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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뷰 v3] 이거 오늘까지 맞죠?

title: Westside Gunn적극마인드갖2024.12.26 22:54조회 수 472추천수 10댓글 16

 

네, 늦었네요. 비록 뇌절이라도 쓴게 아까워서,, 어떻게 좀 이해를 해주십사 부탁드리며 올려봅니다. 

 

 

 


1. Dr.Dre - <The Chronic>

 

Cover art for The Chronic by Dr. Dre


  이 앨범은 접한 시기, 날짜, 순간을 정확히 기억할 정도로 전율이 돋은 앨범이다. 올해 초 서서히 입문 단계를 지나면서 대략적인 힙합 장르에 대해 영상도 찾아보고 검색도 하며 윤곽을 찾아가고 있을 때, 아직 들어보지 못한 장르 중 하나가 서부 힙합임을 깨닫고 난 후 익히 알려져 있는 이 앨범에 손이 가게 되었다. 인트로에서부터 귀를 찢고 들어오는 신디사이저 사운드에 당시의 나는 그저 할말을 잃고 탄성을 뱉으며 머리를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앨범보다 온전히 사운드의 쾌감을 통해 소름이 돋았던 적은 이 앨범 이전에도, 이후에도 아마 없었던 것 같다.

 

 

 

2. Outkast – <Aquemini>

 

Cover art for Aquemini by OutKast


  지금에 와서는 그렇지 않지만, 꽤 예전에는 동시대가 아닌 시대의 작업물을 정말 등한시했다. 찾아 들을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았다. 어차피 그 가치를 온전히 느끼지도 못할테니까. 나의 이런 관념을 깨뜨려준 아티스트가 Outkast이다. 이 앨범은 '어제 나왔어도 믿겠어' 같은 허울만 좋은 말을 하고 싶다기보다 2024년의 내가 옛날의 명성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작업물 그 자체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나를 놀라게 한다. 내가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니며, 당시의 문화를 향유하지 않았기에 Outkast의 혁신은 피부에 와닿지는 않지만,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에게 그 혁신이 잘 느껴지지 않는 점이 오히려 Outkast가 앞선 아티스트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3. 50 Cent – <Get Rich Or Die Tryin’>

 

Cover art for Get Rich or Die Tryin' by 50 Cent


  이 앨범은 어디에서도 접할 일이 잘 없는 터라 이 앨범을 접하기 전에는 50 Cent는 그저 '한때 유명했던 갱스터 래퍼지만 칸예한테 발린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중순쯤 공개됐던 Apple Music 베스트 앨범 100선에서 아직 듣지 못한 힙합 앨범을 들어보려 훑어보던 중 82위에 랭크된 것을 보고 '그정도인가?' 싶은 호기심이 생겨 들어봤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이 앨범은 여러 동부 힙합 앨범에 대해 말그대로 귀가 뚫린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 앨범이 되었으며, 때문에 이 앨범에 대한 고마움이 컸으므로 꼭 넣고 싶었다.

 

 

 

4. Lupe Fiasco - <Lupe Fiasco's Food & Liquor>

 

Cover art for Lupe Fiasco's Food & Liquor by Lupe Fiasco


  난 가사의 해석을 모든 앨범을 일일히 찾아보지 않지만, Lupe Fiasco의 앨범은 해석을 띄우고 가사를 찬찬히 읽으며 앨범에 집중했었다. Lupe Fiasco의 스토리텔링을 감상하는 것은 언어 체계의 변형을 거치며 의미가 약간 손실된다 하더라도 충분히 메시지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아주 약간의 내 수고를 아득히 상회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 앨범을 듣던 자정 즈음, 얕게 밝혀진 모니터의 가사를 보면서 캄캄한 어둠을 배경으로 Lupe Fiasco의 심상을 그려가던 그날 밤은 항상 내가 끝없이 상상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매번 나의 부족한 상상력에 부딛혀 그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아쉬움을 Lupe Fiasco의 상상력을 빌려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5. Kanye west - <Yeezus>

 

Cover art for Yeezus by Kanye West


  외국 힙합을 처음 접할 시점에 들은, 이 앨범에 대한 첫 감상은 정말 제멋대로인 앨범이라는 생각이었다. On Sight는 초장부터 기괴한 전자음으로 시작하고 Bound 2는 트랙의 구성이 뒤죽박죽 예측불가하게 바뀌는 등, 이전에 이런 앨범을 접한 적이 없기에 더더욱 불친절한 앨범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이 앨범을 통해 분명히 배운 점은 어떠한 앨범에서 '불친절함' 을 느끼는 것은 그 아티스트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했음을 나에게 시사하고, 아티스트의 의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을 일러주는 하나의 상징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이젠 어떤 앨범이 낯설더라도 나의 틀에 맞는지를 재는 것이 아니라 앨범 그 자체의 모습과 의도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데에 첫 발판이 되어준 앨범이다.

 

 

 

6. Young Thug - <JEFFERY>

 

Cover art for No, My Name Is Jeffery by Young Thug


  꼭 Young Thug이 아니라도 누군가의 신체, 외모, 능력 등등,, 부러운 순간이 있을 때, '나도 저런게 있었으면'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Young Thug과 같은 개성있는 여러 아티스트를 접한 후론 이런 생각을 굳이 가지지 않는다. 어차피 가질 일이 없기에 의미가 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만약 가질 수 있다 한들 원본의 아류작으로 남을 것인데 그닥 의미가 있나 싶다. 남과 다르기 위한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나 자신의 고유한 장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 앨범. 남다름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온전한 '나다움'에서 나오니까.

 

 

 

7. Danny Brown - <Atrocity Exhibition>

 

Cover art for Atrocity Exhibition by Danny Brown


  Danny Brown의 첫인상은 <SCARING THE HOES>에서였다. 이 당시에는 앨범의 사운드도 이해하기 매우 어려웠을 뿐더러, 둘 중에 누가 JPEGMAFIA인지 Danny Brown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뉴비였다. 그래서 <SCARING THE HOES>는 앨범에 대한 어떤 감상을 하기보다 나의 머리 속에 물음표만 가득 채우는 데 그쳤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 Atrocity Exhibition를 처음 들었을 땐, 단순히 Danny Brown이 누군지 확실히 인지함을 넘어서 Danny Brown의 톤은 어떤 누구라도 절대 헷갈릴 수 없을거란 확신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앨범명 그대로 잔혹하고, 익살스러운 랩과 스산한 비트의 조합은 질척거리는 지하 하수도에 있는 듯한, 어떤 앨범에서도 느끼지 못한 불쾌함이었으며 어느샌가 왠지 모르게 계속 끌리는 앨범의 주제였던 불결, 기괴함이 나의 취향 한 켠에 어느샌가 자리잡은 시점이 언제였나 싶었는데, 이때부터였구나. 이 앨범 이전에는 나에게 이런 앨범이 없었다. 

 

 


8. Denzel Curry - <Imperial>

 

Cover art for Imperial by Denzel Curry


  <Imperial>는 나에게 히어로 영화의 빌런이나 악당 캐릭터에 빙의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해주는 앨범이다. Denzel Curry의 모든 디스코그래피는 훌륭하고 나에게도 특별하지만, <Imperial>은 그 중에서도 초기의 앨범다운 날 것의 그 넘치는 에너지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폭력적인 광기가 좀 이질적이고 과한 듯 느껴지다가도 앨범을 듣는 동안 어느새 그 광기를 동경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면, 그저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전세계에 가감없이 표현할 수 있는 그 용기가 부러울 뿐.

 

 


9. Bladee - <COLD VISIONS>

 

Cover art for Cold Visions by Bladee


  Danny Brown과는 궤를 달리하는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는 아티스트. <COLD VISIONS>은 '개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곱씹어보게 해준다. '이렇게 랩을 해도 되는 거야?', '이걸 랩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물음을 가지게 하지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최소한 그런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는거다. 이게 Bladee가 표현하려는 방식이고 이 방식이 나에게 설득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Bladee보다 객관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아티스트는 많다고 생각하지만, Bladee만큼 독보적인 인상을 주는 아티스트는 나에게 흔치 않았고 그것으로 충분히 <COLD VISIONS>은 나에게 다른 앨범에는 없는 새로운 가치가 있다. 누군가에게 이 앨범은 쓰레기 같을수도 있겠지만.

 

 

 

 


인생2.png

 

 


마무리
앨범의 예술성을 기준으로 나열하기보다 '인생' 앨범이다보니 제 삶에 의미를 부여해준 앨범 위주로 고르게 되었어요.


거의 1년 동안 제가 앞만 바라보고, 새롭게 들어야 할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생각을 마침 가지고 있었습니다.


들었던 앨범임에도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앨범을 그저 지나가는 사람처럼 그냥 듣고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지나온 앨범들을 한번 돌아보아야 할 기회가 있었으면 했는데 이번 이벤트가 좋은 명분이 되어서 인상 깊었던 힙합 앨범들을 돌아볼 수 있었고, 덕분에 힙합에도 다시금 관심이 커졌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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