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뮤지컬이 있다. 이 뮤지컬의 스토리는 막장이고 곡들의 유기성은 엉망이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 뮤지컬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니까. 극에 맞추어 곡을 쓰지않고 곡에다가 극을 억지로 삽입한 뮤지컬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서사의 핍진성은 삐그덕거리며 인물들은 희미하다.
그런데 이 뮤지컬은 초연 후 20년 동안 꾸준히 공연되었으며 9·11 이후 침체되었던 브로드웨이를 구원하였으며 영화화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의문이 들지만 이 뮤지컬의 제목이 맘마 미아라는 사실을 안다면 납득할 것이다.
다름아닌 아바의 음악이고 맘마 미아이지 않은가.
아바의 음악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에는 그 어떤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애초에 이해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의 천재적인 멜로디 감각은 너무나 특별해서 설명이나 고민이 끼어들 틈이 없다.
당장 dancing queen에서 보여지는 재능은 경탄스럽다. 강렬하게 사로잡는 오프닝 후 보컬이 등장한 다음,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키가 전환된 다음 강력한 후렴구가 재생된다. 가사는 진부하고 뻔하지만 그렇기에 보편적이고 뭉클하다. 누구도 아바의 가사를 밥 딜런과 레너드 코헨의 옆자리에 두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가사가 마냥 무시당할 것만은 아니다. 예로 our last summer가 자아내는 편안한 노스탤지어의 감성은 멜로디만의 공은 아니다. honey 나 money 같은 단어로 중독적인 후렴구를 짜는 것도 그렇다.
아바의 천부적인 멜로디감각은 mamma mia, sos 등등의 곡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아바의 음악은 평단의 무시를 받았고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그들의 음악은 쉬웠고 상업적이였으니까. 지금 역시 비슷할 수도 있다. 음악을 시작하는 앳된 재능들의 우상은 비틀즈나 핑크 플로이드, 라디오헤드, 칸예 웨스트, 밥 딜런이지 아바는 아닐 것이다. 허나 그러든 말든 아바의 음악은 지금도 미래에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은 사람들이 들을 것이며 아바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들릴 것이다. 이는 결정적으로 그들의 쉽고도 편안한, 그러면서도 순수한 기쁨과 약간의 슬픔을 머금은 음악적인 재능 덕이다.
끝으로 다시 한 번 앞의 질문을 다시 할 차례이다. 왜 맘마미아는 성공했을까?
답은 명확하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섬에서 아바의 노래가 들린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맘마미아와 아바는 그 모든 깐깐한 미학적 기준과 시니컬함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mamma mia를 들으며 춤추는 메릴 스트립을 보고있자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맘마미아와 아바는 결국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 (직업 상 어쩔 수 없이) 비판적이였던 평론가들도 집에서 미소를 머금은 채 흥얼거렸을 거라고 확신한다. 마크 와트니를 화성서 구원한 것도 아바와 디스코였다. 맘마미아는 금요일 밤의 맥주나 잠깐의 부드러운 산책같다. 사소하지만 결국 그 하루의 피로를 견디게 만들며 인생을 재밌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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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찌 이렇게 한 세대를 지나고도 신나고 좋을까 입니다. 음악사가들이나 평론가들, 음악팬들이 아바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와 관계없이 아바는 계속 들릴 것 같습니다. 비틀즈, 롤링 스톤즈, 밥 딜런, 마일스 데이비스, 데이비드 보위 등등 아바보다 높이 평가받는 대가들은 많지만 가족이나 친구, 혹은 혼자 있을 때에도 춤을 추게 할 수 있는 가수는 아바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바 명반 많은데 디스코라서 안듣는사람 많아요ㅠㅠㅠㅠㅜㅜ
리뷰추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은 사람들이 들을 것이며 아바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들릴 것이다.
글 진짜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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