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어를 잘 못하는 교포입니다. 요즘 취직해서 바빠서 잘 못 들어왔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자택 근무하게 되서 한달동안 리뷰 써야지 하고 생각을 했던 앨범을 들고 왔습니다.
본론에 앞서서
좋은 레스토랑 가서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 먹는 경험은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다. 셰프들이 좋은 재료로, 화려한 기술로, 그리고 창의적인 레시피로 준비해준 음식을 먹는 것은 즐가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얼마나 화려한 레스토랑이여도 셰프를 뽑을때 언제나 기본기 부터 본다. 프랑스식의 레스토랑에서는 셰프가 면잡 볼때 가장 먼저 스크램블 에그를 시켜서 못하면 면접을 종료하고, 바텐더 면접을 볼때 럼, 라임 쥬스, 그리고 설탕/심플 시럽 (설탕/물 1:1 비율로 섞은 시럽, 카폐에서 커피에 타먹는 시럽이 주로 심플 시럽)으로만 이루어진 다이키리를 보고 맛이 없으면 면접이 끝난다.
아무리 좋은 재료 그리고 화려한 기술을 갖고 있어도 기본기가 안 잡혀 있으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끔은 화려하고 더 거창한 결과가 아니라, 실력 자랑을 위해서는 단순한 것을 얼마나 잘하는가로 보여주는 것이 효율 적일 때가 있다. 매일 외식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그냥 집에서 갓 지은 햇쌀로 만든 따뜻한 밥 한 공기와 좋은 김치를 먹고 싶은 그런 느낌을 들 수 밖에 없다.
내가 이런 음악과 상관 없어 보이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The Price of Tea in China 는 마치 미슐랭 3성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들이 준비 해주는 밥 한 공기와 김치의 식사와도 같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어떤 앨범들은 프로덕션 그리고 랩의 기술적인 훌륭함으로 승부를 본다면, TPoTiC는 불필요한 복잡함을 모두 덜어내고 군더더기 없는 그런 앨범이다. NBA에 비유하자면 화려하지 않지만 언제나 철저한 기본기의 바탕이 된 play를 보여주는 Tim Duncan의 플레이를 보는 듯한 그런 앨범이다.
TPoTiC를 만든 Boldy James 그리고 Alchemist는 누구인가?
Boldy James와 Alchemist 사이에서는 Alchemist의 이름이 더 잘 알려진 이름일 것이다.
90년대 부터 Cypress Hill, Dilated Peoples, Jadakiss, Mobb Deep등의 프로덕션을 맡으면서 샘플링 기반으로 하는 사악하고 hard한 street 래퍼들의 배경을 깔아주기 시작한지 어연 20년을 넘어 30년에 가까워 지고 있는, 현재는 Shady Records의 인하우스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프로듀서 그리고 DJ (현재 Eminem의 모든 쇼에서 DJ를 맡고 있는) Alchemist다. 사실상 미국의 현재 활동하는 프로듀서 중에서 이름의 무게감이 Alchemist외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프로듀서가 많지 않고 그는 DJ Premier, Madlib등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Alchemist의 강점은 어떻게 보면 현재 Kenny Beats가 그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래퍼와 각 잡고 한 곡이 아니라 한 앨범을 전체를 프로듀싱을 할때 나타난다. 2007년에 Mobb Deep의 Prodigy와 (RIP) 만든 Return of the Mac에서 시작하여, Curren$y와 같이 작업한 2011년의 Covert Coup, 2018년에 Freddie Gibbs & Curren$y와 콜라보한 Fetti, 그리고 오늘 리뷰하는 2020의 TPoTiC까지,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Alchemist는 비트메이커가 아니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Boldy James는 Alchemist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은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한 사이다. 2011년, 12년도에 Cool Kids의 주변인으로써 차갑고 냉정한 스타일로 주목을 받으면서 힙합 블로그씬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13년에 Alchemist와 합작 앨범인 My 1st Chemistry Set (M.1.C.S.)를 출시 하면서 디트로이트씬에 신경 쓰던 이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Boldy James다. 그러다가 그는 음악을 지속적으로 내면서도 주목도가 떨어지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그가 주목을 받게끔 했던 Alchemist와 다시 손을 잡고 작업을 시작하여 Boldface이라는 EP를 냈다. 15분이라는 시간 안에 Alchemist의 프로덕션과 Boldy James의 우울한 기억들이 힙합 팬들에게 더 많은 음악을 원하게 만들고 침 흘리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힙합 팬들의 기도를 들었던 것인지 올해 2월 7일에 The Price of Tea in China가 나왔다.
Boldy James의 랩 스타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자면 Freddie Gibbs 가 생각나는 낮은 중저음을 깔아주는 목소리인데 내용은 마약을 파는 이야기로써 Pusha T와 비슷한 그 누구도 그들이 지어내는 이야기라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디테일함을 보여주는데 그것에 대하여 이야기 할때 보여주는 무심한 냉정함은 마치 21 Savage가 조금 생각이 날 수도 있는 래퍼다.
많은 래퍼들이 마약 파는 이야기를 할때 자기가 버는 돈, 혹은 스스로를 약간 anti-hero적인 모습을 강조를 하는데 Boldy는 이러한 화려함, 삐뚤어진 영웅성을 걷어내고 마치 위험하고 정말로 출근하기 싫은 직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것 마냥 이야기를 한다. "이 길거리에 너무 오랫동안 서 있었고 지치고 목 말라/ Market가의 blocks에서, 수돗가에서 차가운 물이 흐르지" 라는 라임을 하면서 일은 너무나 싫은데도 먹고 살아야 되니까, 화려함 없이, 오로지 냉정한 필요성만 존재하는 그러한 마약을 파는 자기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랩을 한다.
The Price of Tea in China
트랙리스트
1. Carruth
2. Ginat Slide
3. Surf & Turf ft Vince Staples
4. Run-Ins
5. Scrape the Bowl ft BENNY THE BUTCHER
6. Pinto
7. Slow Roll
8. S.N.O.R.T. ft Freddie Gibbs
9. Grey October ft Evidence
10. Mustard
11. Speed Demon Freestyle
12. Phone Bill
7년 전 부터 같이 일을 해온 듀오라서 Alchemist와 Boldy James의 호흡이 돋보일 수 밖에 없는 앨범이다. 샘플링 기반의 곡들을 만들어낼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줄어드는 이 시점에서 Alchemist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격하게 크레이트 디깅을 하면서 샘플링 기반의 곡들을 아름답게 짜내고 그러한 어쩔때에는 흘러넘칠 뜻한 비트들에서, 어쩔때에는 칼 같이 날카로운 비트들 위에서 화려하지 않게, 미드 템포의 스테디함으로 곡을 꽉 채우는 Boldy James이다.
골을 지진처럼 흔들리는 Giant Slide에서 피아노와 현악기의 부드러우면서 아름다운 Pinto 까지 Alchemist의 다양한 모습을 잘 담아내면서도 그 위에 꾸준히 우리를 지구와 길거리에 서 있는 자신의 시야로 끌어 당기는 Boldy James의 랩이 있다.
그의 랩은 화려하지 않다. 기술적으로는 화려한 플로우, 셋업 펀치라인 형식이 없는 랩이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그는 지속적으로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다.
더 약한 래퍼였다면 이러한 곡과 플로우들, 이러한 미드템포의 유지는 금방 질릴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Boldy James에겐 있어서는 어떻게 보면 지속적으로 듣고 또 듣고하면서 그의 기본기에 감춰진 화려함에 놀랄 수 밖에 없다. 그의 곡 쓰는 스타일은 어떻게 보면은 한곡에서 테마를 잡고 처음 부터 끝까지 유지를 하거나 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짧게, 집중된 생각들을, 경험들을, 기억들을, 충고들을 꾸준히 엮어내고 이어나가는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것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마약을 받고, 옮기고등을 하면서 꾸준히 움직여야 하는 그에 대해서 자신의 아들이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겠지라는 가사를 툭 던져 준다던지, 마약을 제조 하는 그릇을 보면서 오트밀 같아 보인다는 것이라던지, 할머니가 후두암이 걸려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자신의 갱의 마약을 조금 훔쳐서 가져다 줬다는 이야기라던지, 그의 꾸준한 래핑속에서 이러한 디테일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눈앞에 지나가면서 집중을 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집중을 강요를 하는 그런 아티스트의 앨범이다.
또한 그는 위트 있고 생각의 깊이가 엿보이는 라인들도 꾸준히 던져준다. 오프닝 트랙인 Carruth에서 그는 Most of my friends came and went, but most of them were murder victims/Dead before 20 or caught a frame and had to serve a sentence 같은 라인들만 봐도, 나의 친구들은 대부분 살인의 피해자, 20세 전에 죽거나 현재 감옥에 가있지 라는 라인에서 살인의 피해자에서 살인된 이들도 이야기를 하지만 살인을 한 이들 역시 여기서 피해자로 그리는, 자신의 삶, 마약과 갱의 폭력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위치성을 잘 알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던지, 아니면 벌스의 마지막 가사인 When everything you love you lost to the gun/From all that you done but down the line that could cost you a son이라는 가사에서 곡의 제목과 자신의 삶을 위트 있는 가사로 엮는다. 제목인 Carruth는 미식 축구 선수 Ray Carruth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Ray Carruth는 8개월째 임신중인 자신의 애기의 엄마를 총으로 쐈고 그 여자는 결국에는 죽었으며 긴급 제왕절개로 구출한 Ray Carruth의 아들은 뇌성마비를 가지고 태어났다. Boldy는 자신이 길거리에서 총으로, 폭력으로 삶을 살았으며 그 결과가 그에게 돌아오게 된다면 그가 아들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그것이 물리적인 결과가 될수도 있고 심리적인 결과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연결을 짓는 것이다.
이러한 가사의 깊이, 디테일함은 오히려 화려한 기술들 뒤에는 사라진다. 이러한 가사들을 에미넴이 Godzilla 막판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더블타임, 트리플타임 플로우들로 뱉었으면 그것을 이해하고 끄집어 낼 리스너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Boldy James는 철저하게 어떻게 말을 하는 가 보다는 무엇을 말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랩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기억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랩을 한다.
피쳐링들 역시 모두 철저하게 이러한 Boldy James의 래핑을 뒤받쳐준다. 어떻게 보면 가장 화려한 플로우를 보여주는 Surf & Turf (여기서도 It's just me and my 9, feel like I'm 10 deep (나와 내 9 (9mm 구경 권총) 뿐인데 갱단 10명이랑 같이 있는 것 처럼 든든하다) 같은 위트 있게 짜여진 좋은 가사들을 보여주는)에서의 Vince Staples의 벌스는 Alchemist가 프로듀싱을 맡아서 이 둘이 한 그룹으로 랩을 하는 앨범이 나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Scrape The Bowl에서 BENNY THE BUTCHER하고 보여주는 케미는 마치 옛날 The LOX에서 Jadakiss와 Styles P의 케미가 생각이 나며, S.N.O.R.T에서 Freddie Gibbs는 비슷한 목소리 다른 두 스타일의 대조를 보여주며 Grey October의 Evidence는 반대로 Boldy James의 중저음과 대조되는 조금 더 하이톤의 Evidence지만 둘다 비슷하게 느리면서 미드템포의 플로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래퍼들의 대조를 보여준다.
(첫 싱글로 나온 11번 트랙 Speed Demon Freestyle)
(두 번째 싱글로 나온 5번 트랙 Scrape The Bowl ft BENNY THE BUTCHER)
(세 번째 싱글로 나온 3번 트랙 Surf & Turf ft Vince Staples)
결론
개인적으로는 이르지만 현재까지 2020, 올해의 앨범의 강한 후보다. Alchemist가 랩게임에서 활동한지 어연 30년이 가까워지는 현재에서 자신의 가장 좋은 작업물을 내놓기도 했었고 Boldy James도 거의 10년이 되가는 관심과 hype에 대답을 하는지 그냥 래퍼에서 한명의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작업물을 내놓았다. 현재 차가운 바람에 맞는 겨울철 음악이 맞아서 여름에 가서는 어떻게 생각 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고 올해 어떤 앨범들이 나올까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12월에 가서도, 10년후에도 틀면 그 가치가 확연하게 보여지는 그런 좋은 앨범일꺼라는 나의 예측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 PoTiC 귀에 익히는중이네요. 알케미스트는 엠이랑 노예계약 맺은거 볼때마다 웃김 생일에도 아부다비 가서 디제잉하고 ㅋㅋㅋㅋ;
알케미스트랑 냈던 My 1st Chemistry Set 엄청 좋아했는데 알케미스트랑 콜라보 신보 나왔었군요ㅋㅋㅋ 그 앨범 이후엔 잘 손이 안첫곡부터 좋네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ㅎㅎ 요새 알케미스트 폼이 정말 좋아요.
닥 정성추입니다. Boldy James 그리젤다 입단해서 엄청 기대중입니다. 알케미스트는 뭐 불이 붙었고요 요즘
서론에 비유가 너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boldy james는 my 1st chemistry set이랑 trapper's alley 2 이후론 딱히 찾아듣지 않았었는데 작년에 낸 boldface ep듣고 뻑가서 이제서야 막 디스코그래피 하나하나씩 파고 있네요ㅋㅋㅋ 이번에 griselda랑 계약도 했다는데 앞으로 더 주목 받을 일만 남은 거 같아요. 다만 예전부터 웻싸건이 계속 랩퍼로써 은퇴의사를 내비치고 있어서 혹시라도 본인 대체자 역할로 영입한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합니다ㅠㅠ
댓글 달기