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2024.12.23
Comedy Rap, Detroit Trap, Pop Rap, Jazz Rap, Experimental Hip Hop
유노 마일스(Yuno Miles). 단연 현시점 가장 잘나가는 코미디 래퍼이며, 심지어 최근에는 Kanye West의 "BOMB"에도 참여하며 전 세계에 자신만의 매력과 광기를 당당히 소개하기까지 했다. 그의 음악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장난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도무지 맨정신으로는 들어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대표곡인 "Martin Luther King"과 "BBL Drizzy" 등의 트랙들을 감상하고 오도록 하자. 정신분열적인 비트와 실소를 자아내는 추임새와 래핑 등등, 그는 항상 '의도적으로' (강조) 구린 음악들을 꾸준히 생산해왔으며, 이는 곧 그의 정체성이 되어 많은 리스너들과 대중들에게 밈으로 소비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성탄절을 맞아 공개된 그의 새로운 EP, <'This Is Not The Album>(다분히 클리셰적인 제목이다)에서 그는 장난기를 모두 내려놓은 채,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진지한 태도로 음악에 임한다. 심지어 그 결과물이 썩 나쁘지 않다.
첫 트랙 "Im Bout To Bust"에서부터 그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비트부터 시작해 가사, 래핑, 플로우 등 정말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형화되었는데, 2008년 144p 짜리 유튜브 동영상을 소리로 옮겨놓은 듯했던 그의 이전 음악들과 같은 아티스트가 제작한 트랙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만든다. 이어지는 Kendrick Lamar의 "tv off"를 샘플링한 "BackBreaker Taker", 또 앨범에서 가장 코미디 한 면모를 띠나 여전히 깔끔한 "Kit-Kat"에 이르기까지 유노 마일스는 자신이 꾀한 새로운 변신을 최대한 다채롭고 설득력 있게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은 "2025"인데, 본 트랙에서 그는 음악적으로도, 가사적인 측면에서 모두 완전하게 변모한 모습을 보여준다. 성가대를 등용해 2025년을 향한 희망찬 메시지를 담은 코러스와 그의 아마추어스러운 벌스는 과장을 조금 섞어, Kanye West가 <The College Dropout>에서 보여준 희망찬 태도를 조금은 엿볼 수 있다. 동시에 Kanye의 프로덕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눈부신 프로덕션 역시 그 퀄리티가 굉장히 빼어나다. 심지어 현지에서는 Kanye가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으니…
물론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어 본 적이 없던 그이기에, 전혀 특색이 없다는 것이 흠이다. 분명 앞서 언급했던 대로 유노 마일스는 본작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어느 정도 진보하는 데에 성공한 것은 맞지만, 많은 아마추어 트랩 아티스트들에게서 발현되는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는 것이다. "Im Bout To Bust"의 비트는 나름의 구실만 갖췄을 뿐이지, 그저 무영혼한 타입 비트 수준에 그친다. 동시에 "Bad Days"는 수많은 인스타그램 아티스트들이 수차례 만들어온 뻔하디 뻔한 Pop Rap 트랙이며, 그만의 특색이라 할 지점이 전혀 없다. 또한 그의 래핑과 플로우 메이킹 능력은 어딘가 굉장히 설익어있는 부분이 있다.
결정적으로 본작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가 대중들의 뇌리에 박혀 있던 '코미디 래퍼'라는 정체성을 잃게 됨과 동시에 아티스트로서의 자아 역시 확립하지 못하게 되어 — 그가 이도 저도 아닌 아티스트로 변질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전의 그는 항상 실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음악을 만들어와, 이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그러한 음악이 그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작용했었다. 하지만 본작에서 그가 보여준 무감각한 음악들은 — 물론 "2025"라는 반례가 존재한다 — 그를 지극히 평범한 트랩 아티스트로 만들기만 한다. 단순 음악적으로 진보했다고 해서, 이가 과연 유노 마일스에게 득으로만 작용할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본다. 본작에서 보여준 그의 음악의 퀄리티가 완전히 상승한 것도 아닐뿐더러 말이다.
'저는 꾸준히 더 구려지려고 노력해요'. 2023년 11월, theneedledrop 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앞선 문단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는 '좋은 음악'이 아닌 '별로인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해온 인물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그가 어째서 본작에서 '별로인 음악'이 아닌 '좋은 음악'에 초점을 맞추었는지 그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Kanye West와의 만남이 이유였을 수도 있고, 인터넷 너드들의 과도한 조리돌림이 이유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This Is Not The Album>은 그의 기존 정체성과 새로운 시도 둘 중 어느 쪽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아쉬운 작품이다. 물론 그가 가진 잠재력은 앞으로도 눈여겨볼만하지만, 본작은 그가 가진 매력을 오히려 희석시키며 혼란만을 낳게 되는 작품이다. 유노 마일스는 음악의 진보란 단순히 더 좋은 퀄리티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며 신선함을 전달하는 데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 징짜 이상하다
이새끼 커하는 인디아나존스임
https://youtu.be/saFn4FSYLa4
Real
https://www.youtube.com/watch?v=Oa06Gkpt1Yw 이게 히든 잼
그리고 근본은 4 wheeler임...
IQ 60 KENDRICK
이거 좆되긴함
ㅋㅋㅋㅋㅋㅋ
2025 왜 좋지 ㅅㅂ ㅋㅋㅋ
존경합니다 ㅎㅎ,,
오호 궁금해지네요
2025 왜 좋음????
일부러 구린 음악을 만들어왔었지만 이번 EP로 뭔가 정체성이 애매해졌긴하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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