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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 [Room 25] 리뷰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3.08.11 02:31조회 수 642추천수 7댓글 1


그녀의 랩 네임이 'Noname'인 이유는 단순히 이름이 없다는 이유가 아닌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기에.

2018년 여러 평단으로부터 종합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힙합 앨범이 무엇일까. 세간에 주목을 받던 Kanye West의 와이오밍 프로젝트 앨범들도 아니며, 비트 스위칭의 아름다움을 재현한 Travis Scott의 [ASTROWORLD]도 아니며, 몇 년간의 고뇌를 그린 Earl Sweatshirt의 [Some Rap Songs]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대 메인스트림을 달리던 아티스트가 아니라 시카고의 한 여성 시인이자 래퍼 Noname의 정규 데뷔 앨범 [Room 25]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종종 내가 그녀의 랩 가사를 보고 있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나 납득이 가더라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구절들이 많다. 그녀가 본래 시인이었기에 은유적이거나 추상적인 가사를 많이 써 헷갈리는 부분이 다수 존재하여 그런 간극이 생긴다고 추측해본다. 그런 배경에도 앨범 주제가 뚜렷하게 나에게 다가온 이유는 파편화된 그녀의 이야기가 지극히 그녀만의 것이며, 우리에게 해설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그녀의 감정을 표출하였고, [Room 25]는 전작 [Telefone]보다 더욱 깊고도 진한 개인적인 색채를 띄었음에도 리스너들에게는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준 것만 같은 까닭이 있어서가 아닐까.

 

앨범에 앞서 공간(空間)이란 한자를 살펴보면,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만약 공간이 우리가 알고 기억할 수 있는 특정한 장소가 되려면 빈 곳에 무언가를 채워야 하며 그 매개체는 다양하다. 단순한 물건부터 시작해서 특별한 사건들까지, 혹은 실체가 없는 추억이나 회상을 매개체로 누군가에게는 공간이었던 것이 인상 깊은 장소가 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Room 25]의 방 (Room)은 그녀의 데뷔 믹스테이프 [Telefone]부터 25살이 되는 2년간의 일화가 고스란히 앨범에 담겼음을 알아야 한다. 믹테를 낸 뒤, 고향 시카고에서 떠나 LA에 도착하여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 곳에서 보낸 시간은 'Noname'에게 아마도 충분한 지양분이 되어, 결국 수준 높은 앨범 완성을 이루었기에 현재까지도 훌륭한 재즈 힙합 앨범 중에서도 명반 반열에 오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때마침 앨범 커버도 그녀의 일상생활들을 모아 한 곳에 표현한 그림임을 염두에 둔다면, 이 앨범이 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욱 분명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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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eaven before the heathen no reason for you to like me

Noname - Self 中

 

[Room 25]는 시작부터 흥미로운데, 첫 트랙 'Self'가 청자에게 상당히 도발적이기 때문이다. 마치 리스너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시작하여 이야기가 당신들에게 어떻게 들릴 것인지, 본인의 사고와 모습을 비추어 어떤 식으로 나아갈 것인지 비유적 표현들로 나타난다. 결국 마주한 'Noname'의 본모습, 남들에게 쉽게 말하기 어려운 내면의 생각들이 어떻게 보일지는 전적으로 리스너에게 달려있다. 어쩌면 여기서의 Self는 Let me introudce my'self'의 훌륭한 예시가 될 지도 모르겠다.

'Noname'이 이렇게 솔직해야 할 이유는 펑키한 비트 위에 랩을 얹은 'Blaxploitation' ,'Prayer Song' 속에 담겨 있다. 그녀가 속한 오래전부터 편견과 동반된 불안을 품은 흑인 사회를 꼬집으며, 백인들에게 착취당했던 역사를 상당히 재치 있는 가사들로 표현한다. 그렇지만 흑인으로서의 자존심과 그녀의 확고한 사고 판단은 여전히 유지되는데, 중간중간 등장하는 영화 돌마이트의 대사와 재치있는 랩들을 보자면 그 편견들을 정면돌파하려는 자세가 두드러진다.

이 앨범에서 'Noname'의 내면 아주 깊은 곳의 솔직함을 말해주는 트랙은 아마 'Window'가 아닐까 싶다. 25살, 시카고를 벗어나 LA로 건너가 처음으로 마주했던 사랑과의 첫 관계를 풀어내면서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놓기 힘든 이야기를 트랙 속에서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후회와 성장이 함께 돋보이는 가사들, Phoelix의 훅 보컬, 피아노 편곡까지, 모든 것이 합쳐져 끝내 마지막에 가서는 스트링 섹션이 마무리된다. 그래서일까, 그녀 창문을 내다보며 성장을 다짐하는 순간이 나에겐 창밖의 따사운 햇살을 마주하는 듯 이상하리만큼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람이 성장하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소중한 사람을 떠날 때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대학에 들어가 고등학생 때의 친구와는 결별하며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할 순간, 사회에 들어가 어느덧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야 할 순간 등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별의 순간을 겪기 마련인 것처럼. 환경이 변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변의 것들이 변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이별을 알면서도 주변인들에게 본인을 잊지 말기를 원하는(Don’t Forget About Me) 회한을 떨쳐 내기 힘들어 보인다. 돈이 없어도, 술을 퍼마시면서, 위로가 되는 ‘D'Angelo’의 노래를 들으며, 사랑을 읊조리면서.

I'm just writing my darkest secrets like wait and just hear me out

Noname - Ace 中

사랑이란 그녀에게 어떤 것일까. 그녀의 가사를 감상하고 있으면 사랑은 무언가를 강하게 지향했던 것을 실행할 원동력(Regal)로도 느껴지며, 이상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좋아하는 연인과 책을 읽고, 춤을 추고, 담배도 나누어 피며 호화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그녀에겐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평소 본인이 좋아하는 디안젤로에게서 네오소울을 찾듯이, 네오소울의 향기가 버젓이 나는 'Montego Bae'가 바로 그런 이상향의 장소일까. 그 노래를 듣다 보면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도 그녀의 언어를 거쳐 그 일상을 따뜻하고 섬세한 감촉으로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Ace'는 이 앨범 중에서도 몇 안되는 랩 피쳐링이 들어간 트랙이다. 시카고의 오랜 동료 Saba와 Smino의 캐치한 알앤비 훅과 라임을 재밌게 짠 벌스도 좋으나, 'Noname' 본인의 [Room 25]에 대한 자신감과 피쳐링을 포함한 고향 동료들에게 말을 거는 듯한 랩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친구들끼리 랩을 하더라도 각자가 돋보이려는 것이 아닌, 비트 위에 조화로움을 추구한 내용이 고향 친구들의 자유로움을 더욱 극대화한 장면이지 싶다.

fblive-noname-videoSixteenByNineJumbo1600.jpg

 

내 생각에 [Room 25]의 정수는 앨범 후반부의 트랙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Part of Me'에서 'With You' 그리고 마지막 'No Name'까지, 문장 하나도 허투로 쓰지 않는 그녀에게 제목과 앨범 트랙 구성에도 신경 씀은 당연할 것이다. 되고 싶은 본인이 되려면 일부분에 집중해야한다는 'Part of Me'에서는 그토록 애정하는 시카고를 떠나 LA로 향해야 했던 심경이, 외롭지만 자신을 드러내놓는 작업에 대한 심경이 'With You'에서 드러난다. 결국 앨범에서는 나(Me)만이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당신들(You)이 있어서 외로움에도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솔한 랩와 잔잔한 드럼 소리가 아련하게 귓가에 울린다.

 

Shared my life on Telefone, room 25 and 306, and 809 became my home

Noname - With You 中

 

그런 점에서 마지막 트랙 'No Name' 은 여태껏 모든 트랙을 요약하며 이 앨범이 완성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어째서 그녀의 이름이 Noname인지에 대한 것부터, 2년간의 여정의 마무리와 이름을 버림을 죽음에 비유하는 것까지, 수많은 사건들과 옥죄던 아픔은 이름이라는 책임감을 떠나는 과정을 그녀는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우리가 들은 [Room 25]는 25살의 나이에 무거웠던 장소를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며, 본인이 되는 길을 여는 새로운 출발점일지도 모르겠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방이란 공간은 무언가를 채워서 기억하는 것이라 말했듯이, 이름을 비운 것은 그녀 나름대로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것을 채우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보며.


'Noname'의 가장 큰 장기는 일상적인 것을 그녀만의 어투로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특히 믹스테잎 [Telefone]부터 [Room 25]까지 그녀의 단어는 허투로 쓰이는 것이 잘 없다. 훌륭한 가사는 훌륭한 랩을 만듦다는 좋은 예가 'Noname'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가사는 난해한 면이 있으면서도 무언가에 홀린듯 계속 찾아 듣게되며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수많은 비유와 은유에도 결국은 가장 솔직한 감정이 전해지기에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재즈 랩이라고 말하기엔 그녀의 문체는 조금 더 복잡하고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면 [Room 25]는 조금 더 재밌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Common'이나 'Guru'의 재즈 랩과는 다르고, 'D'Angelo'의 네오 소울과는 또 다르며, 알앤비와 랩을 결합 'Lauryn hill'과는 다른 멋이 있다. 분명 그들에게 영향을 받았음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하나, 그녀의 단어들이 전해질 때의 감정은 그들의 것을 처음 들었을 때와 조금 달랐다. 일상적이지만 그리운 향수가 자극되는 느낌이랄까. 분명 그녀가 영향을 받은 작품들도 훌륭한 명작들이나, [Room 25]는 과거 당시의 세련됨과 거리가 살짝 먼, 수수하지만 섬세한 멋이 담기지 않았나 싶다.

그런 빈티지한 질감이 나는 이유는 전작과 이번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협력자 'Phoelix'의 큰 역량이 발휘되었음도 분명한 것 같다. 그가 다루는 재즈 샘플과 네오 소울적 향취는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정도로 대단한 순간이 많았다. 'Blaxploitation' 같은 트랙에서는 펑키한 리듬을 가져간다면, Window와 같은 곡에서는 힙합 하면 떠오르는 폭력적인 드럼 소리가 아닌 재즈에서 생각나는 경쾌한 드럼 소리와 스트링 섹션이 함께한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공간감까지. 마치 Noname의 가사가 어떻게 들릴 것인지 예상하는듯한 재즈 편곡이 신비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깔끔한 베이스와 기타 라인들, 종종 등장하는 스트링 섹션과 코러스 보컬 등, 나는 감히 'Phoelix'가 이 앨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앨범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것에 칭찬해주고 싶다. 물론 'Noname'의 훌륭한 가사와 랩도 훌륭하지만 만약 그가 직접 수놓은 듯 짜놓은 재즈 사운드가 없었다면 이 앨범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었을까란 생각도 들 정도로. 피쳐링진도 훌륭하다. Smino, Adam Ness, Ravyn Lenae의 보컬과 훅, Saba와 Turner의 벌스까지 훌륭하게 앨범이 지겹지 않도록 자기 자리를 잡고 있다. 마치 단순하게 객원으로 참여한 것이 아닌, 친구로써 Noname을 위해 참여한 것으로 느껴진다.

[Room 25]는 종합적으로 래퍼 'Noname'의 자화상과 같은 작품이다. 35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녀는 모든 것을 오픈했을 뿐이고, 우리는 그것을 느긋하게 감상할 뿐이다. 그녀도 사람이기에 다치기도 하고 안정을 느끼기도, 심지어는 인정을 바라기도 한다. 다양한 그녀의 조각들을 파편화시켜 앨범에 흩뿌려 놓았지만 그녀가 선택한 단어와 비트들이 마치 얽히고 섥혀 그녀를 형상화하기에 점점 앨범에 빠져들었고 그 방법은 적어도 나에겐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재즈의 곡선과 랩의 곡선이 일치하여 하모니를 자극한 결과이며, 그 곡선은 마지막 트랙 'No Name'을 감상하고 나서의 마무리까지 일치하여, 묵직한 한 방을 내치니 그저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던 순간이 감격스러웠다. 어쩌면 그녀는 익명으로 남고 싶었지만 너무나 인간적이기에, 내가 [Room 25]를 처음 들었을 때, 같은 인간인 나에게는 25호실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소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보냈던 장소가 어떤 누군가의 공간을 채워준다는 점이, 끝끝내 아련하게 느껴진다.


​https://youtu.be/HWWC9ct09Qo

 


[Sundial] 발매 기념....ㅇㅅㅇ

애플뮤직엔 벌써 나왔던데, 내일 퇴근하고 열심히 들어야 겠...

제가 외힙 엄청 팠을 때 정말 많이 들었던 앨범인데 이제야 리뷰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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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1 8.11 02:45

    너무너무 사랑하는 앨범

    글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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