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7 / BADBADNOTGOOD & Ghostface Killah / Jazz Rap
https://www.youtube.com/watch?vGDAp37aHovo
태초부터 배드배드낫굿(BADBADNOTGOOD, 이하 BBNG)은 힙합 장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룹이었다. MF DOOM과 Odd Future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던 이들은 이후 Earl Sweatshirt, Danny Brown, Frank Ocean, Tyler, The Creator를 비롯한 자신의 우상들과 공연하며 점차 체급을 키워나갔고, 특별한 샘플링 없이도 래퍼들이 자연스럽게 래핑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BBNG는 빠른 속도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얻게 되는 데에 성공했으며, 이후 이들은 협업 프로젝트를 원하는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먼저 BBNG와 손을 잡는 데에 성공한 이는 바로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였다. 그렇게 힙합씬의 한 축을 꾸준히 담당해오던 베테랑 래퍼와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네 젊은이들 — 본작의 발매 당시에는 전 멤버 Matthew Tavares가 탈퇴하지 않은 상태였었다 — 이 힘을 합친 <Sour Soul>은 각자의 색깔을 매끄럽게 녹여낸 빈티지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Sour Soul>에서 눈에 띄는 아티스트는 역시나 고스트페이스 킬라보다는 BBNG일 것이다. 본작에서의 프로덕션은 이전 BBNG의 작품들과 동일하게, 샘플링을 활용하기보다는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순수히 연주로만 구성하고 있기에 — 당연하게도 BBNG의 연주가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Sour Soul>에서 보여준 이들의 퍼포먼스는 전작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작의 전반적인 프로덕션은 1960-70년대의 필름 스코어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차분하고 절제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며, 그 위에 얹히는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래핑을 마치 빈티지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한 감상을 받게 만든다.
BBNG의 역량이 가장 두드러지는 트랙은 "Ray Gun"과 "Six Degrees"이다. "Ray Gun"은 마치 오래전의 스릴러 영화 속 한 장면을 음악으로 풀어놓은 것처럼 들리는 트랙이다. 짙게 깔린 브라스 섹션이 일차적으로 은밀한 긴장감을 생성하며, 이후에 따라오는 리듬 섹션이 마치 조용히 표적을 뒤쫓는 발걸음처럼 본 트랙만의 분위기를 완성해 내고 — 이 미장센 속으로 고스트페이스 킬라와 MF DOOM의 랩 배틀이 스며들며 마침내 곡을 완전하게 만든다. 그렇다 하면 "Six Degrees"는 보다 직선적인 방식으로 BBNG의 색깔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트랙이다. 단출하지만 묵직한 베이스라인 위로 날카로운 기타 리프가 엉켜들고, Danny Brown의 약에 취한 플로우가 얹히면서 한 편의 하드보일드 소설과도 같은 — 음울하고 날이 선, 또 뒤틀린 감각의 세계를 형성한다.
앨범의 MC를 담당하는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활약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는 본작에서 본인 특유의 유려한 플로우와 서사적인 감각을 살려 BBNG가 조성한 어두운 분위기 속을 유령처럼 유영하는데, 분명 이 퍼포먼스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견될만한 정도는 아니어도 — BBNG의 연주와 맞물려 더욱더 강렬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Food"에서 그는 'I'm a beast, my brother / 난 짐승과도 같다네, 형제여'라며 랩을 내뱉는다. 그 말 그대로, 그는 BBNG가 구사해낸 사운드 위에서 맹렬히 질주하기도 하고, 액션물의 주인공이 되어 랩 배틀을 펼치기도 하며, 빈티지 누아르 영화 속 한 장면의 일부가 되어 유려하게 스토리텔링을 풀어나가기도 한다.
<Sour Soul>을 이따금씩 감상하다 보면, 어느 이름 모를 외딴 지역에 있는 재즈 클럽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무대 위에서는 한 무리의 연주자들이 묵묵히 악기를 조율하고 있고, 그들 사이로 붉은 조명이 일렁이며, 베이스 사운드가 맥박 깊은 곳까지 울리며 — 드럼은 숨죽인 듯 흐르다 이따금씩 거칠게 울려 퍼진다. 그 위로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근사한 목소리가 겹쳐지며 때로는 속삭이듯이,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공간을 가른다. BBNG와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Sour Soul>이라는 흑백영화를 함께 만들어낸 감독이자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Sour Soul>은 BBNG이 본인들의 커리어에 처음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임은 물론, 고스트페이스 킬라라는 중년 베테랑 래퍼가 발표할 수 있는 최고치의 작품이다. Decent 7
본 리뷰는 엘이맥 유저 블랙뮤직 매거진 w/HOM에서 더욱 멋진 디자인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내일이 10주년입니다. :)
좋은.글.읽고갑니다^^
어떤 앨범인지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당
벌써 10주년 ㄷㄷ
이거 진짜 개좋아함
진짜 좋아하는 앨범 ㅠㅠ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