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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모어 징크스] Snoop Dogg - Tha Doggfather (1996)

title: MadvillainyaeSopRocky2022.03.05 21:02조회 수 251추천수 3댓글 4

(생기 잃은 죽은 눈의 스눕이 이 앨범의 상태를 간략히 요약해준다)

 

- 오역 및 3집 Da Game Is to Be Sold, Not to Be Told와 헷갈려 잘못 적은 부분이 있어 수정 뒤 재업하였습니다

 

구치소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지옥이었다. Doggystyle이 대히트하며 느꼈던 달콤함도 잠시 뿐. 갱단이 연루된 범죄와 총격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오랜 공백기를 가진 Snoop이 레이블로 복귀했을 때, Doggy Dogg World는 그야말로 폐허가 되어있었다. 절친한 친구였던 2Pac은 죽었고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파트너 Dr. Dre는 Death Row Records에서 사실상 쫓겨난 상태. Snoop을 단숨에 랩스타로 만들어 준 G-Funk는 저물어가고 있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Suge Knight은 음반을 오로지 자기 입맛대로 엉망진창으로 조율한다. 이러한 최악의 환경에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실소를 머금게 하는 앨범 커버, 제목과 함께 발매된 두 번째 앨범 Tha Doggfather는 비록 플래티넘 인증과 함께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데뷔했지만 전작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한 성과를 거두고 만다.

 

1/3 토막나버린 판매량은 둘째 치고, 음악적 완성도가 상당히 처참했는데 일부 트랙은 믹싱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수준이었다. 악명 높은 Suge Knight의 압박으로 Dr. Dre와 협업할 수 없었던 Snoop은 궁여지책으로 DJ Pooh, Daz Dillinger, Soopafly 등의 프로듀서들을 기용했지만 전체적인 사운드는 다소 건조하고 밋밋하여 Doggystyle과 같은 내적 바운스를 느끼기엔 무리가 있었다. 분명 Snoop의 랩은 어느 비트에든 잘 묻어나고 재치있는 가사 역시 이전의 위트를 잃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Snoop이 아무 비트에나 랩을 해도 된다는 소린 아니다. 프로덕션이 좋아서 나쁠 건 없지 않은가? 싸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것만이 목적인 Suge Knight은 생각이 조금 달랐던 모양이지만.

 

탄력을 잃은 반쪽짜리 G-Funk는 7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루하게 만들었고 Snoop의 목소리는 중세시대 갑옷을 입고 운동장을 열 바퀴 정도 뛰고나서 녹음한 것처럼 들린다. 단조로운 샘플링과 타격감 없는 드럼, 그리고 지 ㅈ대로 연주되는 신디사이저까지. 발매 전 인터뷰에서 Snoop은 전작과는 다른 긍정적인 삶의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정규 2집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설명했지만,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입에 쓰면 손이 덜 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거기에 플레이팅마저 조잡하다면 더더욱.

 

장르를 막론하고 어떠한 음악이든 프로듀서의 역할은 몹시 중하다. 음반의 전반적인 엔지니어링 및 음악적 방향을 제시하고 최종적으로 가장 듣기 좋은 음향을 조율하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분명 Dr. Dre는 전지전능한 마법사가 아니며 Snoop 역시 속된말로 비트빨로 커리어를 연명하는 래퍼는 아니다. 하지만 '2학년 증후군' 같은 말이 나올 만큼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두 번째 정규작은 롱런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Tha Doggfather는 Doggystyle의 반의 반조차 따라가지 못했다. 클래식 앨범과의 비교는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작이 너무 뛰어난 걸 누굴 탓할 수도 없지 않은가. Doggystyle도 Tha Doggfather도 둘 다 Snoop Dogg의 작품이다. 독적독.

 

어쨌든 여러가지로 전작에 한참 모자라는 앨범이지만 Snoop의 이름값은 건재했고 Tha Doggfather는 미국에서만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당시 매사추세츠 인근의 음반 소매업체 관계자는 Snoop의 새 앨범에 대한 리스너들의 기대가 엄청났으며 그 파급력에 휩쓸리기를 두려워한 많은 래퍼들이 앨범 발매일을 미룰 정도였다고 회고한다. 이것이 Tha Doggfather를 마냥 속 빈 강정으로 단정짓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만나이 쉰을 넘고도 여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사운드와 랩을 들려주는 Snoop의 대부 같은 행보에 비하면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 음반인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P.S. 블로그 하고 있습니다! 표현이 과격하거나 너무 내용이 쓸데없거나 해서 엘이에 못 올리는 글들 간간이 올리고 있어요 :) https://gegegentaro777.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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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 3.5 22:35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다만 독파더가 그래도 노리밋 앨범들보다는 좋아요 ㅠㅠ

  • title: MadvillainyaeSopRocky글쓴이
    1 3.5 22:47
    @DJSam

    노리밋탑독이랑 라스트밀은 나름 괜찮게 들었는데 사실 데스로우에서 낸 2집이나 노리밋에서 낸 3집은 그냥 또이또이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ㅋㅋ.. 아무리 훌륭한 래퍼라도 프로덕션이 엉망이면 어쩔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앨범 두 장 ㅠ

  • 1 3.6 02:49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들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러나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와 컨셉이 뭔가 어둡고,

    좀 비슷비슷한 트랙들이 쓸데없이 수록된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Gold Rush, Blueberry, Vapors, Groupie 같은

    좋은 트랙들은 분명하게 있어요

     

    앨범 컨셉과 전체적인 트랙 구성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그래도 당연히 Doggystyle의 영광은 못 따라왔겠지만...

    지금의 평가보다는 훨씬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title: MadvillainyaeSopRocky글쓴이
    3.6 16:43
    @N.W.A.

    맞아요 비교군이 너무 명반인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앨범 구성이 중구난방인 느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ㅜ 조금만 더 다듬어서 발매했다면 3집과 비교되는 오명(?)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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