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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주의] 대니 브라운의 4:44, 정규 6집 Quaranta의 감상에 도움을 줄 비하인드 스토리

title: Eminem (2)MarshallMathers2023.11.30 22:13조회 수 1040추천수 13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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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브라운은 현시대의 ODB라는 설명이 정말 잘 어울리는 래퍼이다.

3집 Old로 그를 처음 접했던 나는 거의 공기 중으로 날아다닐 것만 같은 수준의 하이톤,

때로는 선을 넘어버리는 가사 표현과 그에 걸맞는 정신없는 프로듀싱을 들으면서 꽤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기조는 이후의 Atrocity Exhibition와 uknowhatimsayin¿, 그리고 여기서도 창겁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은 제이펙마피아와의 합작앨범 Scaring the Hoes까지 쭉 이어져오며 그만의 색깔을 공고히 하는데 성공하였다.

그 동안 우리가 접한 대니의 음악은 위의 이미지와 같은, 그야말로 생또라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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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작은 커버에 있는 대니의 모습부터 사뭇 낯설게 느껴진다.

본인은 처음에 커버만 봤을 때는 이 또한 대니 특유의 유머 코드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들은 사람들은 알다시피 이번 앨범은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차분하고 담담하며 먹먹하다.

때문에 당장 올해 나왔던 창겁에서의 무드를 이어가길 바랬던 리스너들에게는 상당한 당혹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대니의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왜 대니는 갑작스럽게 이렇게나 상반되는 앨범을 낸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본작의 제목에서부터 시작한다.

'quaranta', 앨범의 1번 트랙에서 설명하듯 숫자 40을 뜻하는 이탈리아 단어이다.

필자는 처음에 대니가 벌써 마흔이야 하고 한번 구글링을 해봤으나, 2023년 현재의 대니는 마흔을 살짝 넘긴 42살이다.

 

그렇다면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몇년 전의 40살 대니는 무슨 일을 겪었는지 혹시 예상이 되는 바 있는가?

영어 단어 중에 quaranta와 비슷하게 생긴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quarantine(격리).

이 앨범의 시작은 바로 불혹의 대니가 겪었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시기 중 하나로 기억될 팬데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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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직전까지의 대니는 어느 랩스타들이 그러듯 1년 365일 약을 빨며 파티를 하는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투어 도중에 미국에서도 코로나 유행이 급증하기 시작하며 투어가 도중에 망해버렸고,

곧이어 악화된 미국 내 상황으로 인해 대니 또한 당시의 우리 모두가 그랬듯 집에만 박혀있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아마 이 글을 보는 이들 중 대부분이 당시의 생활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팬데믹 때의 생활이 별로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하물며 미국 전역을 투어돌며 신나는 파티를 맘껏 즐기던 생활에서 한순간에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야 했던 대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더군다나 그는 도중에 중단된 그 투어를 시작하기 직전에 오랜 기간 사귀어왔던 연인과도 결별했었다고 한다.

(1번 트랙 가사가 사실이라면 대니가 바람피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순간에 급변해버린 사회의 모습과 더불어 개인적인 악재까지 겹쳤던 불혹의 대니.

이 때의 경험이 바로 본작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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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본작이 팬데믹 시기 때의 대니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3번 트랙 Ain't My Concern에서 언급되는 이모의 죽음은 올해 돌아가신 분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팬데믹 시기에 생긴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기반으로 본작을 완성했다고 보는게 더 맞는 설명인 듯 하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나면 이번 앨범의 무드가 왜 그런지 어느 정도 이해될 것이다.

우선 전작들에 있었던 킬링 트랙인 Dip이나 Ain't It Funny 류의 정신 나간 느낌의 프로덕션을 본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꼽아보자면 Tantor 정도가 좀 튀는데, 이것도 전작들에 비하면 뭐 거의 클래식 수준의 잔잔함이다.

 

또한 전작들에 비해 필자가 소위 말하는 '로우톤 대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앨범이다.

사실 대니의 주무기야 특유의 쏘아붙이는 하이톤이지만,

그는 예전부터 성대를 갈아낀 듯한 로우톤으로 담담하게 랩하는 트랙도 간간이 선보여왔다.

이 로우톤은 원래 그의 평소 랩과 달리 진지하거나 사색적인 내용의 트랙을 녹음할 때 이따금씩 꺼내는 비장의 무기였는데,

본작에서는 어떻게 보면 이 로우톤이 메인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그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만큼 본작에서는 그냥 인간 대니로서 털어놓고 싶은 얘기가 많다라는 암시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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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글의 제목에다 본작을 대니 브라운의 4:44라고 감히 설명하였다.

단순히 어그로는 아니고, 들으면서 실제로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힙합의 왕좌를 굳건히 지키던 제이지가 모양 빠지는 추문의 주인공이 되고,

이후 전작들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자기고백적 성격의 4:44를 냈을 때 느꼈던 감상과 꽤나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 역시 창겁 때까지 이어온 또라이 대니의 모습을 너무 사랑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난 후 본작을 정주행해보면, 그러한 대니 역시 중간에 한번쯤은

감정을 게워낼 시간이 필요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며 다소 장문의 글을 적어보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은 꼭 가사 해석과 함께 정주행하는 것을 강력 추천드리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참고 링크-

 

힙합엘이 회원 앞날님의 Quaranta 전곡 해석

Danny Brown - Quaranta - 전곡 해석 - 힙합엘이 | HIPHOPLE.com

 

 

대니 브라운 가디언지 인터뷰

‘I was really hard to work with’: rapper Danny Brown on reaching rock bottom – then beating addiction | Music | The Guardian

 

 

대니 브라운 NME 인터뷰

Danny Brown: "When I was making this album, I didn’t think I’d be alive to see it" (nme.com)

 

신고
댓글 11
  • 11.30 22:20

    이 글 보니까 더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이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 11.30 22:21

    저도 리뷰 쓰는 중에 찾아본 내용이네요...

    단순 연인이었는지 약혼이었는지 정확히 나와있는 부분이 없어서 헷갈려요

  • title: Eminem (2)MarshallMathers글쓴이
    11.30 22:42
    @온암

    근데 찾아보니까 올해 결혼했더라고요....? 용서해준듯 ㅋㅋㅋㅋ

  • 11.30 22:22

    Quarantine가 연결된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깊네요. 아직 가사를 못 봤는데, 이 글도 함께 참고하며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1.30 22:23

    발매날 바로 정주행했을 때도 이거 주제가 좀 딥해보인다 싶었는데 가사 해석을 함께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주제도 전과 달라졌는데 대니의 랩 스타일 역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보인 게 인상적인 앨범이었슴다. 역시 몇 번 더 들어봐야겠네요

  • 11.30 22:27

    정말 감사드립니다…공감 가는 감상이 많네요!

     

     

  • title: Eminem (2)MarshallMathers글쓴이
    11.30 22:43
    @앞날

    님 덕분입니다...!! bb

  • 12.1 09:07

    대니 글은 개추양...ㅠㅠ

  • 12.1 13:23

    노홍철이 떠오르는 아티스트

  • 12.1 15:28
  • 12.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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