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Ocean - Blonde
Genre - PBR&B, Art Pop
Released: 2016.8.20
삶은 고통과 치유, 성장의 반복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고통을 이겨내고 치유의 과정을 밟아 성장한다. 이는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존재한 본질적인 것이며, 우리는 신이 역사하신 이 섭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저 살아온 것이다. Frank Ocean의 2016년작 [Blonde]는 이러한 관념을 탐구하고, 그 과정의 난해함과 미묘함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본작에서 Frank Ocean은 자신의 목소리를 기과하다싶이 변형시키고 왜곡시킨다. 자신의 목소리를 일개 악기 중 하나로 생각하고 쓰는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인트로 트랙 "Nikes"는 이런 부분이 많이 묻어나는 트랙이다. 트랙에서 Frank는 변조된 목소리로 약에 취한 듯한 몽롱한 느낌과 가사를 통해 마약으로 얻는 쾌감과 성관계로 얻는 육체적 쾌감을 흡입력있게 담아냈다. Frank는 쾌감의 굴레 속에서의 사랑에 대해 고찰하며, 앨범의 시작부터 깊이를 더한다.
"Ivy"에서 Frank는 꿈만 같았던 사랑에 대해 얘기한다. "Nikes"에 비해 평범한 사랑, 누구든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만한 아픈 사랑을 담아냈다. 트랙에서 돋보이는 기타 리프는 트랙에 공간감과 향수(Nostalgia)를 더한다. 추억의 냄새를 맡으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처럼, 이 곡은 옛사랑에 대한 향수를 청각을 통해 느끼게 해준다. 이런 사운드에 더해 Frank의 감미로운 보컬과 관계가 남긴 감정의 잔재와 내면의 성숙에 대한 가사를 탁월하게 써냈다. Frank는 이 트랙으로 사랑은 단순히 행복과 슬픔으로 단정 지을 감정이 아닌 그 모든 것을 아루르는 복잡한 감정의 총체임을 설명한다.
본작이 아울러 다루는 주제는 '사랑'이다. 여름밤 창문에 볼을 맞댔을 때 느껴지는 시원하면서도 불쾌한, 애매모호한 그런 감정.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서툴고, 아프다. 본작은 계속해서 "사랑도 고통과 치유, 성장의 과정을 반복해, 사랑에 맞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인가?"와 "만남과 이별의 반복에도 왜 우리는 사랑에 무뎌지지 않는 것인가?"의 물음을 던지고 있다. 본작에서 그 물음의 답을 확실하게 주지는 않지만, 그 물음을 따라 헤쳐나가는 과정에는 확실히 그만의 가치와 의미가 담겨있는 게 아닐까.
앨범은 산뜻한 분위기의 "Pink + White"로 이어진다. 앨범 내에서 유일하게 드럼이 돋보이는 트랙으로, 유일한 랩 트랙인 "Solo (Reprise)"에도 쓰이지않은 드럼 위에 Frank의 사랑 얘기가 깔린다. 사랑과 삶에 대한 사실상의 찬가라고 봐도 손색없을 정도의 낙관적인 가사와 분위기를 내보이며, 이를 통해 청자를 기억과 그 장면 속으로 이끌고 간다. 기나긴 기억의 순간순간, 깨진 유리처럼 파편화된 기억들을 다시 끼워맞추며, 아름답던 때를 서정적인 가사로 써낸 이 트랙은, 앨범의 하이라이트로 뽑을만 하겠다.
Frank는 팝이라는 장르를 섞고, 재구성하고, 융합하는 실험적인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Frank만의 음악 정신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음악은 트랙 하나하나에 공간감을 더한다. 중반부의 "Nights"는 이러한 앨범의 실험적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다. 앨범의 정확히 중간 부분, 30분을 지나는 때에 갑작스러운 템포 변화와 함께 요상한 비트 체인지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Blonde]의 두 개의 서로 다른 감정적 세계를 연결하는 장치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비선형적인 전개는 기존 음악의 틀을 벗어나 Frank의 내면적 여정을 청자로 하여금 황홀한 음악적 경험을 통해 이루게 해준다.
앨범 중반부의 "Nights" 비트체인지를 넘어가면, [Blonde]는 또 다른 세계에 들어서며, 보다 더 감정적이고 감각적인 내용을 잇기 시작한다. "Solo (Reprise)"는 베테랑 래퍼 Andrè 3000을 기용하여, 현란한 랩 위에 자신이 여지껏 해왔던 음악 창작이 의미가 있는지, 가치라도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놓고, "Pretty Sweet"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세상의 혐오어린 시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다. [Blonde]의 전반부와 후반부는 낮과 어두캄캄한 꼭두 새벽처럼, 분위기가 매우 상반된다.
[Blonde]의 후반부를 대표하는 트랙 "White Ferrari"는 앰비언트와 어쿠스틱 팝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트랙이다. 단순한 기타 리프와 잔잔한 신스 사운드 위에 Frank의 유니크한 목소리를 얹어, 청자에게 정제된 감정을 전달한다. 가사는 관계와 그 끝자락에서의 내적 혼란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가사나 사운드나, 모두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것에 집중한다. 이 곡의 핵심은 여백의 미학에 있다. 최소한의 구성으로도 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이 곡은, 음악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앨범을 마무리 짓는 "Futura Free"는 Frank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힘들었던 무명 시절, 알바비와 어머니의 용돈으로 전전하던 때를 회상하고, Odd Future과의 만남과 Def Jam과의 계약, 양성애자로서 사회에게 받은 냉담한 반응, 친구, 동료들과의 기억들까지. Frank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삶의 장면들을 다시 비춰본다.
'How far is a light year?, 1광년은 얼마나 멀까?', 우주 속을 끊임없이 헤엄쳐 가다보면 닿을 수 있을까. Frank는 한낱 인간이기에, 1광년이라는 천문학적인 거리에는 다다를 수도, 미칠 수도 없다. 하지만, 인류가 완전히 소멸하고도 이 세상에 남아 인류의 존재를 증명할 것이 '전파'라는 말이 있다. Frank의 음악은 그가 죽더라도, 죽고나서도, 전파로 바뀌어 지금도, 머나먼 미래에도 우주 속을 꿰뚫어 1광년이라는 거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Blonde]는 'How far is a light year?'이라는 질문처럼 흘러가는 내내 난해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그 질문에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게 [Blonde]이고, [Blonde]가 사랑받는, 앞으로도 사랑받을 이유 아닐까.
Rating: 5/5
전곡 해석: https://hiphople.com/album/12201952
추천 곡: Nikes, Ivy, Pink + White, White Ferrari
거의 2주 남짓하게 썼습니다! 글 연결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어용
추천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바로 블론드 돌리러 가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이토록 대중에게 사랑받는 난해함은 블론드가 유일한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개추다 개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뷰글 추 블론드는 중간중간 삶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이 참 매력적인것 같아요
정말 의미깊은 앨범임
리뷰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오타나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추천곡에 White Ferrar -> White Ferrari
맞춤법 나치짓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저건 좀 불편하네요 ㅎㅎ;
아이고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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