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4 / Central Cee / UK Drill
https://www.youtube.com/watch?v=_Cu9Df_9Zvg
현재 영국 힙합의 정체성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UK 드릴UK Drill장르는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며 영국 음악씬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지며 전 세계의 리스너들에게 주목받는 장르가 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UK 드릴과 영국 힙합 유행이 시작되던 시절부터 꾸준히 하나의 의구심과 의심을 품어오곤 했다. 과연 UK 드릴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장르에서 색다르고 신선하다는 감상을 받을 수 있을까? 2025년 지금, 영국 힙합은 이제 그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Skepta, Stormzy, Headie One을 비롯한 인물들이 이끌던 반항의 기운은 사라지고 있으며, 영국 힙합 특유의 투박함마저 포장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해지는 장르에 대한 피로감과 리스너들의 불만, 희미해져만 가는 정체성, 차트 성적만을 노린 래퍼들의 지나치게 반복적인 무의미한 음악. 이러한 영국 힙합씬의 딜레마와 고질점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인물은 바로 센트럴 씨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Doja", "Sprinter"를 비롯한 히트곡들을 꾸준히 배출해온 그였고, 이제 그는 Drake를 비롯한 미국 힙합씬에게도 환대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로, 그가 UK 드릴 장르의 부흥과 재기를 이끄는 데에 있어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의 첫 정규 앨범은 무슨 일이 있던 필연적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와 압박 속에서 탄생하게 되었을 것이고, 동시에 앨범의 성패가 앞으로의 영국 힙합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도 과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1월 24일, 전 세계적인 주목 아래 발표된 <CAN'T RUSH GREATNESS>. 과연 본작은 리스너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음반이었을까?
우선 기본적으로 센트럴 씨가 캐치한 트랙을 제작하는 데에는 아주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확실히 다른 영국 힙합 음반들에 비해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21 Savage와 함께한 "GBP", 갱단 시절의 고됐던 기억들과 고향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담은 "Limitless", 그리고 그놈의 "BAND4BAND"(…) 등. <CAN'T RUSH GREATNESS>의 트랙들은 평범하디 평범하지만, 여타 영국 래퍼들에 비해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명확히 존재한다는 점과 어느 정도의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수준 차이를 보여준다. 또한 센트럴 씨가 랩을 못하는 아티스트도 아니기에 타격감 역시 확실하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수많은 이들이 기다린, 이제는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센트럴 씨의 첫 정규 앨범 <CAN'T RUSH GREATNESS>는 안타깝게도 그 어떠한 새로운 전환점이나 신선한 지점도 제시하지 못하고 운영을 종료한다. 센트럴 씨의 플로우는 50분이라는 앨범 전반에 걸쳐 유사하게 전개되고, "Gen Z Luv"을 비롯한 — 대놓고 상업성만을 노린 유치한 트랙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으며, 결정적으로 본작은 영국 힙합의 정체성을 탐구하지도 않고 그저 미국 물을 절실하게 원하는 영국인의 속내가 다 보이는 계획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자신이 상업적인 성공을 바라고 있음을 한치도 숨기지 않고, 앨범의 모든 트랙들을 "Doja"와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느껴진다는 매너리즘. 그것이 <CAN'T RUSH GREATNESS>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실망스럽다. 필자 역시 센트럴 씨가 영국 힙합 씬에 완전히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도 자기 자신이 영국 힙합 씬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래퍼임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을 터, <CAN'T RUSH GREATNESS>는 분명 이런 모습으로 완성되어서는 안될 작품이었다. 센트럴 씨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안전지대에 머무는 길을 택했고, 그렇게 <CAN'T RUSH GREATNESS>는 단순히 센트럴 씨라는 브랜드를 확장하는 데 집중한 작품으로 남고 말았다. 여러모로 영국 힙합 씬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작 이후 센트럴 씨에게 그러한 기대를 거는 행동이 더 이상 무의미해 보이는 현 상황. 과연 씬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가 등장해 줄지도 미지수이다. 슬프고 냉혹한 말이지만, 필자는 더 이상 이 장르에게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Light 3
본 리뷰는 엘이맥 유저 블랙뮤직 매거진 w/HOM에서 더욱 멋진 디자인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적당히~^^
"미국 물을 절실하게 원하는 영국인의 속내가 다 보이는 계획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공감가네요
잘 읽었습니다 개추
점수가 너무 높아요
ㅋㅋㅋㅋ
근데 센트럴씨 발음이랑 톤 자체는 되게 제 취향인듯ㅋㅋ
센트럴 에이
센트럴 비
센트럴 씨
적당히~^^
"미국 물을 절실하게 원하는 영국인의 속내가 다 보이는 계획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공감가네요
잘 읽었습니다 개추
ㄹㅇ
잘 읽었습니다
저랑 생각이 비슷하시군요
개추
영국씬이 아니라 미국씬에 남고싶은 마음이 너무 드러나서 좀 그랬죠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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