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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 아티스트? YABUJIN에 대해서 알아보자

파워힙합전사9시간 전조회 수 191추천수 5댓글 5

2000년대 당시, 지금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떼놓을 수 없는 공간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약간은 새롭고 신비한 공간이었던 '인터넷'의 향수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하던 YABUJIN은 2023년 1월 그의 인터넷상 족적을 지우고 홀연히 모습을 감추게 된다. 그 이유에 대해 극성팬들의 신상 털기 때문이라거나, 혹은 자신의 음악이 당시 틱톡에서 소비되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진짜 이유는 오직 YABUJIN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뮤지션 개인의 미디어 상 노출을 꺼리는 일종의 신비주의 컨셉 덕에 우리는, 어떤 이들은 난해하다 부르고, 또 어떤 이들은 알 수 없는 서늘한 공포감을 느끼며, 또 어떤 이들에게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독자적인 음악적 세계관에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https://youtu.be/lPdfkKwel6g?si=7TOPHDPJTf3b-PmC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2022년, 어느 겨울 날로 기억한다. 오늘도 어디 새로운 음악이 없을까, 하며 rym을 돌아다녔던 많고 많은 날 중 하루였다. 앨범 커버로 쓰기에는 다소 성의 없어 보이는, 대충 그린 듯한 저화질의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림의 앨범 커버를 보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클릭했던 것 같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성사된 야부진과의 첫 만남은, 지금 내게 있어서는 엄청나게 충격적인 이벤트로 인생에서 회자된다. 일반적으로 '힙합'이라 한다면, 비트 위에 랩을 뱉는 방식의, 그러니까 비트와 랩이 각각 구분되는 그런 음악을 상상하기가 쉬운데 야부진의 음악은 비트와 랩이 경계를 허물어 서로 '노이즈'라는 매개로 융합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열화 된 사진에 찍혀있는 각 물체들의 상을 제대로 구별해 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분명 그의 음악은 힙합으로 분류되기는 한다. 그렇지만 Hardstyle Drill 2009 Nokia Angelz مسدسات مجمدة 1.6이나 8888EACH DIVINITY))) 같은 곡에서 볼 수 있는, 트랜스 특유의 감성적이면서도 강렬한 멜로디와 웅웅거리는 베이스,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야부진의 보컬, 그리고 잔뜩 왜곡된 사운드에 묻혀있는 랩을 듣다 보면 힙합이라는 틀에서 그의 음악을 바라보기보다는, 자연스레 그저 야부진 만의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한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의 이러한 독보적인 감성이 한층 더 부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 서브컬처 문화와 관련된 여러 이미지들이 개연성이 결여된 채 튀어나오는, 20년 전에 만들어진 영상이라고 봐야 무방할, 이 다소 조잡한 뮤직비디오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향유한 사람들이라면 아마 색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생태계 초창기 당시의 조잡하고, 지금의 미적 감각에서 비추어봤을 때는 다소 촌스러운 영상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https://youtu.be/NikFyUs7X58?si=NzzqmJWTNTmc-A-H

 

 

 

 

가사를 살펴보면 그가 제작한 영상 프로젝트에 등장한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낙원', Azeroy와 관련된 소재들이 주를 이룬다. 역시 저화질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불쾌한 이미지들이 화면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이른바 '만든 목적을 분명히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기괴한' 이 영상 프로젝트는, 그의 음악 작업물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영상의 서사는 불친절하기에 주인공의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앨범에 언급된 가사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Azeroy라는 이상적 세계, 즉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의 자아를 탐색하는 과정에 대한 은유인 것으로 사료된다. 이처럼 그의 가사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또 난해하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영상 프로젝트의 존재나 그의 음악 작업물 전반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컨셉의 일관성으로 인해, 단지 난해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음악에 깊이를 더해주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현실과 유리된 채로 고고히 존재하는, '환상성'을 지닌 야부진의 음악적 세계관은 이로써 더욱 견고해진다.

 

​때문에 통속적인, 보통 현실 세계와 접점이 많은 힙합 장르를 차용했음에도, 그의 음악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기보다는 몽환적이며 마치 신비한 판타지 게임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https://youtu.be/OecjNdflGjo?si=TBflLMJqVlpIre3b

 

 

 

혹자는 그의 음악이 섬뜩한 느낌을 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터넷 플래시 미연시 게임인 Love Hina의 사운드트랙을 길게 늘어뜨려 우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Kendo Thugs를 듣고 밝힌 감상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의미 불명인 것들 투성이다. 무슨 목적으로 넣은 것인지 모르겠는 사진들과, 인터넷 초창기 생태계를 떠올리게 하는 저화질의 영상,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의미 불명인 춤을 추는 젊은 청년 등등.. 모든 사리가 이성과 합리성에 합치되기를 바라는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감성이다. 그게 뭐야 무섭잖아.

 

​공포의 근원은 미지에서 온다고 누가 그랬던가. 지금은 이런 의미 불명의 영상들이 마치 정겨운 추억처럼 느껴지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불쾌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 의미 불명의 영상을 올리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가 알 수 없어서 불쾌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영상물들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들은 '그냥'이 맞을 것이다. 그냥 간지나잖아. 

 

​YABUJIN이 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 그의 음악 스타일, 그의 역사 등등.. 그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문서화하는 작업을 거칠수록, 그의 음악 세계관을 더욱 견고하게 유지하도록 만드는 '신비성'은 더욱 깎여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 혁명으로 인해 사람들이 마녀 전설을 점점 부정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마치 마술을 즐기는 관객들 앞에 서서 트릭을 낱낱이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 

 

​즉, 신비함은 신비한 상태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는 말이다.

 

​야부진은 현재까지도 그렇다 할 유의미한 음악 활동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넓고 광활한 인터넷 세상에서, 그의 새 음악을 다시 우연히 발견하는 그런 '낭만'을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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