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Yves Tumor - Heaven To A Tortured Mind (2020)

안철구2020.05.09 18:37조회 수 358추천수 5댓글 2

F5F78C6E-67A7-40DB-B370-EDF192659F13.jpeg

 

바야흐로 음악의 다양성이 커졌다는 자화자찬과 다르게 현 시대의 음악계는 이상하리만치 정형화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장 빌보드 차트만 봐도 거기서 거기인 트랩 비트에 들릴 듯 말듯 한 멈블랩 넘버, 드럼 머신으로 찍은 비트에 신스를 잔뜩 먹인 음악을 바탕으로 정제된 보컬로 노래하는 팝 뮤직들은 정말로 그 노래가 그거인 것 같이 들린다.(트랩과 팝 뮤직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그 중에도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의 남다른 음악적 센스가 돋보이는 노래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산업 혁명의 등장과 20세기에 등장한 ‘팝아트’의 개념 및 빌보드를 비롯한 각종 차트의 등장, 그리고 정보화 사회의 도래로 인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전세계적인 확산은 현재 대중음악계에서 실험적인 면모를 거세하고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들에게 많이 재생되기 위한 최적의 노래만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의 스펙트럼이 획일화된 것처럼 보이는 현 세태에도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는 21세기의 새로운 classic과 새로운 경향 및 사조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17세부터 음악을 시작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 Yves Tumor는 스스로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를 모두 독학으로 배운 multi-instrumentalist이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무렵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를 다루면서 Nirvana, Jimi Hendrix, Led Zeppelin 등을 연습했고, GarageBand를 사용하여 처음 작곡의 길에 입문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기타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에 정통하여 두꺼운 신스와 funk 리듬을 기본으로 다양한 요소를 집어넣어 ‘Mineapolis sound’라는 본인만의 독창적인 음악 영역을 확립한 Prince가 겹쳐 보이는 것같기도 하다. 프린스가 한창 활동하던 시절의 라이브 실황 영상에서 그는 음악 뿐만 아니라 독특한 패션으로 눈과 귀를 모두 매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Yves Tumor도 못지 않은 남다른 카리스마로 좌중을 휘어잡곤 한다.

 

Tumor는 유별나게 자신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자신의 본명이며 나이 및 거주지 등 사생활의 대부분이 베일에 쌓인 채 여전히 대중들에게 신비로운 존재로 남아있다. 그의 본명이라고 알려져 있는 Sean Lee Bowie 라는 이름 외에도 Rachel Ali 등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2017년 Pitchfork와의 인터뷰에서 Tumor는 자신이 정말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들 외에 사람들(ex. 저널리스트, 블로거 등)이 온라인 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알고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을 잘 아는 척하는(‘그는 선을 넘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현 세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팬들과의 소통에서 뒤로 물러서 있고 비밀스러운 존재로 남아있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위 인플루언서의 시대인 요즘, Tumor의 생각은 언뜻 고리타분해 보이기 십상이다. 과연 그 누가 이 음악 도사가 품고 있는 생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Frank Ocean이나 Andy Warhol 등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대중들에게 나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대중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들이다. 현재의 많은 인플루언서들의 경우를 비롯하여 앞서 언급한 두 인물과 Yves Tumor같이 대중 앞에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같은 분야의 경쟁자들의 의지를 꺾게 만드는 압도적인 재능을 소유한 ‘도인’들이 이토록 엄청난 영향력을 뽐낼 수 있는 것 또한 대중 매체와 인터넷,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Yves Tumor는 이전 세대가 아닌 21세기에 등장하여 21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적합한 아티스트일 지도 모른다.

 

또, Tumor는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sex’, ‘gender’의 개념을 인간으로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앨범의 티져 영상 및 ‘Gospel For A New Century’의 뮤직 비디오, 그리고 그의 여러 공연 실황 영상을 보면 그의 패션 센스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여성들의 전유물인 화려한 가발과 치마, 더 화려한 얼굴 화장으로 성별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하고 양성의 감성을 모두 받아들이고 승화시킨다. 동시대의 experimental 전자음악가 Arca의 퍼포먼스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 20세기에 대중음악계에서 taboo시되던 사랑과 sex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에서 프린스가 다시 한 번 겹쳐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Yves Tumor의 초기 작들(‘When Man Fails You’, ‘Serpent Music’)은 각종 음원 샘플들, 심지어는 TV 코미디 쇼나 영화 대사 등을 총망라하는 다양한 소스를 잘게 조각내어 이어 붙이는 기법인 사운드 콜라주 기법이었다. 거기에 이전 전자음악 선배들 음악의 뿌리가 되던 앰비언트를 접목시킨 실험적인 전자음악을 선보였다. R&B와 funk 리듬을 베이스로 아발란쉐와 에이펙스 트윈을 적절하게 배합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10년대에 맹활약한 같은 흑인 전자음악 프로듀서로 wonky 장르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플라잉 로터스의 음악보다 Tumor의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올해 신보를 발매한 Childish Gambino의 작품에서 funk 리듬을 신스와 드럼 머신으로 재해석한 방식보다 Tumor의 전작들에서 보여지는 그것들이 훨씬 불친절하고 난해하게 들린다. 2018년에 발매된 ‘Safe In The Hands Of Love’에서는 원래 그의 음악에 자신의 보컬과 alternatvie rock 요소를 주입하여 한층 더 친숙한 결과물을 내놓아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나, 여전히 일반 대중들에게는 어려운 음악으로 남아있었다. Tumor는 2016년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표는 오직 히트를 치는 것 하나라고 발언했던 사실에 비추어보면, 그가 요즘 시대에서 음악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방법을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랬던 그가 이번 신보에서는 최대한 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돋보인다. 전자 음악의 여러 요소를 실험적으로 뒤섞으며 수 년동안 내공을 갈고 닦아온 그는 이번 앨범에서 사이키델릭 록과 블루스 록, 그리고 글램 록 (외적으로 보이는 화려한 퍼포먼스 면에서) 을 겸비하여 음악적으로 한층 더 진일보하는 동시에 한층 더 팝적이고 친숙한 음악을 보여준다. 첫 곡인 ‘Gospel For A New Century’는 묵직한 붐뱁 드럼과 베이스 기타가 유별난 박자로 등장하고, 마치 새로운 시대의 팝스타의 등장을 알리는 듯한 웅장한 브라스와 함께 ‘I think I can’t solve it. I can be your all, ain’t no problem. baby’라는 첫 마디로 넘치는 자신감을 마음껏 분출한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곡인 ‘Medicine Burn’에선 대놓고 두껍게 디스토션을 먹인 사이키델릭한 기타 사운드로 좌중을 압도하고, 둔탁한 드럼과 베이스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바로 전 수록곡에서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이 곡에서는 ‘I can’t live my own troubles.’라고 말하며 자신의 내면에 있는 혼란스러운 자아 또한 여지없이 내보인다.

 

Diana Gordon과의 듀엣곡인 ‘Kerosene!’은 이전까지의 수록곡들과는 사뭇 다른 서정적인 멜로디로 이 앨범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팝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트랙이 아닐까 한다. 남성 화자인 Tumor와 여성 화자 Gordon이 번갈아가며 서로에게 상대방에 대한 사랑, 필요와 환상에 대해 달콤하게 속삭인다. hook에서 등장하는 블루지한 기타 사운드는 순수한 시절이었던 70년대의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만 같다. 앨범에 등장하는 Tumor의 vocal은 남성적인 진성을 사용할 때도 있는가 하면 ‘Hasdallen Lights’, ‘Romanticist’, ‘Super Stars’, ‘Strawberry Privilege’, ‘A Greater Love’ 등의 많은 수록곡들에서 팔세토 발성으로 최대한 얇고 중성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언급한 트랙들 중 ‘Romanticist’, ‘Super Stars’, ‘A Greater Love’ 등도 ‘Keronsene!’ 못지 않게 멜로디컬하고 팝적인 트랙들이다. 불꽃놀이 소리를 비롯한 온갖 노이즈를 무장하며 등장하는 ‘Dream Palette’의 앞뒤로 등장하는 두 곡인, ‘Romanticist’는 얇게 발린 신스와 Kelsey Lu의 몽환적인 코러스와 ‘Super Stars’의 멜로디컬한 기타 사운드는 ‘Dream Palette’에서 형성된 긴장감을 덜어주며 기가 막힌 완급 조절을 보여준다. ‘Asteroid Blues’는 funk를 연주하는 베이스 기타와 드럼을 뼈대로 하고 각종 이펙트를 넣은 앨범의 유일한 instrumental 트랙이고, Clara Ra San이 참여한 마지막 트랙 ‘A Greater Love’는 앨범의 여러 수록곡에 참여한 Joe Kennedy의 멜로트론 아르페지오는 화자의 사랑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날씨와 대조하며 아름다우면서 처연한 사랑의 다짐을 장식한다.

 

내가 생각하는 명반이란, 앨범의 수록곡 각각이 뇌리에 남을 정도로 개성있는 면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번에 돌려 들을 때 마치 하나의 곡인 것처럼 통일성있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전작들보다 락 사운드, 특히 Joe Kenney와 Gina Ramirez가 나눠서 맛깔나게 연주한 베이스 기타의 funk 리듬이 마치 neo-psychedelia의 대표 주자 Tame Impala의 앨범 ‘Currents’처럼 섹시한 베이스 기타 라인으로 리듬감을 살리면서 은근하게 무게감을 실어주어 앨범의 수록곡들을 하나의 보이지 않는 정체성으로 묶어주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수록곡들마다 비슷하면서 다르게 들리는 사이키델릭하고 블루지한 기타 사운드와 적재적소에서 등장하는 신스와 멜로트론, 보컬, 브라스 등의 이펙트는 Tumor의 이전작까지 갈고 닦아왔던 음악적 센스의 총체를 보여준다.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Yves Tumor는 Arca, SOPHIE를 비롯하여 2020년 이후의 팝 뮤직이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대중음악은 2010년 Kanye의 문제작으로 인해 촉발된 크로스오버 시대를 지나 특정 장르의 개념을 넘어서 바야흐로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개별적인 요소들이 한데 뭉치고 뒤섞이고 재정립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90년대의 golden era이후 트랩 장르의 등장과 전자 음악과의 적극적인 콜라보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힙합 장르는 샘플링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기존에 존재해왔던 모든 장르를 게걸스럽게 집어삼키고 있다. 칸예 웨스트의 곡 ‘Monster’에 King Crimson의 ‘21st century schizoid man’이 샘플링됐다는 사실은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리고,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해체 클럽 내지 bubblegum bass라는 장르는 기존에 있던 각종 edm 장르와 industrial 사운드를 대폭 차용하여 독특한 리듬, 질감과 high-pitch된 보컬 프로덕션으로 특징지어지며, 앞서 언급한 Arca, SOPHIE 외에100 gecs, Charli XCX 등의 아티스트들이 이미 언더, 오버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음악의 수명이 끝나간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시야를 더 넓히고 귀를 조금 더 열어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면 대중 음악의 새로운 지평은 이미 활짝 열려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대중음악신에서 Yves Tumor의 존재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레트로’라는 키워드가 핫한 시대에 락 음악이 가장 화려하던 시기인 6,70년대의 케케묵은 유산을 들고 나와 프린스가 그랬듯, 흑인 음악과 전자 음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바야흐로 ‘Political Corectness’, 인류 역사상 PC라는 키워드가 가장 핫한 현 시대에 Arca 못지 않게 자신의 중성적인 매력을 널리 떨치고 있다. 남다른 감각의 소유자이면서 절대 안주하지 않고 진보하는 뮤지션 Yves Tumor로, 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에 충만한 동시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 Sean Bowie로, 누구보다 화려함을 갈망하면서 결코 자신을 드러내보이려 하지 않는, 아직 21세기가 끝나려면 한참 멀은 이 시기에 등장한 새로운 21세기의 팝스타의 출현을 우리는 그저 경배할 수밖에.

신고
댓글 2
  • 5.9 22:52

    잘 봤습니다 ㅎㅎ 다음주엔 Perfume Genius 신보 나오는데 이것도 엄청 좋을것 같습니다ㅋㅋㅋ

  • 5.10 15:55

    잘 읽었습니다

    올해 나온 것중 가장 많이 돌린 앨범이 아닐까 하네요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아이콘] Earl Sweatshirt 등 아이콘 출시 / 10월 아이콘 설문53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9.25
[공지] 회원 징계 (2025.08.25) & 이용규칙11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8.25
화제의 글 음악 힙x) 드디어 엘이 첫 화면 진출8 title: DMX천재금붕어모임 2025.10.13
화제의 글 일반 프랭크 오션 앨범 기원 300일차12 title: Chief Keef따흙 Hustler 2025.10.13
화제의 글 일반 님들 이거 또 쿨타임 돌았나 봄3 title: Playboi Carti (MUSIC)Yeisdumbasf 2025.10.13
104229 음악 덴젤커리도 신곡이 나왔군요2 title: Daft PunkFitterHappier 2020.05.09
104228 음악 제가 거의 6년 정도 찾고 있는 그룹이 있는데 이름이 18+였나..도...6 장범준 2020.05.09
104227 음악 브록햄튼 깜짝신곡5 title: Daft PunkFitterHappier 2020.05.09
104226 일반 뿌듯합니다1 XXXUZIVERT 2020.05.09
104225 음악 jay-z 4:44 진짜 개좋네요7 staygrindin 2020.05.09
104224 음악 타이달 후기21 Maadkim 2020.05.09
104223 일반 식스나인 신곡 좋지 않나영?2 켄드릭더크리에이터 2020.05.09
104222 음악 아웃캐스트 빅보이랑 팻조 랩 못하나요?20 고생물 2020.05.09
리뷰 Yves Tumor - Heaven To A Tortured Mind (2020)2 안철구 2020.05.09
104220 일반 청량감 오지는 노래좀 해주세여26 title: 2Pac (2)정체불명 2020.05.09
104219 음악 guster 이분들 진짜 엄청좋네요2 title: Ken Carson라잌슈즈 2020.05.09
104218 음악 오늘같이 비오는날 들으면 좋은 노래13 title: Quasimotosharpei 2020.05.09
104217 음악 퀘이보 맛깔난 벌스들 추천 해주세여14 ComingToYouLive 2020.05.09
104216 인증/후기 아끼는 앨범들 TOP 200 vol. 310 title: Run the Jewels (1)herBBeats 2020.05.09
104215 일반 69는 노래제목 정하는 기준이 뭔가요11 title: Tyler, The Creator (2)징징나라 2020.05.09
104214 음악 위켄드 만화뮤비 해석없나용? 위켄드수염냄새 202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