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4 / Southern Hip Hop / $uicideboy$
10/10
(본 리뷰는 w/HOM #12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현재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 수어사이드보이즈($uicideboy$)는 다른 래퍼들 사이에서 독특한 무언가를 자랑하였다. 정신적 고통과 약물 남용 등의 주제를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세상의 악마들과 맞서 싸우며 인터넷과 약물에 중독된 세대의 심리를 묘사하는 것이다. Crack Magazine의 말을 인용해 표현하자면, 2010년대 초반 SoundCloud의 원초적 혼란 속에서 등장한 수어사이드보이즈는 불쾌할 정도로 음산한 분위기의 Lil Ugly Mane과 자신의 내적 교통을 진솔히 드러내는 XXXTENTACION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 따뜻함이란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냉소적이고 우울하다. 이 차가운 두 남자는 화려함과 과잉을 동시에 머금은 빠른 래핑으로 자신들의 고통을 고백한다.
정규 3집 <Sing Me a Lullaby, My Sweet Temptation> 이후 2년의 세월이 흐르고 발매된 새 정규 단위 작업물 <New World Depression>는 이전 작품들의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본작에서도 수어사이드보이즈는 역시나 약물 중독, 우울증, 자살 충동을 비롯한 어두운 주제를 다룬다. 그러나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멤버 Ruby와 $crim이 몇 년 전 금주를 시작한 이래로 그룹의 사운드는 굉장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재즈 피아노와 현악기 등 보다 부드럽고 정교한 요소들이 가미되었고, 가사 역시 과거의 고통을 반추하는 내용들로 (여전히 짙은 어둠이 조금은 내지 되어 있을지언정) 구성되어 있다.
고독한 늑대에 자신들을 비유해 정신적인 혼란과 분노를 표현한 "Lone Wolf Hysteria"와 현대 사회에서 정신적 건강은 사치라고 말하는 "Mental Clarity Is a Luxury I Can't Afford"로 강렬함과 동시에 말 그대로 수어사이드보이즈다운 스타트를 끊은 뒤, 그룹은 본격적으로 자기반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회적 규범과 개인적 신념 사이의 갈등을 담은 "The Thin Grey Line", 자신의 고통을 가시에 비유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Thorns",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노래한 "Transgressions", 자기반성과 자기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All of My Problems Always Involve Me". 계속해서 약물, 우울, 자살을 노래하던 수어사이드보이즈는 본작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 명확하고 지성이 담긴 가사를 내뱉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의 첫 EP <KILL YOURSELF Part I: The $uicide Saga>를 시작으로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약 60장에 이르는 앨범들을 발매하며 쉼 없이 달려온 수어사이드보이즈는 자신들의 커리어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였다. 전작의 여정을 잇는 <New World Depression>은 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낸 결과물로 보인다. 더욱더 부드러워진 사운드, 재즈와 Southern 힙합의 영향, 또 마침내 희망을 찾기 시작한 가사말들까지. 수어사이드보이즈는 자신들의 어둠에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며 공존하는 방법을 드디어 알아차린 것만 같다. 본작은 흠잡을 구석이 딱히 존재하지 않는, 깔끔하고 정교한 작품이다. 당신이 이 사내들의 오랜 팬이건, 아니면 이들을 처음 접하였던 — 전혀 상관없다! 그저 마음 놓고, 이들의 질주에 몸을 맡겨라.
https://www.youtube.com/watch?v=xmyZHot0Lqc
이거 개좋았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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