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bum: Honestly, Nevermind
Artist: Drake
Genres: House, Pop, Hip-hop
드레이크의 음악은 늘 자전적이다. 그는 감정을 노래하는 데에 있어서 유난히 솔직한 뮤지션이고, 그래서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곧 그의 인생처럼 느껴진다. <Take Care>에서 그는 아직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사랑에 기대려 했고, <Nothing Was the Same>에선 성공과 자기 회의 사이에서 흔들렸다. <Views>는 외로움과 자부심이 교차하던 시기였고, <Scorpion>에선 아버지가 되고, 대중의 시선과 싸우는 자신을 담았다.
하지만 <Honestly, Nevermind>는 전혀 다른 결의 앨범이다. 이 앨범 속 감정은 더 이상 격렬하지 않다. 모든 것이 한 걸음 물러난 듯하다. 자신의 감정조차도 멀찍이서 바라보는 사람, 그는 이제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에 놀라지도, 분노하지도 않는다.
Falling Back부터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포기’가 아닌 ‘수용’이다. 관계는 끝났고, 감정은 소진됐다. 이제 남은 것은 잔향뿐이다. 예전의 드레이크라면 이 순간을 붙잡으려 했을 것이다. 상대를 원망하고, 자신을 불쌍히 여기며, 상처를 곱씹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는 그저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래, 그런 거지 뭐.” 그래서 이 앨범은 무심한 동시에 이전보다 훨씬 성숙하다.
어느 날 이 앨범을 들으며 나 역시 끝내 놓지 못했던 한 사람을 떠올렸다.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이미 끝났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함께 찍은 사진을 들춰보며,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자꾸만 되짚었다. 감정은 조용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도리어 너무 많이 남아 나 혼자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런 이별이었다.
그 시기의 나는 매일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정말 이게 마지막일까?”, “혹시 다시 돌아올 수는 없을까?” 마음은 지쳐 있었지만, 감정은 끝나지 않았다. 후회와 죄책감, 그리고 아주 작은 희망이 뒤엉켜 내 일상을 붙들고 있었다. <Honestly, Nevermind>의 흐릿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 감정들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었다. 드레이크의 목소리는 마치 내 마음을 대신 읊조려주는 듯했다. 멀어지고 싶으면서도 놓지 못하는, 그 복잡한 감정을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 감정,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나도 그랬어.”
음악적으로도 변화는 뚜렷하다. 드레이크 특유의 랩이나 무거운 비트 대신, 이 앨범은 하우스와 댄스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Massive나 Sticky 같은 트랙은 클럽에서 들릴 수 있는 비트지만, 그 위에 얹힌 그의 목소리는 신남과는 거리가 멀다. 리듬은 경쾌하지만, 가사에는 외로움과 단절, 체념이 스며 있다. 그건 마치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상처로 가득 찬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가장 놀라운 건 Liability 같은 곡이다. 그의 보컬은 느리게 왜곡되고, 거의 흐느낌처럼 감정을 흘려보낸다. 드레이크가 여전히 자기 감정에 갇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 곡에서, 그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설명하거나, 위로를 바라지 않는다. 감정은 이제 타인을 향하지 않는다. 이전의 드레이크가 “나 좀 봐줘”라고 외쳤다면, 이제는 “그냥 둬”라고 말하는 듯하다.
<Honestly, Nevermind>는 드레이크의 가장 고요한, 그리고 어쩌면 가장 외로운 앨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더 이상 처절하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하다.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단,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느껴진다. 그는 더 이상 사랑을 통해 구원받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혼자인 자신을 마주하며, 그 감정을 고요히 받아들인다.
나 역시 이 앨범을 들으며, 내 안에 억눌러 두었던 감정들을 억지로 밀어내는 대신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남아 있는 미련, 지나간 시간에 대한 죄책감, 되돌릴 수 없는 선택들에 대한 후회,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아주 작은 희망까지. 그 모든 감정들은 이제 더 이상 위로해줄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앨범이 가진 가장 큰 아이러니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경쾌하고 리듬감 있는 비트로 채워져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공허하고 덤덤하다. 이별의 아픔을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고, 그저 일상의 리듬 속에서 흘려보내는 것. 그것이 <Honestly, Nevermind>가 아픔을 전하는 방식이다.
결국, 드레이크가 이 앨범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끝났어. 그렇지만 나 혼자라도 괜찮아."
Rating: 10/10
Best: Text go green, Liability, Overdrive
Worst: None
다시한번 들어봐야겠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 앨범 되게 좋더라구요
저평가 좀 심한듯
앨범 추천 해주시면 글 또 써보겟습니다
전 이거 ㅈㄴ 잘들었는데 의외로 커로라고 하는 사람들 ㅈㄴ 많고 스코어 개 낮아서 당황스럽고 서러웠는데 저만 좋아하는게 아니였군요 맘 편하게 돌려도 되겠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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