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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villain - Madvillainy 20주년 리뷰

title: Kanye West (Korea LP)온암2024.03.23 19:25조회 수 1859추천수 22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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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gSJeHDlhYls

 

매들립(Madlib)이 훌륭한 힙합 프로듀서가 아니었던 시간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겨우 11세 때부터 샘플링을 시작해 가히 턴테이블의 마스터라 찬사할 만한 솜씨를 갖춘 그는 샘플의 원작자조차도 미처 떠올리지 못했을 용처를 새로이 부여하는 작법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가 데뷔하고 스톤 스로우 레이블의 주축이 된 이래로 <The Unseen>, <Shades of Blue>, <Champion Sound> 등 얼마나 많은 역작들을 남겼는가? 매들립의 천재적인 방법론과 그에 부응하는 작업물의 완성도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지각에 변동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언더그라운드를 변혁시키기 위해선 천재성 이상의 권력이 필요했다. 권력을 가진 것은 왕, 매들립은 그가 이전부터 협업하길 소망했던 지하의 폐위된 왕을 찾아나섰다.

"Not one but two - typical villain releases included... and a sequel... Both the villains were to meet in..." 엠에프 둠(MF DOOM)의 데뷔 앨범 <Operation: Doomsday> 발매가 물꼬였다. 고작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첫 음반이었던 만큼 상업적 성과는 미미했으나, 앨범의 독특한 작품성은 매들립으로 하여금 둠의 음악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매들립은 몇 년에 걸쳐 마침내 길거리를 전전하던 둠의 행방을 찾아냈고, 스톤 스로우의 지원 하에 2002년 <Madvillainy>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하나 재밌는 것은, 현재 힙합 역사상 최고봉이라 평가받는 본작의 가공할 완성도에 비해 둠과 매들립의 작업은 꽤 즉흥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제작 기간 2년 동안 두 아티스트가 대면한 시간은 매우 적었고, 그마저도 술과 환각제에 취한 채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을 뿐이다. 심지어 작업 기간 동안 매들립은 J Dilla와의 합작 <Champion Sound>를 발매했고, 둠은 <Take Me To Your Leader>와 <Vaudeville Villain>을 연이어 낸 후 <MM..FOOD>의 작업에 착수했다. <Madvillainy>는 두 아티스트의 주 관심사가 아니었다. 매들립은 브라질에 칩거하며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고, 둠 또한 테이프를 받아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을 뿐이다. 여느 사례가 그렇듯, 역작은 우연히 탄생하는 법이다.

인스트러멘탈 재즈 힙합 앨범이었던 <Shades Of Blue>부터 재즈 기반 사이키델릭 힙합의 지평을 연 <The Unseen>까지 한 뿌리에서 분기되는 매들립의 비트메이킹 스펙트럼은 그야말로 광활하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그 중 <Madvillainy>는 매들립의 커리어에서도 최고일 뿐 아니라, 이래귤러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가장 괴기하나 동시에 힙합의 원류에 가장 가까운 프로덕션. 프로듀싱에 비교우위를 가진 매들립에게 둠은 비트메이킹의 전권을 넘겼지만, 동시에 그의 고유적인 너드 감성까지도 전수했다. 본작은 주로 재즈와 소울 중심의 샘플에 근간을 두고 있으나, 인도, 브라질 음악과 애니메이션 영화의 OST와 대사, 비디오 게임 효과음까지도 샘플링한 매들립의 탐식안은 분명 둠의 그것과 동류에 속했다. 매들립은 둠의 작법을 한 층 진보시켜 그의 비트 스타일과 유사하면서도 이전에 본 적 없는 비트들을 탄생시켰다. "Experience"를 샘플링한 "Accordion"은 샘플 뮤직 역사상 아코디언을 샘플링한 최초의 사례이며, 브라질 음악 "América Latina"의 한 박자를 반복시켜 6/8박자를 4/4박자로 재구성한 "Raid"의 샘플 플립은 가히 천재적이다. 무엇보다, 모두가 <Ironside> 시리즈의 오프닝으로 기억하고 있었을 선율은 이제 음악 역사상 최악의 악당 매드빌런(Madvillain)의 테마로 기억된다.

수십 개의 샘플과 다이얼로그로 빈틈 없이 연결되는 46분 간의 힙합 악곡 위 둠은 마왕으로서 군림한다. 매들립이 그에게 최적화시켜 조성한 분위기에 둠의 톤은 안성맞춤이었다. 언더그라운드를 상징하는 듯한 음험한 저출력 음성부터, 둠은 기성 힙합의 가치에서 완전히 엇나간 반항아와 같았다. 골든 에라를 거쳐 완성된 라임 체계에 가볍게 날리는 천재의 냉소처럼, 그는 한 구석에서 백과사전에 버금가는 수량의 라임을 빚어내며 고도화된 패턴과 펀치라인을 치밀하게 설계했다. "Meat Grinder"와 "Figaro"에서 라임만으로 벌스를 구성하는 기행은 아직까지도 MC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로 남아있다. 또한 "Strange Ways"에서는 전쟁 비판 주제의 컨셔스 랩을, "Fancy Clown"에서는 네토라레 스토리텔링 랩이라는 독특한 접근법을 취함으로써 단순 다중 비유를 통한 자기과시 이상을 보여줬다. 특별 게스트로 등장하는 콰지모토(Quasimoto)와 빅터 본(Viktor Vaughn)의 존재는 화룡점정이다. "Accordion"의 첫 구절은 16년 후 그 자신의 죽음을 상징하는 라인이 되었고, "All Caps"에서 그가 모든 힙합 팬들을 향해 내린 정언 명령은 힙합의 가장 상징적인 표기법이 되었다. 시대를 수놓은 명반의 상징인 박수갈채 속에서 둠은 "Rhinestone Cowboy"의 역사적인 구절들을 수놓았다.

1990년대에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이 있다면 2000년대에는 <Madvillainy>가 있다는 말이 있다. 랩 음반으로서의 압도적인 완성도에 더불어 시류를 바꿀 만한 컬트적인 영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매들립의 프로덕션과 둠의 래핑은 각각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에 깊은 감명을 주었고, 앱스트랙 힙합과 익스페리멘탈 힙합이란 서브 장르가 부흥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꽤나 많은 공통분모를 차지하고 있는 두 장르 간 교집합의 정중앙엔 우리를 응시하는 악당의 얼굴이 선명하다. 또한 기존의 벌스-훅 구성을 극단적으로 제한 결과 <Madvillainy>의 방법론을 따라 다수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트랙이 벌스만으로 이뤄지게 됐으며,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악곡의 길이도 축소되었다. 2020년대에 와서야 대부분 2분대로 줄어들게 된 곡의 길이를, 매드빌런은 앨범 하나로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이미 그러하게 한 것이다.

거성이 드리운 그림자는 아직까지 짙기만 하다. 현대 힙합의 가장 중요한 이름들이 <Madvillainy>의 직간접적인 영향 하에 있다. 이미 연이 닿아 작업을 진행한 선배 격 인물 Ghostface Killah는 물론이고, 언더그라운드를 상징하는 지성인 Mos Def와 Talib Kweli는 <Madvillainy>의 위대함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Odd Future의 Tyler, The Creator와 Earl Sweatshirt는 둠의 열성적인 팬으로 유명해 그들의 랩과 음악에서 악당의 표식을 여실히 드러냈고, Pro Era의 Joey Bada$$와 Capital Steez 등은 초기 작업물에서 둠의 비트와 라임을 대출했다. Danny Brown 또한 본작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뿐더러, 현재 앱스트랙 힙합 씬에서 떠오르는 신성 MIKE는 그의 롤모델이 <Madvillainy>의 매들립과 둠이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꿀 빨린 언사뿐이 아닌, 음악이라는 실재적 증거물로서 나타난다. 심지어는 타 장르의 또 다른 거장인 Radiohead의 Tom Yorke조차 <Madvillainy>의 우수성을 극찬하며 "Raid"에 주목했을 정도이니, <Madvillainy>가 지닌 가치는 이미 장르의 벽까지도 초월한 지 오래이다. 그리고 그것은 <Madvillainy>가 샘플 기반 음악인 힙합으로서 그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음성 자료를 가면의 형태로 엮은 데에 까닭을 둔다.

 

9.9/10

최애곡: All Caps

-Meat Grinder

-Raid

 

And...??

 


 

힙합 역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간간히 거론되는 위대한 합작 앨범이 딱 20년 전 오늘 발매되었네요.

발매 당시에는 언더에서나 뜨문뜨문 소문을 타며 사랑을 받았던 앨범이 시간이 지나자 당시의 히트작들보다도 더 지대한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성'이란 허구의 개념이 가지는 위력만큼은 어쩌면 허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앨범 커버 너머, 둠이 우리를 응시하는 시선이 허구가 아닌 것처럼 말이죠.

 

새삼 매드빌러니와 동갑인 온암이 대단하게 느껴지네. 기습숭배

 

본 리뷰가 포함된, 4월에 공개될 w/HOM Vol. 9의 알찬 컨텐츠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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