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에 대한 사랑을 어디서부터 털어놔야 할지 모르겠다. Earl Sweatshirt의 Some Rap Songs 와 Westside Gunn의 HWH:Side b로 시작된 앱스트랙/드럼리스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은 MIKE와 Freddie Gibbs, Pink Siffu를 지나 Cities Aviv이라는 아티스트에게 도달하게 되었다. 내가 이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해보자면 너무 많지만 가장 설명하기 쉬운 말은 '나의 취향에 가장 가까운 앨범'이 아닐까 싶다. Lo-Fi한 프로덕션, 샘플링의 극한을 보여주는 사운드 자체가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들이다.
잠깐 넘어와서 'Lo-Fi한 프로덕션, 샘플링'이런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이것들이 도전적이고 자기를 담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내가 개성 없는 이모 랩, 팝 랩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거기서 기인한다.(물론 타일러나 빈스같은 대중적이면서 실험적 요소를 가져가는 아티스트들은 좋아한다.) 무릇 앱스트랙 래퍼들은 sLUms. 와 Aesop Rock, MF DOOM등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인더스트리얼 힙합을 한다고 하면 Dalek, Death Grips, Yeezus 등과 같은 것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MIKE만 봐도 Some Rap Songs 이전부터 그런 글리치한 드럼리스 사운드를 'May God Bless Your Hustle'이라는 앨범에서 설득력 있게 선보였고 Pink Siffu 역시 'Ensley'라는 앨범으로 자기만의 따뜻하고 네오 사이키델리아적인 사운드를 썸랩송 이전에 선보였다. Cities Aviv 역시 'Black Pleasure' 같은 기존의 사운드를 버리고 'GUM '과'Accompanied By a Blazing Solo' 과 같은 명작을 냈으니 내가 이 앨범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설명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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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피스의 빗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이 앨범의 장대한 시작을 알리는 (I Seen You) Shine을 지나, 댄서블한 리듬의 Over를 지나면 Ahmad Jamal Trio의 The Awakening 의 공허한 피아노를 샘플링해 아비브의 울적함을 표현해 주는 World Made of Marble이 나온다. 이 트랙에서 아비브는 대리석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운 세상을 누군가에게 주려 하지만 "Walk across the water" 라는 가사나 "Stressed out, you so stressed out by this world"이라는 가사를 미루어보아 '그'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난 듯하다. 이 트랙에서의 아비브는 랩보단 어떤 혼잣말을 하는 듯 휴지를 길게 가져가는데, 그의 감정이 잘 묻어나와 그의 감정이 나에게도 잘 전해졌다.
아카펠라를 샘플링한 다음 트랙인 Suddenly Evaporate에서의 아비브는 고통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Meet me on the street where We used to live. We used to grow. Damn, we used to eat there" 라는 가사와 World Made of Marble 의 "If i could be your world","Dissapointed by this world, Get disjointed by this world"이라는 가사는 마음 한구석을 아려오게 한다. Danny Bell 의 Call on Me를 샘플링한 다음 트랙인 Call Tower는 태양계라고까지 표현하며 5G가 실현된 광활한 세상속의 외로운 자신을 잘 표현해낸 곡이며 이 다음 트랙이자 유이한 인스트루멘탈 트랙인 Mobo는 Ola Onabule 의 You Don't Know 를 샘플링하여 그 여운을 길게 남겨간다.
다음 트랙인 Standing by The 260의 초반부에는 Kurtis Blow의 Do the Do의 드럼 브레이크를 샘플링한 전주 위로 The Sylvers(혹은 The 21st Century)의 Remember The Rain이 자유롭게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흥미를 돋군다. 마침내 Do to Do가 매우 느린 속도로 재생되며 사라질 때, 앞에 등장했던 Remember The Rain의 드럼리스 샘플이 곡 위로 내려앉을 때 선사했던 황홀한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굉장했다. 샘플의 보컬은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아비브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그려내주었고, 그 트랙 위에서 아비브는 비련한 사랑 얘기를 담담하게 쏟아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땅에 스며들듯, 그의 감정이 먹먹히 가슴속을 파고 든다.
다음 트랙인 Gestures는 Mastermind의 the essence를 샘플링해 9분이라는 긴 시간속에서 그는 루프되는 간소하고도 공허한 루프 속에 아비브는 "I apologize" 이라는 가사를 가끔씩 내뱉으며 곁을 떠난 누군가를 붙잡으려하는 간절한 모습을 보인다. World Made of Marble와 마찬가지로 휴지를 길게 가져가며 긴 여운을 남긴다.다음 트랙이자 유이한 인스트 트랙인 Tamika는 얼터너티브 R&B를 샘플링한 것으로 추정되는 샘플을 앰비언트적인 방향으로 풀어내어 그의 공허한 마음을 다시 한번 청각화시킨다.
마지막 곡이자 샘플링의 역사에 길이남을 명곡이라 생각하는 Power Approches는 Destiny Child 부터 Marvin Gaye 등을 비롯한 흑인 음악의 흔적들을 샘플링으로 가공하여 45분 동안 쏟아내는 샘플링 콜라주 곡이다.이 곡에서 아비브는 "I'm a room where, never seen man approching "이라며 자신의 외로운 인생을 비관하기도,"Did it for my mama in the heavens,Grandma shining in the heavens" 이라고 지나간 이를 추모하기도 한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Marvin Gaye의 Distant Lover 의 데모 버전을 샘플링한 파트인데 여기서 아비브는 하이피치된 마빈의 소울 보컬 위로 CD를 팔던 17살의 자신을 회고하며 또 다시 떠난 이를 추모하기도, "I'm On the Fringe, I'm on the fray."라며 자신의 상황을 비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마지막 가사인 "I'm in a ruin, never see man comin"은 자신의 상황을 저주라고까지 표현하며 그의 외로움을 잘 느껴지게하는 완벽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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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Track
- Standing by the 260
- Power Approches
- World made of Marble
Worst Track
-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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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너무 힘드네요 이거
오타 지적, 피드백 감사히 받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리뷰 블로그를 간소하게 해보고자 합니다.
조그마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굿
핑크 시푸와 아비브는 아직 안 들어봤지만, 도입부에 공감이 좀 되네요. 엄밀히 말해 저는 kued님과는 약간 다른 이유로 샘플링, 앱스트랙 힙합을 좋아하는 거지만, 그래도 자기를 담는 음악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게 됩니다. 아 아무튼 좋다고ㅋㅋㅋ
아직 안 들어본, 그치만 궁금한 앨범과 아티스트였는데 곡의 분위기나 사운드, 특징, 내용 같은 걸 잘 설명해주신 것 같아서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네요. 제 예상보다도 제가 더 좋아할 것만 같습니다...
제가 원래 이런 얘기 잘 안 하는데 너무 잘 쓰셔서 리뷰 글에 대한 아쉬움 딱 하나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앨범을 따라가며 리뷰하고 설명하고 해석?하는 파트 이후에 최종적인 감상과 마무리가 있는 결론도 넣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앞에서 잘 설명하시긴 했지만, 그걸 묶어서 이 앨범의 어떤 면을 내가 사랑하는지, 이 앨범의 어떤 점이 가치있는지 같은 걸 정리해주시면 읽는 입장에서도 아마 쓰는 입장에서도 훨씬 더 글의 핵심이 깔끔하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한동안 고생하시는 것 같았는데 정말 좋은 글을 써주신 것 같네요. Cities Aviv 이 양반, 들어보려고 담아두고 까먹어서 먼지 쌓이기 시작했는데, 올려주신 김에 서둘러서 들어봐야겠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사실 넣으려고는 했는데 왠지 글이 너무 길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생략했거든요. 다음에는 넣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리뷰가 길면 길수록 사랑하고 감사하고 열심히 읽고 관심을 가지고 음악도 들어보고 그렇습니다... 길게 써줘잉....
이미 너무 잘 쓰셨는데 더더더더더 잘 쓰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드린 말씀입니다. 아무쪼록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ㅎㅎ
감사합니다 다음은 또 아비브 하거나 데스 그립스 할 거 같네요 ㅋㅋㅋ
진짜 또라이같은 아티스트
울 아비브 미쳤거든요~~
좋은 앨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원래 리뷰 쓰기가 처음에는 어렵죠 ㅋㅋ 쓰고 쓰시다보면 언젠가 감이 잡히실 것 같아요
저도 한때 이 정도 쓰려면 하루를 다 썼어야 했는데, 이제는 2시간이면 다 써버리네요
다른 분들이 전혀 리뷰하지 않으실 것 같은 앨범을 중점적으로 리뷰하신다는 점에서 블루오션을 제대로 잡으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쓸 때의 초반부에 온암님 블로그에 레투다 리뷰 많이 참고했었습니다. 좋은 참고 자료로서 잘 써먹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새 즐겨 듣는 래퍼 중 한 명인데 괜히 반갑네요. 근래 앱스트랙 신에서 마이크, 마크 호미랑 같이 가장 주목할만한 음악 들려주는 친구 아닌가 싶네요. Power Approaches도 그렇고 1-2시간 짜리 앨범 막 내는 거 보면 뇌절이 장기 같은데 앨범 단위로는 그 맛이 잘 안 살아서 살짝 아쉽더라고요. 아직은 프로듀서보다 비트 메이커로서의 역량이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사실 선생님의 마이크 앨범리뷰에 기틀을 두고 있는지라 더욱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ㅎㅎ 뇌절이 잘못 터진 예로는 21년도 작하고 man plays the horn인 거 같네요 플레이 더 혼은 좋긴 한데 플레이 타임이 너무 뇌절하는 느낌이 있긴 하죠
한번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앨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잉
가사 없이 틀어놨는데 생각보다 잔잔해서 좋았네요 나중에 Gum 들을때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당
리뷰 감사드립니다
지금 보니까 도입 말고는 글 그지같이 못 썼네요 다음에는 분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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