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Marshall Mathers LP - Eminem
플레이타임 1시간 12분 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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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Service Announcement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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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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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 (Feat. D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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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S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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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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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Berman (S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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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y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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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al Slim Sh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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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Me? (Feat. Sticky Fingaz & RB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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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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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hall Ma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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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 Kaniff (S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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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 Ball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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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tyville (Feat. Biz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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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ch Please II (Feat. Dr. Dre, Snoop Dogg, Xzibit & Nate Do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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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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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Influence (Feat. D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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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inal
배경 이야기
딸을 먹여살리기 위해 마이크를 잡으며 지폐 몇 장과 라임으로 가득 찬 라인을 등가 교환하던 언더그라운드의 한 백인 래퍼는 고작 앨범 한 장으로 지금까지 그 어떤 래퍼도 얻지 못했던 엄청난 반응을 얻게 되었다. 그의 메이저 데뷔 앨범 <The Slim Shady LP>는 나스, 더 루츠, 미시 엘리엇, 버스타 라임즈와 같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2000년 그래미 최고의 랩 앨범 부문에서 수상한 만큼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더할 나위 없이 성공한 앨범이었지만, 동시에 그 소재와 표현 면에서 에미넴이 이전의 그 어떤 랩 아티스트와도 비할 수 없는 극심한 지탄을 받게 만들었다. 언론은 그에게 다른 래퍼들에게 하는 것보다도 훨씬 강도 높은 비판의 칼날을 겨누었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폭력적인 언행에 대한 책임을 에미넴과 그의 음악에 돌렸다.
팬들 또한 그 악영향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앨범 속 슬림 셰이디의 모습에 과하게 감화된 일부 과격파 팬들은 그와 자신들을 동일시하며 에미넴에게 과다한 관심을 보이고 그가 가사에서 묘사한 범죄를 모방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특히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주동한 가해자들의 방에서 에미넴의 앨범 CD가 발견되었다는 정황만으로 에미넴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을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게 되었다. 실제로 그가 범죄에 관여한 것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아내인 킴과는 가까스로 재결합에 성공했지만 킴의 연이은 외도로 인해 다시 헤어지며 딸의 양육권 분쟁을 이어가는 상태였다.
성공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고 했나, 성공은 에미넴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고 다시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슬림 셰이디라는 가면을 쓴 채 대중들 앞에 모습을 보인 행위에는 득이 많은 만큼이나 실 또한 지대했고, 그 간극을 채우고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에미넴은 조금 더 원초적인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설 것을 결심한다. 이것이 바로 이번에만큼은 에미넴이 그 본연의 모습인 '인간 마샬 매더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 앨범의 제목이 <The Marshall Mathers LP>인 이유이다. 에미넴은 앨범 제작에 전보다 더욱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본인의 음악성을 키워갔다.
음악 스타일
어느 시대를 통틀어서도 위대한 데뷔 앨범(혹은 그에 준하는 초기작)을 낸 래퍼들은 항상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를 받았다. 1993년 <Doggystyle>을 낸 스눕 독이 그러했고, 1994년 <Illmatic>을 낸 나스가 그러했다. 그러나 닥터 드레는 <The Chronic> 이후 <2001>을 탄생시켰고,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Ironman> 이후 <Supreme Clientele>을 탄생시켰다. 후대에 가서는 칸예 웨스트가 <The College Dropout>을 초월하는 <Late Registration>을 만들었고, 켄드릭 라마가 <good kid, m.A.A.d city>를 초월하는 <To Pimp A Butterfly>를 만들었다. <The Slim Shady LP>를 만든 에미넴 또한 마찬가지로 <The Marshall Mathers LP>를 성공시켰다.
닥터 드레, 에미넴, 베이스 브라더스, 그리고 멜 맨. 고작 한 명의 메인 프로듀서가 더 참여했을 뿐인데 총체적인 음악적 완성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전작의 강점이었던 경쾌한 미니멀리즘에 초점을 맞추며 샘플링의 비중을 줄이고 대부분 순수 작곡, 비트 메이킹으로 전환된 앨범의 방법론은 대중적인 방향과 비평적인 방향에서 상당하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미니멀리즘 힙합 프로덕션의 정점을 찍었다는 극찬을 받은 <2001>의 아성을 이어 최고조에 달한 닥터 드레의 제작 솜씨는 'The Slim Shady LP', 'Bitch Please II' 등 다수 걸출한 곡에서 어김 없이 증명되고 있다. 간소화된 리듬과 멜로디는 리프에 맞춰 작동하고 필연적으로 강한 응집력을 가지며 에미넴의 음악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중독성이 가감 없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샘플링을 이용한 트랙이 앨범 내에서 소외되지도 않는다. 다이도의 'Thank You'를 샘플링한 'Stan'은 오히려 앨범 내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되며 현재까지도 에미넴 불후의 명곡으로 남아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이라면, 닥터 드레의 손길을 비교적 많이 탄 <The Slim Shady LP>에 비해 <The Marshall Mathers LP>는 프로듀서 에미넴의 손길이 좀 더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The Way I Am'을 들 수 있는데, 긴장감이 흐르는 피아노 리프가 특징인 이 곡은 에미넴이 홀로 키보드를 이용해 프로듀싱한 곡이다.
단순히 랩만 뛰어났다면 이 앨범이 첫 주에 178만 장 판매, 빌보드 앨범 차트에 1위로 데뷔해 6주 동안 1위 석권, 전 세계 3000만 장 판매 이상으로 1000만 장 이상 판매된 몇 안되는 힙합 앨범이자 힙합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앨범이라는 기록을 결코 세울 수 없었을 것이다. <The Marshall Mathers LP>가 수많은 걸작들과 함께 힙합 역사에 필수적인 명반으로 기억되는 것은 에미넴이 가진 특출난 랩 실력과 압도적 상업적 성과, 영향력의 공이 지대했지만, 적어도 앨범의 프로덕션이 그를 지탱하기에 정당한 음악적 평가를 받으며 취향을 불문하고 현재까지 그 어떤 힙합 팬도 그 아성을 부정할 수 없는 대작으로 남아있으리라.
앨범 리뷰
https://youtu.be/D1I1x2pYMK0
'Public Service Announcement 2000'은 전작보다 훨씬 골 때리는 인트로이다. 슬림 셰이디의 약영향에 대해 우려하며 어느 정도 주의를 주었던 <The Slim Shady LP>의 'Public Service Announcement'와는 달리 본 트랙은 '이제 아무 것도 신경 안 쓰고 다 좆이나 까라'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Kill You'는 이 앨범이 전작보다 수위로는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첫 트랙이다. 자크 루지에의 'Pulsion'을 샘플링하고 닥터 드레의 절묘한 스트링과 베이스가 돋보이는 중독적인 비트 위 에미넴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랩을 한다. 당연하게도 자신의 어머니를 포함해, 짜증나는 여성들 외 헤이터들까지 모조리 싸잡아 그들을 향해 무척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죽여버리겠다는 선언을 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차있었다. 도저히 멈출 줄 모르는 호흡으로 높은 빈도의 라임을 마구 뱉어내는 에미넴의 경이로운 능력은 바로 전 앨범과 비교해서도 무척이나 발전한 것이었다. 울분과 혐오에 찬 랩으로 여성 비하를 일삼는 벌스의 끝에는 "그저 장난이다"라며 재치 있는 마무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https://youtu.be/HIqQ0PfuPo8
그러나 'Stan'만큼이나 아티스트 에미넴의 진가를 잘 보여주는 명곡은 없을 것이다. 연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다이도의 'Thank You'를 샘플링해 고작 빗소리와 간단한 드럼 라인을 삽입하는 것만으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꿔버리는 환상적인 프로덕션은 서정적인 힙합 역사에 영구히 기록될 만하다. 원곡 코러스부의 가사를 중의적으로 사용해 '스타 래퍼 에미넴에게 집착을 보이는 팬의 사랑'으로 바꾸는 구성 또한 극찬받아 마땅하다. 에미넴은 그의 팬 '스탠'의 입장으로 편지를 쓰며 그에 관련된 일화와 팬심을 토로하며 이야기를 전하는 에미넴의 스토리텔링은 대중음악 작사의 한 기법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이 훌륭하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기에 마치 청자 자신이 '스탠'이 된 것처럼 이야기를 따라가는 극한의 집중도는 물론이요, 전(轉) 부분의 극적인 열연과 결(結) 부분의 반전은 마치 하나의 영화를 보는 것마냥 선명한 충격을 선사한다. 몇 개의 트랙을 제외하면 이 곡의 생생한 표현, 극적인 반전, 서사적 완성도에 비할 만한 스토리텔링 곡은 존재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이나 'Stan'은 힙합 전체 역사에서 전설적인 곡으로 기억된다. 이 스탠의 이야기를 빌려 팬들에게 전달한 메시지 또한 충분히 주목할 만 하다. 자신의 음악이 자칫 팬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본인 또한 인식하고 있으며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 팬들에 대한 염려를 보냄과 동시에 자신의 음악이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폭력적인 언행의 근본적 원인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https://youtu.be/82lB-gI-uuQ
다시 돌아온 폴의 스킷 'Paul (Skit)'에서 폴은 앨범의 수위에 대해 이제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The Marshall Mathers LP>가 <The Slim Shady LP>보다도 훨씬 강력한 작품으로 대놓고 의도되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Who Knew'의 훅은 에미넴의 훅 메이킹 능력이 모든 래퍼를 통틀어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해있다는 증거와도 다름없다. 깔끔하게 박자를 타며 자신의 현재 모습을 그 누구도 예상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을 조롱하는 에미넴의 랩은 통통 튀는 베이스와 맞물려 자신의 악한 영향을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Steve Berman (Skit)'은 인터스코프 마케팅 팀장 스티브 버맨이 에미넴의 앨범이 너무 민감한 소재를 담고 있다며 음악 시장에 내놓기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하는 스킷이다.
그리고 'The Way I Am'은 그에 답한다. 오싹한 피아노 리프 위 올려지는 격노한 에미넴의 랩은 그야말로 순수한 분노의 결정체라 평할 만하다. 곡 전체에서 오직 한 가지의 플로우만을 사용하는 에미넴은 강하게 목을 긁는 발성을 사용하며 그의 라이밍 솜씨를 여과 없이 뽐낸다. 발음을 굴리며 라임이 되지 않는 단어조차 라임이 되게 만들게 해 벌스 전체를 동일한 라임 패턴으로 빽빽하게 채우며 곡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하는 에미넴의 실력은 이미 그가 랩 씬에서 단연코 최고의 랩 실력을 가졌음을 천명하는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에릭 비 앤 라킴의 'As the Rhyme Goes On' 중 'If I wasn't, then why would I say I am' 구절을 따온 훅으로 '나는 그저 나일 뿐'이라는 테마를 설정하며 그를 비난하는 언론과 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팬들에게 확실한 반박을 가하는 에미넴의 래핑은 그 어떤 논리적인 설득보다도 지대한 효과를 지녔다.
https://youtu.be/r5MR7_INQwg
대표적인 코미디 힙합 싱글인 'The Real Slim Shady'는 현재까지도 이 앨범의 대표곡이자 에미넴의 최고 명곡으로 남아있다. 'My Name Is'의 아성을 이어갈 대표 싱글을 만들기 위해 드레와 에미넴이 급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공할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곡은 닥터 드레의 경쾌한 비트 위에 슬림 셰이디를 재소환한 에미넴이 미친 것 같은 라임과 라인을 쏟아내는 구성을 하고 있다. 힙합 역사를 통틀어서도 그야말로 최고라 평할 만한 중독적인 훅을 포함해서, 윌 스미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그 외 틴 팝 아이돌 그룹, 비평가, 가십거리를 내뱉는 사람들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모조리 싸잡아 모욕스러운 언사와 디스를 내뱉는 에미넴의 퍼포먼스는 그 경이로운 수준의 라이밍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이다. 동시에 우리 안에 모두 '슬림 셰이디' 하나씩을 갖추고 있다며 누구나 숨기고 싶을 법한 내면의 악을 부정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인정하라는 에미넴의 의식적 사고가 돋보이기도 한다.
하드코어 랩 트랙 'Remember Me?'는 그 장르 내에서 최고의 래핑을 선사할 수 있는 인사들만 초청한 곡이다. 닥터 드레 사단의 유명한 래퍼 RBX, 랩 그룹 오닉스의 스팅키 핑가즈, 그리고 에미넴. 이 세 명은 폭력적인 라임으로 스산한 비트 위를 가득 채우며 귀가 찢어질 것 같이 실컷 절규한다. 특히 스팅키 핑가즈는 그야말로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의 경악스러운 라이밍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곡을 완전히 강탈해버리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친다. 여담으로 에미넴은 이 곡의 벌스에서 "내가 욕이 없으면 가사를 쓰지 못한다는 평론가들을 위해 6분 간 'fuckin''이란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 하는데, 정말 추후 6분 동안 그는 이 단어를 쓰지 않는다.
https://youtu.be/UimodeZfA9o
이전 곡의 마지막 절규, "Remember me??!!"에서 바로 이어지는 "That's why they call me Slim Shady", 'I'm Back'이다. 같은 구절을 반복하는 중독적인 리듬의 훅을 지닌 이 노래는 당시 절정에 달한 에미넴의 랩 스킬을 제대로 보여주는 곡이다. 라임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그 어떤 특별한 퍼포먼스를 펼치지 않음에도 벌스 전체에서 극히 탄력 있고 매끄러운 플로우를 전개하는 그의 가사는 우상화된 그 자신에 대해 다루며 슬림 셰이디적인 화법으로 상대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특히 3절의 가사는 굉장히 높은 수위를 자랑하는데, 엔싱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제니퍼 로페즈 등 유명 가수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디스하고 그 악먕 높은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직접 언급하거나, 친모와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등 셰이디가 지닌 광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Marshall Mathers'의 멜로디는 다른 곡들과는 달리 훨씬 진중하고 처연하다. 암울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비트 위 아무도 몰라주고 관심 없어하던 언더그라운드 래퍼 먀살 매더스에서 수백 만 장의 앨범을 파는 슈퍼스타 래퍼 에미넴이 된 그의 입장에서 그 지겨운 간극을 표현하는 이 곡에서만큼은 에미넴의 수위 높은 표현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만 한다. 정신 착란적인 반응으로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싱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바닐라 아이스 등에게 독설을 날리는 반면, 그가 성공한 이후 그가 변절했다며 공격하는 리스너들, 가사의 내용에 대해 고소하는 어머니, 전에는 알지도 못했는데 친척이라며 접근하는 인간들 등 적대적인 주변인들 가운데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 인간 먀살 매더스의 모습은 공감을 자극한다.
'Ken Kaniff (Skit)'은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스킷일 것이다. 전작에 출연했던 게이 래퍼 켄 카니프에게 구강성교를 해주는 역겨운 행위는 생생하게 청자의 고막을 타고 들어온다.
블랙버즈의 'Dreaming About You'를 샘플링한 'Drug Ballad'는 <The Slim Shady LP>의 수록곡 'Cum on Everybody'의 후속곡이라 칭할 수 있다. 약물 중독 수준의 파티에 다루는 펑키한 댄스 힙합 트랙에서 또 다시 디나 래이의 보컬이 힘을 보탰으며, 에미넴은 더욱 향상된 랩 실력으로 저급한 약물 파티 내용조차도 가공할 수준의 문장으로 뒤바꿔버린다. 특히 곡의 첫 번째 벌스는 비트에 맞춰 통통 튀면서도 에미넴만의 엄청난 라임 패턴이 사용되어 시간이 지난 지금 에미넴의 최고 벌스 중 하나로 꼽히는 경우가 많으며, 그동안 굉장히 저평가되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https://youtu.be/tEMA8GL-ArI
디트로이트 슬럼가에 대한 신랄한 은유인 'Amityville'은 파워 오브 제우스의 'The Socerer of Isis (The Ritual of the Mole)'의 스네어 드럼을 샘플링하며 묵직한 드럼 라인이 특징이다. 에미넴과 비자르의 불쾌한 하드코어 랩(비자르의 벌스는 여느 때나 그렇듯이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이다.)으로 시작한 곡은 세 번째 벌스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비로소 'Amityville' 디트로이트의 현실을 담으며 자신이 곧 그러한 도시에서 왔다 설명한다.
스눕 독의 정규 4집 앨범 <No Limit Top Dogg>에 수록된 'Bitch Please'의 후속곡 'Bitch Please II'는 갱스터 찬가로서 더욱 발전하고 다채롭게 돌아왔다. 과거 지펑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닥터 드레의 명품 비트 위에 모인 드레 사단의 래퍼들은 각자의 스타일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벌스를 남긴다. 닥터 드레는 특유의 묵직한 랩 피지컬로 그의 제자가 대필한 가사를 백분 소화하며 훌륭한 시작을 끊고, 스눕 독은 곡의 원 주인답게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으로 여유로운 플로우를 소화하며 본인의 장기를 뽐낸다. 네이트 독의 중저음 목소리가 케이크 위 딸기 같이 코러스로 활약하며 트랙을 조심스레 자극하는 가운데, 엑지빗이 거친 갱스터 랩을 보여주고 에미넴이 자신에 대한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에 우스꽝스럽게 답변하며 이 전설적인 단체곡은 흠잡을 데 없이 마무리된다.
'Kim'은 아마 에미넴의 모든 노래를 통틀어서도 가장 비정형적인 곡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노래는 구색을 하기 위해 삽입된 훅을 제외한다면 차라리 한 편의 생생한 오디오 드라마 클립에 가깝기 때문이다. 레드 제플린의 명곡 'When the Leeve Breaks'에서 따온 드럼으로 대표되는 격렬한 프로덕션 위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목소리를 높인 에미넴은 본인과 킴의 목소리를 번갈아가며 연기하며 외도 현장에서 발각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려는 상황극을 그 어떤 래퍼보다도 생생하게 묘사한다. 복잡하디 복잡한 애증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대며 아내를 살인하려는 에미넴의 감정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상태에 위치해 있는 듯하며, 인간 최저의 낭떠러지에 발을 내딛는 감상까지 받을 수 있다. 래퍼로서뿐 아니라 연기자로서 또한 에미넴의 능력이 발군에 달해있다는 좋은 증거일 것이다. 이 ''97 Bonnie & Clyde'의 프리퀼은 비록 평소 같은 랩은 없지만, 소재와 사운드의 진입장벽은 견딜 수 있다면 그 어떤 곡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https://youtu.be/mR8_ldc9lag
에미넴의 랩 그룹 D12와 함께 한 'Under The Influence'는 마이클 잭슨의 'Give in to Me'를 엽기적으로 비틀어버린다. 에미넴 본인이 훅에서 직접 곡을 제작할 때 약물에 취해있었다고 밝힌 만큼 곡은 정신 없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래핑 퍼포먼스만큼은 훌륭하다. 에미넴과 D12 멤버들은 갱스터 랩에서 하드코어 랩까지 아우르며 충분히 즐길 만한 라임을 선사한다.
앨범을 요약하는 마지막 곡 'Criminal'은 앨범 속 가사를 진실로 착각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범죄자로 분장하여 그들이 경악하고 혐오할 만한 문장을 내뱉는 훌륭한 랩 트랙이다. 정치적 올바름이 성행하는 현재에 와서는 절대 상상조차 못할 주옥 같은 동성애 혐오성 가사("동성애 혐오? 네가 이성애 혐오겠지")를 시원하게 내뱉으며 시작하는 곡은 어머니와 가정환경까지도 언급하다가 빌 클린턴 前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까지 건드리는 등 은근히 뼈 있는 농담을 던진다. 중간 은행 강도 스킷이 흐른 후 다시 'I just don't give a fuck'식의 대토를 보이는 그는 자신의 가사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으며 자신의 가사를 진짜로 착각하는 당신들이야말로 나를 범죄자로 만드는 장본인들이라는 촌철살인의 반박으로 곡을 끝맺는다.
앨범에서의 랩
에미넴은 그야말로 힙합 버전의 엘비스 프레즐리, 혹은 백인 버전의 마이클 잭슨이다. 그를 표적으로 하여 날아오는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이로운 능력만큼은 그 누구의 시비와 지탄조차 빗겨나갈 만큼 훌륭하여 사실상 불가침의 영역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의 논란이 국가적 수준이었음에도 그가 계속하며 승승장구했다면, 이에 대응하는 그의 음악적 능력 또한 국가적 수준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그가 흑인이 아닌 백인이었던 까닭도 작지 않았다. 그가 급속하게 주목받으며 성공했던 것도, 그가 이례적으로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은 것도, 그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전선 내에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것조차 모두 일정 부분 그의 피부색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백인이기만 했다면 그 주목의 시선을 모조리 자신에게로 고정시킬 수 있었을까? 백인 래퍼라는 특수성과 자극적인 소재가 가지는 이점이 그를 알렸을지 몰라도, 그를 젊은 거장으로 만든 것은 그의 실력 그 자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미 뛰어난 래퍼였던 그가 다시 한 번 진보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라임은 더 촘촘해지고, 플로우는 더 유연해졌고, 발성은 더 강해졌다. 본작을 에미넴 본인이 자신의 최고 앨범이라고 뽑은 만큼, 이 시기의 에미넴은 에미넴 본인조차 넘지 못하는 큰 산이 되었다. 전성기의 에미넴에 랩으로 대적할 수 있는 래퍼는 힙합 역사를 통틀어서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그 시기의 에미넴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 바로 <The Marshall Mathers LP>이다.
대외적으로 에미넴이 라임의 동의어가 된 시점이 아마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라킴 이래 이토록 고차원적이며 독특한 래핑 퍼포먼스를 보인 래퍼는 안드레 3000, 빅 펀, 엠에프 둠, 그리고 에미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벌스는 다빈도의 라임 패턴으로 꽉 차있음에도 비트의 리듬과 결코 엇나가지 않으며 고도의 탄력을 유지하고, 그러면서도 가사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절대 훼손되지 않는다. 라임을 만드는 능력 자체에서도 에미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사가 보다 직설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는 자칫 청자들이 이해하기 난해할 수 있는 고난위의 어휘를 사용하는 대신 서로 유사한 발음을 지닌 단어의 발음을 굽히고 음절을 잘라내 라임을 형성한다. 이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에미넴이란 래퍼는 랩이라는 창법이 가진 리듬에서의 이점을 당시의 그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챙긴다. 이렇게 고도로 설계된 가사를 동물적으로 뱉는 에미넴의 플로우는 그 내용물만큼이나 폭력적이다. 일정의 속도감을 유지하며 다채로운 라임 패턴에 따라 비트의 적재적소를 타격하는 그의 플로우는 가히 비교할 상대가 없을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The Marshall Mathers LP>는 모든 힙합 앨범을 통틀어서도 최고의 래핑 퍼포먼스를 지닌 앨범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하다.
전작의 'My Name Is'로 대표되는 훅 메이킹 능력 또한 본작에서 빛을 발한다. 수록곡 하나하나가 각각 다른 앨범에 수록되었다면 모두 그 앨범의 히트 싱글이 되었을 정도로 마성의 중독성을 자랑하는 훅은 하나 같이 따라 부르기 쉽고, 뇌리에 각인되기에도 용이하다. 에미넴이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메인스트림 래퍼로서 오랫 동안 이름을 날릴 수 있었음을 고려해본다면 이는 어쩌면 그가 대중음악가로서 가진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작가로서의 에미넴 또한 극도로 매력적이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먀살 매더스와 슬림 셰이디의 입장을 오가며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일절 오점 없이 확실히 그려낸다. 가장 먼저 그 많은 라임을 포함하면서도 회화적으로 자연스러운 문장이 완성된다는 점부터 대단하지만, 그 점을 차치하더라도 그의 문장과 메시지는 흥미롭고도 놀랍다. 혐오스럽고 폭력적인 표현이 가득하지만 동시에 삶에 대한 고찰과 비판에 대한 수 차례의 대응을 담은 가사는 큰 감정적 공감을 일으키는 그의 목소리와 결합되어 상당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그의 원동력이 됨과 동시에 장애물 또한 되었던 '벼락성공'은 에미넴에게는 그의 자아를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소재가 되었던 것이다. 특히 'Stan'의 가사는 팬과 우상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신랄한 서사극의 형태로 표현한 반어적 메시지로서 대중음악 작사의 최고 사례 중 하나로 남아있다. 수시로 뒤바뀌는 음악적 자아 사이에서 혼동되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는 점에서 에미넴의 전달법 내에는 튼튼한 척추가 버티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음악 내의 컨셉과는 상관 없이 그의 가사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다. 여성혐오적인 내용이 가사의 8할 정도를 이루고 다른 팝 가수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가정폭력의 소재를 꺼리낌없이 사용하는 그의 가사는 그의 음악이 심각한 폭력을 유발한다는 논지의 주요한 근거로 사용되었다. 당시 미국 부통령 딕 체니의 아내였던 린 체니는 이 점을 지적하며 에미넴의 여성혐오적 가사가 사회적으로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우려했으며, 캐나다 정부는 에미넴의 입국 불허 논의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에미넴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듬해 이 앨범으로 또 다시 그래미 최고의 랩 앨범 부문에서 수상하고, 그래미 올해의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까지 한다. 전작에서 이미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소진하여 더 이상 개척할 영역이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괄목할 성장을 거둔 그였기에, 에미넴이 그저 기회를 잘 잡은 백인 래퍼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지워버린 대중들은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렸다.
총평: 9.4/10
최애곡: Stan
세상에서 엇나간 악동의 매력은 그를 부정할래야 도저히 부정할 수 없게 한다
And there's a million of us just like me
어쩌면, 나 다음으로 최고의 것이 될 수 있지만, 딱 나만큼은 아니라고
Who cuss like me, who just don't give a fuck like me
나처럼 욕하는 사람들, 나처럼 좆도 신경 안 쓰는 사람들
Who dress like me; walk, talk and act like me
나처럼 입는 사람들, 나처럼 걷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And just might be the next best thing, but not quite me
어쩌면, 나 다음으로 최고의 것이 될 수 있지만, 딱 나만큼은 아니라고
Eminem, 'The Real Slim Shady' 中





올드 칸예 보다 더 지리는게
저는 올드 에미넴이라고 생각해요
칸예는 지금이나 올드나 좋은데
에미넴은 올드가 훨 좋아서...
올드 에미넴은 힙합 역사를 통틀어서 세 손가락 안에 꼽아도 이 선택에 대해서 반박이 불가한 인간이죠
♡
좋아하실 줄 앎ㅋㅋㅋ
B Plz II가 진짜 미쳤죠 두번 다시 없을 정신나간 라인업
정말 그 라인업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곡인 것 같아요
누가 억지로 만드려고 해도 에미넴 같은 이런 캐릭터는 생각조차 못 했을 거다 정말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독특한 캐릭터 중 하나죠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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