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스톤즈 역사상 1위 앨범이자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앨범인 마빈 게이의 1971년작 What's Going On을 베트남전에 엮어서 말해보자 한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사상으로 큰 싸움이 있었다. 그중엔 우리인 한국도 있었고 독일과 베트남도 있었다. 위 두 사상의 목적은 같았다. 그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더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단순 실체도 없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수천 년 전과 같이 높은 위치에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20대들이 희생됐다. 이런 이데올로기 싸움은 거의 40년이 지난 1970년대 후반을 지나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승리로 가며 더 이상 이런 일로 싸울 일은 없어졌다. 이데올로기 사상싸움의 막바지 시대 상황을 잘 보여주는 앨범이자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참전 군인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명반이다. 시대적 상황 위주로 앨범을 만든 만큼 다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이 앨범을 50년 넘게 지난 지금 시점에서 오직 "베트남전"을 주제로 객관적으로 리뷰해 보겠다.
베트남전 실제 상황
우선 앨범의 이름이자 타이틀곡인 What's going on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처음부터 머리가 띵하듯이 강하게 스쳐 지나가는 트랙이다. 당시 전쟁에 참전 중인 군인들의 심리를 잘 알려준다. 자신의 눈앞에서 죽는 전우들, 울고 있고 고통받는 사람들, 자신이 죽인 수많은 베트남인들, 본국에선 전쟁 반대 시위, 무고하게 희생된 베트남 사람들 등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올바른 일인가를 끝없이 고민하는 군인들의 심정을 대변해 준다. 그들은 신에게 심판받기 두려워하고 자신이 행한 행동 때문에 어떻게 될지 너무 두려움에 떨었다. 그저 국가를 위해서 참전했지만 가면 갈수록 국가는 나중에 따지고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위가 비인륜적인 행동인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끝이 안 보이는 긴 전쟁으로 인해 고향에 있는 형제, 자매, 부모님을 만나고 싶어서 안 그래도 불안정한 정신은 더 피폐해져만 간다.
베트남전 영화 Da 5 Bloods 중 한 장면
위에 상황은 모두에게 포함이었지만 흑인들에게 있어선 더 혼란스러웠는데 그것은 바로 마틴 루서 킹의 사망사건이다. 먼저 흑인 군인 실태를 보자면 미국 전 국민 중 약 11%가 흑인인 반면에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의 흑인 비율은 전체 중 약 33%가 흑인이었다. 이것도 문제이지만 군인들의 배치 지역을 보면 더 화가 나는데 흑인 또는 낮은 학력과 빈곤한 사람들은 최전방으로 배치됐다. 반면에 엘리트 출신과 부유한 백인들은 후방으로 배치됐으며 뇌물로 자신의 자식을 후방에 배치하는 것이 매우 흔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흑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은 국가에 헌신하고 자신이 행동 덕분에 인권 존중을 받는 현상을 원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데로 흘러가지는 않았는데 상황이 괜찮아지긴커녕 그들의 정신적 지주인 마틴 루서 킹이 사살되게 된다. 이런 결과로 많은 군인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싸우려 왔더니 그들은 자신의 업적을 믿어주지 않고 더 악화됐으며 오히려 자신보다 약자인 베트남인들을 학살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베트남에서 싸워야 할 게 아니라 미국에서 싸워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상황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
2번째 트랙 What's Happening Brother는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베트남 참전 군인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위 모든 힘든 상황을 겪고 돌아왔음에도 자신이 생각한 고향은 그렇게 따뜻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차갑고 두려운 곳이 고향이었다. 수많은 전쟁 반대와 인권운동으로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그저 살인마 취급을 받았으며 풋풋한 20대인데도 참전 군인이란 이유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피해 다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은 방황 속에 많은 범죄를 일으키면서 상황이 악순환이 됐다. 힘들게 전쟁에서 돌아왔지만 더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제대로 된 대우와 인정을 못 받게 된다. 또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베트남전 때문에 티비와 신문에서 자신과 같은 이들이 계속 나오는 모습에 마음을 아파한다. 제목 그대로 그 당시 상황이 미치게 돌아가자 이해할 수 없는 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이라 하면 군인들에 대한 대우가 좋기로 유명하지만 베트남전 군인들의 대우는 처참했고 현재도 해결해야 할 일이다.
3번째 트랙 Flyin' High는 당시 히피 문화에 때문에 심각한 약물 문제를 말해준다. 지나친 약물 중독으로 자아가 약물에 삼켜진 모습을 보여주며 멈추고 싶어 난리를 치지만 본능적인 쾌락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편안하면서 폭신한 반주와 반대되게 굉장히 무서운 가사가 특징인데 기분이 좋은 것을 잘 보여주면서 정신적으로 나약해지면서 몽롱한 것을 잘 표현한 거 같다. 당시 참전 군인 중에 마약 문제가 심각했는데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려 많은 군인들이 마약에 손을 댔으며 이는 나중에 참전 군인들의 범죄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또 전쟁 트라우마로 정신적인 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의사들이 약을 많이 주거나 중독성이 강한 마약성 약을 처방한 것도 한몫을 했다.
4번째 트랙 Save the Children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한 곡이다. 가정폭력, 빈곤한 삶, 불안정한 가정 상태, 마지막으로 인류애까지 많은 것을 보여줬다. 베트남전에 관한 내용은 적지만 1번 트랙과 2번 트랙으로 인해 베트남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는 앨범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빈 게이는 슬픔을 참을 수 없고 노래를 듣은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며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자는 곡이다. 노래는 지겹지만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5번째 트랙은 God is love는 4번째 트랙을 인류애적인 평화로 더 강조하면서 개인적으로 신에게 받치는 노래다. 그의 깊은 신앙심과 깊은 인류애를 볼 수 있는 트랙이다. 다른 면으로 접근하자면 절망적이고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지옥 같은 사회를 전지전능한 신에게 기대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길 원하는 것이다. 그만큼 모두가 힘들고 끝나길 원했으며 신에게 기대는 거 말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크게 돌아가고 있던걸 보여준다.
6번째 트랙 Mercy Mercy Me은 베트남전이랑 거리가 멀다고 느낄 수 있는데 72년도에 나온 앨범을 치고 환경문제를 빠르게 지적했으며 5번 트랙을 이어받아 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전같이 깨끗하지 않은 하늘, 오염수로 인해 죽어가는 물고기들, 빠르게 소비되는 석탄과 석유 그에 따른 온도 변화, 환경파괴로 야생동물들의 죽음,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환경파괴까지 잘못된 점을 잘 지적해 준다. 베트남전에선 고엽제가 나중에 큰 문제가 된다. 베트남 열대우림 특성상 숨어서 싸우는 베트콩들을 잡을 수 없어 울창한 나무들을 싹 다 죽여버리는 결정을 하게 된다. 환경파괴도 환경파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대를 거치며 피해를 입게 된다. 당시 고엽제를 뿌린 지역에 살던 베트남 사람들의 자식은 현재까지도 몇 대를 걸쳐 기영아를 낳고 있으며 팔이 없거나 눈이 없거나 다리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더 큰 것은 살을 찢는 고통인데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극도로 예민해진 피부 때문에 조금이라도 강한 바람이 스친다면 살을 찢는 고통이 전해진다고 한다. 이 때문일까 평생을 집안에서만 보낼 수밖에 없는데 땅을 밝거나 나뭇가지에 살짝 스치기라도 한다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 전해져서 외출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한다. 한국 역시 아직까지도 피해를 입고 있다. 당시 고엽제가 좋은 줄 알았던 몇몇 한국 병사들은 고엽제로 몸을 씻을 정도로 군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결과로 지금은 노인이 된 참전 군인들은 크고 작은 부작용들을 몸에 달고 산다고 한다. 실제로 친구 할아버지께서 월남전 참전 군인이었는데 고엽제 피해로 다리 하나가 거의 마비가 되셨다. 내 주변에도 실제 피해자가 계신데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까 무서운 게 현실이다.
7번째 트랙 Right On은 사랑에 대한 마빈 게이의 생각을 적은 노래다. 약 7분가량 긴 곡이며 곡 내 가사는 대충 "사랑은 증오를 이길 수 있으며 이런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도 서로 사랑을 해서 이겨내자"라는 내용이다. 이 곡 역시 신에게 바치는 곡이며 동시에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제시해 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전쟁 반대 시위와 인권운동이랑 보다 한 수 앞을 봐서 당시 문제들을 해결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거 같다.
8번 트랙 Wholy Holy는 7번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곡이며 이것 역시 5번과 비슷비슷한 내용이다. (예수에게 바치는 곡)
9번 트랙 Inner City Blues는 급격하게 변해가는 70년대를 보여준다. 당시 쓸모없다고 생각하던 우주탐사,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 빈민층의 증가에 따라 증가하는 범죄율, 경제 인플레이션,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잘 표현했다. 면적은 그대로인데 늘어나는 도시인구로 각종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세상을 발 빠르게 변해간다. 인권운동과 여러 인식개선으로 더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과거에 볼 수 있던 인간미는 점점 사라졌으며 지나친 개인주의 사회로 돌아간다. 위에 나온 참전 군인들도 참전 중에 많이 바뀐 것을 보고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으며 도시 속 매정함에 빠르게 인생을 끝 바닥에 추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마치며 이 앨범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교훈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역사는 반복된다"이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여러 사상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 등 50년 전 70년대와 비슷한 양상을 뛰고 있다. 이 앨범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해석될 수 있는 앨범이다. 발매 당시는 군인들의 시점과 시민들의 생각을 담았다면 현재는 참전군인들과 그 당시 사람들과 지금 사람들의 생각을 비교하는 앨범이 된다. 물론 이 앨범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달라지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때 일들을 너무 잘 묘사해서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다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다시 50년이 지난다면 모든 것이 끝나고 70년대를 책으로만 배운 사람들을 노래로써 그 분위기를 느끼는 방식으로 전달될 거 같기도 하다.
먼 타지에 갔다가 오신 어르신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qazplmgv046/222938436418
리뷰 흥미롭네요 돌려봐야겠다
이 글을 읽으면서 들으면 더 몰입할 수 있겠네요.
잘 읽었습니당
실제로 마빈 게이 동생도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었다죠...
그쳐 실제로 2번째 곡이 동생을 위해 쓴 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