 (벌스 자체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결점으로서 남는 트랙들은 단연코 켄드릭 라마의 피처링 트랙들과 WE NEED ALL DA VIBES가 될 것이다. 켄드릭 라마의 예상치 못한 참여는 분명히 주목할만한 요소였지만 켄드릭과 카티가 함께하는 대부분의 트랙들은 두 아티스트의 퍼포먼스가 잘 어우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MOJO JOJO에서의 과도한 애드립, BACKD00R에서의 불필요했던 보컬 훅, 그리고 GOOD CREDIT에서의 문제의 'Carti my evil twin' 벌스까지. 모두 피처링 자체만 보았을땐 훌륭하거나 괜찮다고 볼 수 있지만, 카티의 음악 위에 켄드릭의 색채를 억지로 얹어놓은 듯한 어색한 느낌을 자아내며 앨범 내에서 가장 큰 결점으로 남게 되었다. WE NEED ALL DA VIBES는 곡 자체는 상당히 준수한 퀄리티를 보였다고 할 수 있으나, 영떡과 타이달라사인이 피처링한 트랙이라기에는 곡의 주인인 카티의 존재감이 가장 미약하게 나타난, 한마디로 주객전도의 모습을 보인 트랙으로서 '플레이보이 카티의 앨범 뮤직'에 실린 트랙치고는 큰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많은수의 트랙들이 낮은 퀄리티를 보인것에 대한 실망감이 있으나, 뮤직이 단점들만을 지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뮤직은 여러번의 수정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믹스테이프 테마를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존재감이 적었던 DJ Swamp Izzo의 영향력 극대화, WLR보다 더욱 유기성을 배제한 듯한 트랙 배치 등을 통해, 카티가 뮤직을 통해 선보이고자 한 음악은 특정 장르의 틀에 갖힌 앨범이 아닌, 최대한 다양하고 다채로운 색채를 담은 앨범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레이지 사운드를 최대한 활용한 POP OUT, I SEEEEEEE YOU BABY BOI, OLYMPIAN과 같은 트랙들, 알앤비와의 접목을 시도한 RATHER LIE, BACKD00R, 구찌메인과 같은 초기 트래퍼들이 다루던 트랩의 색채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RADAR, WALK와 같은 트랙들까지. 뮤직이 담고있는 트랩 장르의 바리에이션은 다양하다면 상당히 다양한 형태를 띠고있다. 기존 장르의 재해석 뿐만 아니라 LIKE WEEZY, SOUTH ATLANTA BABY와 같은 트랙들에서 새로운 사운드의 시도를 보여주는 등, 카티가 뮤직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모습들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형상화되며 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이러한 바리에이션들을 선보였음에도 뮤직이 지니는 강점은 단점들을 완벽히 상쇄시키기에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앞에서 설명한 단점들 뿐 아니라 DIS I GOT IT, OVERLY와 같은 다수 트랙들의 상당히 낮은 퀄리티, 초기 버전의 끔찍한 믹싱 상태는 뮤직이 완벽한 앨범이 되기에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오죽하면 많은 리스너들이 디럭스로 추가된 선공개 싱글들 4곡이 앨범의 빈약한 중후반부(이 구간에 약 11곡 정도가 위치해있다…)보다 훨씬 낫다고 이야기 할 정도이니 말이다. 다만, 현재 평가가 박하다는 이유만으로 뮤직을 실패작으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여전히 많은 평단들과 리스너들이 뮤직이 지니는 잠재력과 영향력을 탐구하고 있고, 라이브 공연에서의 모습 등을 연구하며 단순 감상 이상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티의 음악이나 뮤직 자체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의미없는 행동이라고 생각될 수 있고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카티가 20년대의 힙합씬에 끼친 영향을 생각했을때 당연한 수순이다. 발매초기 모두의 혹평을 받았던 Whole Lotta Red 마저도 라이브 공연에서의 엄청난 존재감, 후대 레이지 장르에 끼친 영향력으로 인해 재평가받으며 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힙합 앨범들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이미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았던 리스너들의 입장에서는, 뮤직이 지니는 의미를 탐구하려 하는 것은 WLR와 같은 작품의 재림을 보고자 하는 욕망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We created our own genre"
"우리만의 장르를 만들어냈어"
작품의 마지막 트랙 SOUTH ATLANTA BABY에서 디제이 스왐프 이조가 외친 애드립이다. 그의 말대로 뮤직이 새로운 장르의 창조를 이루어 냈다고 물어본다면, 필자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5년이라는 공백기에 비해 뮤직에서 카티가 보여준 모습들은 과거 장르의 재해석이 대부분이지, WLR 때와 같이 새로운 장르의 개척의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동시에 지금 뮤직이 지니는 잠재력을 단정짓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느끼기도 한다. 비록 지금 당장은 아쉽고 실패했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뮤직이 앞으로 끼치게 될 영향력을 알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번트 뮤직에 대한 부분이 공감됩니다.
틸러의 트랩소울처럼 장르를 정립할 정도의 사운드는 되지 못했다 느낍니다.
“We created our own genre.” 가 납득이 되려면 번트 뮤직을 완전체로 보여줘야 했다 생각합니다.
사실상개빡쳐서혹평쓴거긴함
선추후감
감사합니다
뮤직에대한 제 생각과 정말 비슷하네여 잘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빡쳐있는 것 같다가도 침착한 리뷰 톤이 맘에 드네요
듣고있는 지금도 좀 빡쳐있긴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번트 뮤직에 대한 부분이 공감됩니다.
틸러의 트랩소울처럼 장르를 정립할 정도의 사운드는 되지 못했다 느낍니다.
“We created our own genre.” 가 납득이 되려면 번트 뮤직을 완전체로 보여줘야 했다 생각합니다.
발매 이전까지 지겹도록 강조한데에 비해, 막상 정발된 앨범에서는 그 정체성이 심각하게 옅어진게 가장 큰 원인이지 않을까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앨범내
카티놈은 이런 천박한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전 다이릿에서 보여준 절제미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Light6
저도
선추후감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와 롤링라우드를 본 후 뮤직의 감상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보면, 앞으로의 카티의 퍼포먼스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것 같은 앨범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주 좋게 들었네요.
저도 앞으로 어떻게 재평가 받게될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짧긴 하지만 we need all da vibes 카티 벌스 개좋은듯
좋긴좋았음
너무 잘 들었지만 장르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ㄹㅇㅋㅋ
번트 뮤직 보여달라고 뭐하냐고 이렇게 경박하게 음악해야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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