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
Released On.. 2024.04.12
Reviewd On.. 2024.04.20
Genre... Trap, Alternative R&B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섰었다. 시리즈의 앞선 작품 <WE DON'T TRUST YOU>를 다 듣고 나서, 본작에 대해 처음 품었던 생각이었다. <WE DON'T TRUST YOU>는 그만큼 뛰어난 작품이었으며, 둘의 역량을 다시금 각인시켜주었던 앨범이었다. <WE STILL DON'T TRUST YOU>또한 전작과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가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은 놀라운 프로듀싱을, 퓨처(Future)는 깔끔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WE STILL DON'T TRUST YOU>는 전작과 상당히 결이 다른 작품이었으며, 퀄리티 또한 더욱 부족하다.
우선 이전 작품과 본작의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WE DON'T TRUST YOU>는 어떠한 앨범이었는가? 정말 간단히 말하자면, 많은 트랩 음악을 담고 있는 훌륭한 수작이었다. 그러나 <WE STILL DON'T TRUST YOU>는 전작의 뜨거운 트랩 넘버들이 아닌, 더욱 농밀한 R&B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다. 본작에서 훌륭한 트랩 트랙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2개의 디스크로 구성된 <WE STILL DON'T TRUST YOU>는 앨범 전체 분량의 고작 30% 정도를 차지하는 2번째 디스크가 더욱 기억에 남았다. Lil Baby, A$AP Rocky 등의 게스트를 초빙한 2번째 디스크는 1번째 디스크와는 달리 트랩, 즉 힙합의 요소를 적극 수용하고 있으며, <WE DON'T TRUST YOU>와 비슷한 감흥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1번째 디스크는 장점이 아닌 단점이 너무나도 크게 드러나며, 앨범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에—작품의 저평가에 있어 너무나도 큰 요소로 작용한다.
R&B는 정말이지 양날의 검과도 같은 장르이다. 그 어떤 장르보다 즐기기 쉬운 음악을 자랑하고 있으나, 앨범 단위로 듣자기에는 실망감만이 거듭하여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PARTYNEXTDOOR나 Chris Brown, 또는 Khalid 등 현재 R&B 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받는 주된 비판 중 하나는 앨범이 너무나도 지루하며, 특색이 부족하다는 것에 있다. R&B 요소를 적극 수용한 <WE STILL DON'T TRUST YOU>또한 그렇다. 단적으로 평해, 너무나도 지루하다. 술과 마약, 여자와 섹스, 가사의 주제 또한 매우 진부하며 곡 각각의 특색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Came to the Party"부터 "Gracious"까지의 구간을 확인해 보자. 본 구간은 앨범을 들으면서 가장 아쉽게 다가왔던 구간이었다. 유사한 트랙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앨범 속에서도 눈에 띄었던 부분이었는데, 둘의 독창성과 개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점도 있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어색하게 전개되었기에 아쉬움이 너무나도 크게 남았다.
그럼에도 분명 주목할 순간은 존재하였으니, 우선 앨범과 동명의 트랙인 "We Still Don't Trust You"가 바로 그것이다. 1980년대 신스팝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비트는 단연코 작품 내 최고의 비트이며, 피처링으로 힘을 보탠 The Weeknd의 보컬 퍼포먼스 또한 매우 빼어나다. 마찬가지로 그가 참여한 "All To Myself", "Always Be My Fault" 또한 굉장히 탄탄한 트랙이다. "Beat It"은 칩멍크 소울과 트랩을 결합시켜 앨범의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시켜주었다. 또한 예상치 못한 이름, J. Cole이 힘을 보탠 "Red Leather" 또한 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 느껴지는 순간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완급 조절을 보여주었다.
앞서 짤막하게 언급하였으나, 우리는 앨범의 2번째 디스크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농밀한 R&B 트랙들이 아닌 오직 트랩 넘버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6곡의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곡들의 퀄리티가 상당하다. "Nobody Knows My Struggle"에서 퓨처는 시리즈 내 최고의 래핑 중 하나를 선보였으며, "All My Life"에서도 Lil Baby와 함께 매우 깔끔한 퍼포먼스를 선보여주었다. "Crazy Clientele"는 메트로 부민 특유의 음산한 프로듀싱과 퓨처의 빼어난 래핑이 이루어낸 훌륭한 조화의 아주 적절한 예시이며, "Show of Hands"의 피처링으로 참여한 A$AP Rocky는 다시 한번 특유의 여유로움을 자랑해 내며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고야 만다.
근래 이렇게나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아티스트가 없다. 힙합씬 최고의 듀오 중 하나인 메트로 부민과 퓨처. 리스너로서 둘에게 항상 고맙다는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안타깝게도 아쉬운 감정 또한 지울 수 없다. <WE STILL DON'T TRUST YOU>는 앨범의 구성부터 시작하여 수록곡들의 퀄리티까지, 시리즈를 참으로 아쉬운 모양새로 남게 만든 작품이다. 빛났던 순간들의 존재 또한 무시할 수는 없으나, 너무나도 와닿지 못하였으며—그저 공허한 R&B 트랙의 연속이라는 감상만이 남고야 만 것이다. <WE STILL DON'T TRUST YOU>는 현재 힙합과 R&B 아티스트들을 괴롭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의 집약이다.
저도 처음엔 별로였는데 듣다보니 또 끌리는 맛이 있더군요
의외로 전 후반부보다 초반부의 가벼운 느낌이 더 좋았음
몇트랙 건질만함 그래도
앨범으로 들었을 땐 나도 별로 못느꼈는데 트랙 하나하나 들으면 또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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